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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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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얼굴이 달콤한 그 남자, 쿠루루기 스자쿠는 의외로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몹시 배고프다거나,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단 것을 찾지 않는 편이었다. 싫어하지도 않지만, 좋아하지도 않아. 스자쿠는 단 것에 대한 평가를 그렇게 내렸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자신의 앞에 놓인 블랙 커피와 스자쿠의 앞에 놓인 밀크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빙을 해준 서버는 마지막으로 마카롱과 케이크 한 조각을 스자쿠 쪽으로 놔주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스자쿠는 애매하게 웃는 표정으로 서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버는 스자쿠와 시선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앞치마에서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를 꺼내면서 스자쿠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이번에 나온 ‘제로’ 너무 재미있게 봤어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아, 안 될 건 없는데…. 음, 이름이?”

 

스자쿠는 데이트 중임에도 불구하고 업무에 성실했다. 몇 천 번이고 해봤을 사인을 정중하게 해주면서 그는 P.S.까지 남겨주었다. 를르슈는 이런 상황에 몇번이고 놓였지만, 그때마다 상황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편이었다.

오늘은 모처럼 스자쿠가 쉬는 오프이고, 를르슈의 시나리오 작업도 할당량을 채웠기 때문에 쉴 수 있었고, 학생 때 자주 가던 카페가 쉬지 않는 날이어서 내친 김에 카페 데이트를 하러 나온 것 뿐인데.

스자쿠가 펜과 종이를 돌려주는 모습을 보면서 를르슈는 뒤늦게 밀크티와 마카롱, 케이크를 자기 쪽으로 돌려두었다. 시간이 적당히 지났겠지, 하고서 밀크티에 담가진 티백을 빼놓고서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를르슈, 무슨 일 있어?”

“아니. 별 일 없어.”

“왜 갑자기 한숨이야?”

“새삼… 사는 세상이 다르다는 게 느껴져서?”

 

스자쿠는 그 말에 미간을 묘하게 좁혔다. 그도 무슨 말인지는 이해는 하지만, 를르슈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할 말이 없어진 를르슈는 마카롱을 한 입 베어물었다. 작은 마카롱은 를르슈의 한 입에 반쪽이 되었다. 남은 한 쪽을 달라고 스자쿠가 입을 벌렸지만, 를르슈는 먹여주는 대신에 접시 위에 내려두었다. 행여 누가 볼까 싶어서.

그것을 알아차린 스자쿠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반쪽짜리 마카롱을 입에 털어 넣었다. 맛있어?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스자쿠가 마카롱을 먹는 것에 를르슈는 의아해하면서 물었다. 달아. 스자쿠는 맛있다는 말 대신에 달다는 말로 대꾸했다. 별로라는 거겠지. 너는 단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를르슈는 피식 웃으면서 케이크를 조각 내어 먹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사인 해줄 때, ‘제로’는 를르슈가 만든 거라고 말해줄 걸 그랬어. 그러면 너한테 사인을 받아갔을 텐데.”

“뭘 내가 만들어, 나는 시나리오만 썼지.”

“같은 거잖아.”

“‘제로’의 감독이 들으면 울겠다.”

 

스자쿠는 자리가 뒤바뀐 블랙 커피로 입가심을 하면서 어쩔 수 없지, 라고 말했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케이크를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케이크를 조각 내어 입에 빠르게 밀어 넣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어딘가 불만인 거 같았다.

 

“왜 그렇게 빨리 먹어?”

“그렇게 빨리 먹진 않았는데. 아마 맛있어서….”

“거짓말.”

“맞아, 딸기가 아무 맛도 안 나. 크림도 별로고.”

“…….”

“집에 빨리 가고 싶어.”

 

를르슈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딸기가 올라간, 흐물텅한 크림이 발라진 케이크를 깔끔하게 비워낸 를르슈는 밀크티도 빠르게 마셨다. 스자쿠는 블랙 커피의 절반을 남기고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를르슈가 계산하겠다고 하는 대신에 스자쿠가 한 발 빠르게 계산을 해치웠다. 계산대에 있던 나이가 지긋한 사장이 스자쿠에게 무언가 말을 걸었고, 스자쿠는 선글라스 너머로도 다 보이는 환하고 달콤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를르슈는 이제 더 이상 이 카페에 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이 카페에는 추억이 많은데. 학생 시절 스자쿠와 함께 같이 과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새벽 첫 차가 다닐 때까지 버티면서, 나름의 시간을 쌓아온 곳이었는데.

이제는 못 오겠다.

 

배우가 된 스자쿠가 유명해질 수록, 스자쿠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적으로 변한다.

방금 전 카페처럼, 자주 가던 곳도 이제 영원히 갈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인파가 많은 곳은 당연히 갈 수 없다. 유명한 곳도 갈 수 없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가고 싶다면 가는 거야.’라고 다정하게 말해주지만, 스자쿠가 여자와 스캔들이 나는 것보다 더 질 나쁜 소문이 도는 것이 두려워졌다.

