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자루루+지노카렌
눈앞에 있는 남자는 어색하게 카렌에게 웃고 있었다. 카렌은 제 귀에 들렸던 대사를 다시 한 번 검토했다. 그러니까, 뭐라고 했다고?
“오늘 저녁에, 같이 한 잔, 어때, 카렌?”
대체 누가 써준 망할 대사인지, 말하는 것도 어색해보이는 이 남자는 사내 공인 동성 부부가 아닌가. 심지어 말하는 것도 딱딱하다. 본인이 원래 하던 말투도 아니고, 이런 싸구려 대사도 날릴 인물이 아닌데.
카렌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웬일로 텅텅 비어있는 남자 사원 자리들이 아주 보란듯이 눈에 띄었다. 를르슈는 어색하게 카렌의 앞에서, 그렇지만 어울리지 않는 그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녀석, 내가 거절할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하고 덤빈거잖아…! 카렌은 어이가 없어서 를르슈를 쳐다보았다.
“너랑 나랑, 단 둘이서?”
“지금 여기에 너랑 나 밖에 없는걸.”
“……너, 스자쿠에게 허락은 맡았어?”
“스자쿠한테 일일이 허락받지 않아도 돼. 사내 단합 모임 같은 거잖아?”
“남자랑 여자랑 술을 마시는데 사내 단합이라…….”
대체 무슨 꿍꿍이란 말이냐.
코우즈키 카렌은 머리를 싸매다가 대충 오케이 싸인을 날렸다. 를르슈는 꽃이 피어나는 것마냥 웃으면서 나중에 라인으로 연락하겠다며 제가 돌아갈 자리로 돌아갔다. 카렌은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았다. 점심시간의 끝물이었고, 남자들끼리 나가는 일도 흔했고, 오늘은 카렌이 운이 나쁘게 일이 몰려서 점심시간까지 일하고 있는 텅 빈 사무실에, 를르슈 람페르지?
기분이 나쁘다. 뭔가, 운이 엄청 나쁠 것 같았다. 카렌은 라인을 확인하려고 휴대폰을 들어올리는 순간, 그 남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연락, 해둬야하나…?
를르슈는 사내 단합 같은 거라고 했으니까, 하지 않아도 될지도.
아니, 우선 유부남이랑 뭘 하는 취미는 없으니까, 지노도 알고 있을거고!
그래서 카렌은 연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지노는 절망하고 있었다.
[지노: 연락 없는데요]
[리발: 우와…]
[스자쿠: 아직 퇴근까지 1시간 남았으니까 금방연ㄹ락올거야]
[스자쿠: 그렇지않으면를ㄹ르슈가카렌이랑술을마시게돼]
[스자쿠: 를ㄹ르슈를믿지만카렌은믿ㅇ르수없어]
[지노: ㅎㅎ나도 마찬가지야 스자쿠]
[스자쿠: 니가뭔데를르슈를못믿어]
[지노: 스자쿠를 믿는다고 말한 적도 없어^^~~]
를르슈는 시끌벅적한 남사원 그룹채팅방에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라면 정말 카렌과 단 둘이 술을 마시게 된다. 할 이야기는 없다. 를르슈는 회사 내 체육단합모임인 ‘나이트 오브 라운즈’ 소속도 아니고, 카렌과 같은 학교 동창이긴 했지만, 그녀와 가까운 것은 차라리 스자쿠였지 를르슈는 아니었다.
[를르슈: 우선 XXX라는 곳으로 갈게.]
[스자쿠: 거긴 룸이잖아 안돼]
[를르슈: 회사 근처에 룸이고 카렌도 편히 이야기할 수 있을거야]
[지노: 선배랑 카렌이랑 편하게 이야기해서 뭐하게요?]
[스자쿠: 무슨 이야기할건데?]
[스자쿠: 여자랑 단 둘이서 술집에서 무슨 이야기 할건데 편하게 무슨 이야기 할건데]
[지노: 그냥 스타벅스에서 이야기하면 안돼요? 제가 다 나가라고 할게요]
[스자쿠: 그냥 우리집에 불러]
[지노: 남자 둘 있는 집에 카렌을 왜 부르죠? 미쳤어?]
[리발: 진정해. 게이 둘이 사는 집에 여자가 가는 것 뿐이야.]
[지노: 애쉬포드 회장이 갈거면 말릴거면서]
[리발: 아무래도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게 좋겠어]
[를르슈: 진정해]
[리발: 세미나실 예약할까?]
