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어느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보통 사람에게 말하기 민망한 부분이 아파온 것 때문에 앓는 소리와 함께 일어났다. 그 곳이 아픈 이유는 머리를 굴릴 필요도 없이 바로 옆에서 자고 있는 나이트 오브 제로 때문이었다. 자고 있을 때만큼은 얌전한 얼굴로 세상 물정 모르는 채로 자고 있는 쿠루루기 스자쿠가 어젯밤 유두와 유륜을 집요하게 물고 빤 덕분에, 를르슈의 가슴은 사람 살인 이상 부어있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아플 수가 있나. 를르슈는 스자쿠가 보지 못하게 등을 돌려 앉은 채로 가슴을 매만졌다. 섹스가 끝난 이후로 스자쿠와 목욕을 했으니 몸은 깨끗했다. 가슴 주변은 살짝 부풀어오른 것 말고는 평소와 크게 다를 점은 없는 것 같았다. 반쯤은 벗겨진 잠옷을 대충 주워입고 나면 스자쿠가 졸린 눈을 부비면서 일어나고 있었다.
“를르슈, 벌써 일어나? 오늘은 오후부터 일정이 있지 않아…?”
“오후부터 일정이 있어도 늘어질 시간은 없어. 일어나, 스자쿠.”
“내 폐하는 워커홀릭이야.”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등을 돌린 스자쿠도 집어 던진 잠옷을 입고서 욕실로 향했다. 를르슈도 같이 들어갈래?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속아넘어가지 않았다. 대체로 아침에 같이 목욕을 해서 목욕만 하고 나온 적이 없었다. 스자쿠의 아침 발기로 건강한 그곳을 보고 있으면 를르슈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기꺼이 같이 씻겠다고 말할 이유도 없었다.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나면 스자쿠는 너무해, 하고서 를르슈의 어깨에 턱을 괴고서 그의 허리에 손을 둘렀다.
“같이 씻어요, 폐하.”
“시끄러워, 빨리 씻고 나와. 나도 씻어야하니까.”
“그럼 먼저 씻으면 되잖아.”
“네가 정리하면 어느 세월에 다 치우게? 내가 치우는 게 더 빨라.”
“몸은 괜찮아? 어제 살살 했긴 했지만.”
“하, 살살 했는데 이 모양인데?”
를르슈가 단추를 대충 끼운 옷자락을 살짝 내려보이면 스자쿠의 잇자국과 울혈 자국이 한창 남아있는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살살 했다고? 입꼬리를 비스듬히 세워 물으면 스자쿠는 미안하다며 를르슈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하지만 보기 좋네. 괜한 사족을 달아놓고 욕실로 향하는 스자쿠의 뒷모습에 를르슈는 빨리 씻으라고 한 번 더 재촉을 했다.
스자쿠가 씻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지난 밤의 정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흔적들을 하나 둘씩 치우던 를르슈는 가슴 부근이 또 다시 찌릿하게 아파오는 것에 한숨을 쉬었다.
‘대체 얼마나 물고 빨고 깨물어댄 거야, 저 녀석은 개인가, 물고 빨고 깨무는 것도 모자라서 할퀴기까지 하니까 개한테 실례인가, 아니다, 그러한 점에서 더더욱 개 같은 건가….’
어차피 나이트 오브 제로와 브리타니아의 황제 사이의 관계는 알게 모르게 공공연한 사이였기 때문에 크게 감출 것은 없었지만, 를르슈의 안에서 남에게 섹스 사정을 보일 만큼의 뻔뻔함은 없었다. 콘돔과 로션 따위를 적당한 곳으로 숨겨놓고 나서 를르슈는 침대에 걸터 앉았다.
기사와 섹스한 뒷자리를 청소하는 황제는 내가 유일무이할 거다…. 스스로 쓴웃음이 나는 상황에서 를르슈는 또 저려오는 가슴팍에 미간을 찌푸렸다. 대체 왜, 하고서 가슴 부분을 바라보면 무언가 축축한 것이 잠옷을 적시고 있었다.
