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조 친구들의 도움을 받은 를르슈 람페르지는 무사히 동정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인가?!
를르슈는 여자친구와 함께 호텔에 들어오는 것에 성공했다. 그녀는 너무나도 순진하게 오늘의 저녁 식사를 편하게 즐겼다. 를르슈의 속셈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술까지 거침 없이 마셨다. 덕분에 빨갛게 취한 얼굴로 를르슈를 바라보고 있었다. 앉아서도 흔들리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은 를르슈는 희대의 멘트 ‘쉬었다 갈까?’를 시전했다. 어디에서? 위에 방 잡았어. 를르슈 군…. 그녀는 마치 를르슈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이 뺨을 붉힌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를르슈는 여자친구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준비된 스위트 룸에 들어갔다. 화려한 야경에 그녀는 다시 를르슈에게 반한 얼굴로 그에게 기대왔다. 를르슈는 이제 모든 조건을 클리어했다고 생각했다. 이제 동정을 버릴 기가 막힌 타이밍이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도 드디어 이제 ‘해봤다’는 녀석들의 범주에 들어가는 건가! 를르슈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뺨을 만졌다. 다가오는 입술과 가까워지는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를르슈는 연습한 그대로를 떠올렸다. 연습한대로, 스자쿠의 입술과 가까워지면서, ‘키스 해도 돼?’는 이미 키스하려고 하는 거니까 필요 없는 대사고, 스자쿠의 손이 어디에 있었더라, 대충 허리? 어깨였나? 스자쿠가 어떻게 했더라…. 그리고 를르슈는 가까워지는 입술 사이로 이를 악물고 저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꺼내고 만 것이다.
스자쿠, 라고.
여자친구는 갑자기 떨어지는 남자친구의 친한 친구 이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부드럽게 녹아들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를르슈는 그녀가 저를 밀어냄에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잘 되어가던 중이었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걸까? 그때까지도 를르슈는 제가 스자쿠의 이름을 불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여자친구에게 엄청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원래 친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키스를 하던 중에 이름을 부를 사이라면 대체 어떤 사이인 거야? 남자들끼리 친하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 너무 가깝긴 했었어. 그렇지만 를르슈 군은 나랑 사귀고 있었고, 스자쿠 군도 그걸 알아주고 오히려 응원까지 해줬는데. 그런데 키스 중에 스자쿠 군의 이름을 부르다니, 대체 왜? 왜?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야? 나를 갖고 논거야? 남자들끼리 사귀는 걸 감추기 위한 연막 같은 거였어? 결국 두 사람이 사귀고 있다는 거, 정말이었구나. 나는 그런 말 같은 거 믿지 않는다고 했는데. 키스 중에 다른 남자의 이름을 부르는 를르슈 군 따위…!
“헤어져, 이제 를르슈 군이랑 더는 못 하겠어!”
“뭐, 뭐…?! 갑자기? 아니, 대체 뭐가.”
“방금 전에! 스자쿠 군의 이름을! 불렀잖아! 내 앞에서! 키스하려고 하는데!”
“내가?”
“됐어, 변명하지 마, 어차피 스자쿠 군이랑 사귀고 있잖아? 나 같은 건 그냥 가지고 노는 거면서!”
“아니, 잠깐만, 기다려!”
그리고 를르슈는 붙잡자마자 뺨을 한 대 얻어맞고 자리에서 넘어졌다. 여자친구는 그런 를르슈를 두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떠났다. 를르슈는 얻어맞은 뺨과 허튼 소리를 지껄인 제 입술을 번갈아 만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낮은 웃음소리와 함께 일어섰다.
흐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흡사 악역을 연상케 하는 웃음소리는 스위트 룸에 거침없이 울려퍼졌다. 를르슈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으면서 이를 악물었다. 얻어맞은 곳이 욱씬거리고, 머리는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정보 과다로 과열되었지만 돌아가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를르슈는 자신의 동정 버리기 대작전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해서 떠올렸다. 결국 도움이 되지 않았던 쓰레기1(쿠루루기 스자쿠)과 쓰레기2(C.C.) 녀석들을 처분할 필요가 있었다.
를르슈는 휴대폰을 들어서 새삼 다정한 목소리로 두 사람을 불러냈다.
