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자루루
현대 패러렐
R18
이 버릇은 아마 를르슈만이 찾아낼 수 있는 스자쿠의 버릇이었다. 과거 스자쿠의 연애 경력을 보았을 때 자신만만하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여태껏 그 버릇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으므로, 아마 를르슈에게만 해당되는 스자쿠의 버릇이었다.
를르슈는 여름의 한 가운데, 창문을 다 닫고 에어컨을 틀어놓아도 매미 소리가 먹먹하게 들리는 것은 나름 운치가 있다고 생각하던 중이었다. 자세는 나쁘지만 소파에 길게 누워 그동안 읽겠다고 벼르고 있던 신간 소설을 읽고 있으면 이만한 낙원도 없었다. 그것도 스자쿠가 침실에서 나오기 전까지였다.
더운 여름 내내 평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스자쿠는 퇴근을 하고 나서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성욕으로, 하루 종일 집안에서 시원하게 지내는 를르슈를 섹스로 넉다운 시키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 일상도 어제부로 스자쿠의 아르바이트가 끝나면서 끝이 났다. 둘이서 떠날 여행 자금이 어느 정도 목표 수치를 웃돌았기 때문에 스자쿠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기로 했다. 사람 좋은 스자쿠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곳에서는 술자리를 가졌고, 자정을 훌쩍 넘은 시간에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스자쿠는 집으로 돌아왔다.
술 냄새와 땀 냄새, 그리고 목까지 벌겋게 물든 스자쿠가 인사불성의 만취 상태라는 걸 알고서 에어컨의 온도를 더 낮춘 를르슈는 춥다고 중얼거렸다.
를르, 슈…. 추워?
아니, 그럭저럭….
그게 를르슈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대답이었다. 스자쿠는 소파 위에서 키스를 했고, 그리고 를르슈가 입고 있는 옷을 취한 사람의 손길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깔끔한 수법으로 벗겨냈다. 오늘은 안된다는 의미에서 고개를 저었더니 스자쿠는 소파는 안되겠지, 하면서 바닥으로 끌고 내려가서 거실 바닥에서 를르슈의 구멍을 풀기 시작했다.
딱딱한 바닥에서 뒹굴고 한참을 울고 나서, 를르슈는 허리 아래가 얼얼해진 탓에 스자쿠의 아래에서 겨우 기어나왔다. 를르슈의 하얀 엉덩이가 제 손자국으로 울긋불긋해진 것을 멍하니 보던 스자쿠는 에어컨 아래에서도 땀을 흠뻑 흘린 섹스 덕분에 정신이 들었다.
기어다니고 있는 를르슈를 부축해서 욕실에 들어갔고, 둘은 개운하게 샤워를 하고서 침실에서 잤다. 먼저 눈을 뜬 것은 를르슈였다. 술을 들이부은 채로 잘도 발기해서 섹스까지 한 스자쿠는 오랜만에 체력이 바닥난 모양이었다. 침대에서 널부러져 자고 있는 스자쿠에게 이불을 꼼꼼히 덮어준 를르슈는 거실로 나와서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끈거리는 허리 통증과 함께 를르슈는 그 버릇이 떠오른 것이다. 아마 본인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를르슈는 소파 아래에, 러그의 끄트머리에서 뒹구는 제 검은 머리카락에 한숨을 쉬었다. 한 번 신경 쓰이니 청소를 하고 싶어졌지만, 몸은 욱씬거리고 책의 뒷이야기는 아직도 궁금했다.
그리고 때마침 스자쿠가 나왔다.
“벌써 일어났어, 를르슈….”
“응. 숙취는?”
“괜찮아. 아직 좀 졸리지만.”
부엌에서 스자쿠가 물을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를르슈는 머리카락, 책, 머리카락, 책, 이 두 단어를 번갈아 생각하다가 결국 말하기로 결심했다. 언젠가 한 번쯤은 스자쿠에게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했으니.
물을 마신 스자쿠가 자연스럽게 를르슈의 옆자리에 앉자, 를르슈는 입을 열었다.
“스자쿠, 너 말이야.”
“응?”
“원래부터 남의 머리채를 잡고 섹스하는 걸 좋아해?”
“…응?”
