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까지 뜬눈으로 동이 터오는 것을 기다렸던 L.L.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불편했던 이부자리가 저를 편안하게 받아놓고 깊은 숙면까지 취한 L.L.가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해가 중천에 있을 무렵이었다. 아침이 되기 전에, 누가 일어나기 전에 집을 빠져나갈 생각이었던 L.L.로써는 대참사였다.
L.L.의 방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일까. 나츠미가 되었든, 스자쿠가 되었든 두 사람 다 마주하기 껄끄러운 상대가 되었다. 확인하고 싶은 것도 이제 없다. 나츠미와 스자쿠가 그런 관계라면 L.L.는 자신이 빠르게 빠져나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일어났어? 오늘은 늦잠이네.”
“…!”
“어제 늦게 자는 거 같더니.”
“어제…?”
“봤잖아.”
무엇을, 이라고 말하기도 전에 스자쿠는 L.L.의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언제까지 잘 거야?”
L.L.가 덮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는 손길은 어딘가 짜증이 묻어있었다. 그가 왜 짜증이 나는지는 모르지만, L.L.는 알고 싶지 않았던 두 사람의 관계를 알고 난 직후였기 때문에 스자쿠의 사정 같은 건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나츠미 씨는?”
“나츠미 씨는 오늘 주인어른이랑 같이 여행 다녀오신대.”
“이렇게 갑자기?”
“왜?”
“아니. 그, 이제 떠나려고.”
그 말에 이번에 스자쿠가 L.L.를 쳐다보았다. 고개를 갑자기 치켜든 탓에 부딪힐 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를르슈야말로 이렇게 갑자기 떠나려고?”
“…….”
“어제 봤지?”
“뭘?”
“모르는 척 하지 마. 그렇게 큰 소리를 냈으면서.”
“큰 소리를 낸 건 너잖아!”
“무슨 소리였는데?”
이번엔 L.L.가 당할 차례였다. L.L.는 대답 대신에 스자쿠의 어깨를 밀치면서 거리를 만들었다.
“됐어. 말장난할 시간 없어. 난 갈 거야.”
“그런 걸로 놀랄 줄은 몰랐네. 를르슈라면 뭔가 경험이 있을 줄 알았거든.”
“생각했던 거랑 달라서 미안하게 됐어.”
“미안할 거까지야…. 이렇게 짜증낼 줄은 몰랐어.”
생긴 거랑 정말 다르구나. 스자쿠는 남은 이불을 개키면서 평이한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나츠미 씨가 오면 인사하고 나가는 게 어때?”
“…더는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아.”
“왜? 아직 나랑 이야기도 제대로 한 적 없잖아.”
“너랑 더 할 이야기가 없어. 네가 나츠미 씨랑 서로 사랑하면서 지내면 됐어. 그래, 남편이 있는 게 좀 불안하긴 하지만 그 남편도 너를 인정한 거 같으니까….”
“사랑? 나츠미 씨랑 나랑?”
스자쿠는 생전 처음 듣는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L.L.를 쳐다보았다. 잘 개키던 이불도 흐트러놓을 정도로 놀란 것 같았다.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낯선가.
하지만 L.L.가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냈다고, 스자쿠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에 스자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면서 바닥에 무너졌다.
“하하하! 사랑? 를르슈, 그런 이야기를 하다니, 하하, 완전 동정이나 할 법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
“…도, 동정이나 할 법한 이야기라니. 보통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나 하는 거잖아.”
“사랑하지 않아도 섹스는 할 수 있잖아. 를르슈도 그 정도면 할 수 있지?”
L.L.는 대답하지 않았다.
스자쿠한테 동정이라고 놀림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스자쿠가 경험이 있다는 것도 어젯밤에 알았고, 그가 이런 주제로 놀려대며 웃을 정도의 인물이라는 것도 지금 알았다.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양의 정보가 지금 흐르고 있었다.
L.L.의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면서 결국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에 스자쿠는 웃는 것을 멈췄다.
“우와, 진짜 동정이야?!”
