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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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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수님과 . .. 행아웃에서 ... 불탔던 썰.. 

(저는 안풀고 응수님이 썰을 푸셨습니다) 

이 썰의 원본은 응수님입니다. 저는... 아직 여기까지 배운 변태는 아니므로 ㅠㅎㅎ 

 

 

 


 

 

 

 

 

를르슈가 브리타니아의 성을 버리고서 쿠루루기 가문에 시집을 오게 된 것은 일 년 전의 일이었다. 열성 오메가인 를르슈를 받아준 남편은 다름 아닌 쿠루루기 가문의 후계자, 쿠루루기 스자쿠였다. 쿠루루기 스자쿠가 누구나 탐낼 만한 우성 알파임에도 불구하고, 를르슈와 연을 맺게 된 것은 순전히 를르슈의 배후에 있는 브리타니아 제국의 힘 때문이었다.

그것을 알고서 결혼식장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를르슈는 저를 쳐다보는 스자쿠의 시선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스자쿠의 눈은 제국의 힘에 굴복당한 것에 굴욕을 겨우 참는 듯한 시선이었다. 열성 오메가로써 황궁의 눈치를 보고 자란 를르슈는 그 시선에 대해서 싫을 만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열성 오메가임에도 황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부지하고 있었던 를르슈에게 쏟아졌던 시선과 닮아있었다.

그래서 쿠루루기 스자쿠가 를르슈를 싫어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이런 열성 오메가를 아내로도 맞이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 원하는 상대가 있었을 지도 모른다. 를르슈는 온갖 추측 속에서 쿠루루기 스자쿠의 눈치를 보며 결혼식을 마쳤다.

결혼식을 마치고 돌아가는 곳은 낯선 아파트였다. 미리 준비된 를르슈의 짐들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쿠루루기 스자쿠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면서 말했다.

 

“약, 아직 안 먹었죠?”

“무슨… 약을.”

 

말하는 건지, 라는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를르슈의 헤매는 말투에 스자쿠는 기다려주지 않았다.

 

“발정 유도제요. 임신 유도제도 있다고 들었는데.”

“……아직.”

“씻고 올테니까 약 먹고 와요.”

 

그는 를르슈에게 저쪽은 부엌, 이라고 가리켰다. 저기서 약을 먹으라는 건가. 를르슈는 멀어지는 그의 등을 보면서 생각했다. 발정 유도제도, 임신 유도제도 가지고 있었지만 입에 대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지고 있는 짐들 사이에서 약이 들어있는 작은 상자를 꺼낸 를르슈는 떨리는 손으로 약들을 꺼냈다. 스자쿠가 부엌이라고 알려준 곳에는 금방이라도 요리를 해도 될 정도의 재료들이 즐비했다.

신혼 부부가 살 집이라고 누군가가 꾸며둔 것 같았다. 를르슈는 머뭇거리는 손으로 생수병을 들어 물과 함께 약을 삼켰다. 목구멍 너머로 알약 두 개가 넘어가는 것에 묘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이제 쿠루루기 스자쿠가 나오고, 를르슈가 씻고, 그러면 섹스를 하게 되는 것이다. 발정 유도제를 먹었으니 각인하는 것도 금방일 것이고, 운이 좋다면 임신 유도제 때문에 배란이 쉽게 되어 임신하는 것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운이 좋을 때의 이야기다. 를르슈는 제가 턱없이 모자란 열성 오메가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들이 순탄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은 반쯤은 버리고 있었다.

거실로 돌아오고 나면 발정기 때마냥 몸에 열이 돌기 시작했다. 약의 절반은 듣는 모양이었다. 아래가 더 젖기 전에 빨리 씻고 싶어졌다.

를르슈의 사고는 거기서 끝이 났다. 그날 밤은 그것 이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

 

순조롭지 않을 것 같은 기분과 다르게 를르슈에게 주어진 계획들은 하나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로 성공을 이어갔다. 불안정한 히트 사이클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를르슈의 몸은 바로 임신할 준비를 마쳤고, 그날 기억나지 않았던 밤에 어떻게 되었든 섹스를 한 모양인지 를르슈는 임신을 했다.

임신을 했고, 아이를 낳는다면, 그럼 오메가로써의 역할은 다한 것이 아닐까. 를르슈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직 부풀지 않은 아랫배를 만졌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를르슈는 제 깨물리지 않은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스자쿠는 각인하지 않았다. 아마 이런 오메가에게 묶여있는 것이 싫어서, 그 나름대로의 반항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런 그에게 각인을 강요할 생각은 없지만…. 를르슈는 결국 풀지 못한 초커를 다시 채웠다.

누군가 쿠루루기 스자쿠의 아내를 보면서, 배가 부풀어가는 와중에도 각인하지 않은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면. 그건 쿠루루기 스자쿠의 손해가 아닐까. 그럼 각인하는 편이 더 좋은건가.

