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오브 세븐이 경합에 이겨서 원한 것이 자신이라니.
하얀 턱시도 차림의 자신을 거울로 비추어 보면서,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항상 검은색 옷만 입어왔다보니 하얀 옷을 입은 자신은 어딘가 어울리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치장을 해준 메이드가 수줍게 웃으며 ‘잘 어울리세요’라고 칭찬을 해주었지만, 이 판국에 그런 칭찬이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이제 와서 나를 원한다고?
를르슈의 머릿속은 오로지 나이트 오브 세븐 생각 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 녀석의 머릿속은 이해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속을 알 수 없었던 적은 없었다.
그가 나이트 오브 세븐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그랬다. 배신감에 사흘 밤낮을 자지 못하고 울기만 했다. 나의 기사가 되어주기로 했으면서! 어렸던 를르슈는 베겟잇을 적시면서 쿠루루기 스자쿠를 평생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때의 다짐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일인가.
를르슈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드는 오늘만을 위해 갈고 닦은 기술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마냥, 한껏 공들인 치장이 평소보다 더한 화려함을 더했다.
정말 잘 어울리는 걸까? 그 녀석은 이런 걸로 괜찮은걸까?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서열계승순위가 낮은 황족과 결혼하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스자쿠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었다. 넘버스 출신 치고는 이례적인 출세인 것으로도 모자라서, 이번 경합에서는 나이트 오브 원까지 꺾었으니 그는 명실상부한 제국 최강의 기사였다. 출세를 위해서, 그것도 남자인 황자와 결혼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를르슈와 스자쿠의 결혼에는 이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다.
그런데도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청혼했고, 를르슈는 스자쿠의 청혼을 거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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