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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to Everyone, Except Me (Sample)

DOZI 2026.10.10 09:29 read.79 /

일본어 회지입니다!

일본어 샘플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9326611

일본어 회지 구매처 > https://ec.toranoana.jp/joshi_r/ec/item/040031342883

한국어 버전으로 언젠가 내보고 싶기 때문에 여기에다가도 백업해둡니다~!

 

 

(한국어 버전)

때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대학교 2학년이 되었던 봄이었다. 이제 막 입학한 신입생들이 서로 모여 다니면서 저마다의 무리를 짓기 시작할 때였다. 저에게 자주 인사를 하는 여자아이들에게 를르슈도 덩달아 인사를 하고 다니는 것도 벌써 일주일째였다. 를르슈는 학교의 분위기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았으면서도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는 신입생들의 환상을 일부러 깨고 싶진 않았다.

신입생들의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서 를르슈는 있는 힘껏 착하고 정중한 선배를 연기하고 있었다. 누군가의 환상을 지켜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 만큼은, 작년까지의 를르슈라면 아마 쓸데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를르슈는 신입생들의 환상을 지켜줄 의무에 대해서 성실하게 임하고 있었다. 작년과 지금의 차이는 단 한 사람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쿠루루기 선배님!”

“안녕, 다들 수업 가는 거야?”

“네—.”

“그래, 열심히 듣고 나중에 보자.”

“네!”

바로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 남자, 쿠루루기 스자쿠 때문이었다. 를르슈는 저를 모른척 앞질러가는 스자쿠의 뒷모습을 시선으로 좇았다. 스자쿠의 발걸음은 경쾌한 속도로 나아가고 있었고, 조금 느릿하게 걸어가던 를르슈는 속도를 높여서 그의 뒤를 따라갔다. 어차피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똑같은 강의실이고, 딱히 쫓아가는 것도 아니고 따라가는 것도 아니지만… 를르슈는 괜히 그런 핑계를 스스로에게 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먼저 성큼성큼 앞서가던 스자쿠가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것에, 를르슈는 잠시 한 박자를 쉬어가기로 했다. 너무 빨리 따라 들어가면, 를르슈와 스자쿠가 같이 들어왔다면서 또 ‘드문 조합이네’ 같은 이야기로 두 사람을 엮어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구름이 떠다니는 하늘도 한 번 쳐다보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나무도 바라보고, 다시 스자쿠가 계단을 올라가고 있을 건물 입구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대신에 스자쿠가 올랐을 2층의 강의실로 향하는 계단을 천천히 밟아올라가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생각을 했다. 사실 를르슈는 스자쿠와 ‘드문 조합’이라도 좋으니 엮이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1년 간, 를르슈는 꾸준하게 노력해왔다. 누군가는 알아차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섬세하면서도 과감하게 노력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스자쿠와 친해지고 싶었으니까.

스자쿠의 옆에 있고 싶었으니까.

를르슈가 내린 결론에 따르면, 를르슈는 스자쿠를 좋아하니까. 

그러나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친해질 기회를 주지 않았고, 옆에 설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는 교묘하게 를르슈의 노력을 무시했다. 를르슈가 한 걸음 다가서면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를르슈가 그의 앞에 서면 드리워졌던 미소를 거두었다. 를르슈가 말을 붙이면, 잠시 표정이 굳은 뒤에 반응했다. 를르슈가 섬세하고 과감하게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스자쿠도 섬세하고 과감하게 무시하고 있었다.

이 또한 를르슈가 내린 결론에 따르면, 스자쿠는 를르슈를 싫어하는 것이다. 

이 사실을 오늘도 곱씹고 나면 를르슈는 입맛이 썼다. 강의실 문을 코앞에 두고서 문을 여는 것이 망설여졌다. 오늘도 지난주와 같이 를르슈의 자리는 맨 뒤일 것이고, 그리고 스자쿠는 앞에서 세 번째 줄에 앉을 것이다. 그럼 오늘도 를르슈는 지난주와 같이 스자쿠를 마음껏 쳐다볼 수 있다. 그건 스자쿠가 를르슈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비하면 택도 안되는 위로겠지만, 를르슈가 이 전공수업을 듣는 유일한 낙이기도 했다.

