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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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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사항

DOZI 2021.11.16 03:33 read.567 /

“나, 나는 뒤로 하는 게 더 좋아.”

 

열에 들뜬 목소리 사이로 들리는 그 말에 스자쿠는 미간을 찌푸렸다. 를르슈랑 하는 첫 섹스이다. 할 수 있다면 느끼는 얼굴부터 가는 얼굴까지 다 볼 수 있는 정상위로 하고 싶은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를르슈는 이불을 그러쥔 손에 바짝 힘을 준 채로, 여전히 ‘뒤로 하는 게 좋다’라고 시위하듯이 뒤를 내보이고 있었다. 살짝 벌어진 다리 사이의 페니스가 바짝 발기한 것이 보였다. 정말 뒤로 하는 게 좋은 것처럼,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스자쿠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를르슈가 저의 불평에 식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가 원하는대로 뒤에서부터 하기로 했다.

 

“그럼 넣을게.”

 

스자쿠의 페니스가 장벽 안쪽을 서서히 파고드는 것에 를르슈가 히끅거리면서 뒤를 조였다 푸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이렇게 뒤로 남자의 페니스를 받는 것이 익숙해보였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스자쿠는 느긋하게 풀고 들어가려던 생각을 바꾸고 급하게 들이박고서 허리를 움직였다. 갑자기 크게 흔들리는 움직임에 를르슈가 상반신부터 무너지면서 엉덩이만 덜렁 내민 꼴이 되었다. 그것이 부끄러운 모양인지, 를르슈는 스자쿠를 부르면서 싫다고 말했지만 스자쿠는 그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지금 섹스하는 것은 하나부터 열까지다 스자쿠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섹스를 하게 된 계기도, 상황도, 지금의 결과도. 모조리 다. 그럼에도 흥분하고 있다는 것은 스자쿠가 를르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아? 모르잖아,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겠지. 스자쿠는 그렇게 소리내어 투정부리고 싶은 것을 참으면서 를르슈의 죄여드는 뒤를 마구잡이로 들쑤시기 시작했다.

 

 

를르슈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가 남자와 잘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마 스자쿠가 지노에게 이끌려 장난 반, 진심 반으로 게이바에 놀러가지 않았더라면, 를르슈의 그 비밀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스자쿠가 게이바에 가게 된 이유는 를르슈 때문이었다. 소꿉친구였던 를르슈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 좋아한다는 감정이 호의를 넘어서는 욕정을 품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스자쿠는 이 여자 저 여자 가리지 않고 뒹굴고 다녔다. 그러지 않으면 를르슈를 덮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되지 않았다.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를르슈를 좋아하는 건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과 같은 취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친한 바텐더가 일하는 게이바에 놀러가자는 지노의 제안에 자신을 시험하듯이 기꺼이 응했다.

그리고 거기서 남자에게 술잔을 받고 있는 를르슈를 발견한 것이다. 를르슈는 ‘이런 곳’에서 스자쿠를 발견할 줄은 몰랐다는 것처럼, 당황한 얼굴이었다. 스자쿠와 눈이 마주하기 전까지 그는 완전히 게이바의 분위기에 녹아들어 있었다. 마치 익숙한 것처럼.

스자쿠가 놀란 마음과 동시에 배신감에 가득한 얼굴로 를르슈를 데리고 밖으로 나왔을 때, 를르슈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인 채로 스자쿠와 얼굴을 마주하지 못했다.

 

‘계속 숨겨서, 미안하다. 스자쿠.’

‘…언제부터야?’

‘언, 제부터냐니. 여기에 다닌지? 여기는 슈나이젤 형님이 추천해주신 곳이라서… 아무런 일도 없었고.’

‘그런 게 아니라! 언제부터 남자가 좋았냐고!’

‘……모, 르겠어.’

‘…남자랑 자기도 해?’

 

스자쿠의 다그치는 말에 를르슈는 울 것 같은 얼굴을 붉히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것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몰라서 스자쿠는 화가 났다. 그의 몸을 알고 있는 다른 남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열이 받았다. 그래서 이성을 잃은 채로 를르슈와 키스를 했다. 를르슈는 갑자기 자신의 입 안에 혀를 들입다 밀어대는 소꿉친구의 키스에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스자쿠를 밀어내지 않았다.

키스를 다 하고 나면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를르슈의 뺨을 훑어주면서, 스자쿠는 한숨을 내쉬듯이 말했다.

 

‘좋아해, 를르슈.’

‘뭐…?’

‘좋아한다구.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런 곳에 있지 마. 남자가 좋다면 나랑 사귀고, 남자랑 자고 싶으면, 나랑 자.’

