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Very2ndPlace
< >

그 남자, DV

DOZI 2019.05.19 21:29 read.581 /

대학생 스자루루입니다.

 

 

 

 

 

 

 

 

 

 

 

 

1.

 를르슈 람페르지의 휴학 소식은 순식간에 대학을 휩쓸고 갔다. 같은 과도 아니고, 심지어 같은 대학 소속도 아닌 쿠루루기 스자쿠는 공과대학까지 들린 경영대학 캠퍼스 미남의 휴학 소식에 쓴웃음을 지었다. 헤에, 람페르지 군이 말이지? 브리타니아한테 지원금 받을 때 확실하게 도와주는 소중한 인력이 말이지~? 실험 결과지 시트를 뽑아보던 아스플런드 교수까지 하고 있는 말에 스자쿠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런데 사고가 났던 시간이면 스자쿠 군도 집에 가던 때 아니었나?”

 

 기계에 관한 일이 아닌 이상 흥미를 보이지 않는 눈이 스자쿠를 날카롭게 꿰뚫었다. 스자쿠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글쎄요, 편의점에 들러서 가느라 엇갈렸을 지도 모르죠.”

 “구급차 사이렌이 요란했겠어!”

 “…….”

 “아, 근데 이상하군. 그렇게 다쳤으면 사이렌 소리를 들었다는 애들도 나와야하는 거 아닌가? 역~시! 그래서 람페르지 군의 휴학 소식이 이렇게 미스테리하다는 것! 좋아, 좋아, 젊은 청춘에게는 이 정도의 아이러니는 확실히 특권이지.”

 

 스자쿠는 다 인쇄된 시트를 한데 모아 묶었다. 교수의 책상 위에 올려두며 이제껏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그러면서 교수님은 젊은 청춘인 학부생을 너무 부려먹으시잖아요.”

 “아이러니가 특권이라고 했었~지? 고생했어, 스자쿠 군!”

 

 기계의 정밀 오차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자네가 있어 이 애쉬포드는 축복받은거야. 감사, 감사. 로이드 아스플런드의 정신 사나운 감사 인사에 스자쿠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실험실을 나왔다.

 가는 길에 조심하라구! 아, 그래도 스자쿠 군이라면 교통사고가 나도 병원으로 알아서 걸어갈 것 같—군! 또 이상한 인사였다. 

 

 

 

2.

 의자가 박살이 났다. 철제 의자에서 나무 의자로 바꾼지 얼마 안 되었던 때였다. 그 전에 있던 철제 의자는 스자쿠가 욕실 문을 부술 때 같이 휘어져서 버렸다. 테이블에 어울리는 나무 의자를 찾느라 고생했던 를르슈는 그 의자가 제 등을 내리치면서 부서졌다는 것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고통이 두 번째였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를르슈.”

 

 웅크려진 를르슈의 몸을 바닥에 눕힌 스자쿠는 낮게 중얼거렸다. 거짓말 한 적 없어, 라고 대꾸하면 스자쿠의 화를 더할 뿐이었다. 하지만 대답하지 않으면 스자쿠는…. 미안하다고 하면 거짓말을 한 것이 되고, 미안하지 않다고 하면.

 

 “머리 굴리지 마. 또 거짓말?”

 

 나무 조각들이 옷 아래에서 느껴졌다. 를르슈는 앓는 소리와 함께 스자쿠가 제 셔츠의 단추를 푸는 것에 흡, 하고 숨을 들이마셨다. 벗은 살갗 위로 뜨거운 손과 혀가 닿았다. 목덜미에 느껴지는 아픈 느낌에 스자쿠가 깨무는 걸 알았다.

 바지 안으로 손이 들어오고, 를르슈는 저를 쥐고 흔드는 손길에 눈물이 났다.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너야말로. 를르슈는 다리를 벌리는 스자쿠에 쥘 것도 없는 손을 주먹쥐는 수 밖에 없었다. 온몸이 아팠다. 온몸으로도 모자라서 마음까지 아팠다. 스자쿠의 손에 사정하고 나면 그것으로 아래가 벌어지고, 또 파고드는 스자쿠의 것에 를르슈는 이제 울음소리를 냈다. 이건 참을 수 없었다.

 울고 있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조금 누그러워졌다. 바닥 위에 널부러진 를르슈를 제 품으로 끌어당긴 스자쿠는, 그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안으로 더 깊숙하게 들어온 스자쿠 때문에 숨이 버거웠지만 그래도 포옹이 좋았다.

