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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2024년 10월 마무리 일기

DOZI 2024.12.02 11:15 read.21 /

안녕하세요, 도지입니다.

12월도 시작된지 어느덧 이틀이나 지났네요.

사실 10월 마무리 일기를 이제 와서 쓰는 것이 뭔 의미가 있겠냐 싶으면서도 그래도 2020년부터 꾸준하게 써온 일기를 2024년 10월에 우울했다고 아예 안 써버리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어서 우선 펼쳐봅니다.

2024년 10월에는 우울해도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일기장에는 매일 매일의 날들에 대해서 빼곡하게 글씨가 써져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는 버틸만 했다… 라는 느낌이 듭니다.

 

벌써 두 달 전의 일이지만, 10월에는 대한민국에 큰 경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이지요. 노벨문학상이 주는 권위에 대해서는 구태여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모두 아실 테죠? 저는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에 한강의 소설을 처음 읽었습니다. 그 시절의 저는 다양한 분야의 글들을 많이 읽고 있던 질풍노도의 사춘기였습니다. 일주일 전에는 강철의 연금술사를 라이트노벨 버전으로 읽거나 하고, 사흘 전에는 룬의 아이들이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는가 하면, 그날에는 꼭 ‘채식주의자’라는 이름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서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다 읽어봤죠. 누군가에게 추천을 받거나 유명해서 읽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제목이 신선하고 한 장 펼쳐보았을 때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한강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충격적인 기분에 대해서 어떻게 써야할지… 지금 단어와 문장을 고르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한강이라는 소설가는 그때쯤이면 이미 성공이 보장된 소설가였을 겁니다. 저는 한강의 경력과 이력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적고 있기는 한데요. 그런 완성된 소설가의 문장을 읽는다는 것은 저에게 큰 충격이었고, 워너비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들기도 전에, 너무 완벽해서 꺾여버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존심이 상하거나 그런 레벨이 아니라 그냥 ‘이런 게 글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나는 죽을 때까지 이러한 글을 쓰는 것은 꿈도 못 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열등감이나 패배의식이 들기보다는 그냥 이런 글을 만날 수 있음에 기뻤다는 생각으로, 한강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한강의 글을 사랑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저도 머리가 굵어지면서 취향이라는 게 생기고 나서부터는 편식의 독서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또 15년 전과 다르게 제 세계도 넓어지면서 좋아하는 작가도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한강에서 이치카와 다쿠지라는 작가와 양윤옥이라는 번역가가 추가되었다는 점 같은 것이지요.

넓어진 세상 만큼 나도 뭔가가 성장하고 있었을까 생각하면 그걸 쉽게 대답하지 못하게 된 게, 스스로 흘려보냈던 시간들에 대해 성장하지 못한 것을 알고 그만큼 떳떳치 못하다는 것에 속상합니다. 포기한 것은 많은데, 포기한 만큼의 기쁨을 얻었느냐, 라는 말에도 대답할 수도 없다는 것도요.

뭔가… 뭐 이야기하려고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아무튼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오랜만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었는데 다시끔 글쓰기를 하고픈 의욕이 꺾였다는 이야기입니다. 더 깊게 이야기하자면 부끄러우니, 아무튼 그랬다는 것이죠.

 

10월에는 친구와 함께 수원행궁으로 나들이를 떠났습니다.

수원행궁은 야간에도 입장이 가능한데, 재미있었어요. 수원행궁을 밤에 걷고 있노라면 내가 왕이 된 거 같고…는 아니고 그냥 당직 서는 공무원 된 기분이라서 웃겼어요. 그 근처에서 밥도 먹고 오는 길에 술도 마셨는데 행복했습니다.

 

또 영화를 봤는데 ‘노트북’이라는 재개봉 작품이었어요. 좀 정신없이 야하다가 막판에 주인공들의 노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명작은 명작이었지만 저는 한 번 보고 말 영화 리스트에 넣어둡니다. 재미있긴 했어요. 두 번 보고 싶진 않습니다.

 

10월에는 기아타이거즈가 우승을 했지요.

이제 되었습니다. 최강기아타이거즈 V12!!! 

사실 광주행 티켓을 끊어두긴 했는데 기아타이거즈가 제가 가는 전날에 우승을 해서 크게 의미는 없었어요 ^^ ㅋㅋㅋ 지금 생각하니 이겼으니까 뭐 됐다, 정도네요. 

 

10월의 값진 소비로는 허킨스 스머그 V2라는 것을 샀는데 이거 정말 요물입니다. 따뜻한 물을 한정없이 마실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이제 11월의 마무리 일기를 써보러 가겠습니다… 슈슈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