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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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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아들 시절의 를르슈

DOZI 2019.06.30 01:36 read.512 /

루루라고 불리는 를르슈가 보고 싶었던 글

나이 조작

 

 

 

 

 

 

 

 

 

 

 

 

 

그가 아리에스 궁에서 자주 안 나오게 된 지는 제법 되었다. 아리에스 궁으로 자주 드나드는 스자쿠는 들를 때마다 계속 거실이나 정원에 앉아있는 어린 황자의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다. 황자의 어머니인 마리안느 비 브리타니아는 스자쿠가 왔다는 소식에 늘 뒤늦게 나타났다. 세상의 재미에 대해서는 매번 열려있는 자세로 대하는 그녀는 스자쿠가 있는 특파에도 관심이 많았다.

본인이 직접 와주면 지원을 좀 늘려줄 수도 있다구! 마리안느의 말에 로이드는 거의 매일 스자쿠에게 특파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결과를 문서화해서 그의 손에 들려 아리에스로 보냈다.

처음 들어왔을 때,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라는 어린 황자와 인사를 했다. 그는 어리지만 영특한 듯 했고, 또 그의 어머니를 닮아 궁 밖의 세상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듯 했다. 브리타니아 사람들만 보는 곳에서 타국 출신인 스자쿠가 신기한듯 쳐다보기도 했지만, 이내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로 의젓하기도 했다. 외국인이니 그런 시선은 익숙하다고 말하면 를르슈는 어디에서 왔냐느니, 그곳과 브리타니아는 얼마나 다른지, 물어보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나타나자 자리를 떴다. 정확히는 어머니의 말에 바로 자리를 비웠다.

 

‘유피가 왔어, 루루.’

‘유피가요?’

‘응, 둘이서 먼저 차라도 마실래? 코넬리아도 곧 온다고 하니까.’

‘네!’

 

눈을 반짝이며 뛰어가던 황자의 모습에 스자쿠는 조금 섭섭했다. 유피가 누군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로, 코넬리아의 여동생이었다. 마리안느를 잘 따르는 코넬리아가 유페미아를 자주 아리에스에 데려오면서 를르슈는 저와 나이가 비슷한 여동생을 챙겨주는 걸 좋아했다.

마리안느가 기다리고 있다는 곳으로 걸어갈 때, 아리에스 정원에서 를르슈와 유페미아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저도 모르게 발을 멈추고 본 것이었다. 두 사람에게 코넬리아가 곧 다가갔다. 코넬리아는 꽃을 꺾어서 유페미아의 머리에 장식해주었다. 를르슈도 흉내를 내듯이 유페미아에게 꽃을 내밀었다. 이렇게 꽃이 많을 때는 화관을 만드는거야…. 코넬리아가 저보다 작은 두 사람에게 꽃을 엮어 고리를 만드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코넬리아는 꽃으로 작은 고리를 엮어서 유페미아에게 반지를 만들어주었다. 를르슈도 해보려고 했지만 제법 힘든 모양이었다.

 

‘나도 해서 유피한테 줄게!’

‘그럼 나중에 올 때 루루가 유피한테 해주는거야.’

‘벌써 가나요?’

‘응. 오늘은 일찍 돌아가봐야해서…. 유피, 루루가 나중에 다시 만들어줄거란다.’

 

자매들이 가야한다는 소리에 를르슈는 조금 놀란 얼굴로, 그리고 외로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수많은 황후들이 있는 이 황궁에서 친하다는 이유로 서로의 별궁을 드나드는 것은 어지간한 힘을 갖추지 않고서는 힘들었다. 를르슈는 코넬리아나 유페미아처럼 어머니가 귀족 출신인 것도 아니었기에 아리에스 밖을 나가는 것이 힘들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외출을 할 때 자주 따라다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자매들을 배웅한 를르슈는 시무룩해진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스자쿠는 마리안느가 기다린다는 이야기에 를르슈에게 말을 걸 수가 없었다.

 

‘스자쿠 군이 자주 오니까 코넬리아도 요즘 들어 안 오네.’

‘네? 황녀 전하께서요?’

‘아예 군인이 와버리니까 자기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뭔가 충격이었을까? 루루가 많이 심심해하는데.’

 

뭐라고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말이었다. 마리안느는 서류를 읽다가 스자쿠를 힐끔 쳐다보았다.

 

‘아, 그럼 스자쿠 군이 루루랑 놀아줄래?’

‘제가요?’

‘어차피 내가 서류에 대해서 물어봐도 스자쿠 군이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잖아, 파일럿과 엔지니어는 좀 다르니까. 모처럼 아리에스에 왔으니 나랑만 놀지 말고 루루랑도 놀아줘.’

