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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잉 리퀘스트 - 하룻밤의 추억

DOZI 2021.12.26 15:20 read.435 /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는 방심했던 것이다. 그가 언제나 자신의 곁에 있을 것이라고 자만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버려진 것이었다.

쿠루루기 스자쿠는 언제라도 를르슈의 친구였다. 그는 아리에스를 떠나는 날까지도 그렇게 말했다. 언제라도 필요할 땐 말해줘, 나는 를르슈의 친구니까. 하지만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친구가 아니었다. 친구 그 이상의 관계가 되고 싶었다. 그가 기사가 되어주길 바랐고, 그가 연인이 되어주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유페미아의 기사가 되었고, 아마 유페미아의 연인이 될 것이다. 스자쿠를 사랑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니까. 를르슈는 저에게 친구라고 말하는 스자쿠의 말에 쓰게 웃으면서 앞으로의 날들을 축복하겠노라고 말했다.

스자쿠가 아리에스를 떠나는 날에, 를르슈는 하루 종일 서재에 틀어박혀 우울함에 찌들어있었다. 여동생 나나리가 걱정하는 마음에 를르슈를 찾아와도, 그는 웃음을 적당히 흘리며 그녀를 돌려보내고 나중엔 혼자서 술잔을 기울였다.

술에 취한 를르슈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의 패인에 대해서 깊게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과 생각을 더해봤자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다. 스자쿠는 내가 아니라 유페미아를 골랐다. 그녀의 손을 잡았다. 결국 혼자 남은 것은 를르슈였다.

그 현실이 때로는 맨정신에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 를르슈는 술에 의존하는 날이 늘어갔다. 나중엔 술을 마시느라 일을 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나서야, 를르슈는 술을 줄이긴 했으나, 찾는 날을 줄이진 않았다. 매일 같이 술을 마시고, 스자쿠를 그리워하고, 유페미아를 질투한다. 그런 식으로 감정이 소모되는 감각은 끔찍했다.

 

하하, 친구. 친구라고? 언제라도 필요할 땐 말해달라고? 친구니까? 

누가, 누가 친구야.

난 한 번도 너를 친구로 생각한 적 없어.

 

를르슈는 이를 악물었다. 벌써 오랜 시간이 흘렀다. 유페미아와 스자쿠가 주종관계를 넘어선 유대감을 가지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 둘은 닮았으니까, 어쩌면 금방 사랑에 빠졌을 지도. 를르슈는 한숨을 토해내며 굳어버린 머리로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치밀어오르는 토기를 억눌렀다.

 

나는 네가 필요해, 스자쿠.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붉어진 눈가를 짓누르며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술 냄새가 짙게 흘렀다. 술과 함께 시작한 담배 냄새도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젠 취미 이상으로 의존하고 있는 술과 담배에 언제까지 찌들어있을 순 없었다. 조금이라도 정상 궤도로 돌아가야한다는 생각과 동시에, 이대로 더 뒤틀려버리자는 심보가 피어올랐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를르슈 전하, 오랜만입니다."

"그렇게 딱딱하게 부르지 않아도 돼."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우린 친구잖아?"

 

를르슈는 오랜만에 야회에 나갔다. 그 야회에는 유페미아가 참석한다는 정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기사인 스자쿠도 당연히 따라나올 것임을 알고 있었다. 를르슈는 연회장 구석에 있다가, 유페미아가 다른 사람과 인사를 하고 있을 때 스자쿠의 곁으로 향했다. 스자쿠는 를르슈에게 딱딱한 경어를 썼지만, 곧 를르슈의 '친구'라는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웃어버렸다.

 

"그래도 여기서는 그렇게 말하기는 어려울 테니, 잠깐 밖이라도 나가는 게 어때?"

"유페미아 전하를 호위해야 하는데."

"유피의 허락이 필요한 건가?"

 

를르슈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유페미아를 불렀다. 오랜만에 보는 이복 오빠의 얼굴에 유페미아는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를르슈! 오랜만이야! 곧 이어지는 대화에 를르슈는 유페미아에게 허락을 구했다.

 

"잠깐 스자쿠를 빌릴 수 있을까? 오랜만에 이야기 좀 나누고 싶어서."

"그럼, 괜찮아. 스자쿠, 다녀오세요."

"그렇지만 유페미아 전하, 호위는."

