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Very2ndPlace
< >

Vampire Britania

DOZI 2019.06.18 11:46 read.296 /

뱀파이어 브리타니아 집안이 보고 싶어서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의 죽음으로부터 500년. 코넬리아 리 브리타니아는 고요한 저택에서 벌써 몇 잔째인지 모를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이 먼지투성이인 저택에서 이십 년 가까이를 황녀로 자란 두 사람이 청소 같은 것을 할 리가 없었다. 오로지 이 저택에 걸린 저주가 풀리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유페미아는 관 속에서, 코넬리아는 그 관의 옆에서 500년을 버텼다. 오늘이야말로 바깥의 스산한 달빛을 맛볼 수 있는 날이었다. 이제야 유피의 벌이 끝나는구나. 뚜껑이 열린 관에 기댄 코넬리아는 창백한 낯으로 누워있는 유페미아의 뺨을 만졌다.

이 끝나지 않는 삶에서 이번 500년이 유달리 길게 느껴졌다. 그보다 서너 배는 더 길게 살아왔을 텐데도. 

 

“…안녕하세요, 누님. 잘 지내셨습니까.”

 

두 자매를 이 꼴로 만들어놓은 를르슈는 여느 때와 다름 없는 검은 옷차림으로, 옆에는 늘 대동하는 그의 여동생인 나나리와 함께 있었다. 제 오라버니가 내린 저주에서 이제 막 풀려나는 언니들을 보며, 나나리는 를르슈의 등 뒤로 숨었다. 어렸을 때는 넷이서 곧잘 놀았으나, 전쟁 놀음에 빠져들면서 둘씩 찢어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유페미아가 학살을 일으키고, 를르슈가 그를 무마하고, 두 자매에게 저주를 내림으로써 세상은 잠잠해진 듯 했다. 코넬리아는 유페미아가 관에 갇혀서 소리를 지를 때를 떠올렸다. 원래라면 성수에 빠뜨려 그대로 정화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를르슈는 두 자매에게 강인하지 못했고, 나나리가 끝없이 말림으로써 자택 연금이라는 저주를 내렸다.

뱀파이어의 주식인 흡혈도 하지 못하고, 생기를 얻을 수 있는 달빛도 쬐지 못한 채로 500년을 살아야하는 저주였다.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명한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장미덩쿨은 리 브리타니아의 저택을 감쌌고, 를르슈의 안개는 세상에서 그 저택을 지워버렸다. 

500년의 세월동안 조금 자란 여동생과 더 날카로워진 남동생의 얼굴에 코넬리아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반성은 많이 하셨습니까?”

“질리도록 했다.”

“…세상은 많이 변했습니다.”

 

나나리는 유페미아의 관의 옆에 서서 쓰게 웃었다. 코넬리아의 차게 식은 손에 제 손을 보태면서 생기를 나누었다. 여동생은 더할 나위 없이 여전히 상냥했고, 남동생은 겉으로는 냉정하게 말한 듯 하더라도, 500년동안 저주의 결계가 견고한 것에 안심한 듯 했다.

 

“유피의 일 이후로 어떻게 되었지?”

“저는 황제가 되었고, 쿠루루기 스자쿠는 제 기사가 되었습니다.”

“벌은 너도 받아야하는 거 아니야?”

“아쉽게도, 그 사이에 슈나이젤 형님도 관에 들어가셨습니다.”

“…….”

 

어차피 죽지 않으니 또 저주를 내렸다는 이야기였다.

코넬리아는 한 시대의 지존으로 살았을 를르슈를 보면서 어떻게 그 자리에서 내려왔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은 간단했다.

 

“죽으면 끝나니까요.”

“…그래? 그럼 이제와서 돌아온 이유는 뭐지?”

“누님과 유피의 벌도 끝났고, 슈나이젤 형님도 100년이면 깨어나실 겁니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깨어날 수 있게 해놓았으니까요.”

“클로비스는?”

“팬드래건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의 브리타니아는?”

“하나의 가문에 불과합니다. 제국은 몰락한지 벌써 500년이 지났죠.”