“닥쳐!”
“으악, 소리 지르지 마. 동정일 수도 있지. 하지만 처녀는 아니지?”
“나, 남자한테 처녀가 뭐야!”
스자쿠는 L.L.의 딱딱한 말투와 저를 밀어내려는 손을 물끄러미 보다가, L.L.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까워진 스자쿠의 얼굴은 장난기로 가득했다.
“남자가 처녀라는 건, 뒤로 남자를 받아본 적이 없는 걸 말하는데. 이런 것까지 말해줘야 해? 를르슈는 똑똑해보이는데, 이런 표현에는 약한가봐.”
“어린애가 상스러운 소리를 하고 있어…!”
“그 어린애는 섹스 정도는 를르슈보다 먼저 했는데?”
“너 말이야, 사람 놀리는 것도 작작해.”
“키스는 해봤어?”
“키스 정도는 몇 번이고 했어!”
물론 를르슈 시절의 이야기였다. 그 이후로 입술을 맞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살아온 긴 세월에 비하면 그때는 짧은 순간에 불과했지만 지금 열네 살짜리 스자쿠에게는 대놓고 말할 수 있는 경험담 중 하나로 전락해렸다. 스자쿠는 L.L.가 키스를 해봤다고 말하는 순간에 무언가 마음에 안드는 것처럼 미간을 구겼다.
“그래? 그럼 잘해?”
“자, 잘하냐니, 그걸 왜 알려줘야 하는데?”
“궁금하잖아. 를르슈 정도 미인이면 다들 가만히 안 뒀을 것 같거든. 상대는? 여자? 남자?”
“당연히 여자지!”
“그럼 남자는 해본 적 없어?”
“남자랑 왜 키스를…!”
“그럼 해볼까.”
열네 살이라는 나이는 정확히는 미성년자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스자쿠에 한해서는 그 악력만큼은 성인 남성의 것, 못해도 L.L.보다는 강했다. 맥없이 그에게 끌려가면서 스자쿠의 입술과 닿은 L.L.는 화들짝 놀라서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쉽게 밀리던 것과 다르게 스자쿠는 L.L.의 멱살을 가볍게 끌어당긴 채로 그의 입술 위로 혀를 내밀어 핥았다. 뜨겁다고 느껴질 정도의 체온인 스자쿠의 혀가 느껴지자마자 L.L.는 몸을 뒤로 빼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자쿠가 잡아당김으로써 실패했다. 뭐하는 짓이냐고 외치려는 찰나, 그 순간에 혀가 들어왔다.
스자쿠의 혀는 L.L.의 입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였다. 뻣뻣하게 굳은 L.L.의 혀를 맛보기도 하면서, 그의 치열을 훑으면서 가끔은 더 혀를 깊게 묻어와 입천장을 간지럽혔다. 타액을 나누면서 L.L.가 삼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마지막으로, 결국 반은 삼키고 만은 흘리는 L.L.의 입가를 닦아줌으로써 키스는 끝이 났다.
“어때?”
그리고 스자쿠 역시 붉어진 얼굴로 L.L.에게 물어왔다.
“…읏, 어떻긴, 당연히 싫다!”
남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곳이 방금 전의 키스로 흥분했다고 말하기엔 L.L.의 수치심은 지금 한계였다. 제발 스자쿠가 모른 채로 나가주길 바라는 마음과 반대로 현실은 L.L.에게 매정했다.
반 마디 정도 작은 스자쿠의 손이 L.L.의 다리 사이에 손을 넣은 것은 당연한 순서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 자연스러웠다.
“섰는데. 이게 싫은 거야?”
“어딜 만지는거야!”
“어디냐니….”
“말하지 마!‘
L.L.는 정말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스자쿠와 키스를 했다. 그걸로 발기했다. 자살해도 모두에게 동정받을 것 같은 사유다. L.L.가 얼굴을 가린 채로 고개를 들지 못하자, 스자쿠는 손바닥으로 L.L.의 아래를 문지르며 물었다.
“빼줄까?”
