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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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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성 고백

DOZI 2025.11.03 22:05 read.127 /

사귄지 한 달 만의 일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어머니 마리안느로부터 맛있는 와인을 받았다면서 쿠루루기 스자쿠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초대했다. 스자쿠는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 를르슈로부터의 집 데이트에 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와인과 어울릴 법한 초콜릿과 치즈를 사들고 를르슈의 집에 들어섰다.

둘은 아웅다웅 신혼부부 흉내를 내면서 부엌에서 비비적거리며 요리를 했고, 얼굴이 새빨개진 를르슈가 부엌에서는 키스 이상은 안된다면서 스자쿠를 밀어내고 나서야 밥을 겨우 먹을 수 있었다. 반쯤 발기한 페니스를 겨우 식히면서 스자쿠는 오늘의 주역, 마리안느의 와인을 마시게 되었다.

를르슈가 정성을 다해 구운 스테이크와 곁들여 먹는 레드 와인은 맛있었고, 도수가 높았다고는 하지만 그 풍미와 감칠맛은 일품이었다. 스자쿠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본 를르슈도 기분이 좋아서 한 잔을 비우고, 두 잔을 채워달라고 조르고, 세 잔을 마시고…. 두 사람은 제법 되는 와인이 텅 비어버릴 때까지 마셨다.

스자쿠가 조금 아쉽네, 하고 입맛을 다시는 것에 를르슈는 미레이 애쉬포드가 ‘남자 혼자 적적할 때는 술이지!’라고 말하며 선물해놓고 간 양주를 땄으며, 스자쿠가 사온 초콜릿과 치즈를 까먹으면서 서로 희희낙락하며 다가오는 뜨거운 금요일 밤을 기대했다.

스자쿠의 품에 기대어 있던 를르슈는 얼굴이 뜨거워지다 못해 볼이 얼얼할 정도로 취기가 돌고 있는 것을 느꼈다. 를르슈는 자신의 허리를 쓰다듬으면서 쇄골 근처에 입술을 파묻고 섹스의 전초전을 준비하는 스자쿠를 보며 헥헥거리고 있었다.

뜨겁고, 물컹거리고, 따뜻하고, 무겁고. 스자쿠의 무게를 고스란히 느끼면서, 를르슈는 자신의 옷자락 사이로 들어오는 뜨거운 손에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사람은 사귄지 보름 만에 섹스를 했다. 를르슈는 첫 섹스였고, 스자쿠는 처음이냐는 말에 대답해주지 않았다. 를르슈는 거기서부터 뭔가가 어긋난 기분이었지만, 스자쿠는 ‘남자는 를르슈가 처음이야’라는 말로 덮어버리는 듯 했다.

남자는 내가 처음이면, 여자는 이미 경험이 있다는 말이잖아.

를르슈는 첫 섹스를 할 때, 자신의 몸을 발가벗긴 채로 온몸에 키스를 퍼붓는 스자쿠에게 싫다는 말도 못하고 다리를 벌리면서 엉덩이를 쾅쾅 내리찍는 몸짓에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냉정한 이성을 가진 정신으로 같은 나이의 남자의 앞에서 알몸이 된다는 수치심은 섹스할 때 단순한 수치심으로 끝나지 않았다. 나는 스자쿠를 좋아하니까, 스자쿠도 나를 좋아하니까, 그런 마음으로 알몸이 된다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러나 를르슈의 용기에도 스자쿠는 ‘예쁘다’고 말하면서 오만곳에 키스를 할 뿐이다. 그 키스 세례 속에서 를르슈의 용기는 침대 구석으로 몰리면서, 다리를 벌리고 스자쿠를 받아들이는 동안에 완전히 뭉개지고 말았다. 스자쿠는 알몸이 되는 것에 부끄러움이 없었고, 를르슈에게 다가와서 몸을 끌어안고 풀어주는 것에도 익숙해보였다.

남자는 를르슈가 처음이라고 했음에도, 를르슈를 대하는 태도에서 이미 경험자의 여유가 드러났다. 를르슈, 너무 예뻐, 귀여워, 사랑해, 그런 말을 하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안이 벌어져서 닫히지 않을 정도로 정액을 퍼붓고 섹스를 이어갔다. 격렬한 첫 섹스에 를르슈는 기절할 것 같았다. 를르슈가 정신을 못 차리고, 시선을 못 맞추고, 타액이 질질 흐르는 혀를 가누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스자쿠는 계속해서 를르슈의 안이 기분 좋다면서 골반을 붙잡고 허리를 흔들어 댔다. 중간중간 를르슈가 혀를 씹지 않도록 손가락을 입에 넣는다거나, 키스를 해주는 등의 행동을 했지만, 그것들이 배려라고 생각이 되진 않았다.