스자쿠가 그 사이에 빨아재낀 것도 아니고, 를르슈가 그 사이에 적신 것도 아닌데 잠옷의 유두 부분은 무언가로 젖어있었다. 를르슈는 욕실 쪽을 바라보았다. 스자쿠의 콧노래 소리가 들리는 걸 보아서 아직 샤워가 끝나려면 한참 남은 듯 했다. 그 사이에 빨리 해치워야한다는 생각에 를르슈는 잠옷 상의의 단추를 윗부분만 급하게 풀었다.
가슴팍, 그러니까 스자쿠의 자국이 곳곳이 남은 하얀 피부는 빨갛게 부푼 유두 끝에서 방울방울 맺히는 하얀 것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를르슈는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제 가슴에서 나오는 액체를 손끝으로 만졌다. 묽은 우윳빛의 액체는 달큰한 향과 미묘한 맛으로, 를르슈가 마셔본 것 중에서는 일치하는 데이터를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전무후무한 이 상황에 대해서 그것이 무엇인지 짐작은 가지만 상식적으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가슴에서 나오는 우윳빛의 액체.
여자라면 모유겠지만 남자라면 뭐라고 불러야 하냔 말이다. 아니, 그 이전에, 남자한테 이런 게 나오는 게 멀쩡한건가…? 를르슈는 퉁퉁 부어오른 유륜을 살짝 꼬집었다. 하얀 액체는 손가락 끝을 적실 정도만 잠깐 나오더니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가슴도 한결 나아진 기분이었다. 를르슈는 잠옷 끝자락에 젖은 손가락을 닦으면서 여전히 납득되지 않은 지금 상황에 대해서 물음표를 스스로에게 되새기고 있었다.
우선 스자쿠가 보지 못하게 옷자락을 여미고 나서 를르슈는 자신의 상황을 단 한 문장으로 일축했다.
내 가슴에서 젖이 나왔다.
부디 일회성 이벤트이길 바란다. 아리에스에서 살던 시절부터 어머니의 별실에서 눌러붙어 살던 마녀 C.C. 덕분에 초자연현상에 대헤서는 도가 텄다. 하지만 그것은 대체로 C.C.의 심기를 거스른다거나 했을 때의 보복성으로 당한 것들이었고, 지금은 마리안느를 따라서 아예 브리타니아에 없는 C.C.가 이런 일을 했을 가능성은, 가능성은….
“그럴 가능성은 제로가 아니다….”
“폐하?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니야. 그냥 생각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 여자는 자기 재미를 위해서 흥미 본위로 움직이는 마녀가 아니던가. 내 가슴에서 젖이 나오게 하고 싶다면 나오게 만들 수도 있고도 남았지.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이런 짓을 해서 무슨 이득이 있냔 말이다. 하지만 그 마녀는 그러고도 남는다.
를르슈는 당장 C.C.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내 가슴에서 젖이 나오는 네 탓이냐고 물을 용기도 없었다. 그에게 수치심의 끓는점은 낮았으며 스자쿠가 밖에서 손만 잡아도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붉힐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가슴에 젖이 나온다는 문장 자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를르슈는 지금도 손을 가볍게 떨고 말았다.
그의 동체시력이 뛰어난 기사는 한숨과 함께 를르슈의 손을 잡았다. 지금은 집무실 안이고, 비록 보는 눈은 없었지만 를르슈는 놀라고 말았다. 어깨를 움츠리는 그의 모습에 스자쿠는 눈을 맞추며 말했다.
“를르슈,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고, 고민이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면 뭔가 숨기는 일이라도.”
“없다.”
“아냐, 있어.”
“…없어.”
“있어.”
“없다니까!”
“있구나.”
아예 확신을 갖고 말하는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수치심이나 걱정을 넘어서 짜증이 나고 말았다. 없다니까! 빼액 소리를 지르고 나면 스자쿠가 놀란 눈으로 를르슈를 쳐다보았다. 를르슈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을 내치고 나서 스자쿠에게 아무 서류나 쥐어주고 나서 나가보라고 명령하자, 스자쿠는 허겁지겁 떨어지려는 서류를 잡고서는 를르슈의 말대로 내쫓기고 말았다.
격하게—를르슈의 기준에서— 움직이고 나서 들썩이는 숨을 가라앉히려고 의자에 몸을 기댄 를르슈는 가슴 부근이 또 아파오는 것에 인상을 썼다. 아무도 없는 곳이지만 가슴을 만지작거릴 수는 없기 때문에 그 근처를 살짝 손으로 더듬어보았다. 아픈 통증을 말해주듯이 살짝 열이 오르고 있는 피부가 젖어있는 옷자락 아래에서 느껴졌다. 젖어있는 옷자락….