“이제, 이제 그만 닥쳐….”
“왜, 남자는 해본 적 없지만 나도 남자니까 잘해줄 수 있어.”
“시끄러워….”
L.L.의 흐느끼는 소리는 곧 울음소리로 번졌다. 스자쿠는 L.L.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것에 아래를 만지던 손을 떼어냈다. 스자쿠의 손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L.L.는 소리 없이 울었다.
“안 할게. 미안, 울지 마.”
“이미, 이미 다 해놓고 나서.”
“끝까진 안 했잖아.”
“너, 그게, 위로라고…….”
L.L.는 결국 소리없이 울면서 무너지고 말았다. 주저앉아서 세운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은 L.L.를 보면서 스자쿠는 놀란 채로 급하게 그의 기색을 살폈다.
기분 나빴어? 화났어? 안 좋아? 미안해.
쏟아지듯 미안하다는 말을 해도 L.L.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숨만 드나드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미안해, 를르슈….”
이름을 부르면 L.L.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보라색의 눈동자가 눈물에 젖어 촉촉하게 빛나는 것을 마주하는 순간, 스자쿠는 마주잡은 손의 온기를 더 그러쥐면서 그의 눈과 시선을 마주했다. 아름다운 빛으로 일렁이는 그 눈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을 비추고 있었다. 그 감정이 너무 깊어서 그가 왜 우는지 알 수는 없다는 것이 아쉬웠다.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까. 맛을 보면 알 수 있을까. 스자쿠는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은 L.L.의 눈가에 입을 맞추었다.
“너, 아직도 자, 장난이나 치고.”
“울 정도로 싫었어?”
“이, 런건, 좋아하는 사람이랑만 하는거야!”
“나는 를르슈가 좀 좋아질 것 같은데.”
그의 입술에 다시 쪽, 하고 입을 맞추면 L.L.는 얼굴을 붉혔다. 귀까지 붉어진 것이 귀여워서 그 귀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면 L.L.는 뒤늦게 그 손을 떼어내려고 했다.
“를르슈는 왜 나를 찾아왔어?”
“됐어, 이제. 나갈 거야.”
“싫어.”
“네 맘대로 데려다놨으니 나가는 것 정도는 내가 나가고 싶을 때.”
“나, 지금 를르슈한테 반한 거 같아. 키스를 먼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를르슈가 처음인걸.”
“그런 말도 하지 마!”
“어린애라서?”
L.L.는 대답이 없었다. 그의 눈은 깜빡임 하나 없었지만 그의 안에서는 수많은 망설임이 느껴졌다. 그런 것을 재고 있는 것은 스자쿠의 성격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어린애라고.
이미 그 거리에서는 열네 살이면 팔아치우기 좋을 상품이다. 팔릴 수 있다면 어린애든, 어른이든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순진하지도 않은데.
L.L.가 무방비해진 틈을 타서 스자쿠는 그의 옷깃을 살짝 잡아 끌었다. L.L.의 몸이 스자쿠 쪽으로 기울어졌다. 느슨하게 잠긴 셔츠 단추가 조금의 움직임에도 금방 풀렸다. 가려졌던 쇄골 사이로 드러나는 붉은 자국에 스자쿠는 그것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쳐다보는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손끝으로 그것을 만지면 L.L.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스자쿠는 숨결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서 그것을 만지다가, 금방 떨어지는 입맞춤을 해버렸다. 신기하게 생긴 그 붉은 자국은 손으로 문질러도, 입술로 닿아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저 따뜻한 L.L.의 체온만이 느껴졌다.
흐읍 하고 L.L.의 숨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참지 못한 새된 신음이 흘렀다. 그것은 무언의 신호처럼 느껴졌다. 스자쿠가 그 목덜미에 다시 입술을 닿게 하고, 이번엔 과감하게 혀를 내밀어 쇄골을 핥고 깨물면, L.L.는 밀어내지 않았다. 그저 그대로 굳은 채로, 스자쿠가 제 위를 덮는 것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말았다.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말은 중요하다.