 

를르슈는 유페미아의 뺨에 손을 얹었다. 를르슈가 깨우면 유페미아는 이제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영겁의 세월을 사는 뱀파이어. 서로가 서로를 깨워주지 않으면 영원한 잠에서 일어나지 못한 채로 자는 수도 있으니.

 

“네가 황제였다면서?”

 

유페미아의 뺨에 도는 혈색에 코넬리아의 말투는 조금 누그러워졌다.

 

“일 년이 채 안되는 제위기간이었습니다. 나나리의 발이 나을 때까지 조금 쉬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 이제 다 나은 거 같네.”

 

아버지라고 불렀던 샤를 지 브리타니아는 뼛조각도 남지 않고 죽어버렸다. 를르슈는 그 이상한 가족 놀이가 싫었다. 어머니가 108명? 웃기는 소리였다. 나나리가 재우는 잠에 빠져 200년을 쉬었고, 나나리는 두 발로 걷고, 두 눈으로 세상을 볼 쯤에 자기의 오라버니를 깨웠다. 오랜만에 본 여동생의 모습이 건강해서 좋았던 를르슈는 그동안의 잠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여동생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잠시 충격을 받았다.

 

“유피가 완전히 깨면, 완전히 몸을 숨겨 러시아로 떠나야합니다.”

“…추운 곳은 질색인데. 어째서?’

“쿠루루기 스자쿠가 아직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코넬리아는 눈을 부릅 떴다. 유페미아가 황녀로써 존재했던 시절에 그녀를 경애했던 유일한 기사, 쿠루루기 스자쿠. 그리고 를르슈의 기사가 되었을 그 인간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나나리는 울먹거리는 눈으로 제가 잘못했다고 말을 꺼냈다.

 

“언젠가 스자쿠 씨 혼자서 죽는 게 가여워서 그만, 피를 주고 말았어요.”

 

원치 않는 영생을 얻어버린 쿠루루기 스자쿠는 서서히 미쳐갔고, 세상을 떠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유일한 진실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 나나리 비 브리타니아.

그리고, 유페미아 리 브리타니아. 

 

“우리를 찾으면?”

“아마도 죽이지 않을까요? 우리 패거리에 끼어달라고 하기에는 그로써는 얻을 게 없으니. 다 죽이고 싶겠죠.”

 

인간은 우리를 혐오하지 않습니까?

를르슈는 유페미아의 손끝에 키스를 더했다. 이제 유페미아는 완전히 잠에서 깨어날 것이다. 세상은 학살왕녀를 잊고, 아름다운 장미와 같은 소녀를 얻을 것이고, 달빛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의 수레바퀴를 굴릴 것이다. 

 

“슈나이젤 오라버니는 그럼.”

“그 사람이야 알아서 잘 살겠죠.”

 

전쟁 놀음에서 패배했던 슈나이젤은 마지막까지도 끈질겼으니까. 를르슈는 키득거렸다. 그 사이에 유페미아가 눈을 떴다. 어둑한 천장을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고 눈을 서너 번 깜빡거리더니,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렀다.

 

“코넬리아 언니…?”

“유피, 눈을 떴구나.”

“유피 언니, 이제 끝이 났어요.”

 

유페미아는 마른 입술 끝을 달싹거렸다. 길게 자는 동안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다. 코넬리아는 이를 세워 손목을 물어뜯었다. 어릴 적에나 하던 버릇이었지만, 유페미아도, 코넬리아도 그것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코넬리아의 손목을 붙잡고서 갈증을 달래는 유페미아의 모습에 를르슈는 이제 안심이 되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페미아를 일으키는 것은 를르슈의 몫이었다.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명한다. 너의 저주는 끝이 났다, 유페미아.”

“Yes, My Lord.”

 

유페미아는 무릎을 굽혀 인사했다. 오래된 방식이지만 브리타니아식 인사는 그들의 몸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것이었다. 

브리타니아의 새로운 로드Lord로써 군림한 를르슈는 검은 밤하늘을 보며 낮게 웃었다. 이제 황제Majesty도, 황족Highness도 없는 시대이다. 살아남는 자만이 강자가 되는 시대. 브리타니아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보란듯이 승리할 것이다.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이레귤러가 존재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