젖은 옷, 그 아래에서는 젖이 나오고 있었다.
황제의 옷은 여러겹으로 겹쳐입는 것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를르슈의 가장 아래에 입은 옷이 모유로 추정되는 그 액체로 젖어들어가는 것은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유일한 위로였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돌아온 스자쿠가 티 타임을 준비해준 것도, 티 타임 시간에 맞춰서 나나리가 들러준 것도, 오늘은 위로라고 하기보다는 스릴 그 자체였다.
“오라버니,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건가요?”
“응? 스자쿠도 그러더니 나나리도 그런 걸 묻네. 별 일 없어. 일이야 늘 많지.”
“아하하, 그렇죠…. 그렇지만 너무 혼자서 다 하려고 하진 마세요. 적어도 나이트 오브 제로에게 기대는 것도 좋잖아요?”
“나나리도 믿음직스러운걸.”
“영광이에요.”
나나리는 상냥하고, 스자쿠가 내린 차는 맛있지만, 가장 아래에 있는 옷과 그 밑에 있는 가슴은 젖어들어가면서 살짝 아파오기 시작했다. 를르슈의 머릿속에는 어떤 단어가 스쳐지나갔지만 설마, 하는 생각으로 겨우 머릿속에서 그 단어를 지워냈다.
나나리를 배웅하고 스자쿠와 함께 저녁까지 일을 마무리짓고, 내일의 일정을 확인해두고 나면 다시 침실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를르슈의 뒤를 따르던 스자쿠는 폐하, 하고서 그를 불렀다. 하루 종일 가슴이 아픈데다가 젖어있는 상태로 식어가는 옷을 입은 탓에 기분이 나빴던 를르슈는 대답 대신에 날카로운 시선으로 돌아봐 주었다.
“정말 나한테 숨기는 거 없어?”
“스자쿠, 너 아직 일과 중이다.”
짜증을 담아 대답하면 스자쿠는 치사하다는 듯이 눈을 내리깔고서 다시 물었다.
“…폐하, 정말 숨기시는 게 없으신거죠?”
“그래.”
“거짓말하지 마시죠. 숨기시는 게 있잖아요.”
“없다니까.”
“거짓말.”
“없어. 말장난 할 거라면 그만 둬라.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고 싶으니까.”
침실 문 앞에 다다르자 를르슈는 들어가자마자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문을 걸어잠갔다. 스자쿠는 철컥, 하고 잠기는 자물쇠 소리에 돌아갈 것이다. 어제 그렇게 섹스를 했으니 오늘은 안 해도 되겠지. 를르슈는 어제 애정 충전을 했으니 오늘 하루 정도 같이 자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욕실에 들어가서 옷을 다 집어던지고 를르슈는 하얀 조명 아래에서 제 몸을 거울에 비추었다.
아침보다 더 부푼 유두 끝에서 나오는 액체는 가슴팍을 흥건하게 적셔놓고 있었다. 아침에는 조금이었는데, 낮에는 말도 안되는 양으로 불어났다. 를르슈는 웃기지 말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떻게 하면 낫는건데, 어떻게 하면! 일반론적인 방법을 따지자면 젖이 불지 않게 미리 유축해두는 것이지만 를르슈는 유축 따위 남자에게 쓸 말이냐는 상식을 들이밀며 제 가슴에 손을 댔다. 잠깐 스치는 것에도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아팠다.
일반론이냐, 아니면 상식이냐. 결국엔 두 개가 같은 것이 아니던가. 를르슈는 쏟아지는 뜨거운 물을 맞으면서 결심을 했다.
“으읏, 아프잖아…. 젠장!”
욕조에 웅크리고 앉아서 유륜과 유두를 번갈아 매만지던 를르슈는 결국 욕지기를 참을 수가 없었다. 젖, 를르슈에게는 적절할 지 모를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모유는 를르슈의 손을 적시고 흘러내릴 정도의 양으로 불어나고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짜내고 나면 를르슈는 거울 속의 저와 붉어진 얼굴로 마주하게 되었다.