쓰레기2는 생각 이상으로 영리했다. 를르슈의 피자 열 판 제안에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쓰레기1은 멍청했다. 를르슈가 호텔로 불러냄에 오히려 를르슈를 걱정하는 말투로 그의 상황을 물었다. 처참한 자신의 상황을 알리는 것은 면대면으로 전달하고 척살하는 것이 빨랐기에 를르슈는 붉게 멍든 뺨을 만지작거리며 최대한 불쌍하게 말했다.
“와주면 안 될까, 스자쿠…?”
‘갈 수 있어, 를르슈! 조금만 기다려!’
그 결과 쓰레기1은 지금 스위트 룸의 한복판에서 를르슈의 악의 어린 시선에 덜덜 떨고 있었다. 강아지 같은 눈망울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를르슈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를르슈는 쓰레기1의 그런 시선에 속지 않는 사람이었다.
“너 때문에 다 망쳤다, 만악의 근원.”
“아니, 내가 뭘 했다고….”
“네가 쓸데없이 만지고 이상한 말을 해댄 탓에! 이제 돌이킬 수 없게 됐어! 그 여자애가 자기 친구들한테 소문내는 건 순식간이고 이미 난 너랑 사귀고 있는 게이가 되어 있겠지!”
“뭐? 나랑?! 내 의견은? 나는? 내가 왜?!”
스자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왜 를르슈랑?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제가 한 짓을 떠올렸다. 사실 오늘의 실수는 순전히 를르슈의 잘못이었지만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 필요했기 때문에 쓰레기1을 불러낸 것이었다. 아무튼 나는 죄가 없고 저놈이 이상하게 알려준 탓에, 라는 전제 조건으로 를르슈는 다시 화를 냈다.
“네가 이상하게 알려줘서 분위기가 엉망이 됐어!”
“내가…? 그게 내 잘못이야? 를르슈가 뭔가 잘못한 거 아니야?”
양심에 찔렸지만 를르슈는 철저하게 반격했다.
“나의 시뮬레이션은 완벽했다. 도중까지 충분히 훌륭하게 해냈어. 하지만 네가 알려준 단계에 돌입하는 순간, 모든 것이 엉망이 되었다.”
“내… 내가 알려준 것 때문에, 를르슈가 아직도 동정이라니….”
스자쿠는 얼굴을 감싸며 가엾은 를르슈, 하고 우는 소리를 냈다. 실제로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놈은 이상한 데에서 감수성이 풍부하니까. 를르슈는 내가 가엾냐, 하고 물었다. 스자쿠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럼 술 상대나 해. 불쌍한 건 나니까 네가 울 필요는 없다.”
“내 잘못인데, 용서해주는 거야?”
“아아. 동정은 뭐… 언젠가 버리게 되어있으니까.”
“그렇게 여유 부리니까 아직까지도 동정인 게 아닐까? 아니, 아니, 아니… 그렇게 보지 말고.”
녀석의 천연인 구석은 알고 있었지만 위로할 때에도 그런 점을 발휘하는 것은 잔인했다. 를르슈와 스자쿠는 호텔에 있는 바로 내려갔다. 구석진 곳에 앉아서 칵테일을 시켰다. 적당한 달콤함에 한 잔, 두 잔… 나중에는 칵테일이 아니라 양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얼굴이 빨갛게 물든 스자쿠가 말했다.
“우리 쉬었다 갈까….”
“나 방 잡아놨으니까, 거기로 가자.”
“아, 거기 멋있었지. 야경이 끝내주더라.”
스자쿠와 를르슈는 서로를 부축하는 둥 마는 둥한 걸음으로 걸어갔고, 가까스로 방금 전의 그 방으로 돌아왔다. 만악의 근원, 쓰레기1과 동정남은 침대에 드러누웠다.
“스자쿠, 신발 벗고 올라가라….”
“으응, 나 지금 벗고 있어.”
“코트도 벗고, 그래, 스웨터도 벗고, 뭐야, 바지까지 벗는 거야?”
“하, 나만 벗어?”
“나도 벗어야지…. 기다려.”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둘은 속옷 하나만 걸친 차림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를르슈, 검은 비키니 잘 어울린다. 스자쿠의 솔직한 감상과 함께 그의 손이 를르슈의 속옷 위로 떨어졌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파란 드로즈를 보면서 그의 손길에 몸을 비틀었다.
“왜 그렇게 떠는 거야, 를르슈?”
“뭐, 뭔가 긴장 되어서….”
“긴장 할 거 없어. 나, 를르슈가 싫어하는 짓은 안 하잖아?”
“정말이야?”
