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오브 세븐 X 제11황자
(사실상 어린 시절이 주로 있어서 별로 의미 없는 설정)
나이트 오브 세븐이 주로 하는 일은, 남들이 꺼려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면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 열악한 상황에서 일대다수의 전투를 한다거나, 아군조차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군대의 지휘를 맡는둥, 최강의 기사 치고는 꽤나 번거로운 일만 골라서 맡았다. 그렇게 된 이유는 나이트 오브 세븐이 다른 나라 출신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가 한 번에 일을 맡을 때마다 그런 리스크가 큰 임무만 맡게 된 것은 제11황자 때문이었다.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의 이름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머니는 ‘섬광의 마리안느’라는 이름으로 황제의 기사로써 이름을 꽤나 날렸던지라, 어머니의 후광에 가려져서 황자가 빛을 못 보는 것이 아닐까, 주변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지도 모른다.
빛을 못 보는 것은 맞았다. 정확히는 햇빛을 못 보는 것이다. 제11황자가 흡혈귀, 즉 뱀파이어라는 것은 이 황궁 속에서도 가장 은밀한 비밀이었으며,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나이트 오브 세븐이 그의 호위로 붙어있는 것이었다.
마리안느는 자신이 아이를 가졌을 때, 특별한 아이를 낳고 싶어했다. 그래서 세상을 떠도는 마녀와 계약을 맺었다. 황제는 자신의 아내가 불경한 짓을 저질렀다고 생각은 했으나, 크게 달라진 점도 없었고, 또 그녀 말고도 신경을 쓸 황후가 많아서 오래 관여하지 못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였다.
처음부터 뱀파이어가 된 것은 아니었다. ‘실패했나?’ 마리안느는 그렇게 생각하며, 햇볕에서 뛰어노는 것도 오래 하지 못하고, 그늘에 겨우 나와 여동생과 노는 아들을 보면서, 어머니의 역할은 지루하다고 여겼다.
그 이후로 재미있을 것 같은 일은 닥치는대로 했으며, 황후의 자리에 올라서도 전장에 나섰고, 외교에 앞장 섰으며, 그녀를 서민 출신이라고 비웃는 자들의 목을 베는 것을 즐겨했다.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은 아리에스 궁에서 남매들은 자신의 관계를 돈독히 여겼다.
그러다가 일본에서 한 소년이 찾아왔다. 를르슈와 같은 나이에, 체격은 비슷해보여도 단련된 실력을 갖춘 아이는 일본에서 온 인질이었다. 죽일까, 살릴까. 마리안느는 를르슈에게 인사를 하는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소년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죽인다면 브리타니아와 일본은 전쟁을 하게 된다.
살린다면 브리타니아는 일본과 거래를 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피곤한 일이지만, 계속되는 전투에 마리안느는 지쳐있었다. 그러던 날 중에 저녁과 밤이 저물고, 새벽에 일어난 일이었다.
“를르슈? 어디 아파?”
밤의 비밀기지 놀이를 하다가 잠깐 졸아버린 두 소년은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먼저 일어난 스자쿠는 같이 자고 있던 를르슈가 몸을 덜덜 떠는 것에 놀라서 그를 깨웠다. 어깨를 잡아 세우면 를르슈는 드물게 거친 손길로 스자쿠를 떼어냈다.
“나한테서, 떠, 떨어져!”
“무슨 소리야, 갑자기…. 어디 아파? 안색이 안 좋아.”
“나가, 스자쿠.”
“뭐?”
를르슈는 제 팔을 끌어안고서 떨리는 몸을 겨우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손끝이 저리고 발조차 펼 수 없을 정로도 몸 안에서 휘몰아치는 무언가가 를르슈를 괴롭게 만들었다.
눈앞에 있는 것을 먹어치워, 먹어치우고, 그 살과 피를 다 먹어치워.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는 분명 자신의 것이었다. 눈앞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를르슈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앞에 있는 건 스자쿠야. 친구야. 나의 친구. 를르슈가 앓는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것에 스자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주변 어른들에게 알려야한다는 생각에 나선 스자쿠를 붙잡은 것은, 나가라고 말한 를르슈였다.
“업고 갈까? 를르슈?”
“아니…. 스자쿠, 나, 도와줄 수 있지?”
“응?”
겨우 고개를 든 를르슈의 시선에 맞춰서 다리를 굽힌 스자쿠는 당연히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를르슈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 나를 편하게 해줄 거지?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어른을 불러올게.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를르슈는 스자쿠의 입술을 손끝으로 만졌다. 어디를 물어야할지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스자쿠가 죽을 지도 몰랐다. 지금 나는 이상하지, 이상해서, 이상하다. 스자쿠는 제 입술을 손끝으로 더듬고 나서 저에게 입을 맞추는 를르슈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를르슈와 나나리가 키스를 하는건 자주 보았지만 저에게 한 적은 없었다. 를르슈의 입술은 부드러웠고, 왠지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 맛을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맛을 봐도 될까? 를르슈의 뺨을 만지면 를르슈는 반항하지 않았다. 그래서 스자쿠는 용기를 내어 혀로 그 입술을 맛보았다. 입술의 감각으로도 부드러웠던 것이 혀끝으로 닿으니 녹을 것 같았다.
넣어도 될까, 넣고 싶다, 안쪽까지 먹고 싶다.
그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를르슈는 입을 벌렸다. 부드럽게 벌어지는 입술에 스자쿠는 혀를 더 깊숙이 밀어넣었다. 여린 살들을 살살 문지르면서 를르슈의 타액이 넘어올 때마다 삼키는 것도 좋았다. 그러다보면 를르슈의 어느 부분이 상당히 뾰족하고, 날카로워서, 스자쿠는 혀 끝을 베였다.
피맛이 나서 기분이 나쁠테니 떼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를르슈는 턱을 비틀어, 스자쿠의 혀를 소리내어 빨기 시작했다. 질척한 물소리, 그리고 를르슈가 무언가를 삼키는 소리, 스자쿠의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더, 더 하고 싶어, 스자쿠….”
애원하듯 말하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무엇을 해야하냐고 물었다. 어떻게 하면 좋아, 나는 를르슈가 이제 뭘해도 좋아. 그의 승낙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목덜미를 만지작거렸다. 하지만 여기는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스자쿠는 를르슈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중얼거렸다.
“나, 를르슈 때문이라면 죽어도 좋아.”
뱀파이어 황자의 첫 각성에 나이트 오브 세븐이 있었다는 것은, 아리에스 궁의 황후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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