하지만 말을 할 수가 없다.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L.L.의 머릿속은 방금 전에 얽힌 혀처럼 아무 생각 없이 휩쓸리고 있는 중이었다. 입고 있던 셔츠는 어느새 스자쿠가 벗겨버렸고, 스자쿠는 L.L.의 가슴팍에 매달려서 작은 유두를 물고 있는 채로, 혀로 그 끝을 튕기면서 L.L.의 반응을 즐기고 있었다.
스자쿠의 갈색 머리카락이 가슴 주변을 간지럽히고 있는데, 밀어내면 밀어낼 수 있는 거리임에도 L.L.는 여린 신음만 내뱉는 것이 고작이었다. L.L.가 어린애라고 말했던 스자쿠는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어리지 않은 손길로 L.L.를 만지고 있었다.
스자쿠의 입술이 가슴 끝을 소리 내어 빨아들이고 있는 것을 듣고 있으면 머릿속이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가슴 끝에서 느껴지는 간지러움은 무시할 수 없었고, 가끔 깨무는 통증이 느껴지면 저도 모르게 허리가 들썩일 정도로 온몸이 날뛰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을 쾌락이라고 인정하기 싫었다. L.L.는 제 허리를 쓰다듬는 스자쿠의 손길이 허벅지 아래까지 내려왔을 땐 그제야 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만, 스자쿠, 하, 하지 마.”
“왜? 좋잖아. 더 기분 좋게 해줄게.”
“아, 아앗, 안 돼, 아, 흐응, 읏!”
벌써 바지와 속옷 안으로 들어온 스자쿠의 손은 L.L.의 발기한 성기를 더듬고 있었다. 방금 전에 겨우 식어가나 싶었던 것은 반복되는 자극에 빳빳하게 굳어져서 속옷이 다 젖을 정도로 흥분한 것을 굳이 만져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쿠퍼액으로 젖은 소리를 내면서 스자쿠의 손에서 귀두 끝이 굴려지는 것이 느껴졌다. 만지는 손길이 과감해지고 거칠어질 때마다 L.L.의 소리도 높아졌다.
“하아, 아앙, 아, 놔, 만지지 마, 아!”
“괜찮아….”
“아냐, 아니야, 흑, 싫어, 하지 마….”
이번에 L.L.가 울면 스자쿠는 눈물로 젖어가는 입술을 빨아들였다. 성기를 만지는 손에 허리가 둥글게 접힐 정도로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사정이 낯설어서 무서울 지경이었다. 눈물이 쉼없이 흐르고, 스자쿠와 키스하고 있는 입술은 이미 눈물 맛으로 삼키는 타액은 짜게 느껴졌다.
하지 마, 만지지 마, 그만해.
스자쿠에게 몇 번이고 한 말이었지만, L.L.가 몸을 덜덜 떨고 긴 교성을 내지를 때까지 스자쿠는 멈추지도 않았고, 계속해서 행위를 이어갔다.
오랜만에 본 자신의 정액은 양도 많고, 냄새도 짙었다. 정말 죽고 싶었다. 수치스러움과 쾌감 사이에서 내던져진 L.L.는 제 다리를 더 벌리고 파고드는 스자쿠를 보고서 있는 힘껏 반항했다. 팔다리를 내젓는 L.L.의 골반을 꽉 잡은 스자쿠는 한 번의 사정으로도 시들지 않은 페니스를 손장난을 치듯 만졌다.
정액을 한 번 휘감은 손가락은 회음부를 지나서 그 뒤를 향했다.
“그만, 아, 그만해! 스자쿠, 싫어!”
“남자는 처음인데, 를르슈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구멍을 풀기에는 턱없이 적은 점액질의 액체로 주변을 훑는 것이 느껴졌다. L.L.는 히익, 하고서 몸을 굳혔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감각에 기분이 나빠야하는데, 페니스는 상황을 모르고 또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스자쿠는 그의 반응을 보더니 눈을 맞추고는 웃음을 지었다.
