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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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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no

DOZI 2023.11.17 04:32 read.149 /

황족으로 태어난 이상 를르슈에게는 해야할 것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그저 놀이일 뿐인 체스를 하더라도 를르슈는 져서는 안 됐고, 그저 그림의 모델이 되는 단순한 일에도 를르슈는 쉽게 조롱거리가 되었다. 처음에는 를르슈가 체스에 약해서, 모델이 되었을 때 입었던 옷이 조금 유치해보여서, 그런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를르슈는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이 왜 쉽게 조롱거리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두 다 어머니 마리안느의 출신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부당하다며 몇번이고 따지고 들었지만, 를르슈는 모두 ‘서민 출신의 황족 주제에’ 라는 말로써 치부되는 자신의 모든 것들에 지치고 말았다. 열심히 하려고 했던 모든 것들이 의미가 없어졌다. 체스를 잘 두려고 해도, 다른 것들을 열심히 공부해도 를르슈는 어디까지나 ‘서민 출신의 황족’이기 때문에 진면목을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시련을 주는 어머니가 미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머니의 멋짐을 알아보지 못하는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해달라고 외치고 외쳐도, 를르슈가 노력해도 돌아오는 것에 대해서는 차디찬 반응 뿐이었다. 그렇게 어린 아이가 발악하는 것은 언제나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오늘도 그런 날들이었다. 를르슈는 피아노 악보를 찢어버릴 것처럼 움켜쥐고서 장미정원으로 내달렸다. 

피아노 레슨을 하는 선생은 귀족이었다. 그래도 를르슈를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티를 내지 않았으니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는 귀족이었다. 황족의 아이들끼리 모여서 여는 작은 연주회에서 를르슈에게만 다른 곡을 연습해오게 만든 것이다. 자신만 다른 곡을 받았다는 것을 알자마자 를르슈는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뒤에서 들리는 웃음소리가 비겁하게 느껴졌다. 속상해서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를르슈는 아리에스까지 가는 동안 한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장미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를르슈는 쥐고 있던 피아노 악보를 북북 찢어버렸다. 바보 같아, 열심히 한 게 너무 바보 같아. 그 여자는 나를 얼마나 바보 취급한 거야. 뒤늦게 울음도 터졌다. 대체 왜 이런 짓을 당해야 돼? 귀족 주제에, 그런 집안 뒷배 하나 믿고서 오만하게 구는 것도 정도가 있지…! 를르슈는 소리 없이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 하얀 장미 밑에서 울고만 있었다.

 

“를르슈 전하?”

 

등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다. 를르슈보다 여덟 살 연상의 나이트 오브 세븐은 마리안느 비 브리타니아의 지원으로 성장한 명예 브리타니아인 출신의 나이트 오브 라운즈였다. 그의 독특한 출세는 마리안느의 수완이기도 했지만, 서민 출신 황족 답게 브리타니아의 고결함을 모른다며 손가락질을 당하는 이유 중에 하나였다.

를르슈는 나이트 오브 세븐— 쿠루루기 스자쿠가 얼마나 다정하고 자신에게 상냥한지 알고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그조차도 미웠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이 편협한 세상 속에서 넓게 봐야하는 것은 자신이 되어야하지만, 어린 아이의 감정은 그것을 따라가질 못했다.

 

“를르슈 전하, 오랜만에 뵙는데 얼굴 보기가 힘드네요.”

 

를르슈의 뻣뻣하게 굳은 어깨에 손을 뻗으면서 스자쿠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은 지난 보름 간 에리어8에 나가서 군공을 세우느라 바빴으니, 그의 후원자인 마리안느의 아리에스에도 오기가 어려웠다.

사실 오늘 피아노 연주회에서 열심히 연습했던 곡을 성공적으로 연주하고, 또 다시 아리에스에 돌아와서 나나리와 스자쿠의 앞에서 피아노를 들려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고, 를르슈의 일상을 손쉽게 무너뜨린 귀족 선생과 속좁은 이복 형제들을 생각하면 를르슈는 부아가 치밀었다.