"괜찮아요, 여기는 저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있고. 정말 걱정되면 얼른 다녀와요."

 

를르슈는 유페미아의 흔쾌한 허락을 보고서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이제 가볼까, 스자쿠?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를르슈가 이끄는대로 테라스 밖으로 나섰다.

 

"뭐라도 마시는 게 어때? 자, 술. 이 정도는 괜찮지?"

"아, 고마워."

"뭘."

"뭔가, 이렇게 만나는 거 오랜만이네. 아니, 처음인가? 를르슈, 요새 잘 안 보였으니까."

"일이 바빠서 말이야."

"얼굴이 많이 상했어."

"걱정할 거 없어. 그럭저럭 원상복귀 중이니까."

 

를르슈는 들고 있던 샴페인 잔을 흔들며 말했다.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유페미아 전하가 너를 많이 걱정하고 계셔."

"유피가?"

"너랑 나 사이가, 조금 멀어진 거 같다고. 친구 사이가 어색해지지 않았으면 하시거든. 물론 나도 그러고 싶고."

"우리가 멀어질 게 뭐가 있어? 같이 살다가 떨어지는 거니까 만나는 건 좀 쉽지 않을 뿐이지."

"그래도 를르슈, 요즘에는 통 보이지 않았고."

"일이 바빴다니까."

 

스자쿠는 그게 아니라, 라고 말하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리고는 답답한지 제 손에 들려있는 잔의 내용물을 홀짝거렸다. 를르슈는 느긋하게 웃으면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주 얼굴 못 비춘건 미안해.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정말 미안한 게 맞냐면서 를르슈를 노려보았다.

 

"유페미아 전하가 너를 얼마나 걱정하는 줄 알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계속 유피 이야기 뿐이네, 너는."

"나는, 내가 유페미아 전하의 기사가 되어서, 너랑 멀어진 걸까봐."

"네가 유피의 기사가 되었다고 멀어질 게 뭐가 있겠어?"

"그치만 연락도 없고, 얼굴도 안 비추니까."

 

투덜거리듯 말하는 스자쿠의 모습에 를르슈는 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었다. 를르슈의 웃는 얼굴에 스자쿠도 더 이상 삐죽거리지 않고서 결국 덩달아 같이 미소를 지었다. 웃는 친구의 얼굴을 오랜만에 보고 있자니 반갑기 그지 없었다.

 

"일은 다 마무리 된 거야?"

"아아, 응. 이제 좀 궤도로 돌아갔다고 해야하나."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건 좀 어렵겠어."

"왜?"

"앞으로 네가 날 보지 않을 테니까."

 

무슨 소리야, 그게? 스자쿠는 의아한 듯이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를르슈는 그의 시선에 지긋하게 눈을 맞추고선 씩 웃기만 했다. 10, 9, 8. 를르슈의 숫자를 세는 소리에 스자쿠는 그것이 뜬금 없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른해지는 감각에 휩쓸렸다. 7, 6, 5. 팔다리에 힘이 서서히 빠져나갔다. 무너지는 스자쿠의 몸을 를르슈가 받아냈다. 비틀거리는 몸을 받아내는 손은 마치 이럴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4, 3, 2, 1.

그리고 0. 스자쿠의 세계는 까맣게 물들었다.

 

 

스자쿠가 다시 눈을 떴을 때에는, 그는 입을 틀어 막고 있는 부드러운 것의 감각부터 느꼈다. 따뜻하고 미끈거리며, 부드럽게 휘젓는 듯한 느낌. 마치 꼭 키스를 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스자쿠는 느릿하게 눈을 뜨며 제 호흡을 삼키고 있는 상대의 숨소리를 들었다. 후우, 하아, 하아. 거친 숨소리는 어딘가 낮은 목소리와 함께 울렸다.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를르슈의 목소리였다.