스자쿠의 흔적이 남아있는 몸을 거울 속에 비춰보다가 를르슈는 내심 달아오르려는 몸에 찬물을 끼얹었다. 방금 전까지 모유가 나와서 당황하던 것도 잊고서, 어젯밤을 떠올리고 나니 살짝 흥분하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다. 게다가 거울에 비춰진 스자쿠의 흔적에 흥분하다니. 알 수 없는 페티시즘이다. 명명하자면 스자쿠 페티시일까. 를르슈는 찬물을 얼굴에 맞으면서 헛웃음을 지었다.
가슴에서 젖이 나온다고 욕할 때는 언제고….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를르슈는 잠옷을 입은 채로 혼자서 침대에 누웠다. 평소에는 스자쿠와 같이 자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침대가 넓게 느껴지는 일은 드물었다. 넓은 침대의 한 가운데에 눕자, 움직임에 따라서 또 가슴이 쓸리는 느낌에 를르슈는 젠장 소리와 함께 단추를 풀렀다.
다행히도 모유는 나오지 않았지만 오늘 목욕 내내 스스로 꼬집고 비튼 유두 끝이 아파서 쓸리는 것도 고통스러웠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일이지만, 황제 폐하는 오늘 하루 만큼은 웃옷을 벗고 자기로 결정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자면서, 이 초유의 사태, 말 그대로 초유를 보게 만든 놈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를 갈았다.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가슴에서는 여전히 모유가 나왔다. 어디서 젖 냄새가 난다는 소리가 들릴까봐 안절부절 못한 나머지 나나리와의 티 타임도 가지지 못한 것도 일주일이다. 스자쿠와의 접촉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손을 잡기는커녕 시선도 안 마주치게 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저 녀석은 이상한 곳에서 촉이 좋으니까 자연스럽게 굴 바에야 대놓고 티를 내서 날을 세우고 있으면, 스자쿠는 영문을 모르지만 우선 를르슈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나나리도 부족하고 스자쿠도 부족한 빈사 상태의 를르슈는 오늘 아침도 혼자 넓은 침대에서 눈을 뜨며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났다. 두 손이 축축하게 젖을 만큼 또 유축(이젠 이 단어를 쓸 수 밖에 없었다.)을 하면서 누구에게도 먹일 일이 없는 모유를 하수구에 흘려 버린 를르슈는 침대에 길게 뻗어버렸다.
이렇게 모유를 짜내고 나도 낮 동안에 가슴은 또 아파오고 옷은 젖었다. 젖은 옷이 들킬까 집무 내내 초조하게 구는 것도 하루이틀이었다. 아마 이 사태의 용의자인 C.C.에게 연락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자쿠는 지금 를르슈가 저에게 숨기는 일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고, 스자쿠에게 상담하기도 전에 C.C.에게 이야기를 한다면 그는 상처를 받을 것이다. 가슴에서 젖 좀 나온다고 스자쿠가 저를 져버릴 일은 없겠지만 어이없어 할 것이 뻔히 보였다. ‘또 C.C.에게 뭔가 잘못한 거 아니야?’ 라는 식으로 말할 것이 뻔해서 더 열이 받았다.
섹스도 일주일동안 못했다. 스자쿠 만한 체력은 없지만 그에 지지 않은 성욕은 가지고 있는 를르슈는 일주일의 금욕 동안 몇 차례 자위를 하려고 했으나 가슴이 너무 아파서 흥분은 되지도 않았다. 평소라면 가슴을 만지는 정도로도 스스로 발기할 정도였는데 차원이 다른 고통 때문에 를르슈는 눈물로 베갯잇을 적시면서 일주일을 보내야만 했다.
일주일.
를르슈만 한계인 것이 아니라 스자쿠도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침실까지 향하는 길에 앞장을 서던 를르슈는 제 뒷통수를 뚫릴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쳐다보는 스자쿠의 시선에 땅바닥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걷고 있었다. 일주일이나 지났다. 스자쿠의 의심도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어보였다. 진실을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하냔 말이다. 어떻게, 가슴에서 젖이 나온다고 말하냐고! 를르슈는 속으로 울부짖으면서 문고리에 손을 얹었다.
“폐하. 아니, 를르슈.”
“으, 응?”