갈 곳 없는 분노를 어디로 쏟아내야할지 몰라서 를르슈는 스자쿠가 뻗는 손을 쳐냈다.

 

“건들지 마! 오늘은 너랑 말할 기분 아니니까…!”

 

를르슈의 앙칼진 목소리에 스자쿠는 놀란 듯 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겠지, 난데 없이 짜증을 부리고 있으니까. 정이 떨어질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스자쿠도 나를 ‘서민의 피가 섞인 황족’이라는 이유로 귀찮아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쪽에서 사절이야.

를르슈가 그런 결론에 도달하는 동안, 스자쿠는 자신의 망토를 풀어서 조심스럽게 를르슈의 어깨에 둘러주었다. 조금은 긴 기장의 망토가 포근하게 몸을 감싸오는 것에 를르슈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면 놀라지도 않은 스자쿠가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드디어 얼굴을 보여주시네요, 전하.”

“피, 필요 없어.”

“날이 추우니까 두르고 계세요.”

“어, 어차피 금방 들어갈 거니까 괜찮아!”

“그런 얼굴로 들어갔다간 나나리 전하께서 우실 걸요.”

 

나나리의 이름이 나오자 를르슈는 얌전히 망토를 끌어안았다. 따뜻하고 포근한 망토를 끌어안고 있으면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거 같았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서있는 곳 근처에 대충 앉았다. 흩어진 피아노 악보 조각을 한곳으로 털더니 자신의 옆자리를 비워내며 를르슈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망토를 두른 를르슈는 스자쿠의 옆에 조금 멀찍이 앉았다. 그런 경계를 세우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날이 쌀쌀해지니 망토 앞을 좀 더 꽉 여미고 있으라고 말할 뿐이었다.

 

“옛날 이야기지만… 저도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어요.”

 

뜬금없이 어렸을 때 이야기 나오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귀를 쫑긋 세웠다. 스자쿠는 좀처럼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를르슈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집안에서 시키는 필수교양 같은 거였어요. 하기 싫었죠. 맨날 똑같은 건반만 누르고 있는 게 별로고, 나가서 노는 게 더 즐거운데 방 안에 갇혀서 피아노나 쳐야 하고. 또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늘지 않으니까 거짓말로 연습했다고 하면 티가 나는 거도 싫고.”

 

를르슈는 어린 스자쿠를 상상했다. 뛰어노는 게 더 즐거워서 피아노 치는 게 더 싫었던 스자쿠. 어딘가 아기자기한 표정으로 피아노를 누르는 표정이 불만에 찬 듯 볼을 부풀리면서 뚱땅뚱땅 건반을 두들기고 있을 것 같았다.

 

“정말 싫어서 나중에는 연습하기 싫어서 손가락을 부러뜨릴까 생각까지 했는데.”

“뭐?!”

“하하, 뭐, 생각만 했어요. 나중엔 전쟁이 나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요.”

“…응.”

“이제 그 지긋지긋한 피아노를 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그의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쓸쓸함을 느꼈다.

에리어11이 된 그 땅에서 스자쿠는 어떻게 살아왔을까. 먼 이국 브리타니아에서 나이트 오브 세븐이 되기까지의 그 결심과 각오를 생각하면 를르슈로서는 상상도 못할 것이 분명했다. 피아노를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 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전하가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내가? 왜?”

“싫어하는 걸 계속 마주하면서 도망치지 않으니까. 저렇게 어린데도 전하는 전하구나, 싶었죠.”

 

를르슈는 그 말에 한참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처음으로 남에게 터놓는 자신의 속마음은 꽤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다.

 

“아니, 스자쿠. 나도 오늘 도망쳤어.”

“그래요?”

“…피아노 같은 거, 정말 싫어. 하기 싫어.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렇군요.”