[스자쿠: 해버려]
생산적이지 못한 대화가 이어지는 것에 를르슈는 한숨을 쉬었다. 다들 일은 안하고 여기에 정신이 빠져있는 것이 보였다. 대표적으로 지노와 스자쿠가 그랬다. 리발도 슬슬 휘말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정리를 해야하긴 했지만, 이미 복잡해진 와중이었다. 우선 술집에 두 사람의 예약을 해둔 를르슈는 지금까지의 자신의 작전을 검토했다.
카렌에게 요즘 잘 지내냐는 이야기를 하고, 약간의 상담, 그리고 연애 이야기로 넘어가서 지노와 어떻게 지내는지. 좋아, 모든 계획은 완벽하다. 를르슈는 퇴근까지 5분이 남을 때쯤, 카렌에게 연락을 했다. 그 술집으로 예약했어. 좋아, 거기로 갈게. 카렌의 답장은 간단했다.
그러나 남사원들의 채팅방은 그렇질 못했다.
[지노: 카렌이 간대요?]
[를르슈: 응]
[스자쿠: 역시 를르슈한테 마음 있을 줄 알았어]
[스자쿠: 를르슈 넘어가지마]
[스자쿠: 너는 나없이 못사는 몸이잖아]
[스자쿠: 둘이서 어떻게 되면 너 죽고 나 죽고야]
[리발: 퇴근하고 나서 이 방 나간다]
[리발: 스자쿠든 지노든 살아있는 사람 다 죽일듯]
[지노: 죽이진 않아]
[지노: 카렌에게 여지를 준 선배가 나쁜거니까]
[스자쿠: 유부남에게 불순한 마음 품은 카렌이 더 나빠]
6시가 되자마자 를르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은 시각, 7층에서도 콰콰쾅, 하고서 의자를 길게 끄는 소리가 들렸다.
아, 마지막으로 점검할 게 있었는데. 를르슈는 ‘반지를 빼고 갈거야’라고 쓰려고 하는 순간에 올라오는 새 글에 그냥 마음을 접었다.
[리발 칼데몬드(님)이 나가셨습니다.]
어쩌면 금요일의 이너피쓰를 즐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사랑에 미친 두 바보들에게 결국 묻는 수 밖에 없었다.
[를르슈: 반지를 빼고 갈 생각인데]
[지노: 좋아요]
[지노: 카렌이 잘생긴 유부남의 불륜상대로 찍히는건 보고 싶지 않아요]
[스자쿠: 안되지]
[스자쿠: 너는 어딜가도 내 꺼라는 인식을 줘야해]
[지노: 카렌이 내연녀가 된다니까]
[스자쿠: 그건 내 알 바가 아니야]
아니 알 바가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건데…. 를르슈는 결국에 리발처럼 채팅방을 나왔다. 가까워지는 XXX라는 술집 앞에서 정장 수트 차림의 카렌이 서있었다. 기획경영의 에이스이자 모두가 눈독들이는 미인이라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인사를 하고 나서 술집에 들어가는 순간, 를르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스자쿠: 웃지마]
[지노: 선배 제 위로를 핑계로 카렌이랑 뭔가 하시려면]
[지노: 저도 가만히 있지 않아요]
[지노: 스자쿠 한 대 정도는 팰 수 있어요]
한 대 패고 백 대 맞기 vs 가만히 있고 확실해지기
당연히 후자 아닌가. 스자쿠는 채팅 규정을 어겨서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를르슈의 선택은 당연히 반지를 빼는 것이었다.
카렌도 불륜 상대로 보이고 싶지 않을 거고, 를르슈는 외도 상대를 둔 바람난 남편으로 보이고 싶지도 않았다. 반지를 주머니에 넣어두고서 카렌과 함께 한 상에 앉아서, 주문을 하고, 술을 마셨다.
예상한 대로이다.
카렌에게 요즘 잘 지내냐는 이야기를 하고, 약간의 상담이 있었다. 카렌은 를르슈와 오랜만에 이야기 하는 것에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를르슈는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조심스럽게 지노의 이야기를 꺼냈다.
“카렌이랑 지노 말야, 둘이 자주 같이…여행 다니잖아?”
“서로 스케쥴이 맞을 때가 많아서 그렇지.”
