스자쿠의 나쁜 버릇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제일 싫은 것을 손에 꼽자면 콘돔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섹스 중의 가벼운 폭력이야 이젠 애교 수준이다. 멍드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열 번 중 대여섯 번 정도니까 이젠 감수할 만한 리스크다. 이런 것에 익숙해진 자신의 처지가 조금 슬펐지만, 그것보다 더 질 나쁜 버릇이라고 하면 역시 이것이다.

 

스자쿠는 를르슈와 섹스할 때에 콘돔을 쓰지 않는다.

를르슈와의 첫 섹스 때부터 꾸준하게 쓰지 않았다. 처음 할 때에는 어디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고 우느라 바빴던 를르슈는 끝나고 나서 제 엉덩이부터 허벅지까지 타고 흐르는 정액의 느낌에 한 번 더 울었다. 욕실에서 샤워를 할 때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왈칵 쏟아지는 느낌에 싫어서 더 울었다. 아무튼 를르슈가 울 정도로 싫어했는데도 스자쿠는 게속해서 콘돔을 쓰지 않았다.

이후 섹스에도 익숙해지고, 스자쿠와의 연애에도 서서히 무르익은 를르슈가 콘돔을 사오면서 ‘오늘은 이걸 쓴다’라고 말을 했다. 스자쿠는 뭔가 떨떠름한 얼굴로 콘돔을 썼지만, 어느 순간 를르슈가 쾌락에 정신을 놓고 있을 무렵에는 결과는 여느때와 똑같았다.

 

콘돔을 쓰면 기분이 나쁜가? 평소보다 느끼는 게 별로인가?

를르슈는 스자쿠가 출장으로 자리를 비웠을 때, 자위를 하던 중에 잔뜩 남아있던 콘돔 하나를 썼다. 낯선 느낌이 들긴 했지만 미끈거리는 젤까지 더하면 오히려 낫지 않나 싶었다. 자위할 때는 별로지만 섹스할 때는 처리하기도 편하니까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면 혼자서 자위할 때 콘돔을 썼다는 이야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스자쿠에게는 따로 말하지 않았다. 그래도 를르슈는 꾸준히 스자쿠에게 콘돔을 쓰는 것을 권했다. 

 

‘너 좋자고 내가 불편할 순 없잖아.’

‘그럼 를르슈 좋자고 내가 불편해야 돼?’

‘콘돔이 뭐가 불편해? 처리도 간단하잖아.’

‘를르슈 안에 싸는 거 기분 좋단 말이야.’

‘내가 안 좋다고.’

‘내가 씻겨줄게!’

‘그건 더 싫어. 아무튼 콘돔은 매너야. 아니면 스자쿠, 너 내가 남자라서 임신을 안하니까 걱정 없다고 생각해서 콘돔을 안 쓰는건 아니지?’

‘그럴 리가.’

 

매번 를르슈가 임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안에다 싸는걸! 

그런 말을 하는 스자쿠는 너무 해맑게 웃고 있어서, 욕할 기분이 들지도 않았다. 안에 싼다는 표현 자체도 저질이었지만 섹스 중에 그런 더 저질스러운 생각으로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무튼 그날밤에도 콘돔 없이 섹스를 했다. 스자쿠는 널부러진 를르슈의 아랫배를 만지면서 ‘를르슈를 닮은 딸이면 좋겠네!’ 같은 말을 서슴없이 했다. 힘 없는 팔을 겨우 뻗어서 침대 옆에 있는 콘돔 박스를 쥐어서 스자쿠의 얼굴에 집어 던졌다. 투두둑 떨어지는 콘돔를 스자쿠는 웃으면서 다 쓰레기통에 집어 넣었다.

앞으로 아기가 생길 때까지 열심히 할게, 같은 소리는 덤이었다. 움직이면 또 정액이 흐르니까, 그게 싫은 를르슈는 누워있는 게 고작이었다. 

 

그 이후로 콘돔을 사는 일은 없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를르슈는 여러 차례 콘돔을 샀지만, 스자쿠는 한두 번 쓰고 말았다. 그리고 를르슈가 씻고 나오면 콘돔은 사라져 있었으며, 스자쿠가 갈아놓은 침대 시트에 드러누우면 콘돔에 대해서 잔소리할 생각도 사라졌다.

가끔 스자쿠랑 같이 씻으면서 열심히 했는데 다시 씻어내는게 아깝다는 둥 이야기를 할 때면 콘돔 생각이 절실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를르슈도 포기하게 되었다.

 

이 녀석은 내 안에 싸지르는 걸 좋아해.

를르슈의 허리에 팔을 두른 채로 놓지 않고 자는 스자쿠를 보며, 를르슈는 한숨을 쉬었다. 싸지르는 게 뭐냐고. 스자쿠한테 옮은 게 틀림없어. 스자쿠를 살짝 밀어내려고 하면 또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에, 를르슈는 다 포기하고 스자쿠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