 

스자쿠는 덤덤하게 받아들일 뿐이었다. 그 이상의 대꾸도 표현도 없었다. 를르슈는 멈췄던 눈물이 또 퐁퐁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결국 훌쩍거리면서 망토에 눈물이 번져가는 것을 보면서 를르슈는 울음소리를 죽여가며 또 울어버렸다.

하지만 그 옆에서 스자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서 그저 를르슈의 옆에 앉아만 있었다. 를르슈가 만들어놓은 거리를 유지한 채로, 그 거리를 좁혀들어오지도 않으면서, 그저 를르슈가 우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맨날 나만 가지고 그래, 나만…. 내가 어머니 아들인 게 그렇게 잘못도 아니잖아. 흑, 근데, 나만, 내가, 내가 제일 못한다고, 내가 제일 이상하고, 내가… 흐윽….”

“…….”

“피아노 같은 거 싫어. 바보들이나 하는 거야, 그런 건.”

“…맞는 말이죠.”

“다 싫어, 진짜.”

 

를르슈의 우는 소리가 멎어갈 무렵에, 스자쿠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를르슈에게 물었다. 

 

“다 싫으시면 저는 어때요?”

“…몰라. 생각하기 싫어.”

“하하, 전하도 그런 말씀 하시는군요.”

“웃지 마.”

 

를르슈의 볼멘 소리에 스자쿠는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그때 스자쿠의 휴대폰이 울렸다. 그를 찾는 소리가 곧 헤어짐이라는 것을 안 를르슈는 아쉬움이 가득해졌다. 스자쿠는 전화를 받으면서 를르슈의 눈치를 살폈다.

 

“네, 나이트 오브 세븐입니다. 네, 확인했습니다. 네, 서류 확인되는대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네. 아아… 그거 말이죠.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오늘 를르슈 전하를 저희 집으로 초대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아, 물론이죠. 네, 네. 감사합니다. 그럼 쉬십시오.”

“…응?”

“마리안느 님이셨어요. 오늘 밤은 저희 집에서 묵고 가셔도 된다고 하시네요.”

“뭐? 갑자기?”

“네. 갑자기요.”

“왜?”

“싫으신가요?”

“…….”

 

아리에스의 밖에 나가는 일이 드물었고, 스자쿠의 집에 가는 것은 더더욱 귀한 기회였다. 를르슈는 갑자기 자신이 아리에스를 비우게 되면 나나리가 얼마나 놀랄지에 대해서 생각했다.

 

“나나리 전하께서는 오늘밤은 유페미아 전하와 함께 리 가의 궁에서 머무르신다고 하시더라고요.”

 

를르슈의 고민을 아는지 스자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나리가 걱정 없이 놀고 있다는 스자쿠의 말에 고민은 금방 정리되었다.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자쿠의 집으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럼 저희 집으로 모실게요.”

 

저에게 손을 내미는 스자쿠의 손에 제 손을 포개면서, 를르슈는 눈물로 젖은 뺨을 문질렀다. 오늘은 이 황궁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이트 오브 세븐은 그것을 귀신같이 알아차리고서 를르슈의 소망을 들어주었다.

꼭 내 기사 같아. 를르슈는 스자쿠와 함께 차에 오르면서 그의 옆에 앉으면서 생각했다. 눈이 마주치면 스자쿠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가는 길이 조금 머니까 주무셔도 됩니다. 포근한 망토, 따뜻한 스자쿠의 체온을 옆에 두고 있으면 정말로 잠이 왔다.

 

♪ ♫ ♬

 

를르슈가 잠에서 일어났을 때에는 부드러운 피아노의 선율이 함께 하고 있었다. 를르슈는 자신의 등을 따뜻하게 덮고 있는 푸른 망토를 보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의 저택에 도착하고도 한참을 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어둑하던 밖은 완전히 암흑이 되어 달빛이 없었다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밤이었다.