를르슈는 강의실에 들어가서, 눈에 익은 친구 몇몇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바로 스자쿠를 찾았다. 스자쿠는 지난주와 비슷한 자리에 앉아있었다. 스자쿠를 마음껏 쳐다봐도 어색하지 않을 맨 뒷자리에 앉은 를르슈는 수업이 빨리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일주일 중에 스자쿠를 마음껏 쳐다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수업 내용은 진부하고 지리멸렬하지만, 스자쿠를 볼 수 있다면 그 지루한 시간마저도 즐거웠다.

하지만 그런 를르슈의 속내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교 한 명이 강의실 앞문으로 들어와서 칠판에 크게 ‘휴강’이라는 단어를 적었다. 말 그대로 오늘은 휴강이었다. 학생들이 작게 탄식하며 강의실까지 온 것이 아깝다며 떠들기 시작했다. 웅성거리는 강의실 안에서 를르슈는 넋이 나간 채로 스자쿠의 등을 쳐다보고 있었다. 스자쿠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를르슈가 쉽게 좁힐 수 없는 스자쿠와의 거리를, 사람들은 너무 쉽게 파고들었다.

“스자쿠, 오늘 술 마시러 갈래?”

“뭐? 어제도 마셨잖아.”

“그러니까 오늘도 마시는 거지.”

스자쿠에게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부럽게만 느껴졌다. 를르슈는 자신이 스자쿠를 너무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자각하고서는 이내 시선을 돌렸다. 스자쿠와 떠들던 사람들은 무리를 지으면서 스자쿠를 끌고 술자리로 이끌 속셈인 것 같았다. 를르슈는 그 무리에 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씁쓸한 마음을 감추면서, 를르슈도 자리에서 일어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자리를 뜨기 전에, 스자쿠가 있는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스자쿠를 의식하는 시선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를르슈, 모처럼 수업이 없으니까 우리도 술이나 한 잔 할까?”

“술?”

“응. 어차피 너 이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거 아니야?”

“맞긴 한데….”

술에 약한 리발이 술을 마시러 가자고 하는 것은 의외였다. 를르슈가 의아해하는 표정을 짓자 리발은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남자에게는 가끔씩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견디지 못하는 사랑의 아픔이 있는 법이야.”

“네가 그런 남자였어?”

“너무하네, 를르슈!”

아무래도 리발이 절찬 짝사랑 중인 미레이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았다. 리발의 짝사랑 고민에 대해서 를르슈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며 들어주는 편이었다. 다만 리발과 를르슈의 차이는 상대가 얼마나 받아주느냐에 따라서였다. 미레이는 리발을 친구처럼 대하고, 그녀의 바운더리 안에서 가깝게 지내게 해주는 반면, 스자쿠는 를르슈를 딱딱한 타인으로 대하고,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하게 배제한다는 것이 뚜렷한 차이였다.

손목을 꺾어 시계를 확인한 를르슈는 술을 마시기에는 아직 훤한 낮이지만, 대학생에게 청춘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리발에게 알겠다고 말하자, 리발은 곧 자신이 알아본 술집으로 가자며 를르슈를 이끌고 나섰다. 를르슈는 강의실을 나가기 전에 스자쿠가 있었던 곳을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스자쿠도 어디론가 사람들 사이에서 휩쓸리듯 나가고 있었다.

스자쿠랑 같이 술을 마시러 가는 거라면 좋을 텐데……. 

를르슈는 되도 않는 희망고문을 멈추지 못하는 자신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리발의 손에 이끌려서 술집에 들어가고 나서야 스자쿠에 대한 생각은 멈출 수 있었다. 를르슈는 리발의 추천대로 안주를 주문하고 술잔을 부딪치면서 술을 들이켰다. 맥주 한 잔, 하이볼 두 잔, 소주를 또 얼마나 마셨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미레이의 이름을 부르면서 리발이 울먹거리다가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자기 시작했고, 를르슈도 어질어질한 시야를 다잡으면서 테이블에 쓰러지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가늠도 안 되었다. 를르슈도 기를 쓰지 않으면 잠에 빠져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술에 취한다는 것은 매번 느끼지만 사람을 편하게 만들면서도 불쾌하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몸이 통제권 밖에 놓이는 기분이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순간, 를르슈와 리발만 있었던 어둡고 조용했던 술집이 갑자기 환해지면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온 모양이었다. 를르슈는 바닥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몸을 겨우 바로하면서 그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를르슈 또래의 대학생들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스자쿠도 있었다. 를르슈는 자신이 술에 취해 헛것을 보았나, 라고 생각하기에는 지나치게 냉정했다. 주변에서 ‘스자쿠’라고 부르거나 ‘쿠루루기’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걸 봐서 헛것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눈앞에 있는 스자쿠는 진짜 스자쿠였다. 강의실이 아닌 곳에서 같은 공간에 실존하는 스자쿠와 함께 있다는 것은 를르슈의 심장을 거세게 뛰게 만들었다.