머리 한 구석은 차게 식어서 섹스를 하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기분이었고, 다른 한 구석은 빨갛게 경고등이 켜진 채로 이성이 박살난 채로 이 쾌락에 잠식되어가는 것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첫 섹스가 끝날 때에는, 를르슈가 못하겠다고 몇 번이나 말했음에도, 스자쿠는 자신이 피곤해질 때까지 섹스를 해댔다. 아, 더는 안 나와. 스자쿠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를르슈의 엉덩이 골 사이에 물렁해진 페니스를 문질렀다. 를르슈는 아주 예전부터 정액이 나오지 않고 뒤로만 계속 가는 피로감 속에서 섹스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눈물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기 때문에, 스자쿠는 를르슈가 끝나고 운다고 해서 뭔가 더 느끼는 거 같지 않았다.

목소리는 쉬어버렸고, 말 한 마디 못할 정도로 섹스에 혹사당한 몸을 스자쿠가 정성스럽게 씻겨주었다.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섹스는 너무 힘들고, 아프고, 고통스러웠는데도 스자쿠가 깨끗하게 씻긴 를르슈를 따뜻한 물을 받은 욕조에 담가두고서 사랑해, 라고 속삭여주면 를르슈는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서로 마주 잡아 깍지 낀 손 끝을 부비면서, 헤헤, 사랑해, 라고 말하는 스자쿠가 있다면 섹스는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두 번째 섹스는 일주일 전이었다.

스자쿠의 집에서 잠깐 과제를 하던 중에 섹스를 했다. 첫 섹스를 하고 나서 를르슈가 근육통으로 꽤나 고생했기 때문에, 스자쿠는 자중하는 듯 했다. 처음에는 ‘공부만 하자’면서 를르슈에게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내어주고, 같이 먹을 과자를 시시덕거리면서 뜯어 먹고, 잠깐 떨어진 볼펜을 주우려고 손이 스치는 사이에, 그렇게 스자쿠는 ‘이제 더는 못 참겠어’라면서 를르슈를 침대에 눕히고서, 말 그대로 빨아먹기 시작했다.

스자쿠의 천장을 바라보면서 를르슈는 손가락은 물론이고 발가락까지 입에 물고서 핥는 스자쿠에게, 이번에도 싫다고 말할 수 없었다. 페니스를 쭉쭉 빨아들이는 스자쿠의 펠라치오에 를르슈는 소리를 죽이면서 손등을 깨물었다. 스자쿠의 아파트는 방음이 잘 되지 않아서 이 음란한 소리가 다 새어나갈 거 같아서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남자는 처음이라고 했던 지난주와 다르게, 스자쿠는 그 일주일 동안 남자를 안는 법에 대한 테크닉을 연마해온 것 같았다. 를르슈는 조루처럼 사정했다. 이제 그만 하고 싶다고 신음 사이로 헐떡거리며 애원해도, 스자쿠는 를르슈가 너무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참을 수 없다면서 정액을 토한 손바닥을 서로 문지르면서 야릇한 감각으로 또 를르슈를 사정시켰다.

두 번째 섹스에서 를르슈는 기절하고 말았다. 더는 안 돼, 더는 못 가, 하면서 엉덩이 구멍으로 페니스가 쾅쾅 치받는 감각 속에서, 스자쿠의 페니스가 더 이상 안 들어가는 곳까지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에 를르슈는 히끅, 끄윽, 으극, 하고 신음하며 정신을 놓고 말아버렸다. 그 다음은 기억이 없었다. 어렴풋한 감각만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페니스가 좁은 구석을 콱 들이밀고서 그 구석을 마구잡이로 헤집으며 들어갔다 나가는 감각이 가장 생경했고, 그 와중에 페니스에서는 맑은 체액이 처음엔 뿜어져 나왔다가 졸졸 흐르는 감각으로 를르슈를 비참하게 했다. 흐윽, 스, 스자, 쿠. 를르슈는 끊어지는 발음 사이로 스자쿠를 부르면서, 까맣게 변하는 시야 속에서도 제 쾌락에 충실한 스자쿠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눈을 뜨면, 몸은 축축한 솜덩이마냥 욕조에 잠겨있었다. 스자쿠는 처음 섹스했을 때처럼 욕조에 잠긴 를르슈의 손을 맞잡고서 히죽거리고 있었다. 를르슈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을 하기에는 목소리는 또 잠겨있었고, 맞잡은 스자쿠의 손은 물에 퉁퉁 불어서 를르슈를 얼마나 정성스럽게 씻겼는지 보여주는 거 같아서 또 감동적이었고, 아무튼 스자쿠가 좋아서 를르슈는 이번에는 울지 않고서 그냥 가만히 눈을 감았다.

 

불안과 불만은 한 끝 차이였다.

