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르슈가 나나리의 학교에 왔을 때에는, 공교롭게도 날짜는 2월 14일이었다. 평소에 볼 일이 드물다는 아리에스의 황자가, 자신의 여동생 공주를 위해서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나타났다는 것은 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었다. 때마침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겸, 를르슈 황자의 방문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규칙이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학교에서 파티를 열기까지 한다니, 모두가 술렁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기대에 부풀어오르고 있을 때, 나나리 역시 기대에 차올랐다. 그녀는 무려 ‘오라버니가 오셨을 때 해야할 일 128가지’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중 한 가지는 바로 자신이 직접 만든 초콜릿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학생이 쓸 수 있는 요리 실습실을 빌리고선, 나나리는 요리부 친구들과 함께 초콜릿을 만들었다.
“녹였다가 틀에 맞춰서 굳히기만 하면 끝인데, 이렇게 간단한 걸로 오라버니께서 좋아하실까요?”
“당연히 기뻐하시죠! 간단하더라도 거기에 애정이 들어간 게 중요하다구요.”
“맞아요, 그리고 녹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요.”
나나리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하는 격려에, 나나리는 환하게 웃으며 ‘그렇죠?’라고 말했다. 자신의 오라버니가 매년 발렌타인데이며, 온갖 기념일마다 주는 디저트 같은 것에 이렇게 손이 많이 갈 줄은 몰랐다. 게다가 나나리가 만든 것은 가장 쉬운 것이었음에도… 나나리는 엉망이 된 요리 실습실을 보고서 한숨을 몰래 삼켰다.
“그, 그래서 말인데요, 나나리 전하. 혹시 이거, 황자전하께 드릴 수 있다면…!”
“뭐야, 비겁해! 제 것도 전해주세요, 나나리 전하!”
“저도요!”
자신에게 앞다투어 드밀어진 초콜렛을 보면서, 나나리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모두 받아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리에스의 황자비 자리가 탐이 나서 덤비는 친구들은 아닐 것이다. 그저 정말 좋아하는 마음에 어쩔 줄 몰라서 저를 통하는 것뿐이겠지.
나나리는 기숙사실까지 친구의 도움을 받아 겨우 초콜렛 산더미들을 들고 갔다.
내일은 포장을 하고, 모레는 오라버니가 오는 날. 설레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
오랜만에 나나리를 본다는 생각에, 를르슈는 들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나리가 기숙사 학교로 진학한 뒤로부터 를르슈는 국내외의 치안에 힘쓰기 위하여 불철주야 몸을 갈아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덕분에 나나리의 학교 생활은 무사했지만, 를르슈의 연애전선은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 애인 스자쿠의 너그러운 이해가 없었더라면, 시스터 컴플렉스 를르슈는 꼼짝 없이 스자쿠에게 버려졌을 것이 뻔했다.
이번에도 발렌타인데이를 앞두고서 나나리의 학교를 방문한다는 이야기를 전했을 때, 길길이 날뛰려는 스자쿠를 겨우 잠재웠다. 희생당한 제 몸이 안타까웠으나, 나나리를 본다는 일념으로 또 버틸만 했다. 를르슈는 옆자리에서 창문 밖의 세상에 관심도 없다는 듯이 자신만을 빤히 쳐다보는 스자쿠와 눈이 마주쳤다. 시선을 애매하게 피하기도 뭣한 상태에서 눈을 깜빡거리면, 스자쿠가 말했다.
“를르슈… 기분 좋아보이네.”
“당연하지. 모처럼 나나리를 만나러 가는 길인데.”
“나 만나러 올 때도 그렇게 신이 난 적은 없었던 거 같아.”
“너 만나러 갈 때도 이래, 난.”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믿을수록 너만 손해야.”
“……초콜렛도 안 주고.”
스자쿠는 뾰로퉁한 표정을 한 채로,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를르슈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초콜렛 만들 체력이나 시간은 줬어야지, 무식하게 박아댄 건 어디 사는 누구 씨더라?! 그러나 브리타니아에 사는 쿠루루기 씨는 를르슈가 그러거나 말거나 창 밖으로 흐르는 풍경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를르슈는 곧 있음 직접 안아볼 수 있는 나나리를 만난다는 생각에 더 이상 체력 소모는 하지 말자고 했다. 오랜만에 Live나나리다… 생(生)나나리…!
스자쿠와 를르슈를 태운 차는 곧 나나리의 학교에 도착했다. 화려한 인사치레는 사양한다는 를르슈의 뜻대로, 주변에는 호위 인력과 교직원들, 그리고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나나리가 있었다.
“오라버니!”
“나나리!”
