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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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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어11까지 가는 이야기를 썼어야했는데ㅠㅠ 뭔가 이런 느낌으로 이어졌으면 좋겠군~ 하고서 어중간한 곳에서 끝나버린 글... 나이트 오브 세븐이 되면 심각해지는 스자쿠가 좋다

 

 

 

 

 

 

 


 

나이트 오브 세븐에게 호의적인 인물은 드물다. 그의 출신이 안 좋은 것이 아마 크게 한 몫할 것이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에게는 두 번 돌아보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게 브리타니아에서 황제의 기사로 지내면서 쿠루루기 스자쿠에게도 몇 안되는 지인이 생겼다. 대부분 나이트 오브 라운즈 중 몇몇과 정말 드물게 그의 능력을 높이 사는 황족들이 그랬다.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는 파티에서 만난 황족이었다. 높은 황위 계승 순위는 그녀를 돋보이게 만들게 했지만, 동시에 그녀를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친언니인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가 아닌 이상 그녀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가 용기를 내서 인사를 걸면 다들 황송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멀어졌다. 하아, 하고 한숨을 쉬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코넬리아의 개선식에서는 공식적으로 인사는 나누었지만 그 이후의 연회에 대해서는 아직 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자쿠는 그녀에게 먼저 다가갔다. 처음으로 저에게 먼저 다가온 스자쿠에게 유페미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으레 모든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스자쿠는 조금 차갑게 느껴지더라도 인사를 한 후에 다른 곳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조금만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유페미아는 스자쿠의 옷자락을 붙잡고서 조용히 물었다. 넘버스 출신인 나이트 오브 세븐과 이야기를 길게 한다고 해서 좋은 점은 없을 텐데. 그래서 스자쿠는 말했다.

 

‘저는 넘버스 출신입니다, 황녀 전하.’

‘그래도 나이트 오브 세븐이죠? 이번에 언니와 함께 출정도 다녀왔잖아요.’

 

그때의 이야기를 해주세요.

전쟁터의 이야기라고는 전혀 관심도 없어보이는 황녀는 외로운 것을 감추지 않고 말을 했다. 평소의 여자들이라면 으슥한 곳으로 에스코트를 해서 그녀들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스자쿠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 새장 속의 새처럼 가련한 황녀에게는 그런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스자쿠는 ‘재미가 없을 거예요.’라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렁거리는 주변 분위기에 아랑곳 않고 유페미아는 스자쿠의 옆에 서있었다. 코넬리아는 아마 다른 장군들과 저의 기사들을 거느리고 연회 중에도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었고, 그렇기에 스자쿠와 유페미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와 동갑이네요. 아, 그러고 보니 에리어11 출신이라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를르슈도 지금 에리어11에 유학 중인데…. 요즘 들어 좀처럼 연락도 안 되고, 언니는 바쁘니까 따로 물어볼 수도 없거든요.’

‘그 분의 이름은 처음 듣네요.’

 

유페미아는 저와 나이가 가까운 이복 오빠의 이야기를 했다.

를르슈라는 이름은 모르지만 마리안느 비 브리타니아의 이름은 스자쿠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 출신의 황후가 아니던가. KMF의 테스트 파일럿으로도 유명했다.

그 마리안느 황후의 장남이며, 테러로 어머니를 잃고서 어린 나이에 아리에스의 주인이 되었다고 했다. 마리안느가 살아있을 적에는 리 가문의 황녀들이 자주 놀러올 정도로 사이가 긴밀했지만, 그 이후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밖에 만날 수 없게 되어서 섭섭했다고. 최근에는 에리어11로 유학을 간다고 전하는 모습이 마지막이었다.

 

‘에리어11은 곧 언니가 총독으로 부임하니까 를르슈도 금방 연락이 될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길게 연락이 안 된건 처음이거든요. 나나리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

 

아마 그 이복오빠의 여동생의 이야기인 것 같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아무래도 스자쿠와 관련 없는 이야기였다. 스자쿠는 지루하지만 유페미아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어느덧 코넬리아가 다가와서 유페미아를 데려갔다. 스자쿠에게는 다행인 일이었다.

그나저나 에리어11의 총독이 코넬리아라니, 가혹한 정치가 시작될 것이다. 스자쿠는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회장 밖으로 나왔다. 사람을 불러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다음날, 스자쿠는 코넬리아에게 불려갔다.

그녀의 전갈에 스자쿠는 지난밤에 유페미아에게 뭔가의 결례라도 저질렀나 되짚어 생각해보았지만, 그럴 것도 없었다. 다만 걸리는 것이 있다면 연락이 안된다는 그 이복 오빠의 이야기를 건성으로 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면식도 없는 황자에 대한 이야기로 혼난다는 것은 코넬리아의 성미에 맞지 않았다.

대체 왜? 스자쿠는 그런 의문을 품으며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열면 코넬리아와 그녀의 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상 그렇듯 기계적으로 인사를 하고 나면 코넬리아는 평소보다 누그러진 말투로 스자쿠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와 스자쿠가 말을 한 것은 지난 주에 갔던 유로 브리타니아의 동부 테러 진압 때가 처음이었다. 