달빛만이 비치는 커다란 방,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피아노를 치는 스자쿠가 있었다. 하얀 그랜드 피아노를 달빛만으로 보면서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는 스자쿠. 나이트 오브 라운즈의 정복 차림으로 하얗게 빛이 나고 있는 그의 뒷모습에 를르슈는 망토가 흘러내리는 것도 모르는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스자쿠가 어떤 얼굴로 피아노를 치고 있을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를르슈는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며 그의 피아노에 방해가 되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

드뷔시의 달빛. 

피아노를 싫어한다고 했으면서 꽤 어려운 곡을 거리낌 없이, 악보까지 외워가면서 연주하는 그의 모습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 기분이었다. 

 

♪ 

 

그리고 곡은 엉뚱한 곳에서 끝나버렸다. 스자쿠의 옆까지 다가온 를르슈가 아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스자쿠는 장난에 성공한 아이처럼 짓궃게 웃으면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일어나셨어요?”

“…피아노, 싫다고 했으면서. 왜 이렇게 잘 쳐?”

“지겹도록 연습했으니까요.”

“……왜?”

 

혹시 피아노의 연주를 들려주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을까. 를르슈는 괜히 초조해지는 마음에 그에게 괜한 것을 물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요, 아마도 지금처럼 전하에게 들려드리기 위해서 연습한 게 아니었을까요?”

“그때는 나랑 만나기도 전이잖아.”

“사실 평생 다시 피아노를 칠 일이 없을 줄 알았어요. 전하 덕분에 다시 용기 낸 거죠.”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옆자리에 앉도록 권했다. 방금 전 장미정원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앉게 되자, 를르슈는 괜히 뺨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스자쿠는 열 손가락을 쫙 펼치더니 키득거리며 말했다.

 

“KMF에 타다보니까 물집이나 굳은살이 하도 잡혀서, 손이 굳어버렸어요.”

“…그래도 잘 쳤어.”

“몸에 배어있나봐요. 몸의 기억이라고 해야할까요.”

“…….”

 

를르슈는 스자쿠의 어깨에 기대었다. 따뜻한 체온이 넘어오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추우세요? 스자쿠의 살피는 목소리에 를르슈는 고개를 저었다. 

 

“또 피아노 쳐줘.”

“제 연주가 좋으세요?”

“응.”

“그럼 전하도 한 곡 들려주세요.”

“…싫어. 잘 치지도 않고, 연습도 안 해서.”

“그럴 리가요. 나나리 전하께 들려드린다고 연습 많이 하신거 온 황궁이 다 아는데.”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입술을 삐죽거렸다. 아니야, 다 몰라. 다 나를 바보 취급해. 를르슈의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스자쿠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전하를 바보 취급한 것처럼 느껴지셨나요?”

“아니, 스자쿠는 아니지만….”

“그럼 저한테만 들려주세요.”

“…….”

“네?”

 

스자쿠의 조르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면 를르슈는 싫다고 말하고 싶다가도 다시 건반 위에 손을 올리게 되었다. 리퀘스트는 못 받아. 나는 한 곡 밖에 못 치니까. 를르슈가 먼저 못박는 말에 스자쿠는 괜찮다고 말했다. 저도 한 곡 밖에 못 쳐요. 그마저도 끝까지 못 하는 걸요. 그 말에 긴장이 풀린 를르슈는 천천히 건반을 누르기 시작했다.

 

“나나리한테는 비밀이야. 나나리한테 제일 먼저 들려준다고 했었으니까.”

 

를르슈가 시작하기 전에 하는 말에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피아노를 연주하던 뒷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어떤 표정으로 피아노를 치고 있었을까. 어떤 마음으로 이 피아노 앞에 앉았을까.  왜 나를 위해서 연주했을까.

그런 마음들을 엮어서 건반에 호흡을 더하고, 리듬을 타면서, 천천히 천천히 선율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마음의 무언가가 어린 를르슈의 안에서 부드럽게 흘러넘치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