서로를 꼬옥 끌어안으며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는 두 남매를 보며, 스자쿠는 그들이 하루에 한 시간씩 영상통화를 하며, 그거로도 모자라서 를르슈는 매일 나나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고 있다는 걸 잊어버렸다. 그림만 보면 마치 1년 만에 재회한, 죽었다 살아난 오빠와 오빠의 뜻을 이어 받아 세계 평화에 힘쓰고 있는 여동생이나 다름 없었다.
* * *
“기분 풀어, 스자쿠.”
“왜? 나 화 안 났다니까?”
“누굴 속이려고? 너 지금 화났잖아.”
“…그래서? 달래줄 거야? 아니잖아.”
원인은 나나리가 잔뜩 모아온 초콜렛을 를르슈가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온 것이었다. 스자쿠는 ‘황자전하께 짐을 들게 할 순 없다’라는 이유로 그 모든 초콜렛을 다 들고, 학교에서 마련한 를르슈의 특실로 갖다주었다. 를르슈는 방으로 돌아가겠다는 스자쿠의 말에 급하게 스자쿠를 불렀다.
스자쿠는 미간을 좁힌 채로 만사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이었다. 를르슈는 불러놓고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초콜렛도 준비하지 않았으면서, 초콜렛을 대체할 무언가도 없었고, 그저 나나리 생각에 벅차서 일을 몰아서 하느라 지친 것도 최근의 일과였기 때문이었다. 나가려는 스자쿠의 뒤에는 산더미 같은 초콜렛이 쌓여있고, 를르슈는 그 산더미와 따로 분리되어 놓여진 나나리의 노란색 포장지에 쌓인 초콜렛을 보았다. 에라, 모르겠다. 를르슈는 일단 질러놓고 보기로 했다.
“그, 나나리가… 만든 초콜렛을 나눠먹는 거도 싫은가?”
“그건 나나리가 를르슈한테 준 거잖아.”
“그, 그래. 엄청 귀한거니까, 나눠먹자구.”
“……나는 나나리 덤이지?”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너는 너고, 나나리는 나나리다!”
스자쿠가 나갈세라 를르슈는 재빠르게 나나리의 초콜렛을 들고, 침대 근처로 스자쿠까지 끌고 왔다. 스자쿠는 입술을 삐죽거리면서 포장을 뜯는 를르슈의 모습을 보았다.
그 작던 나나리가 커서 이렇게 예쁜 초콜렛도 만들고… 정말 감동이지, 스자쿠? 를르슈의 감격에 겨운 목소리에 스자쿠는 코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 나나리를 키운 건 네가 아니라 마리안느 님일 텐데, 왜 네가 감동에 젖는 거야? 하지만 그는 10년 간 배운 결과로, 이럴 때의 를르슈를 ‘시스터 컴플렉스’라고 놀리면 진짜 싸우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글동글하고 부드러운 표면의 하트 모양 초콜렛을 하나 들어보인 를르슈는 환하게 웃었다. 두 눈이 휘어지면서 예쁜 곡선을 그렸다.
“스자쿠, 아—앙.”
아, 정말, 못 당해내겠다.
스자쿠는 입을 벌리면서 초콜렛이 살살 녹기 전에 와작, 하고 씹어버렸다. 를르슈의 미간이 보기 좋게 구겨졌지만, 스자쿠는 입안에 퍼지는 미묘한 맛에 삼키는 것을 멈추었다. 그러나 한 입 사이즈, 대부분은 목구멍 뒤로 다 넘어간 것에, 스자쿠는 위험을 감지했다.
목구멍이 훅 달아오르는 맛. 술의 향으로 숨긴 것 같지만, 그건 술이 아니었다. 그리고 눈앞이 시뻘겋게 물드는 것 같은 느낌.
“를르슈, 그거 버려.”
“뭐?”
“그거, 약… 약 탔어.”
“뭐라고?”
“최음제, 들어갔다고.”
를르슈는 그 말에 손에 들고 있던 초콜렛을 떨어뜨렸다. 스, 스자쿠, 괜찮아?! 를르슈의 당황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겠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스자쿠는 우선 드러눕고 보았다.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 그 중에서도 나이트 오브 세븐인 스자쿠는, 어지간한 독에는 면역이 있었다. 하지만 이 최음제는 달랐다. 최근 유로피아에서 유행한다는 최음제인가, 하지만 여기는 학교인데, 나나리의 초콜렛과 바꿔치기 한 것일까… 어디에서 이 약이 끼어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아니었다면 를르슈가….
스자쿠는 눈을 질끈 감으면서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빠르게 뛰는 심박이 너무 시끄러웠다. 한편으로는 무서웠다. 약이나 독에 이렇게 빨리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으니까.