‘무, 슨 말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아? 를르슈는 숨을 몰아쉬면서 그런 눈으로 쳐다보았다. 스자쿠는 다시 한 번 입을 맞추려다가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우는 를르슈의 모습에 당황했다.

 

‘미, 미안. 를르슈. 내가 키스해서 싫었어?’

‘너야말로… 이런 키스 해서, 날 가지고 노는 거야?’

‘…가지고 논다니.’

‘내가 널 좋아하는 걸 알고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서, 날 연민해서… 그런 말을 하고.’

 

를르슈의 우는 목소리와 함께 들리는 고백에 스자쿠는 욱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나를 좋아하면서 다른 남자를 찾은거야?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눈물을 닦다 말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너야말로 나를 좋아한다면서 다른 여자랑 놀았잖아! 스자쿠는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이미 스자쿠를 스쳐 지나간 여자만 해도 열 손가락으로는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진짜는 를르슈 하나 뿐이었어. 너 아니면 안 돼.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나랑 잘 수도 있어? 스자쿠는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 를르슈는 다시 말했다. 나랑, 섹스할 수 있냐고.

항상 성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늘 노코멘트, 성직자처럼 무욕의 경지에 오른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금욕적인 를르슈의 입에서 섹스라는 단어가 나오자 스자쿠는 눈을 둥글게 떴다. 그리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를르슈가 원한다면, 지금도 할 수 있어. 그리고 둘은 그렇게 러브호텔로 달려나가듯이 향했고, 상황은 다시 처음으로— 를르슈가 뒤로 하는 것이 좋다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를르슈는 지금 하는 섹스가 처음이었다. 억지로 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뱃속을 쿡쿡 쑤시는 스자쿠의 페니스가 흥분으로 달아오른 것이 느껴져서 저도 기분이 좋았다. 스자쿠가 느끼고 있어, 내 몸으로 느끼고 있어. 정말 나를 안고 있는 거야. 를르슈는 침대에 거의 무너져 가는 상반신을 부비다시피 겨우 세우면서 헉헉거렸다.

뒤로 하는 게 자세는 편하다고는 들었지만, 스자쿠와 섹스할 때에는 얼굴을 보면서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희망사항이었다. 만약 스자쿠가 자신의 판판한 가슴이나, 귀여운 구석이 없는 유두나, 바짝 마른 몸, 혹은 페니스 같은 것을 보고서 식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것이 더 무서웠다. 희망사항보다 현실적인 고려사항이 우선이었다.

그 선택의 결과는 훌륭한 것 같았다. 스자쿠가 거칠게 움직일수록, 를르슈 안에서는 흥분의 열이 식을 새가 없었다. 페니스가 느끼는 부분부터 안쪽까지 퍽퍽 찧듯이 박아대고 있으면 질꺽거리는 점액질의 소리가 결합부에서 들려왔다. 

를르슈는 제 우는 소리가, 남자의 목소리가 스자쿠의 귓가에 닿을까봐 숨을 억눌렀지만 다 참지 못하는 신음이 새어나가는 것이 부끄러웠다. 무너진 상반신을 세워서 겨우 다리 사이를 훑어보면, 자신의 페니스는 고장난 것처럼 정액을 질질 흘리면서 사정을 하고 있었다. 배와 시트를 더럽힌 정액의 흔적을 가리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뱃속이 한 번 젖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지근한 것이 쏟아지는 느낌에 스자쿠가 사정한 것을 알았다. 내 몸으로 흥분하고, 사정까지 했어. 를르슈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혹시 스자쿠가 식어버릴까봐 내내 신경쓰였던 긴장의 끈이 풀리는 기분이었다.

스자쿠는 쥐고 흔들던 골반 아래로 손을 기게 했다. 그 아래에는 페니스가 있다. 남자의 성기가. 를르슈는 훌쩍거리면서 안된다고 중얼거렸다. 만지면 싫어? 스자쿠의 잠긴 목소리가 울렸다. 를르슈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뒤로만 하는 게 좋아? 이어지는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 스자쿠가 페니스를 만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재차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면 스자쿠가 혀를 차면서 알겠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다시 서서히 굳기 시작하는 스자쿠의 것에, 를르슈는 또 숨이 차오르면서 뱃속의 압박감이 더해지는 것을 느꼈다. 또 하는 거야, 섹스. 계속, 스자쿠로 가득해질 때까지, 하고 싶어. 그런 말들이 입 밖으로 나왔는지, 아니면 속으로만 중얼거렸는지는, 를르슈는 알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