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왼쪽 뺨을 맞았다. 얼굴에 스친 것이었는데도 원체 힘이 좋은 녀석이라 그런지, 쉽게 멍이 들었다. 유페미아가 두고 간 파운데이션이 없었더라면, 를르슈는 얼굴의 멍자국은 가릴 수 없었을 것이다. 얼굴은 봐주면 좋겠는데, 그렇게 생각한게 지난주였다.
화요일에는 목덜미를 물렸다. 있는 힘껏 깨물리고, 고깃덩이를 베어낼 기세로 깨무는 것에 소리를 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비명소리에 스자쿠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송글송글 맺히는 핏방울을 아쉬워하면서, 스자쿠는 를르슈한테 ‘반성’했는지를 물었다. 무슨 반성을 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스자쿠를 쳐다보면 스자쿠는 어쩔 수 없다면서 혼을 내야겠다는 말을 하고 섹스를 했다. 잇자국이 난 목덜미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그 애무에 를르슈는 몇번이나 절정에 달했다.
수요일부터는 조금 이르지만 목이 올라온 옷을 골라 입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들킬까봐 머플러까지 꼼꼼하게 두르고 실내에서도 벗지 않았다. ‘그거 덥지 않나요, 선배?’ 지노 바인베르그의 물음에 를르슈는 태연하게 말했다. ‘스자쿠가 선물해준 거야.’ 그러면 지노는 질린 얼굴로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니까, 하고서 너스레를 떨었다. 어쨌든, 잘 넘어갔다.
그리고 금요일인 오늘, 술에 취한 스자쿠가 집으로 돌아왔다. 집인데도 를르슈는 목이 높게 올라온 니트를 입은 채로, 텔레비전 조명의 어슴푸레한 빛으로 거실에 앉아서 스자쿠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버지의 집안 사정 때문에 학교까지 쉰 스자쿠는 를르슈가 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보고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어두운 현관 불빛으로도 그것이 보인다는 것은, 자신이 얼마만큼이나 스자쿠를 좋아하고 있는 것인가… 를르슈는 입맛이 썼다.
“안녕, 를르슈.”
늦은 주제에 무엇이 ‘안녕’이라는 건지.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이며 스자쿠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현관 앞에 선 스자쿠는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에 를르슈에게 손짓했다. 까닥거리는 손은 귀여운 고양이를 부를 때의 것과 닮아있었다.
를르슈는 그의 고양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에 홀린 사람마냥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를르슈가 가까워지면, 스자쿠는 자신이 후려쳤던 왼뺨부터 물어뜯었던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니트 위로 오싹오싹한 전율이 일었다. 를르슈는 찌릿한 아픔과 함께 새어나는 소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스자쿠는 ‘아…!’ 하는 를르슈의 탄식에 어느 것도 느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아팠겠다.”
말할 것도 없이, 몹시 아팠다. 얻어맞은 뺨의 붓기가 빠질 때까지를 얼마나 기다렸고, 파운데이션을 바르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목덜미는 솔직히 죽는 줄 알았다. 피가 멎지 않는 것이 무서워서 스자쿠를 몇번이나 불렀었는지. 섹스를 하는 와중에도 핏자국이 낭자한 시트를 보면서 무서워서 스자쿠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혼절할 것 같은 절정 사이에서도 스자쿠를 놓지 않으려고 했다.
“다음엔 이런 일 없도록 하자, 를르슈. 알겠지?”
“…응.”
“아버지가 말이야, 를르슈랑 언제까지 같이 지낼거냐고 물어보더라구.”
“응.”
“그리고, 음, 또 뭐라더라. 유피랑 곧 결혼하라는데… 괜찮을까, 를르슈?”
“유피는 널 좋아하니까….”
“응, 그렇지만 를르슈 만큼은 아니지.”
“…….”
“를르슈처럼 날 좋아하진 않잖아.”
그럴 것이다. 꽃처럼 자란 그녀는, 를르슈처럼 뺨을 맞아도 버텨내지 못할 것이고, 목덜미를 물어뜯겨도 숨이 금방 멎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것을 감내한다 하더라도 자신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 스자쿠를 를르슈처럼 악착같이 사랑하지는 않을 것이다.
“를르슈도 결혼할거야?”
스자쿠는 묻는다. 의미 없는 질문에 대해서 를르슈는 재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안 해, 나는 너 뿐이니까. 확실한 즉답까지 내뱉고 나면 스자쿠는 그래, 그거야, 하면서 현관을 넘어서 집안으로 들어왔다.
를르슈의 공간에 스자쿠가 들어옴으로써 생기는 이 충만한 안정감, 를르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결혼하지 마. 그냥 평생 나랑 있어.”
“…응.”
“내가 결혼해도 말이야, 를르슈는 그냥 내 방에서 사는 거야. 유피가 뭐라고 해도.”
“응.”
“근데 주변에서는 이상하게 보려나? 아무리 이복남매여도 남매랑 같이 사는 남자라니.”
“…괜찮아.”
“그래?”
“왜냐면… 스자쿠랑 나는 사랑하는, 사이니까.”
방해물은 오히려 유페미아야. 를르슈는 그 말을 삼키려고 애를 썼다.
사랑하는 여동생, 그녀는 사랑스럽고 아름다운데, 어째서 그녀는 방해물이 된 것일까. 를르슈는 저에게 다가오는 스자쿠가 자신을 으스러뜨릴 것처럼 껴안는 것에 얌전히 안겨있었다. 스자쿠의 뜨거운 한숨이 귓가에 흩뿌려졌다.
텔레비전의 나즈막한 소리, 를르슈의 숨을 내쉬는 소리, 스자쿠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말들이 뒤섞였다.
* 정해둔 설정들
- 스자쿠와 를르슈는 서로가 서로에게 DV하는 존재임
- 스자쿠가 를르슈를 육체적으로 DV한다면, 를르슈는 스자쿠를 정신적으로 DV함
- 유페미아는 스자쿠의 약혼녀
- 하지만 스자루루의 관계를 알고서 ‘둘은 사랑하는 방식이 틀렸어요!’라고 꾸짖어주는 캐릭터
- 언젠가 해피엔딩이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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