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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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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of devil 中

DOZI 2020.06.22 14:07 read.542 /

쿠루루기 스자쿠는 마피아의 가장 말단에 속한 사람이었다. 먼 이국 출신의 동양인이라는 약점을 귀신 같은 운동신경으로 커버하여, 패밀리 보스의 눈에 들어 자리를 얻어낸 것이었다. 그리하여 패밀리에 귀속된 스자쿠에게는 정작 소속감이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그저 시비 거는 사람들이 줄어 들었고, 시비가 걸린다면 총알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권총 한 자루가 쥐어졌을 뿐이라는 것 말고는 나아지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스자쿠의 일처리 방식은 제법 시원시원한 편이었다. 쓸데 없는 살인은 하지 않는 주의지만, 목적이 있다면 뒷처리가 남지 않게 처리하는 방식에 대해서 보스는 그에게 호의를 품고 있었다. 일개 동양인 주제에,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의 시선에 스자쿠는 금방 악의를 느꼈다.

같은 패밀리라고 해도, 스자쿠는 금방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말단의 사람이다. 그걸 노리고서 녀석들으 스자쿠의 목을 치러 온 것이었다. 

삶에 대한 소속감은 없더라도, 죽음에 대한 갈망도 없는 스자쿠는 달아나고 달아나서 교외의 성당까지 도망쳤다. 머릿수로는 한참이나 전력이 부족하고, 스자쿠가 아무리 운동신경이 좋다고 하더라도 권총 한 자루로 열 명이 넘는 장정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웠다.

가벽을 밟고 올라가 지붕 위로 올라탄 스자쿠는 반쯤 무너진 2층의 벽을 발로 찼다. 그리고 부스스 일어나는 먼지들 사이로 그를 발견한 것이다.

어두운 밤, 달빛조차 비추지 않는 그 밤에 형형하게 빛나는 보라색 눈의 사내, 를르슈를 만난 것이다. 

 

“신부가 아니면 어떻게 할 셈이지?”

“뭐, 그러면 풀어줄 생각도 없어.”

“무기도 없는데? 너무 과한 거 아닌가?”

“거짓말쟁이한테 벌 주는 것 치고는 가벼운 거 아닌가?”

“네가 뭔데 나에게 벌을 주지?”

 

이번엔 스자쿠가 말문이 막혔다. 음, 하고 고민하는 소리를 내다가 스자쿠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를르슈의 등 뒤로 묶인 매듭을 만지작거렸다. 풀어줘야할지, 아니면 더 세게 묶어놔야될지, 고민이 되었다. 

 

“나는 스자쿠야.”

“이상한 이름이군.”

“그렇겠지. 이 일대에서는.”

“…….”

“너는?”

“이름을 알려주면 풀어줄건가?”

“글쎄.”

 

스자쿠의 무책임한 대답에 를르슈는 질린 듯이 대답했다. 내 이름은 를르슈다. 를르슈의 뭉개진 발음 끝으로 들리는 이름은 스자쿠에게 낯설게 들렸다. 를르슈? 앵무새처럼 따라하는 말투에 를르슈는 미간을 찌푸렸다. 

서서히 마력이 동나고 있었다. 이대로 죽는 건 시간 문제였다. 가족 이외의 키스를 주고 받은 적은 한 번도 없는 를르슈에게 이 남자의 정기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비위가 상한다. 먼지투성이에, 상처투성이, 살짝 까진 입술은 분명 부드럽지 않고 거칠 것이 분명했고, 피맛이 난다면 정말 헛구역질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모든 상황을 상정한다 하더라도 스자쿠의 정기가 필요했다.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지만, 지금처럼 상황이 열악한 이상 모든 수를 동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스자쿠, 잠깐 이쪽으로….”

 

를르슈는 없는 마력을 쥐어짜면서 템프테이션을 시도했다.

어두운 곳에서도 고양이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어느 순간 붉게 빛이 나는 것에 스자쿠는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를르슈의 눈은 부드럽게 깜빡거렸다. 흙먼지에 같이 구른 것은 분명한데, 를르슈의 몸은 유달리 더 하얗고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상하지, 이런 건 이상하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마력은 충분히 채워졌는데 그럼에도 스자쿠를 떼어내지 못하는 것은 를르슈의 근본이 탐욕스러운 악마이기 때문이었다. 벌어진 엉덩이 사이로 정액이 흘러넘치는 것이 아쉬워서 뒤를 잔뜩 조이면 얼굴이 붉어진 스자쿠가 헐떡거리면서 를르슈의 입술에 매달렸다. 혀를 섞고 타액을 나누는 과정 속에서도 쾌락은 유효했다.

스자쿠는 여전히 어떤 것도 파악하지 못한 채로 를르슈의 혀를 물어 뜯을 것처럼 제 입안에 넣고 굴리다가, 다시 발기한 아래를 를르슈의 안으로 밀어넣었다. 제대로 풀지 않고 넣은 탓에 이미 피를 본 뒷구멍은 정액과 뒤섞여 엉망이었다. 그런데도 아프기 보다는 기분이 좋았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허리를 제 다리로 감싸면서 신음했다. 

처음 맛보는 인간 남자의 정기는 탐욕을 부리지 않을 수가 없을 만큼 달콤하고 농밀했다. 뺨이 붉어진 채로 계속해서 저를 탐하는 스자쿠를 껴안고서 가슴을 내어주면 그가 빨아올리는 혓바닥에 입이 다물리지 못해 신음이 질질 흘러나왔다.