페니스를 만지면서 L.L.의 애널에 손가락 하나를 밀어넣은 스자쿠는 그가 느끼고 있는지, 그 반응을 끈질기게 살폈다. 발기하는 것이야 생리적인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린애에게 느끼는 L.L.는 이상하리만큼 즐거웠다. 누구와 피부를 이렇게 맞대고 싶고, 누군가의 안을 파고 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벼운 포옹도, 쾌감을 가늠하기 힘든 섹스까지도 해보고 싶었다.
를르슈와 함께라면 그런 섹스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를르슈가 더 느꼈으면 좋겠다.
그 생각 하나로 스자쿠는 L.L.의 페니스를 제 입에 물었다. 정액 맛이 느껴지는 것이 역했지만 그럭저럭 삼킬만 했다. 타액과 체액으로 질척한 소리를 더 적나라하게 내면 L.L.의 허리는 빈 공간이 만들어질 정도로 들려서, 스자쿠는 그 공간을 손으로 훑으면서, 그의 옴폭하게 파인 등 가운데를 만지작거렸다.
를르슈의 피부는 매끄럽고, 촉촉하고, 흥분으로 젖어들어갈수록 같이 젖어가는 것이 야하다. 그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드는 기분이 이상했다.
스자쿠의 혀가 요도 끝을 톡톡 건드릴 때마다 L.L.는 울면서 스자쿠의 이름을 불렀다. 그만해, 빼, 하지 마…. 이제 입에 붙어버린 그 말들을 한 바퀴 혀끝에서 굴려도 스자쿠는 그만두지 않았다. 의미 없는 반항이라는 것을 알아도, 쾌락 앞에 져버린 L.L.에게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사정이 가까워지자 참을 수 없었다. 스자쿠의 입에다가 사정하고 싶진 않았다. 점점 치밀어오르는 쾌감과 L.L.의 뒤를 쑤시고 있는 손가락이 하나에서 두 개로 늘어났을 무렵에는 L.L.는 엉엉 울고 있었다. 스스로 소리내어 우는 것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로, L.L.는 이불 위에서 헛손질을 하면서 히끅거렸다.
“그만 빼, 하지 마, 나올, 것 같아, 흐으, 읏, 빼!”
그 말에 스자쿠는 더 집요하게 혀를 놀렸고, 결국 L.L.는 그의 입안에 정액을 내보내는 수밖에 없었다. 볼이 불룩해질 정도로 L.L.의 두 번째 사정은 길었다. 스자쿠는 L.L.의 정액을 손바닥에 뱉어냈다. 그 모습을 보던 L.L.는 이불에 얼굴을 묻고서 소리도 내지 않고 울었다. 눈물에 젖어가는 뺨을 보면서, 스자쿠는 남은 정액까지 L.L.의 뒤에 쏟아부었다.
또 다른 손가락은 새로운 윤활제의 등장으로 조금 뻑뻑하지만 무리없이 L.L.의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세 개의 손가락이 L.L.의 안에서 움직일 때마다 L.L.는 이제 그만하라는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다리를 오므리려고 애를 썼다.
그가 번거롭게 다리를 모으는 것에 스자쿠는 안을 넓히는 것을 그만두고서 손을 치웠다. 갑자기 빠져나가는 손가락에 분홍색의 구멍은 하얀 정액으로 범벅이 된 채로 금방 오므라들었다. 더 풀어줘야할 텐데. 스자쿠는 제가 가게에 있던 시절을 떠올리면서 제 앞섬을 풀어헤쳤다.
“를르슈, 이제 넣을거야. 다리에 힘 풀어.”
“읏, 뭐, 흐윽! 아! 흐아아악!”