“응, 나 를르슈한테 거짓말은 안 해.”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멘트였다. 를르슈는 술 기운이 올라도 떠오르는 그 말들이 어디서 튀어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스자쿠가 여자친구를 꼬실 때 썼던 방법이었다. 왜 또 여기서 그 말들이 튀어나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듣기에는 나쁘지 않았다.
를르슈가 가까이 다가가고, 스자쿠는 멀어졌던 를르슈의 속옷 위를 문지르며 키득거렸다.
“그래도 나도 를르슈가 옆에 있으니까 두근두근하네.”
“너, 말이야….”
“조금 야한 짓 하고 싶어진다는 이야기?”
“매번 이런 레파토리였구나.”
“음, 그렇지만 를르슈— 아직 동정이고, 아, 그리고 처녀지. 하, 어떡하지?”
“여기에서는 ‘참을 수 있어’라고 말하는 거잖아!”
“어떡하지, 를르슈?”
“참는다고 해…! 아, 만, 만지지 마, 이 자식, 안에 손 넣지마!”
“어떡하면 좋아?”
를르슈는 제 속옷 안으로 들어오는 스자쿠의 손에 신음했다. 낮았던 목소리가 단숨에 높아지자 스자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를르슈 역시 제 입에서 튀어나온 신음에 놀라서 입을 틀어 막았다.
“듣기 좋았어, 다시 한 번.”
“다, 다시 한 번 같은 건 없어! 아, 아앗!”
“다시 한 번.”
“그만, 그, 만, 스자쿠, 그만!”
“목소리 엄청 야하네, 를르슈. 계속 친구였는데 몰랐어. 미안.”
“미안한 데는 거기가 아니야!”
스자쿠가 성기를 만지자 당연한 메카니즘으로 쿠퍼액이 흘렀고, 스자쿠는 그것을 문지르면서 를르슈의 사정을 부추겼다. 게다가 그는 가슴과 유두까지 입안에 넣고 굴리면서 를르슈의 야한 목소리를 몇 번이고 들으려고 했다. 피할 수 없는 그 쾌감에 를르슈는 스자쿠의 머리를 붙잡은 채로, 가슴은 그에게 내미는 꼴로 사정하고 말았다.
를르슈의 정액을 감은 스자쿠는 키득거리면서 그의 다리를 벌렸다. 사정 후의 여운으로 아직 지쳐있던 를르슈는 제 벌어지는 허벅지를 바라보기만 했다.
“뭐, 하는 거야, 스자쿠.”
“를르슈, 아직 동정이니까 괜찮은거지? 이건 음… 음, 처녀잖아. 동정은 아직 안 버렸으니까 괜찮아, 그래, 괜찮을 거야.”
“무슨 소리를….”
스자쿠가 말을 할 때마다 쏟아지는 술 냄새는 그가 얼마나 취했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취한 와중에도 스자쿠는 발기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를르슈는 드로즈를 내벗고 제 성기 끝에 를르슈의 정액을 치덕치덕 바르는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시선이 마주치면 스자쿠가 키득거렸다.
“처녀는 괜찮잖아?”
를르슈는 그게 무슨 말이야, 라고 한 번 더 물으려다가, 제 다물린 뒷구멍 사이로 스자쿠가 쳐박는 것에 소리도 못 지른 채로 이를 악물었다. 온몸이 쪼개지는 것 같은 아픔과 마른 안쪽을 들쑤시는 스자쿠의 막무가내가 느껴졌다.
“아… 조이네, 를르슈. 후, 처녀라서 그런 건가? 남자 처녀는 처음이라.”
“흐, 윽, 아, 아파.”
“처녀 잃을 땐 원래 아파. 어라, 처녀막도 있었어? 피 나네.”
스자쿠는 엄청난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결합부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서도 그렇게 말했다. 를르슈는 술기운이 완전히 깨버리고 말았다. 스자쿠의 발기한 아래가 뱃속을 꽉 들어채우는 것에 구역질까지 날 것 같았다.
당장 처녀를 잃은 것보다 지금 스자쿠와 섹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를르슈는 정신을 잃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성의 끈은 생각보다 튼튼했고, 를르슈는 멀쩡한 정신으로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스자쿠가 들쑤시는 와중에도 를르슈는 높은 제 목소리를 들으면서 신음하는 자신이 여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래서는 진짜 여자가 된 것 같아서, 스자쿠의 여자가 되어버릴 것 같아서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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