“오늘은 나도 같이 들어갈래.”
“뭐?”
“새삼스럽게 왜?”
를르슈가 열려고 한 침실 문을 자신이 대뜸 열어버리고 를르슈의 손목을 잡은 채로 그를 안으로 끌어들인 스자쿠의 눈은 매섭게 빛을 내고 있었다.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일주일째 바람을 맞히는 것도 적당히 해야했다.
를르슈는 시선을 피하면서 스자쿠가 끌고 가는대로 휩쓸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뭐를 숨기고 있는거야, 를르슈.”
“수, 숨기는 거 없어.”
“거짓말 하지 마.”
“……돼, 됐으니까 씻으러 가게.”
“매일 욕실에서 뭐하는데?”
“뭐?”
“욕실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한참 있다가 나오잖아. 욕실에 누구 숨겨놨어?”
“너,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소리가 들리잖아.”
“그게 어떻게 들려! 거짓말 하지 마라!”
“평범하게 들려. 안에서 뭘하는 지는 알 수는 없지만 나한테 숨기는 게 있다는 건 확실해. 욕실에 널 보낼 수 없어, 를르슈.”
평범하지 않다.
동체시력만으로도 모자라서 청력도 인간의 범주를 벗어난 스자쿠를 보고서 를르슈는 가슴의 통증도 잊고서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스자쿠는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좋아서 저도 모르게 키스를 할 뻔 했다가, 다시 그의 거짓말을 추궁 중이라는 것을 깨닫고서 정신을 다잡았다.
“숨기는 것 하나 정도, 있어도.”
“너와 나 사이에 숨기는 게 뭐가 필요해?”
“…비밀 하나 정도는.”
“필요 없어.”
“나는 필요해.”
“아니, 필요 없어.”
“네가 뭔데…!”
“내가 뭔지, 를르슈가 잘 알고 있잖아?”
스자쿠는 를르슈가 늘 지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얼굴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그의 녹색 눈동자가 상냥하지만 지지 않는 구석을 들이밀고 빛을 내고 있으면 를르슈는 영락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스자쿠는 느슨해지는 를르슈의 경계를 틈타서 그에게 키스했다.
혀를 밀어넣고 부드럽게 안을 휘젓고 나면 를르슈의 신음이 흘러나왔다. 가녀리게 떨리는 손끝을 같이 맞잡으면 를르슈가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하는 버릇이었다. 를르슈는 그 키스 한 번에 맥을 못추리고 함락당하고 말았다. 그 키스는 너무 그리웠던 것이라 제가 숨기고 있던 비밀, 남자 가슴에서 모유가 나오고 있다는 사실조차 감춰야한다는 것을 까먹고 말았다.
를르슈의 옷자락을 벗기면서 스자쿠는 뭔가 젖은 느낌이 들긴 했지만, 스자쿠 역시 일주일 만에 그를 안는 기분에 휩쓸려서 들뜬 마음이었다. 를르슈는 제 옷을 벗기는 스자쿠의 손길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길을 기대하듯이 몸을 내밀게 되었다. 서서히 드러나는 피부에 괜히 열이 오르는 거 같아서 그것을 감추듯이 를르슈는 스자쿠를 살짝 밀어냈다.
“목욕, 안 했는데.”
“괜찮아, 좋은 냄새도 나는데. 뭔가, 향수라도 뿌렸어?”
“아니, 아닌데…. 아니, 아니! 아니! 떨어져라, 스자쿠!”
“뭐?”
“떨어져!”
“싫어!”
스자쿠의 집요해지는 손길에 를르슈의 감추려고 했던 가슴은 그의 시선 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아직 환한 불빛 아래에서 하얀 액체로 반짝거리는 를르슈의 가슴 끄트머리부터 이미 흥건하게 젖은 배까지 보고 난 스자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이게 뭐야, 라고 물어보는 그 시선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을 제 몸에서 떼어내고서 눈길을 피하듯 제 손으로 몸을 가렸다.
“뭐, 뭐야, 를르슈….”
“봤잖아, 보면 알잖아.”
“뭐, 뭘….”
내 가슴에서.
젖이 나온다.
스자쿠.
를르슈의 작지만 확실하게 닿는 목소리에, 스자쿠의 허리 아래가 뻐근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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