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남자친구 손에 말도 안되는 물건이 들려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쿠루루기 스자쿠는 카오스, 혹은 코스모스, 아무튼 ETC의 세계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혼란스러움과 동시에 이유를 알 거 같기도 하면서도 모를 거 같기도 하면서도 그 애매모호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내, 내 꺼 아니야.”
를르슈 람페르지, 본명은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로 브리타니아 가문의 열 한 번째 아들이라는 미묘한 위치지만—유산 상속 순위도 18위이니 자기 입으로 애매한 인간이라고 못을 박았다.— 그의 비상한 두뇌는 세계를 초월할 정도인 남자는 작년부터 스자쿠와 관계를 맺어 올해 1월 1일에 성관계까지 돌파한 남자였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남자는 23살의 나이를 먹을 때까지 동정에 처녀였다는 것이다. 스자쿠와의 포옹, 키스, 섹스가 완전히 처음이었다. 없는 체력을 쥐어 짜서 섹스라는 쾌락을 할 만큼 성실하지 않은 이 남자는 솔직히 말하자면 야한 것에 대해선 면역이 없고, 성적인 면에서는 거의 무지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자쿠는 당황하고 있었다.
“알아, 내가 산 거야.”
“사, 산 거야…? 를르슈가?”
“그래. 조금 개조도 했어.”
“뭐?”
를르슈의 손에는 무선 진동 로터가 들려있다.
야릇한 핑크색의 플라스틱 덩어리 두 개. 스자쿠는 아직 한여름도 아닌데 벌써부터 등에서 땀이 흘렀다. 공과대학 수석에, KMF학회에서 내로라하는 교수의 밑에서 전도유망한 공학도인 를르슈가 기계를 개조하거나, 혹은 해킹하거나…아무튼 그런 일들에 능숙한 것은 알았지만 로터를 어떻게 개조했다는 것일까.
“블루투스를 버전 업 했고, 최대 진동 횟수도 폭파되지 않을 만큼 최대치로 키웠어.”
“포, 폭파?! 그거 어디에 쓰는지 알고서 개조한거야?!”
“알고 있어. 나를 뭘로 보고. 보통은 여자의 질에 넣거나, 취향에 따라서는 항문에도 넣는다고 하던데 너와 나 사이에 넣을 수 있는 구멍은 후자다. 즉—”
“그만!”
스자쿠는 를르슈의 손에 들린 로터와 리모콘을 빼앗아 들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걸 구했는지 궁금했지만, 를르슈라면 뭐든지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성인용품 사는 것도 크게 힘들이지 않았을 것 같았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제 말을 가로막은 것이 기분이 나쁜지 입술을 삐죽거렸다.
“스자쿠는 마음에 안 들어?”
“으응? 마음에……들기는 드는데,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보통 AV에서는 여성의 오르가즘, 그 이후로 펠라치오, 삽입과 함께 둘이 동시에 절정, 잠깐 쉬는 인터미션을 갖고 나서 그리고 기구플레이를 하던데.”
를르슈는 AV의 흔한 전개를 줄줄 읊었다. 진부하기 짝이 없지만 청소년 스자쿠를 달래주던 어른들의 비디오는 대부분 그런 과정이었다. 엄마한테 ‘아기 만드는 법’ 과거 검색이력을 들켰을 때가 떠올라 수치스러운 스자쿠는 고개만 대충 끄덕거렸다.
“너는 그런 걸 보는 걸 좋아했으니까, 하는 것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서 직접 사왔는데.”
“응?!”
“아무래도 이런 건 인터넷으로 사는 것보다 직접 보는 것이 더 안심이 되어서.”
“…….”
“하지만 너의 성욕은 보통 이상이니까 더 정력적이어야한다고 생각해서, 더 멀리 떨어져 있어도 조절할 수 있고, 평소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위해 진동수도 높였다! 아, 마찰열도 계산했으니 화상은 걱정하지 마!”
“…나, 나는”
“스자쿠가 넣어도 된다! 나의 첫 작품이니까 안심하고.”
를르슈는 반짝반짝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눈을 뜨며 스자쿠에게 손을 내밀었다. 스자쿠에 대한 일이면 행동력이 비상식적으로 늘어버리는 를르슈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건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했다. 대신 기겁할 일도 그의 두 배 이상이었다.
“이거로 야외플레이도 할 수 있다!”
“아, 아니.”
“여러 사람들 앞에서 너가 나를 능욕, 아니 농락도 가능하다! 물론 반대로 내가 너한테 넣어서!”
“나한테 넣는 건 됐어. 그, 를르슈가 주, 준비를 해줬으니까.”
쓰기는 써야할 텐데….
스자쿠는 말끝을 흐렸다. 기구플레이는 대체 왜? 그냥 섹스로는 만족하지 못했나? 손 안에 들어있는 로터와 리모콘을 만지작거리던 스자쿠는 결국 마음을 다잡았다. 를르슈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남자친구 실격이다.
“좋아, 그렇지만 바로 밖에 나가는 건 무리니까 오늘은 집에서 연습해보자!”
지금 시간 토요일 오후 2시.
를르슈가 사는 아파트에서 두 사람은 오후 5시까지 로터를 이용한 유사 성교를 하기로 했다. 소파 위에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를르슈의 뒤를 젤과 타액으로 풀어주던 스자쿠는 동그란 로터를 밀어넣었다. 거친 숨을 쉬지만 발기할 정도로 흥분하지 않은 를르슈가 묘한 눈을 하고 있었다.
켜는 순간은 스자쿠의 기분에 따라서, 그리고 를르슈는 로터가 움직이든, 움직이지 않든 하던 일을 계속 해야한다. 전화가 오거나, 혹은 요리를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하더라도, 계속 움직이는 것이 조건이었다.
검은 속옷을 다시 입고, 바지 버클까지 야무지게 잠근 를르슈를 보며 스자쿠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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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12:42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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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르슈가 리모콘 대신에 휴대폰으로 페어링 해놓은 로터로 훅 갔으면 좋겠다 (오르가즘적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