여자 경험이 있는 남자친구. 섹스에 능숙한 남자친구. 를르슈는 스자쿠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불안하면서도 불만이었다.

섹스할 때마다 이렇게 진을 다 빼놓을 정도로 섹스를 하는 스자쿠에게 자신의 몸은 아직까지도 유효한 거 같아서 다행인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이런 안도감을 느끼는 자신이 불만스러웠다.

두 사람의 관계는 평등하고, 연애의 신은 공평하게 서로를 사랑하라고 말했음에도, 늘 스자쿠에게 를르슈의 목줄이 주어진 것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다. 

 

지금 이 세 번째 섹스에서도, 그럴 것 같았다. 

를르슈는 자신의 골반에 올라탄 채로 티셔츠를 느긋하게 벗고 있는 스자쿠를 바라보면서, 불안과 불만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한 끝 차이였던 그 감정은 이제 동시에 소용돌이쳐서 를르슈를 뒤덮고 있었다.

웃옷을 벗은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다시 달라붙어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 키스의 끝에서 또 벗겨지고 삼켜지고 뚫리고 싸질러질 결과를 생각하면……. 하지만 또 욕조에 잠긴 채로 스자쿠가 사랑한다고 속삭여주면 또 용서가 될 거 같기도 하고…….

스자쿠에게 무뎌지는 자신의 사고회로에 를르슈는 술 기운에 힘입어 당차게 그의 입술을 막아섰다. 부드럽게 아랫입술을 가르고 혀를 넣으려는 스자쿠에게 고개를 돌렸다. 부끄러워? 스자쿠가 웃으면서 돌린 고개를 붙잡고서 키스를 다시 했다. 를르슈는 또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작게나마 말로 전했다. 싫어. 스자쿠는 뭐가아, 하고 장난스럽게 말꼬리를 늘이면서 를르슈의 옷 안에 넣은 손을 가슴께로 움직여 유두를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를르슈의 심각함을 모르고 머릿속엔 섹스 생각 뿐인 스자쿠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슬픈 일이었다. 를르슈는 옷에 들어간 스자쿠의 손도 억지로 잡아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랫도리가 팽팽하게 부풀어 있는 스자쿠는 술 기운에도 건강했다. 하지만 를르슈는 발기는커녕 앞선 두 번의 섹스 경험으로도 질릴 것 같았다. 눈물이 절로 차올랐다. 

스자쿠는 벌떡 일어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한 를르슈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왜 울어, 를르슈?! 스자쿠는 를르슈를 안으려고 하면서 다가왔고, 를르슈는 스자쿠를 밀어내며 싫다고 외쳤다.

—싫어, 싫어! 다 싫어, 섹스하기 싫다고!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당황했다. 를르슈의 술 기운은 굉장했다. 를르슈는 울먹거리면서 소파에서 구르고 있던 쿠션으로 스자쿠의 머리를 연타했다. 그것으로도 성에 안 차서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그것은 참아줄 수 없었는지 술에 취한 스자쿠는 휘청대지도 않고 가볍게 피했다. 휘청거리는 것은 를르슈였다. 

—왜 갑자기 때리는 거야!

스자쿠가 그렇게 외쳤다. 를르슈는 비틀대다가 결국 바닥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꾸엑, 하고 이상한 소리를 낸 를르슈는 바닥에 부딪친 무릎이 아파서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고 말았다.

—섹스하기 싫어, 너랑 섹스하기 싫어!

—뭐? 그럼 왜 집에 불렀어?!

—난 섹스 해야지 너를 집에 부를 수 있는 거야? 넌 섹스 생각 밖에 없어?! 

—아, 아니… 그건…. 

—또 이상해질 때까지 할 거면서, 내가 싫다고 해도 안 멈추고, 예쁘다고, 귀엽다고, 그런 말만 하면서 내가, 안 들어간다고 해도, 넣을 거고, 내가, 또, 흐윽, 오, 오, 오줌 쌀 때까지 또 할 거면서…!

—아냐, 를르슈, 그때 그건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를르슈, 잠깐만. 

—너는, 너는 경험도 많으면서, 그런 주제에, 나를 계속, 계속 네 맘대로만 하고. 나는, 그런 거 싫은데. 너무 싫어! 

—를르슈!

 

를르슈는 싫다는 말만 계속 하다가 결국 자기 침실로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대성통곡을 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기 시작하는 를르슈의 울음소리에 스자쿠가 당황한 듯 잠긴 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스자쿠한테 만져졌기 때문인지, 술 기운 때문인지 뜨거운 몸이 통제불능이었다. 를르슈는 과호흡이 오지 않게 숨을 고르면서 울었다.

스자쿠가 침실 문 밖에서 를르슈,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까지,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제 심장소리에만 귀를 기울였다. 

스자쿠가 나쁜 거야, 스자쿠가 못된 거야. 그런 말을 되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