 

“다음주로 나는 에리어11의 총독으로 부임할 예정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나이트 오브 세븐은 자기 고향이니 그쪽 소식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겠지만, 그 지역의 치안은 불안한데다가 테러의 규모는 조악하지만 그래도 그 빈도는 많은 편이라 진압하는 것도 이쪽에서는 상당히 소모적인 전투이다.”

“예.”

“보통 당근과 채찍이라고 하지? 나는 일레븐을 달랠 인사로 너를 데려가고 싶다, 나이트 오브 세븐.”

 

스자쿠는 입안이 썼다. 스스로 나라를 등지고, 브리타니아에 충성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목표가 어찌되었든 어떻게 보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걸 본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나라를 팔아도 이렇게 출세할 수 있다는 사람으로 스자쿠를 내세우겠다는 뜻이었다. 어제 만났던 그녀의 여동생인 유페미아의 부드러운 분위기를 떠올렸다. 정 반대의 자매였다.

 

“하지만 경은 나이트 오브 라운즈, 황제 폐하의 기사이니 내가 직접적으로 명령할 수는 없다.”

 

그러니 황제에게 직접 에리어11에 갈 수 있게 명령을 내려달라고 간청해야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돌려말한다. 스자쿠에게는 거부권이 없다. 이 황녀는 군부에서도 위상이 높은데다가 스자쿠의 가치를 제대로 눈여겨 보고 있는 드문 황족 중 한 명이었다.

그래도 기꺼이 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스자쿠가 무훈을 쌓아올려 나이트 오브 라운즈가 된 이유는 이런 조잡한 영광에 만족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대답이 늦어지는 스자쿠를 보던 코넬리아는 짧게 혀를 찼다.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는 이런 일 말고 바쁜 걸 알고 있으니까. 딱히 불이익도 주지 않아.”

“황녀 전하.”

“그저 단독적으로 움직일 말이 하나 더 필요했을 뿐이다. 그 중에 네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뭐, 이쪽에 남는 손이 없는 건 아니야.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미안하다, 나이트 오브 세븐.”

 

스자쿠의 대답은 이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스자쿠는 알겠다고 고개를 숙이며 그녀의 방에서 나왔다.

복도에 나온 스자쿠는 화려하고 높은 천장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피곤하다. 에리어11에 코넬리아 같은 사람이 간다면 당장에 테러는 줄어들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년이 더 걸릴까. 스자쿠는 장갑을 낀 손을 주먹쥐었다. 몇년이 걸려도 스자쿠는 해낼 생각이었다. 그것 말고는 이 삶의 목표는 없었다.

 

“안녕하세요, 스자쿠.”

 

조용한 발소리와 함께 살짝 들뜬 목소리는 어제 들었던 그녀의 목소리였다. 유페미아였다. 스자쿠는 급하게 무릎을 꿇었다. 유페미아는 괜찮다며 일어나라고 했다. 군부와 영 어울리지 않는 그녀가 여기까지 온 일이 무슨 일인지 몰라 물으니 유페미아는 축 늘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니한테 오늘 저녁에 있을 파티는 쉬고 싶다고 말하려고 왔거든요.”

“몸이 안 좋으시면 바로 코넬리아 전하께 알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몸이 안 좋은 게 아니라…. 를르슈가 계속 걱정되어서.”

 

계속 기운이 없으니까 언니가 모처럼 파티에 보내주기도 하는데, 이젠 그럴 기력도 없거든요.

유페미아는 겨우 웃었다. 스자쿠가 뭐라고 위로할 말은 없었다. 그렇습니까, 하고서 기계적으로 대답한 스자쿠에게 유페미아는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언니도, 나나리도 걱정하고 있는데, 를르슈는 왜 연락이 안 되는지….”

“따로 친위대를 꾸려서 찾는다거나, 그러지 않습니까?”

“언니는 총독으로써 할 일도 있으니까요. 를르슈와 우리는 같은 집안도 아니라서 본격적으로 찾을 수도 없어요. 그리고 를르슈가 에리어11에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공식적으로 발표되면 곤란하다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고….”

“복잡하군요.”

“슈나이젤 오라버니도 찾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들 바쁘니까요.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잘 가요, 스자쿠.”

 

발소리와 함께 멀어지는 유페미아의 등을 바라보았다. 스자쿠는 멀리 보이는 정원으로 걸어갔다. 보안이 완벽한 이 군부 건물에서 그나마 평화로운 곳이었다.

긴 원정 끝에 스자쿠는 오랜만에 쉴 수 있었고, 코넬리아의 전갈이 없었더라면 저택에서 쳐박혀서 나오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니면 스자쿠를 꾀어내는 야회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현실은 정복을 갖춰 입고 군부에 출근해, 짧은 용건 끝에 정원에서 장미꽃이 다 져버린 녹색 잎을 멍하니 바라봐야했다.

장미가 맞기는 한건가. 스자쿠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정원의 뜰에서 멀어졌다. 돌아갈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