평소에는 다정하지만 조금은 짓궃게 를르슈와 섹스를 즐기는 스자쿠지만, 가끔씩 거칠어지는 때에는 스자쿠는 를르슈의 온 몸을 물어뜯거나, 쥐어짤 기세로 억눌렀다. 높아지는 를르슈의 교성은 나중에는 아파서 내지르는 비명으로 번지기도 했다.
처음에는 여유롭게 를르슈의 안을 즐기던 것도 나중에 이르면 눈물 때문에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콱콱 눌려서 숨도 못쉴 정도가 된다. 아프다거나 그만해달라거나, 그렇게 말하면 키스로 입을 틀어막는다. 숨이 막혀서 죽는 게 아닐까 싶을 때 어이 없게 절정을 맞이하기도 했다. 를르슈의 아래가 흥건하게 젖는 걸 보면서 스자쿠는 더 안으로 파고들었다.
얼굴을 보고 하는거면 그래도 스자쿠의 흥분을 직접적으로 보고 있으니 어느 정도 같이 달아오르는 편이지만, 얼굴을 보지 않고 할 때는 그 쾌락은 공포에 가까웠다.
“머, 머리채를 잡는다니. 내가?”
“평소에는 살짝 만지는 편이긴 했는데, 어젯밤에 확실히 알게 됐다. 특히 뒤로 할 때. 너는 사람 머리를 바닥이나 베개에 처박거나, 아니면 머리채를 잡아.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뭐?!”
스자쿠의 버릇은 뒤로 할 때 드러났다.
처음에는 골반과 허리를 오가면서, 같이 몸을 낮추면서 체온을 즐긴다. 를르슈도 등 위로 쏟아지는 따뜻한 스자쿠의 몸이 좋았다. 같이 허리를 흔들면서 깊이 들어오는 것에 신음도 높아지고 흥분도 더 잘된다.
섹스의 후반부로 갈수록 를르슈는 고개를 가누지 못하고 거의 바닥에 처박혀, 스자쿠의 움직임에 목이 쉴 때까지 울게 된다. 를르슈, 얼굴이 보고 싶어. 이렇게 말을 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기억도 희미한 초반에는 를르슈의 턱을 잡아 올려서 키스를 했지만, 지금은 머리채를 잡아 올려서 혀를 섞는다. 입에 넣지도 않고 공중에서 섞이는 혀를 보고서 를르슈는 이후로 눈을 감고서 스자쿠가 하는 것에 그대로 몸을 맡겼다.
수치심과 쾌락 안에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고통 따위는 아주 사소한 것이었기에 그동안 알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스자쿠의 사소한 행동들도 신경쓰니 알게 되었다. 그런 것들은 보통 여느 때보다 뒷덜미가 아프다거나, 목이 더 잠겨있다거나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딱히….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를르슈한테 그랬다고?”
“의도적인 건 아니라는거군.”
“당연하지! 를르슈랑 할 때 최대한 자제하면서 하고 있어!”
“자제?”
스자쿠의 ‘자제’가 자기가 알고 있는 뜻의 ‘자제’가 맞는지 를르슈는 어이가 없어서 낮게 웃었다.
“어제도 자제한거야?”
“어제는 술 마셨으니까 브레이크가 좀….”
“아냐, 내가 봤을 때 이건 네 버릇이다.”
“버릇이라니, 매번 그러지는 않잖아.”
“정도가 달라질 뿐이다. 무엇보다 너랑 섹스하는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렇다는거야.”
“…….”
“그렇게 기분 나쁜건 아니야.”
를르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스로 자조했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의 버릇에 대해서 딱히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에 의아한 스자쿠의 시선에, 를르슈는 읽고 있던 책을 다시 펼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청소기 좀 돌리라고. 어제 너 때문에 내 머리카락이 천지에 돌아다니고 있으니까.”
“뭐야, 청소하라고 하면 되잖아. 무섭게.”
“뭐가 무서운데?”
“섹스하기 싫다고 할까봐.”
“너를 싫어하게 되는 게 아니라?”
“를르슈는 그렇게 떠보는 걸 좋아하는 거 같은데, 그거 알아?”
“뭐?”
스자쿠는 를르슈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섹스를 해도, 엄청 좋아하는 거 다 알아.”
그러니까 딱히 무섭지도 않아, 하고 떠나가는 스자쿠의 뒷모습에 를르슈는 들고 있던 책을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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