 거짓말은 한 것은 없다. 나나리와 함께 있는 시간에 휴대폰을 보는 것이 늦어졌을 뿐이었다. 오는 길에 여자를 만났다고? 만났을 지도 모른다. 전철을 탔으니까, 절반은 남자고 절반은 여자였겠지. 말을 했냐고? 했을 지도. 지금 역이 어디인가요? 글쎄요, 저는 거기까지 안 가서. 그리고 그 여자는 다른 사람에게 대답을 얻고 다시 이어폰을 꽂았다. 를르슈는 작정하고 누군가를 만나러 나간 게 아니었다.

 그래도 이 사실을 말해도 스자쿠는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믿을 이유가 없으니까. 먼저 두 사람의 규칙을 어긴 건 를르슈였다. 하지만 아픈 건 아프고, 울고 싶은 건 울고 싶은 것이었다.

 

 “이번만 용서해줄거야….”

 

 그렇게, 이번에는 침대에서 아주 부드럽고 상냥하게 저를 어루만지는 스자쿠와 섹스를 했다.

 처음엔 기분 탓이겠거니, 했던 다리의 통증이 느껴졌다. 의자를 부수고 나서 스자쿠가 다리를 짓눌렀을 때의 말도 안되는 고통이 느껴지긴 했지만, 설마, 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벽이 되면 퉁퉁 부은 다리 때문에 를르슈는 자던 스자쿠를 깨웠다.

 새벽에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갔다. 다리에 금이 갔다. 의사가 진찰하며 살피던 를르슈의 발목에는 스자쿠가 깨물고 손으로 멍이 들 때까지 쥐어버린 자국이 남아있었다. 스자쿠가 고개를 돌리자, 를르슈는 거짓말을 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자기가 하지도 않은 거짓말 때문이었는데도, 스스로 그 생각에 웃음이 났다.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차에 치였는데, 별 거 아닌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 차주 명함은 받았어요.

 

 금이 간 것이지만, 한 달동안은 움직이는 것을 조심해야 했다. 를르슈는 휴학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차를 타고 다닌다거나, 다른 수단이 있긴 했지만, 그것 밖에 생각이 안 났다. 휴학을 한다는 건, 일정 시간 밖에 있는 것을 포기한다는 뜻이었다. 

 그건 스자쿠를 기쁘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3. 

 “쿠루루기 스자쿠, 너 말이야….”

 “아, C.C. 오랜만이네. 마리안느 씨는 잘 지내셔?”

 “마리안느가 잘 지내는 거랑 별개로 오랜만에 너랑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스자쿠는 실험실 가운을 캐비넷에 집어넣고 나왔다. 공대 안에 있는 카페테리아라도 갈래? C.C.는 고개를 저었다. 갈 곳은 내가 정해. 그리고 스자쿠는 C.C.가 운전하는 차에 올라탔다. 

 어디론가 가는 줄 알았는데 차는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처음엔 캠퍼스 안을, 그 다음은 이 도시를.

 

 “마리안느도 눈치챈 거 같아.”

 “그래서?”

 “그래서, 가 아니라고. 를르슈 보고 집에 들어오라고 하면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

 

 운전에 집중하던 C.C.가 큰 소리를 냈다.

 

 “그럼 를르슈가 내가 했다고 마리안느 씨한테 말할 거라고?”

 “그래, 마리안느한테는 거짓말을 한 번도 안 한 애니까!”

 “…….”

 “네가 그러는 걸 처음 눈치 챘을 때 말했어야 했어.”

 “내가 뭘?”

 “를르슈를 때리잖아, 너!”

 

 스자쿠는 그 말에 제가 되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를르슈를 때려?”

 “그게 때리는 게 아니면 뭔데?”

 “나는 를르슈를, 때린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그냥 화를 냈을 뿐이야.”

 

 C.C.도 가끔 그러지 않아? 마리안느 씨한테 화를 내잖아.

 이번엔 저한테 돌아온 말에 C.C.는 스자쿠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그제서야 빨간불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익, 하는 날카로운 소음과 어둑해진 도로에서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이 다행이었다. 

 

 “내가 마리안느한테?”

 “아니라면 뭐, 개인 차이인거지. 아무튼 를르슈를 때린 적은 없어. 사람 매도하지 마.”

 “…….”

 

 여기까지 온 김에 뭐라도 사갈까? C.C.가 놀러오면 를르슈도 좋아할 텐데. 스자쿠의 천연덕스러운 말에 C.C.는 시선을 앞으로 내던져두고 할 말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