“어, 람페르지잖아? 옆에 쓰러진 건 칼데몬드인가?”

그 시끄러웠던 스자쿠의 무리 중 남자 한 명이 를르슈를 알아보며 말을 걸었다. 를르슈는 빳빳하게 굳은 얼굴 표정을 겨우 움직였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스자쿠의 반응을 살폈다. 를르슈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스자쿠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는 어두운 술집 조명으로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를르슈는 초조해진 마음으로 어색하게 웃을 뿐이었다.

“칙칙하게 남자 둘이서 술을 마셔?”

“리발이 할 이야기가 있대서. 누구한테 자랑할 만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런 칼데몬드는 지금 옆에서 자고 있는 거 아니야?”

“맞아.”

“람페르지 혼자서 힘들 뻔 했네!”

계속 말을 걸어오는 남자는 를르슈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묵직하게 내려 앉는 남자의 팔 무게에 를르슈는 휘청거렸다. 테이블에 겨우 기대어 버티고 있으면 남자가 이번에 를르슈의 어깨를 흔들었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람페르지도 우리랑 같이 술 마시자!”

“뭐?”

“괜찮지, 스자쿠?”

계속 주변인으로 있었던 스자쿠가 이번엔 대화에 끼어야 할 차례였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자신을 거절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스자쿠는 즐거운 분위기를 깨지 않는 사람이었고, 자신이 불편하다고 해서 타인에게 그것을 강요하지도 않았다. 그러니까, 스자쿠는 자신이 를르슈를 싫어한다고 해서 이 술자리의 분위기를 깰 만큼의 눈치 없는 짓을 하진 않을 거라는 예상이었다.

“뭐어, 동기끼리 어울리는 것도 좋지.”

를르슈의 예상대로 스자쿠는 를르슈를 밀어내지 않았다. 그렇지만 를르슈에게는 스자쿠의 눈치를 보면서 술을 마실 배짱이 존재하진 않았다. 잔뜩 술을 마신 무방비한 상태인 를르슈는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약간 떨떠름한 기색으로 말하는 스자쿠의 목소리에 지금도 솔직히 상처를 받았다.

“아니야, 우리는 이미 많이 마셨고…. 너네는 너네끼리 즐기다 가.”

“람페르지! 섭섭하게 이러기야?! 모처럼 스자쿠가 동기끼리 단합하자는데!”

도망치려던 를르슈는 붙잡혀서 스자쿠와 일행들이 잡아놓은 테이블로 끌려갔다. 리발을 걱정하는 척 돌아가려고 했지만, 어느새 를르슈를 끌고 왔던 남자라 술에 취해 잠든 리발까지 같은 테이블에 데리고 온 것을 보고서 경악했다. 이제 도망갈 퇴로가 존재하지 않았다. 를르슈는 자신의 손에 들입다 맥주잔을 쥐어주는 분위기에 한숨을 삼켰다.

“람페르지, 괜찮아?”

행운인지 불행인지 모르게, 를르슈의 옆에는 스자쿠가 앉아있었다. 를르슈는 이 상황을 즐겨야 할지, 아니면 불안해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를르슈의 손에 있었던 맥주잔을 스자쿠가 빼앗고서 다른 잔을 쥐어주었다. 그리고 물을 천천히 따라주었다.

“너무 무리하지는 마.”

스자쿠의 를르슈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스자쿠가 너무 눈이 부셔서 제대로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기도 했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따라준 술을 마시면서 무리하지 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스자쿠가 희미하게 웃는 것 같기도 했다.

스자쿠와 를르슈는 테이블 구석진 곳에 앉았기 때문에, 시끌벅적한 중앙과는 다르게 조용한 분위기였다. 덕분에 스자쿠가 옆에 앉아있다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앞에서는 주정뱅이들이 난리를 치며 술을 부어라 마시고 있고, 옆자리에서는 스자쿠가 맥주를 마시면서 조금 나른한 표정으로 앉아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를르슈는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귓가에서 크게 울려서, 모든 소리가 먹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스자쿠의 존재감만 느껴지는 이 자리에서 갑자기 스자쿠가 를르슈에게 말을 걸었다.