스자쿠의 연인이라는 위치가 부끄럽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다만 불안할 뿐이었다. 날아오르는 스자쿠의 날개를 꺾어버리는 것이 자신이 된다면, 그건 너무 불행한 일이니까.

 

—네 날개를 꺾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건데, 왜 너는 매번 나한테 상처 받은 것처럼 굴지?

 

를르슈는 스자쿠의 날개뼈 부분을 끌어안으면서 그를 제 품 안에 가둘 것처럼 굴었다. 이제 막 사정한 페니스끼리 맞닿는 감촉이 적나라했다. 를르슈의 아파트에 들어오자마자 스자쿠와 를르슈는 옷을 벗고 섹스를 했다. 오랜만에 하는 섹스였다. 잔뜩 조여드는 를르슈의 뒷구멍에 스자쿠가 진한 정액을 한껏 싸질렀다. 콘돔도 하지 않고 뱃속 가득 채우는 섹스도 오랜만이었다.

다물리지 않고 벌어진 애널 사이로 정액이 흘러넘치는게 느껴졌다. 그런 느낌에도 아랑곳 않고, 를르슈는 스자쿠의 날개뼈 부근을 만지작거렸다. 손톱을 살짝 세워서 긁어보기도 했다. 스자쿠는 가까워진 를르슈와의 거리 만큼 숨소리를 거칠게 내고,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더 하고 싶다고 보채기도 했다.

 

“를르슈, 또 하자. 응? 나 섰어.”

 

스자쿠의 페니스는 말 그대로 뜨겁게 달아오른 중이었다. 사정하고 구멍 안에 펴바른 정액들로 미끈거리는 감촉에도 그의 발기한 정도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를르슈는 대답 대신에 그의 날개뼈를 만지는 것을 그만두었다. 스자쿠가 움직일 수 있는 행동 반경이 더 넓어지고, 보다 자유로워진 스자쿠는 를르슈의 뻐끔거리는 애널에 페니스를 다시 밀어넣기 시작했다.

뜨거운 것이 들쑤시는 기분, 안에 싸지른 정액으로 미끈거리는 기분, 느끼는 곳을 귀두로 꾸욱 눌러오며 사정감을 재촉할 때마다 를르슈는 높은 목소리로 스자쿠를 불렀다. 머릿속은 스자쿠의 페니스로 가득했다. 더 깊은 곳까지 들어오고 싶어하는 스자쿠의 페니스에 를르슈는 다리를 더 벌렸다. 그것으로도 모자라면 자꾸 닫히려는 다리의 허벅지 뒷편을 손으로 붙잡아 열었다.

 

“…를르슈. 오늘따라 왜 이렇게 귀여워?”

 

오랜만에 봤고, 오랜만에 섹스하니까, 그러니까 오늘따라 더 귀여워보이겠지.

를르슈는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지만 스자쿠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키스를 퍼붓는 것에 말할 수가 없었다. 스자쿠의 페니스가 안쪽까지 들어찬다. 이미 흘러넘친 정액이 스자쿠의 음낭까지 적셔서 철퍽, 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아, 안쪽까지, 더 안쪽까지… 더 들어갈 수 없는 곳을 더 뚫고 들어간다. 

뱃속이 엉망으로 들쑤셔지는 느낌은 이제 를르슈의 페니스를 홧홧하게 만드는 쾌감으로 바뀌었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스자쿠의 음모가 까슬하고, 를르슈의 귀를 씹어먹을 것처럼 스자쿠는 귀를 애무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질척, 철퍽, 꾸욱, 츄우우… 하는 소리가 를르슈의 몸의 안과 밖에서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결장 안쪽을 피스톤질로 계속 때려박던 스자쿠의 페니스가 갑자기 쑤욱, 하고 빠져나갈 무렵에, 를르슈는 헥헥거리면서 맥없이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말간 물 같은 정액을 뿜어내는 를르슈의 페니스. 그리고 스자쿠는 를르슈의 배에 정액의 웅덩이가 진 곳에 방금 전보다 양은 적지만, 여전히 진한 정액을 토해냈다.

 

학생 때보다 더 격렬한 섹스다. 이걸 행하는 스자쿠도, 버텨내는 를르슈도, 아마 연륜을 통해 단련되어서 가능한 것일까.

 

스자쿠는 자고 있는 를르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밤은 깊었지만, 어두움에 익숙해진 눈은 를르슈의 자는 얼굴을 보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 자고 있는 를르슈는 10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얼굴이었다. 보다 더 가늘어진 선 같은 것이 좀 달라지긴 했지만, 스자쿠를 설레게 하는 데에는 여전했다.

10년 전, 스무살의 두 사람은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 입장에서 만났다. 그러면서 사랑하게 되었다.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그건 스자쿠와 를르슈, 모두가 서로에게 공평하게 느끼는 감정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에 어떠한 의심도 가지지 않는데.

스자쿠는 를르슈가 저에게 거리감을 느낄 때를 떠올렸다.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세상 어떤 연인이 서로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 기분 좋게 느낄 수 있을까.

를르슈의 차분하게 가라앉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면, 그 사락거리는 머리카락의 감촉으로 스자쿠는 위로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