섹스는 기분이 좋은 거구나, 정말로. 인공 정액 따위와 질이 달라. 

뒤로 묶여있던 손은 어느새 풀려서 스자쿠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름을 신음 사이에 섞어서 부르면 스자쿠의 아래는 좀 더 부풀고 단단해졌으며, 빠르게 절정을 맞이하면서도 다시 뜨거워졌다.

몇번째의 사정인지도 모르는 때에, 가득 차오르는 마력과 충족되는 기분에 를르슈는 까무룩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한낮의 태양이 그 뜨거움이나 밝음을 알려주지 않아도, 인간 생활에 익숙해진 를르슈는 대낮이 되어서야 ‘늦었다’고 생각하며 깨어났다. 뒤로 묶인 팔이 뻣뻣하게 굳어버린 것을 보아 아직도 그 스자쿠라는 인간에게 묶여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템프테이션으로 마력을 채웠기에 밧줄 하나 푸는 건 일도 아니었지만 다짜고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갇혀서 나가기로 하는 것은 마력과 체력의 쓸모없는 소모였다. 그런 것은 사절이었다. 를르슈는 침대 위에서, 뒤로 묶인 몸을 겨우 일으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벽이 무너졌던 성당이 아니라 어딘가의 낡은 방이었다. 그 낡은 먼지 냄새는 를르슈가 머물렀던 성당의 냄새와 비슷했다. 사람이 사는 것 같지 않은 살풍경한 방의 모습에 를르슈는 구경하는 것도 그만두었다. 그 사이에 문 근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들어오는 사람은 스자쿠였다. 

 

“일어났어?”

“이거 좀 풀어주지.”

“글쎄. 내 생각에 너를 계속 경계해야할 것 같아서 풀어주긴 힘들어.”

“…네가 뭐라고?”

 

스자쿠는 한 손에는 와인과 다른 손에는 와인잔을 들고서 흔들어보였다. 뭐, 대낮부터 술 한 잔 걸치는 주정뱅이라고 하면 돼? 를르슈는 대답 대신에 사선으로 시선을 돌렸다. 

 

“를르슈는 계속 내가 뭐라고 너에게 이러냐고 묻고 있지만, 그건 오히려 내가 너한테 물어봐야할 말 아닐까?”

“영문 모를 소리를 하는군.”

“나는 남자랑 섹스 안 해.”

“나한테 욕정한 주제에.”

“그래, 그게 이상해.”

“…….”

 

예리한 인간이다. 를르슈는 더 이상 대꾸 않고 그의 시선을 피하기로 했다. 도망치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와인 한 잔을 따라 마시면서 그 역시 입을 다물었다.

마력도 충분하고, 체력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스자쿠를 마력으로 제압한다 하더라도 가벽 하나를 때려부술 체력의 소유자를 손쉽게 따돌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지옥으로 달려나갔다가는 이 우스운 꼴을 보고서 동료들에게 놀림거리가 될 것이다. 

 

“그거 다 마시고, 이거 풀어줘.”

“싫어.”

“왜?”

“거짓말쟁이 말은 안 듣거든, 나.”

“주정뱅이 주제에.”

“나한테 무슨 짓 했어? 그 사이에 약을 탔을 리는 없고.”

 

스자쿠는 다시 와인 한 잔을 따랐다. 를르슈는 그가 그 한 잔을 다 비울 때까지 마력으로 묶인 밧줄을 느슨하게 만들었다. 한결 편안해진 팔에 호흡도 나아졌다. 보통 인간이라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한 차이였지만, 스자쿠는 와인과 와인 잔을 테이블 위로 올려두고서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밧줄 풀었구나.”

“무슨 소리를.”

“풀었잖아.”

 

느슨하게 풀려있는 밧줄은 스자쿠의 손짓 하나로 금방 풀어졌다. 갑자기 앞으로 흔들린 팔에 를르슈는 아파서 비명을 내질렀다. 

 

“혼자서 풀 수 있는 매듭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한 거야?”

“하! 풀어줄 생각도 없었으면서 그런 걸 왜 묻지?”

“나를 죽이러 왔어?”

“뭐?”

 

스자쿠의 커다란 눈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렇게 물어왔다. 나를 죽이러 왔냐고. 다시 되풀이되는 그 말에 를르슈는 헛숨을 삼키면서 웃기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내 앞가림만으로도 충분히 바쁜 사람이야, 남을 죽이는 사사로운 일 따위에 신경 쓸 새가 없다고!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풀린 밧줄을 들고서 중얼거렸다. 어쩔 수 없지. 나도 내 앞가림이 충분히 바쁘지만, 이건 빨리 가기 위한 지름길이니까. 를르슈의 두 손을 다시 밧줄로 묶어놓았다. 

 

“네 소속을 밝혀내고 말겠어. 나도 이젠 지긋지긋하니까.”

“무슨 소속…?”

“고문은 처음이지만, 나도 보고 배운 게 있으니까 아쉽지 않게 해줄게.”

“…고문?”

 

스자쿠는 단정하게 목을 죄고 있던 넥타이를 풀면서 발버둥 치는 를르슈의 눈가에 그것을 둘러주었다. 뒤로 꽉 여민 매듭에 만족스러워하면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하얗게 질린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예쁘고 가늘고 하얀 손가락이지만, 오늘까지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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