 

그래서 그렇게 집무실에서 쫓겨난 스자쿠는 를르슈가 있다는 정원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햇빛이 셌지만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왔기에 날씨는 좋았다. 를르슈는 풀밭에 앉아서 고전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때의 꽃으로 고리를 만드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 같았다. 영특해도 아이 손으로는 어려운 것일 것 같았다.

 

“를르슈 전하. 스자쿠입니다.”

“…!”

“노, 놀라셨나요?”

“조금…. 어머니랑 일하는 거 아니었어?”

“일찍 끝나서요. 전하가 여기 계신다 그래서 와봤습니다.”

“왜?”

“음……. 마리안느 님이 가보라고 해서요.”

 

어린애한테 어떻게 말을 둘러서 해야할지 몰라서 솔직하게 말하자 를르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하랑 놀고 싶어서요. 안될까요? 마리안느 님 허락도 받았는데.”

“나랑?”

“네.”

 

를르슈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다리를 굽히면 를르슈의 커다란 눈이 저를 비추는 것이 느껴졌다. 를르슈는 손에 들고 있던 꽃을 보다가 스자쿠에게 내밀었다.

 

“이거, 반지로 만들 줄 알아?”

“죄송합니다. 잘 몰라서요. 전하는 어떻게 하시는 지 아시는 것 같던데.”

“아는데, 잘 안 돼. 꽃이 다 짓뭉개져. 예쁘게 안 돼.”

“어떻게 하는건가요? 알려주세요.”

“누님께서는 이렇게 했는데….”

 

스자쿠는 를르슈가 알려주는 방법으로 어설프게 꽃반지를 하나 만들었다. 이렇게 하는건가요? 스자쿠가 만든 엉성한 것에 를르슈는 내 꺼보다 이상해, 하고 솔직하게 감상을 말했다.

 

“근데 예쁘게 만들어도 유피한테 줄 수 없어.”

“왜요?”

“유피는…누님의 동생이잖아. 누님이 주는 걸 더 좋아할거야.”

“설마요. 아직 안 해보셨잖아요. 다음에 오시면 꼭 만들어주시면 되잖아요.”

“누님이 아리에스에 안 오면 유피도 못 오는걸.”

 

심심해.

를르슈는 그렇게 말하며 무릎을 끌어안고 주저 앉았다.

 

“그래도 다들 전하를 좋아하십니다.”

“응. 그래도 심심해.”

“…….”

“루루는 못 나가니까….”

 

진심을 말할 때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스자쿠는 저도 모르게 시무룩한 얼굴을 하고 있는 황자의 뺨을 쓸어주었다. 그리고 보통의 어린애한테 하듯이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저한테도 반지 만들어주세요, 전하.”

“스자쿠는 손이 커서 오래 걸릴거야.”

“기다릴게요.”

“스자쿠도 만들어. 연습해.”

 

제가 꽃 막 꺾어도 되나요? 방금 전에 했잖아. 그러네요….

그렇게 반지를 서로 나눠가졌다. 다음에는 더 예쁘게 만들게요. 나도 빨리 만들게. 햇볕이 제법 셌기에 를르슈의 뺨은 빨갛게 익어있었다. 스자쿠는 그늘로 가자며 건물 안으로 를르슈를 들여보냈다.

 

“루루, 다 놀았어?”

“어머니!”

“둘 다 계속 바깥에 있었나보네. 시원한 거 좀 마실까?”

 

선선한 바람이 부는 테라스에서 아이스티를 마시면서 세 사람은 시간을 보냈다. 마리안느와 스자쿠가 말을 하고 있으면, 를르슈는 두 사람의 대화에서 궁금한 게 있으면 은근히 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마리안느가 쉽게 설명해주고, 를르슈가 이해를 하면, 스자쿠가 대단하다고 말을 해주었다.

스자쿠가 특파로 돌아갈 무렵에 를르슈는 심심하다고 말했던 때와 다르게 좀 더 밝아진 얼굴로 스자쿠를 배웅했다.

 

“스자쿠, 내일도 와?”

“아마 그러지 않을까요?”

 

다음 주에 예산에 대한 결과가 나오니까 로이드는 어떻게든 아리에스에 있는 시간을 늘리라고 닦달 중이었으니.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서 스자쿠가 그 사이에서 오고가는 것이지만 를르슈는 그것을 몰랐다. 그러지 않을까요, 하는 애매한 대답에도 환하게 웃었다.

 

“내일도 루루랑 노는거야!”

“그래, 스자쿠 군. 내일도 루루랑 노는거야.”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