인공호흡? 그렇지만 혀를 부드럽게 감싸던 그 감촉은 완전히 키스의 그것이었다. 를르슈와 키스를 했다고? 스자쿠가 눈을 둥글게 떴을 무렵에는 를르슈는 타액으로 젖은 제 입술을 닦으면서 그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일어났어, 스자쿠?"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스자쿠는 당황해서 무슨 말도 꺼낼 수 없었다. 뒤로 묶인 팔이 뻐근하게 아파왔다. 스자쿠는 묶여 있었다. 의자에 꼼짝 없이 묶여있는 제 모습에 스자쿠는 기분 나쁜 장난이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이게 뭐야, 를르슈.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

"너야말로 경계심이 그렇게 없어서 어떡해? 남이 주는 걸 그렇게 막 받아먹으면 안 되지. 물론 덕분에 순조롭게 일이 잘 해결됐지만."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마지막에 그가 건넸던 술을 떠올렸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마셨던 그 술잔에 무언가가 담겨있던 것이 분명했다. 그것에 분노하듯 를르슈를 노려보고 있으면, 를르슈는 아무렇지도 않게 등을 돌려 어디론가 향했다.

지금 두 사람이 있는 장소는 어둑하고, 빛이 하나도 들지 않고, 창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궁의 깊숙한 내부, 아니면 지하일 것이다. 를르슈는 희미한 전등 불빛 사이로 걸어나오면서 오른손에 들린 것을 내보였다. 투명한 약이 담겨 있는 주사기였다. 

 

"스자쿠, 최음제를 맞아본 적 있어?"

"무슨 소리를."

"먹어본 적도 없겠지? 하하, 네 이런 '처음'이라도 가질 수 있어서 다행이야."

"를, 르슈."

"유페미아랑은 이미 해봤겠지, 섹스."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건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할 일도 아니었다. 유페미아와 자신은 그런 관계가 아니었다. 그리고 를르슈에게 그런 식으로 오해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유페미아 전하랑 나는 그런 사이가 아니야!"

"그래? 그럼 앞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겠군."

"를르슈!"

"스자쿠, 말이 너무 많아. 너 답지 않은 걸."

 

를르슈는 질끈 묶인 스자쿠의 팔뚝을 매만지며 달콤하게 웃었다. 

 

"괜찮아, 곧 기분 좋아질 거야. 그리고 기억도 날아갈 거니까. 너는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살갗을 뚫은 주삿바늘을 타고서 약물이 주입되는 느낌에 스자쿠는 이를 악물었다. 를르슈, 를르슈, 를르슈. 지키고 싶었던 친구가 자신을 배신하고 있었다. 를르슈는 가라앉은 눈으로 주사기의 피스톤을 끝까지 밀어넣었다. 이런 비열한 짓을 할 만큼 자신은 몰려있었고, 그런 자신을 몰고 간 것은 스자쿠였다.

네가 유페미아를 선택해서 그런 거야.

약은 바로 효과를 드러냈다. 를르슈는 앞섬이 부풀기 시작하는 스자쿠를 보고서 희미하게 웃었다. 달뜬 한숨을 내쉬면서 스자쿠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를르슈의 손이 자신의 성기를 매만지는 것을 보고서 스자쿠는 신음과 동시에 경악했다.

 

"뭐,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긴, 앞으로 섹스할 거야."

 

를르슈는 팽팽하게 발기한 스자쿠의 페니스를 속옷에서 꺼내면서 황홀하게 웃었다. 를르슈의 웃는 모습과 동시에 최음제로 인해 더욱 민감해진 페니스 끝이 문질러지는 것에 스자쿠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스자쿠의 페니스는 뜨겁다 못해 혈관까지 두드러질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약의 효과는 탁월했다. 를르슈는 끝에서부터 흐르는 쿠퍼액을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문지르면서 한편으로는 혀를 내밀어 그것을 맛보았다. 묘한 맛이 났지만 스자쿠의 것이라고 하니 금방이라도 흥분이 되는 것 같았다. 그것이 꼭 를르슈의 최음제인 것 같았다.

붉게 부푼 페니스를 혀끝으로 살살 핥아가며 스자쿠를 맛보고 있으면 스자쿠가 쉬어가는 목소리로 를르슈를 불렀다. 그 목소리는 증오에 차있었다. 그렇겠지. 믿었던 친구가 자신을 강간하고 있는 것이다. 스자쿠에게는 이 상황 만큼 끔찍한 배신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를르슈는 친구의 자리를 내버리고 하룻밤의 추억이라도 갖고 싶었다.

 

"스자쿠 자지, 정말 훌륭한데. 약 때문에 이렇게 흥분한 건가?"

"르…를르슈."

"눈을 감고 좋은 상상이라도 해, 유페미아라도 떠올려."