카렌의 스케쥴이 맞추기 위해서 지노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일거다. 를르슈는 입맛이 썼다. 이 두 커플의 앞날은 를르슈의 예상보다 고된 것 같았다.
“골든 위크일 때는 브리타니아로 다녀왔는데 나쁘지 않았어. 유로 쪽을 좀 많이 보기는 했지만, 아, 를르슈 술 좋아하지?”
“그렇지.”
“선물로 많이 사서 남았거든. 다음주 월요일에 줄까?”
“아, 그럼 고마워.”
갑자기 뒤쪽 방에서 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십중팔구 스자쿠일 것이다. 괜찮아, 스자쿠, 나는 아직 술만 받기로 할 뿐…. 너에 대한 마음은 흔들리지 않았어!
“지노랑 같이 다니면 부모님도 안심하고 그러시겠네.”
“그렇지, 우선 저렇게 보여도 남자고, 운동도 제법 하는 데다가.”
“카렌도 지지 않는데 말이지.”
“그래도 일행이 있을 땐 든든해.”
남자친구가 아니라 여행의 일행이었구나. 이번엔 크흑, 하는 소리가 옆방에서 들렸다. 아무래도 지노인 것 같았다. 지노, 아직 확인은 끝나지 않았다. 일행인데 남자친구입니다, 라는 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잖아…!
“카렌은…결혼 생각 같은 건 없는건가?”
“를르슈까지 그런 이야기? 결혼했으니까 여유롭다 이건가.”
“…각자 개인적인 속도가 있다지만, 평균적으로는 이맘때 쯤 많이 하니까. 카렌이라면 언제든 결혼해도 상관 없지만. 급하게 하는 것보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하는 게 낫지."
“역시, 오빠는 오빠야, 를르슈.”
“거기서 왜 그게….”
“오빠도 같은 소리 하거든. 급하게 할 바에야 적당하고 느긋하게 하는 게 좋다고. 나도 그렇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
마지막의 폭발력은 가히 프레이야와 같았다. 를르슈는 테이블 아래로 주먹을 꽉 쥐었다.
카렌에게 결혼하고 싶은 상대가 있다는 것은 제발 지노여야만 했다. 안 그러면 그 지노의 투정과 푸념, 체념 따위를 받아줘야하는 건 를르슈와 스자쿠이기 때문이었다. 를르슈는 겨우 테이블 밑에서 손을 빼내었다. 카렌은 아무 생각 없이 를르슈의 왼손을 보다가 그 허전함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를르슈. 반지는?”
“아, 손 씻다가 집에서 두고 왔어.”
“…흠, 너 답지 않네. 스자쿠가 하루 종일 들들 볶았을 거 같은데.”
“스자쿠를 뭘로 보고….”
제대로 보고 있네.
지금 뺀지 40분 밖에 안 되었는데, 그 사이에 채팅 규정이 풀렸는지 를르슈의 휴대폰은 터지기 직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뜨거워졌다.
“그래, 그런 안정감이 부럽기도 하네….”
“누구랑 결혼하고 싶은데?”
이젠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카렌은 하아, 하고 한숨을 쉬었다.
“역시, 그렇게 안 보이는구나. 나름…노력했던 거 같은데.”
“응…? 아, 사귀고 있는데 아무도 몰라? 누군데?”
“를르슈가 모를 정도면 그냥 다들 모르는 거겠지?”
“난 연애에 대해서 잘 몰라. 오히려 스자쿠나 지노가 눈치가 빠르지.”
“스자쿠나 지노…….”
추가한 술이 들어오고, 를르슈는 카렌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카렌은 홀짝거리며 술을 마셨다. 그리고서 중얼거렸다. 나도 열심히 노력했다구.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이 자식이 내빼는 거 같기도 하고, 배려라고 하기에는 너무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아, 나는 날 리드하는 남자가 좋았던걸까? 하지만 널 보면 난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닌데….
“나?”
“넌 중요한 게 아니야, 를르슈.”
오히려 를르슈는 내 취향의 반대편에 있고…. 같이 취미생활 즐길 수 있고, 기분 나쁘게 꿍꿍이 숨기듯 웃지 않는 해맑은 쪽이 내 취향이고.
카렌의 말에 를르슈는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 벽 뒤의 방에서 콰당탕 하고 소리가 들렸다. 스자쿠나 지노가 치고 박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카렌이 말하는 사람, 꼭 스자쿠 같네. 스자쿠는 나랑 결혼한 거 알지?”