“람페르지는 리발이랑 무슨 이야기 했어?”

“리발이랑? 딱히… 뭐 즐거운 이야기는 아니었지.”

를르슈는 자신의 대답이 자연스러운지에 대해서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는 것을 내색한다는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덕분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대답에 대해서 의아함을 느끼지 않았는지 말을 이어갔다.

“아하하, 무슨 이야기를 했길래 그래?”

“리발의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지.”

“연애? 그건 재미있는 이야기 아니야?”

스자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를르슈에게 반문했다. 를르슈는 그 표정이 무척 귀엽다고 생각했다. 저도 모르게 올라가는 입꼬리를 다잡을 수 없어서, 를르슈는 입가를 겨우 가리며 중얼거렸다.

“그… 안타깝게도 리발은 지금 진도가 안 나가거든.”

“저런. 지금 사귀는 여자친구랑?”

“아직 여자친구도 아니야.”

“아, 짝사랑이구나.”

스자쿠의 입에서 짝사랑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를르슈는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리발의 짝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스자쿠에 대한 를르슈의 짝사랑을 들킨 기분이었다. 지금 테이블 한복판에서 술에 취해 잠든 리발에게는 정말로 미안한 일이지만, 리발을 안줏거리 삼아서 스자쿠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이대로라면 평범하게 스자쿠의 대학 동기, 더 나아가서는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친구라도 되면 좋을 텐데. 를르슈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술을 마시는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람페르지가 리발의 짝사랑 고민을 들어주는 거야? 뭔가 의외의 조합이네.”

“리발이랑은 고등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거든.”

“많이 친한가봐?”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

를르슈는 스자쿠와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이 꿈결 같았다. 술에 취해서 꾸고 있는 형편 좋은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스자쿠는 맥주잔을 반쯤 기울여 마시고는 다시 자리에 내려두었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깔끔하게 술을 마시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숨을 멈춘 채로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부럽네.”

스자쿠는 정말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놓치지 않은 를르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가 부러워?”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잠시 몸이 굳었다. 표정도 방금 전처럼 다채롭게 변하거나 눈이 귀여울 정도로 동그래진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순간적으로 표정이 없다고 할 정도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를르슈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한 채로 잠시 있다가, 스자쿠는 다시 환하게 웃으면서 를르슈에게 적당히 둘러댔다.

“아, 별 건 아니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부럽다는 뜻이었어.”

정말 둘러대는 듯한 말이었다. 적당히 하는 말에는 성의가 느껴지지 않았다. 를르슈는 울컥 화가 날 것 같았다. 왜 또 나한테만 그런 표정을 짓고, 왜 나한테만 거리를 두려고 하냐고 따지고 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평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되고, 앞으로는 대학 동기로써도 같이 있을 수 없게 될 것 같았다.

 

이상하잖아.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 그런 걸 물어보는 건.

날 싫어하는 사람한테 왜 싫어하냐고 물어보는 것 만큼 미련한 짓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술 기운은 무섭게도 를르슈를 울고 싶게 만들었다. 시야가 일렁거릴 정도로 눈물이 쉬이 고이기 시작하자, 를르슈는 차오르는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 괜히 천장의 조명을 노려보았다. 말이 없어진 를르슈의 옆에서 스자쿠는 딱히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를르슈는 잠시나마 자신이 평범하게 스자쿠의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바보 같이 느껴졌다. 스자쿠는 계속해서 를르슈를 밀어내고 있었는데, 그것에도 포기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좋아하는 자신은 바보가 아니라면 뭐라고 말해야 할까. 정말 바보 같다. 바보 같이 들뜨고, 바보 같이 착각하고, 바보 같이 잘 될거라고 믿는 게 어이가 없었다.

또 다시 조용해진 스자쿠와 를르슈의 분위기는 어색함이 가득 찼다. 그러나 스자쿠와 를르슈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지는 않았다. 를르슈의 안에서는 스자쿠와 이 어색한 분위기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과 한편으로는 이렇게나마 스자쿠의 옆에라도 있고 싶다는 마음이 부딪치고 있었다. 스자쿠는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이젠 그런 걸 물어볼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벌써 몇 번째인가.

이제 셀 수도 없이 마음을 다쳤는데도, 를르슈는 스자쿠를 좋아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