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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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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Time

master 2019.05.12 14:29 read.438 /

평화로운 세계에서 밥 먹는 스자루루 이야기

 

 

 

 

 

 

 

 

 

 

 

 직접 말해주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었지만, 스자쿠는 를르슈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약점을 알게 되었다. 약점이라고 하기보다는 너무 사소해서, 를르슈가 ‘내 약점이다.’라는 말을 했을 때, 그건 좀 유난이 아닐까 싶었다. 보통 사람들은 그걸 약점이라고 하지 않을텐데. 자기 일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를르슈에게는 약점처럼 느껴지는 거일 수도 있겠구나.

 오늘도 를르슈의 그 약점이 자기 주장을 하고 있을 때, 스자쿠는 미간을 찡그린 를르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크루통 때문에?”

 

 조심스럽게 물어보면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뺨을 만지작거렸다. 스푼으로 수프를 뒤적거리더니 를르슈는 한숨을 쉬었다. 

 

 “조금 있다가 먹어야겠어.”

 “다 식잖아.”

 “입 안이 아파.”

 

 스푼을 내려놓는 를르슈를 보고서, 스자쿠는 크게 한 입 수프를 떠먹었다. 아침과 점심 사이의 늦은 브런치는 크루통을 동동 띄운 수프였다. 샌드위치도 있었지만 대부분 스자쿠의 뱃속으로 들어갈 것이었다. 입 안이 아프다는 를르슈는 혀로 상처를 만지는 듯, 그의 뺨이 불룩 튀어나왔다. 

 야하고 귀엽다. 스자쿠는 또 수프를 삼켰다. 잘게 다진 버섯이 맛있었다.

 

 “푸딩이라도 먼저 먹고 있는 건?”

 “디저트는 식사 후에 먹는 거잖아."

 “음…. 혼자 먹는 게 싫어.”

 “그럼 네가 안 먹고 기다리던가.”

 “미안, 배고프니까 못 참겠어.”

 

 를르슈의 약점은 입의 안쪽 살이 여리다는 것이었다. 그게 왜 약점이냐고 물어보니까 를르슈는 그것도 모르냐며 대답했다.

 

 ‘딱딱한 걸 못 먹어, 모서리 진 음식이라도 먹으면 초콜릿이라도 상처가 난다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상처가 쓰리고, 피가 나서 제대로 된 맛도 못 보고.’

 

 그제서야 를르슈가 좋아하는 음식에 푸딩이 들어가는 것이 이해가 됐다. 초콜릿도, 사탕도 다 녹여먹는 이유도 알게 되었다. 프라푸치노 같은 걸 먹어도 잘게 다진 쿠키류가 아니면 장식으로 꽂힌 초콜릿은 스자쿠 입에 밀어 넣는 것도 사랑이 아니라 그냥 자기가 불편해서라는 것도!

 수프에 거진 다 젖어서 눅눅한 크루통까지 상처를 만드는 를르슈의 여린 입안…. 야하고 귀엽다. 스자쿠는 두 번이나 그 생각을 했다. 스자쿠의 수프가 바닥을 드러낼 무렵에 를르슈는 스푼을 들고 식사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면 를르슈는 한 입에 먹는 것도 양이 적지.”

 “아, 응. 잘게 씹으면 덜 위험하니까.”

 

 이제 좀 나아졌는지 편안한 표정으로 먹고 있지만, 중간에 미묘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면 아직도 아픈 모양이었다. 스자쿠는 한 그릇 더 퍼온 수프를 를르슈와 같은 속도로 비우고 있었다.

 

 “쌀밥도 힘들어?”

 “질게 해먹는 편을 좋아하지.”

 “그러면서 새우는 좋아하고.”

 “껍질을 잘 손질하면 돼.”

 

 새우구이를 해먹었을 때, 뜨겁다면서도 맨손으로 열심히 새우를 까먹던 를르슈가 떠올랐다. 손질된 새우를 사는 건 비싸고 생각 외로 맛이 없어서 생새우로 구워먹었다. 뜨거워, 젠장, 뜨거워, 아, 맛있어. 를르슈는 맛을 본다면서 세 개나 혼자서 먹었다. 먹는 거에 욕심이 크게 없는 를르슈가 그러는 게 귀여워서 스자쿠는 놀릴 생각도 안 들었다. 

 

 “딸기씨는? 딸기씨도 가끔 날카롭잖아.”

 “체력 바보라고 말하니까 진짜 바보가 된거야?”

 “딸기는 괜찮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한 입에 작게 먹고, 집에서 먹을 때에는 칼로 반으로 잘라서 손질해서 먹잖아. 그럼 더 잘게 씹히니까 딸기씨까지 신경쓰지 않아. 멜론처럼 씨가 굵지 않는 이상 어지간한 과일은 내 약점과 상관없어.”

 

 를르슈가 만든 크루통을 또 한가득 수프에 부은 스자쿠는 수프 반, 크루통 반으로 채워진 그릇을 비워냈다. 

 

 “내 혀는?”

 “밥 먹는데 꼭 그런 이야기를….”

 “뾰족하지 않아?”

 “괜찮으니까 너랑 키스하지.”

 

 그럼 그건, 이라고 말을 하려다가 를르슈가 째려보는 것에 스자쿠는 무난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날카롭지도 않고, 음, 를르슈가 자주 빨아주니까 괜찮겠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를르슈가 식탁 밑으로 스자쿠의 다리를 걷어찼다. 정강이를 채인 스자쿠가 악소리를 냈지만 를르슈는 사과하지 않았다. 스자쿠도 딱히 사과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손톱이나 발톱을 짧고 둥글게 자르는 게 좋겠다고,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