를르슈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임신한 저를 한 번도 찾지 않는 스자쿠를 탓하지 않았다. 

 

쿠루루기 스자쿠가 얼굴을 비춘 것은 를르슈가 사경을 헤매고 있을 무렵이었다.

조산이었다. 를르슈는 갑작스러운 진통과 이어지는 하혈에 정신을 부여잡고서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이 다급하다는 말에 를르슈는 이를 악물었다. 를르슈의 옆에 있어줄 보호자가 없었다. 있다면 쿠루루기 스자쿠가 그 보호자가 되어야만 했지만, 그가 여기에 와줄 리가. 애초에 그를 부를 방법을 알지 못했다. 그저 버티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를르슈는 그렇게 혼절했다.

그리고 어디론가 실려가고 있었을 때, 쿠루루기 스자쿠의 얼굴과 마주했다. 그는 처음 보았던 얼굴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표정이 조금 떨떠름해보였을 뿐, 를르슈의 상황에 대해서 큰 감흥도 없어보였다. 그는 를르슈가 수술실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가 어땠더라. 를르슈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쿠루루기 스자쿠가 변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날 스자쿠가 와주었던 것이 신기할 정도로, 그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가 어디에서 지내는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를르슈는 아이와 함께 퇴원하고 나서도 집에서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삶이 되었다.

아이는 딸이었고, 이름은 임신을 하기도 전에 지어졌다. 세이류(靑龍)라는 이름이었다. 쿠루루기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이름이라는 것을 듣고서, 를르슈는 제 입장을 다시끔 상기했다.

 

를르슈의 위치를 다시끔 되새기게 해주는 것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를르슈는 제가 각인되지 않은 열성 오메가라는 것을 알려주듯, 를르슈를 괴롭히는 것들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제대로 돌지 않는 젖이었다. 매번 마사지를 해도 풀리지 않는 뭉침과 동시에 가끔 한 방울도 나오지 않고 쓰리기만 하는 통증은 를르슈를 괴롭게 만들었다. 더 괴로운 것은 먹지 못해 우는 아이였다. 분유를 타는 손길만 바쁘게 움직이며 겨우 재우고 나면, 더 가라앉을 수 없는 우울이 를르슈를 찾아왔다.

아무도 를르슈를 찾아주지 않는다. 품 안에 아이에게는 애정을 베풀어주기도 힘들 정도로 외로웠다. 그렇지만 저에게 매달리는 유일한 존재에게 를르슈는 의존했다. 어차피 이 일본에서 를르슈의 존재를 알아주는 이는 없었다. 그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어떤 날은 너무 슬프게 다가오는 사실이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은, 아마 기분 탓이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아무도 오지 않는 집이었기 때문에, 를르슈는 아이가 자는 시간 외에는 거실에서 하루를 보냈다. 제가 갇혀지낸다고 아이도 방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소파에 기대서 또 젖을 달라고 보채고 있는 세이류를 어떻게 할 방법도 없이 달래고 있었다. 다시 분유를 타러 가야된다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손에 짐을 한 가득 들고 있는 쿠루루기 스자쿠와 조우한 것은. 

 

“…다녀, 왔어요?”

 

를르슈는 멍한 머리로 그를 반겼다.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품안에 안고 있는 세이류가 작게 칭얼거렸다. 더 울음소리가 커지기 전에 를르슈는 세이류의 등을 문질렀다.

 

“갑자기, 와서, 좀 놀랐네요. 세이류도 그런 것 같고….”

“혼자서 애 보는 거예요?”

“…….”

 

혼자서 그러냐는 말에 를르슈는 할 말이 없었다. 무어라 대답을 해야할지 몰랐다. 저를 혼자 둔 것은 스자쿠가 아니었던가. 그것을 마치 탓하기라도 하듯이 물어오는 말이 매서웠다. 를르슈가 답을 고르고 있는 사이에 세이류가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분위기를 읽기라도 한듯이 더 크게 울며 바둥거리는 세이류에 를르슈는 아이를 품에 안고서 아이 방쪽으로 몸을 돌렸다.

 

“들어왔으면 쉬어요. 저는 세이류랑 잘게요.”

 

를르슈는 스자쿠를 피해서 방문을 닫았다. 닫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지 않아서 문을 잠그고만 싶었다. 그러나 이 집은 스자쿠의 집이었다. 문을 함부로 잠가도 되는지, 그것도 불안해졌다. 그가 를르슈를 싫어한다고 해서 제 피가 섞인 아이까지 내친다거나 하진 않을 것이다. 그에게도 알파로서의 프라이드가 있을 터이니, 그 정도까지 최악은 아닐 것이다.

를르슈는 훌쩍거리는 아이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저도 조금 울고 말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