귀두가 힘겹게 안으로 들어갔다. 손가락 세 개로 풀어도 무리였던 것 같았다. 하지만 가까스로 피는 보지 않았다. 스자쿠는 여유를 갖고 안쪽으로 제 것을 밀어넣었다. L.L.가 숨이 넘어갈 것처럼 꺽꺽거리면서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은 안쓰러웠다. 그러나 그것을 달래줄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안으로, 안으로 들어갈수록 뜨거운 내벽과 함께 L.L.의 높아지는 신음을 들으면서, 스자쿠는 제 몸도 같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나츠미와 했던 섹스와는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녀를 달래기 위해서 했던 하나의 수단에 불과했던 것이 이전까지의 섹스였다면, L.L.와의 섹스는 그의 고통까지 쾌감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스스로도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제 머리부터 발끝까지 쾌락으로 내달리는 섹스였다. L.L.의 아픈 얼굴을 보고서 가엾다거나,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어도, 그의 고통을 위해서 참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스자쿠의 허릿짓은 금방 빠르고 강하게 내치고 박는 것으로 이어졌다. L.L.의 우는 소리에 그도 이 기분 좋은 것을 함께 느꼈으면 하는 마음에, 평소의 스자쿠라면 쳐다도 보지 않을 남자의 성기를, 스자쿠는 부드럽게 쥐고서 흔들었다. 금세 힘을 되찾는 페니스에 만족스러워했다. L.L.의 붉어진 몸뚱아리에 키스를 퍼부으면서 절정까지 다시 섹스에 집중했다.
흐으으, 아아, 앗, 후, 으윽! 아, 아파, 하아, 아, 아아, 그만, 그만….
L.L.의 말은 계속해서 흥분하게 만들었다. 그가 아프다고 스자쿠를 때리듯이 밀어내도 아프지 않았다. 힘이 실리지 않은 손으로 때리는 것은 꼭 더 해달라고 조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날 정도였다.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부드러운 속살이 스자쿠의 것을 반기는 것처럼 조여 들어왔다.
“아, 아읏, 거기, 흐읏, 싫, 어…!”
과거 남자를 성노리개로 팔았던 가게에서는 어떻게 하면 남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 자세하게 가르쳤었다. 스자쿠는 그 가게에서 누군가에게 한 번도 팔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그런 성교육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스자쿠 스스로도 남자를 만족시킬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엔 그저 박아대고 흔드는 정도였지만 조금 냉정해지고 나면 L.L.의 숨소리도, 그의 반응도 즐기면서 섹스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안된다고 말하는 부분은 꼭 이상하게 될 것 같으니 하는 소리와 같았다. L.L.의 손은 이불 밑에서 바르르 떨리면서 스자쿠가 어느 한 곳을 치받을 때마다 주먹을 꽉 쥐었다가 이완되기를 반복했다. 그곳이 L.L.가 느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스자쿠는 다시 한 번 그곳을 퍽퍽 쳐올렸다. 흔들리는 L.L.의 허리가 힘을 받는 대로 휘기 시작했다.
“아아, 아앗! 아, 흐윽, 흐응, 으으읏!”
참는 신음과 새는 신음 사이로 L.L.의 타액이 턱선을 타고 흐르는 것에 입술을 맞추면 L.L.는 허겁지겁 스자쿠의 혀를 빨아들였다. 섹스로 녹아버린 것 같은 보라색 눈동자와 그 눈가는 붉은빛으로 젖어들고 있었다.
“크읏, 기분, 좋아, 를르슈…?“
“아, 좋아, 흐응…! 기분, 좋아!”
이제 바보처럼 스자쿠가 했던 말을 따라하는 L.L.는 스자쿠가 몸을 숙이면 그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기분이 좋다는 말만 반복했다. 느끼는 부분을 처음부터 끝까지 박아대다가, 꽂은 채로 안을 휘저어주면 L.L.가 자지러지는 비명을 내질렀다.
방금 전까지 어린애라고 스자쿠를 밀어냈던 손은 스자쿠 없이는 더 이상은 안될 것처럼 그를 꽉 안은 채로 놓질 않았다. 그 변화는 스자쿠를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스자쿠의 사정은 L.L.의 안에다가 두 차례, 밖에다가 한 번으로 끝이 났다. L.L. 역시, 긴 세월의 금욕이 낳은 기적적인 결과로 네 번이나 사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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