“…누구를 뭘로 보고. 나는 유부남이랑 바람피고 싶지 않아.”
“그래? 그럼 누굴까? 여자, 남자?”
“남자인데.”
그럼 카렌이랑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이 누구지, 를르슈가 턱을 괴며 중얼거리자 카렌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고민할 것도 없잖아. 나는 지노랑…!”
콰앙콰득콰앙! 순서대로 젓가락과 손에 들고 있던 잔, 그리고 테이블에 머리박는 소리다. 카렌은 동그래진 눈으로 빨리 나갈까, 하고서 를르슈를 재촉했다. 를르슈는 괜찮다고 말하면서 아직 남은 안주들을 먹자고 카렌을 다독였다.
“그래, 지노랑 사귀고 있었어? 언제부터?”
“…그, 너네 결혼식 때부터 사귀고 있는데. 아마 3년 쯤, 되었으려나.”
“오래 됐네. 결혼할 생각은?”
“나는 있는데…. 그 녀석은 없는 거 같아. 지노가 지키고 있는 혼전순결주의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가면 사실 사귀는 게 아니라 친구로써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혼전순결주의? 오늘 낮의 지노가 얼굴을 굳히면서 하루 종일 고민하던 것을 생각하면 코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카렌도 카렌대로 걱정과 고민이 있었던 모양인 것 같았다. 를르슈는 마지막 한 잔을 겨우 마시면서 카렌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그런 고민이 있다면 당사자와 함께 해결하는 게 어때?”
“…만약 그랬다면 사귄다고 한 적 없다고 하면?”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카렌은 지금 지노의 흉계에 를르슈가 눈앞에 있는 것을 모르니까.
“장난인데 뭘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냐고 해.”
“를르슈, 이런 걸로 장난치면 안 돼.”
“…….”
“나는 확실하게 하고 싶은 거지, 사람 마음을 갖고 놀고 싶은 게 아니야.”
정론적인 카렌의 말에 괜히 혼난 를르슈는 잠깐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괜히 남 좋은 일 하려다가 혼나고 나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화장실 대신에 향한 곳은 바로 옆 방이었다. 이미 난장판으로 뒹굴고 있는 지노와 스자쿠의 멱살잡이에 를르슈는 이를 악물었다. 크게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스자쿠가 꽉 쥐고 있는 지노의 넥타이를 제 손으로 낚아채고는 를르슈는 뒷발자국 소리를 쾅쾅 내면서 저와 카렌이 먹고 마시던 방 앞에 세웠다.
‘똑바로 이야기 해, 카렌한테.’
‘네, 선배?!’
‘사귀자고, 사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결혼해달라고!’
‘네?! 아직 반지도 뭣도 없는데요?!’
‘중요한 건 기합이다.’
‘선배랑 정말 어울리지 않는 말이네요.’
를르슈는 더 길어지는 속삭거리는 대화에 짜증이 치밀었다. 문을 벌컥 열자 혼자서 술을 마시던 카렌은, 지노의 등장에 콜록거리며 사레가 들렸다. 지노의 엉덩이를 발로 차주듯 안에 밀어넣은 를르슈는 손을 탁탁 털고 옆방으로 들어갔다.
를르슈…! 지노에게 얻어 맞은 자국은 없지만 치고 박은 흔적으로 엉망이 된 넥타이와 셔츠 자락에 혀를 찰 수 밖에 없었다. 를르슈는 주머니에 넣어둔 결혼 반지를 끼고서, 스자쿠의 입에 못 들어간 음식들을 먹여주고, 제 입에도 몇 개 넣었다.
외도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지만, 분위기는 어쩌면 그런 것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스자쿠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종업원을 불러서 스자쿠가 좋아하는 술과 안주를 더 시켰다.
집에 가서도 열심히 할 생각인 를르슈는 옆방에서 들리는 ‘카렌, 사랑해, 결혼해줘!’같은 열렬한 고백 같은 건 들은 척도 안했다. 둘이서 얼싸안고 우는 소리와 갑자기 쪽쪽거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긴 했지만. 그 무렵에 구두를 신고 나와서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지노와 카렌이 식당에서 떡을 치던 뭘 하던 상관 없었다.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 스자쿠와 를르슈는 흠뻑 뒤집어 쓴 사랑의 기름에 불만 붙으면 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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