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데이에 받은 초콜릿을 뒤늦게 풀어서 먹었다. 빈 속에 초콜릿은 너무 달지 않을까, 했지만 어제 체력을 진탕 써버린 섹스를 한 후에 먹는 초콜릿은 나름대로의 원기 회복에도 도움이 되었다. 를르슈가 초콜릿을 오독오독 씹어먹는 것을 보던 스자쿠는 눈을 감은 채로 입을 벌렸다.
“뭐야?”
“아아—. 나도 줘, 초콜릿.”
“니가 까서 먹어.”
“싫—어. 를르슈가 먹여줘.”
스자쿠의 패시브 스킬인 애교에 대해서 를르슈는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어쩌겠냐,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지. 스자쿠의 입에 초콜릿 한 알을 넣어주면 스자쿠가 맛있는 모양인지 으음, 하며 목을 울렸다. 초콜릿과 함께 들어간 견과류가 오도독 씹히는 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서 한동안 났다.
초콜릿을 다 먹은 스자쿠는 눈을 뜨고서 를르슈의 옆에 바짝 붙었다. 그리고는 를르슈가 풀어낸 초콜릿 포장지를 보고서 소리를 빽 질렀다.
“이거 내 초콜릿이잖아!”
“알아, 내가 만든 거니까.”
“내 껀데 왜 를르슈가 먹어?!”
“내가 만든 거잖아.”
아, 내가 뜯으려고 했는데! 스자쿠는 를르슈를 노려보면서 아쉬워했다. 를르슈가 준 초콜릿인데 를르슈가 먹는 게 어딨냐구…. 스자쿠의 불만스러운 목소리에 를르슈는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다음 초콜릿 한 알을 입에 쏙 넣었다.
“그만 먹어. 내 거잖아.”
“인색하게 굴지 마. 또 만들어줄 테니까.”
“발렌타인데이에 받은 뜻깊은….”
“아무 뜻도 없는데 무슨.”
“우리 사이에 주고 받는데 무슨 아무 뜻이 없어?”
“이제 와서 의미부여 하지 마.”
를르슈는 시큰둥하게 어제의 스자쿠를 떠올렸다. 자, 초콜릿, 하고 초콜릿을 내밀면 스자쿠는 초콜릿은 뒷전으로 하고서 를르슈와 함께 침대에서 질펀하게 뜨거운 밤을 보냈다. 초콜릿을 먼저 신경도 쓰지 않은 건 너였으면서.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아니, 그게 아니라!’ 라고 말하면서 무어라 항변했지만, 를르슈가 입에 밀어넣는 초콜릿 때문에 전부 무산이 되었다.
초콜릿 12개들이 한 박스를 다 해치운 두 남자는 이부자리에서 느즈막이 일어났다. 나태하고도 방탕한 21살의 2월 15일 목요일 오후 2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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