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어스가 철이 들었을 무렵부터, 그는 자신에게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다. 일찍이 그는 그 기이한 부족을 느끼고 나서부터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스스로의 결점에 대해서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예를 들면 하나 뿐인 가족인 아버지의 일에 앞뒤 안 가리고 나선다거나, 혹은 불특정 다수와의 섹스였다. 전자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였고, 후자는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어렴풋이 무언가의 애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누구의 애정이 필요한지는 답을 알 수가 없었다.
줄리어스는 아버지에게 수많은 애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중 자신을 낳은 생모는 누구인지 알 수는 없으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저와 반쯤 피가 섞인 또 다른 이복형제들에 대해서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인정하는 아들이 된다면, 가족으로부터의 애정은 당연히 채워지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인정과 애정이 동시에 채워지는 유일한 존재는 아버지 하나 뿐이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에 시간을 허비하듯 보내버리고, 줄리어스가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였다. 다른 이복형제들은 아버지의 애인인 어머니와 같이 붙어사는 모양이었지만, 줄리어스는 그 수많은 자식들 중 유일하게 아버지의 저택에서 살고 있는 자식이었다. 그 저택이 유독 소란스러운 날이었다.
“아버지란 사람이 어떻게…! 나나리가 그렇게 되었는데!”
줄리어스는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절규하는 것에 그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복도를 걸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응접실이 아닌 아버지의 서재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문은 거칠게 열려있는 채였고, 줄리어스는 그 열린 사이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줄리어스 또래의 소년과 같이 있었다.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 줄리어스의 또다른 형제인 듯 싶었다. 줄리어스는 그 소년의 뒷모습에서 이상하리 만큼 편안함을 느꼈다.
“나나리가 그렇게 된 건 당신 때문이야. 어머니로도 모자라서 나나리까지!”
“너는 그렇게 또 남을 탓하면서, 네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군. 를르슈.”
소년의 이름은 를르슈였다. 줄리어스는 그 이름을 소리 없이 발음해보았다. 를르슈. 가볍게 입에 감기는 이름이었다. 뒷모습만 보이고 있는 소년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서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한참이나 굳어있었다.
“뭐야, 그건…. 내가 잘못했다는 거야?!”
“네가 약했기 때문에 나나리를 지키지 못했던 것이다.”
“…!”
“약해빠진 놈에게 말해줘도 시간 낭비일 뿐이지. 당장 여기서 나가라.”
나가라는 말에 를르슈가 분을 견디지 못하고 뒤를 돌아서는 것이 보였다. 그때 줄리어스는 제 눈을 의심했다. 를르슈라는 소년은 무섭도록 저를 닮아있었다. 아니, 어쩌면 줄리어스가 그 소년을 닮은 것일지도 몰랐다. 확실한 것은 둘은 거울을 보듯 빼다박은 얼굴이었다.
를르슈가 눈치채지 못하게 복도의 구석으로 숨어든 줄리어스는 그가 저택 밖을 나갈 때까지 그곳에서 서있었다. 아버지의 서재 문이 닫히고, 를르슈가 나가는 소리가 다 들리고 나서야 줄리어스는 움직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를르슈는 줄리어스의 쌍둥이 형제였다.
그 사실은 아주 쉽게 알 수 있었다. 둘의 어머니는 아버지의 정부 중에 한 명이었고, 를르슈와 줄리어스를 낳고서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를르슈와 그 밑으로 낳은 여동생 나나리만을 키우고, 줄리어스는 아버지에게 맡긴 모양이었다. 어찌보면 줄리어스는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자식일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줄리어스는 제 가족에 대한 무관심이 낳은 지금의 상황이 이상하게도 재미있기만 했다.
알아본 를르슈의 상황은 꽤나 좋지 않았다. 어려서는 어머니를 잃고, 최근에는 여동생이 심하게 다치기까지 했다. 다친 이유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를르슈가 아버지를 찾아왔던 것으로 보아 아마 다른 이복형제의 사주가 아닐까 싶었다. 이 집안에서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를르슈가 타겟이 된 이유는 아마도….
줄리어스는 거울 속의 저를 들여다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를르슈가 그 불행을 짊어지게 된 것에는 아마도 줄리어스가 있어서 그럴 것이다. 무슨 확신인지는 모르지만 줄리어스는 그런 생각을 했다. 자신 때문에 그 소년, 를르슈가 불행해진다고 생각하니까 더없이 짜릿해졌다. 생각의 끝에는 알 수 없는 만족감이 줄리어스를 가득 채웠다.
한 번도 이런 감각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늘 무언가 부족하고 허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공허함이 사라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런 감정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줄리어스는 거울의 표면을 손끝으로 문지르며 답을 내렸다. 바로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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