"제발, 그렇게 말하지…마."

"이렇게 여기를 혀로 굴려주면, 기분 좋은 것처럼 벌벌 떨고 있잖아, 너."

 

를르슈는 스자쿠의 테스티클까지 핥아댔다. 추잡하게 울리는 할짝거리는 소리에 스자쿠의 머릿속은 어지러웠다. 아래에서 직접적으로 주어지는 자극에 한 차례 사정을 하고 싶어졌다.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달콤하게 속삭였다. 참지 않아도 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손바닥에 사정을 하고 말았다. 한 번 내보냈음에도 페니스는 시들지 않고 빳빳하게 고개를 쳐들고 있었다.

 

"이거, 넣고 싶지? 구멍에 넣고 박으면, 기분 좋을 텐데."

"뭐…?"

"내 여기에 넣게 해줄게."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엉덩이를 내보였다. 진작에 젤로 풀어둔 애널에 손가락을 두어 개 집어넣고 휘젓는 꼴을 보여주면 스자쿠는 괴로운 듯 신음했다. 제발, 를르슈, 그러지 마. 빨갛게 부푼 애널은 억지로 풀어댄 흔적이 역력했다. 를르슈는 제 노력에도 스자쿠의 반항이 이어지는 것에 혀를 차며 다시 스자쿠의 페니스를 입에 넣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안에서 스자쿠의 페니스는 다시 한 번 사정을 앞두고서 벌벌 떨고 있었다. 를르슈는 그 사정을 앞둔 페니스를 다시 입 밖으로 꺼내면서 제 엉덩이 사이로 그것을 들이밀었다.

 

"여자랑 하는 거보다 더 기분 좋대, 그렇게 해줄게. 스자쿠."

"싫어, 하지 마, 를르슈…!"

"임신도 안하고, 네가 책임 질 건 없어."

"싫어, 아, 크윽…!"

"아, 아, 아으, 하, 아으읏!"

 

스자쿠의 성기를 서서히 삼키기 시작하는 를르슈의 애널은 한계까지 벌어지고 있었지만, 를르슈는 그 고통마저 기뻤다. 스자쿠와 하나가 되고 있다. 이 하룻밤의 추억이 완전해지는 시간이었다. 동시에 스자쿠의 앞에 이제 두 번 다시 나타날 수 없는 때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좋아. 를르슈는 스자쿠의 음모가 엉덩이에 닿을 때까지 깊게 그를 받아들이고서 숨을 몰아쉬었다.

눈물에 젖은 스자쿠의 눈이 보였다. 그는 팔다리가 모두 묶여있어서 움직일 수 없었다. 오로지 를르슈만이 그의 쾌락에 응해줘야만 했다. 그런 것들까지 보살펴야하는 것은 를르슈에게는 또 다른 쾌락이었다. 허리를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면서, 내벽의 안쪽을 쿡쿡 쑤시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조이는 것은 기쁨의 행위 그 자체였다.

하으, 아, 아아아! 으, 스, 스자쿠, 흐응, 아앙, 아아…!

를르슈는 제 높은 신음을 내지르는 제 목소리가 낯설면서도, 이 밤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무엇 하나도 참고 싶지 않았다. 엉덩이를 뒤흔들면서 제 성기를 주무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정의 기미가 먼저 찾아왔고, 스자쿠의 절정도 머지 않은 것 같았다. 스자쿠는 두 번째 사정이었다.

뱃속을 적시는 정액의 느낌과 동시에 를르슈도 제 배와 스자쿠의 배를 적실 만큼의 정액을 쏟아냈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두 사람 사이에서 들렸다. 스자쿠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울고 있었다. 를르슈는 그의 얼굴을 붙잡았다. 힘없이 고개를 들어올리는 스자쿠는 를르슈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이 이제 저를 향할 일이 없다는 것을, 를르슈는 깨달았다. 그것이 슬프면서도,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또 짜릿했다. 아랫배에 힘을 주어 다시 페니스를 조이고 나면, 스자쿠가 작게 신음하며 발기하는 것이 느껴졌다.

친구를 잃어도 하룻밤의 추억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입술에 겨우 제 것이 닿을만큼의 키스를 했다. 좋아한다는 말도, 사랑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추악한 자신의 욕망을 스자쿠에게 쏟아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