“스자쿠, 사람을 불러올까?”
“괜, 괜찮으니까…. 를르슈, 옆에서 손, 잡아줄래?”
“…손만 잡으면 되는 거야? 최음제라며, 빨리, 빨리 다른 해독제라도.”
“……나나리가 있는 학교잖아.”
너에게 위험한 일이 있을 뻔 했다고 하면, 그 애가 나보다 더 슬퍼할 거야.
를르슈는 스자쿠의 말에 눈물이 고이려는 것을 겨우 참았다. 이 바보, 바보 멍청이, 나나리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너도…. 를르슈가 무어라 하는 말에도 불구하고, 스자쿠의 귓가에는 아득하게 들리는 목소리가 제대로 와닿지 않았다.
손만 잡아서 될 리가 없으면서. 를르슈는 스자쿠의 팽팽해진 아래를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사람을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것쯤은, 를르슈도 판단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스자쿠를 이대로 버티라고 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라는 것도….
“르, 를르슈?!”
스자쿠는 제 바지를 벗기고 동시에 속옷까지 거칠게 내리는 를르슈의 손길에 눈을 부릅떴다. 뭐, 뭐하려는 거야…! 를르슈는 대답 대신에 쿠퍼액으로 질척하게 젖은 스자쿠의 페니스를 손에 쥐었다. 핏줄까지 선 그것은 괴로워보였다. 항상 느끼는 것 이상의 쾌락이 불쾌한 것처럼, 스자쿠는 고개를 저으며 를르슈에게 ‘하지 마’라고 몇 번이고 말했다.
스자쿠의 복근까지 닿을 것 같이 발기한 아래를 입에 무는 것은 를르슈에게도 큰 용기를 요구했다. 를르슈는 손으로 끈적끈적한 애무를 더하면서 중얼거렸다.
“이거에는 내 책임도 있잖아. 이런 걸 멋대로 받아서….”
“아니, 를르슈가, 나쁜 게 아니고.”
“내 말에 토 달 여유가 있어?”
“하, 를르슈. 난 이런 꼴로 하고 싶지 않아.”
“난 이런 꼴로 버티고 있는 널 보고 싶지 않아. 스자쿠, 편하게 해줄게.”
그러니까, 나한테 맡겨.
스자쿠는 를르슈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고는 결국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열기로 달아오른 스자쿠의 붉은 뺨에 를르슈는 상황과 맞지 않게 그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대로라면 그런 의도의 최음제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쾌락으로 젖어드는 걸 즐기는 의도로 만들어진… 그러나, 상대를 잘못 찾았다. 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에게는 그 쿠루루기 스자쿠가 있었고, 그 쿠루루기 스자쿠에게는 이 를르슈 비 브리타니아가 있었으니까.
를르슈는 조심조심 입을 벌려 스자쿠의 귀두를 물었다. 천천히 한입씩 한입씩 삼키면서 스자쿠의 반응을 살폈다. 를르슈가 펠라치오를 하는 일은 드물었으며, 그는 손재주나 언변의 화려함은 좋았지만 섹스의 경험에서는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 배우는 것은 빠르지만, 실전의 경험은 없으니 펠라치오는 형편없을 것이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를르슈는 더 턱을 벌려 스자쿠의 것을 안으로 삼켰다.
“하, 를르슈… 더 안까지, 넣, 고 싶어.”
“크읏…!”
스자쿠가 잘게 허리를 떨면서 를르슈의 머리를 붙잡았다. 덕분에 목구멍 안쪽까지 밀어채워지는 느낌에 를르슈는 입술도 아프고 턱도 빠질 것만 같았다. 무식하게 커서…! 그런 생각에 스자쿠를 쳐다보면, 스자쿠는 미안한 듯 눈썹을 내린 채로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이었다. 스자쿠의 허벅지에 손을 짚고서 펠라치오를 거의 깊게 하고 있다보면, 목구멍의 죄임으로 스자쿠의 것이 금방이라도 정액을 쏟아낼 것 같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뒷머리를 꾹 눌러 붙잡고, 허리를 쳐올렸다. 사정의 전조는 펠라치오의 피로감에 젖어 턱을 제대로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였고, 그리고 사정한 정액은 꽤 양이 많고 짙었기에 를르슈의 목구멍부터 입안을 다 적시고 나서, 그리고 얼굴까지 흩뿌려질 정도였다.
“를, 르슈, 더… 더 하고 싶어.”
스자쿠의 것은 그렇게 많은 정액을 쏟아내놓고 나서도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한 번의 사정으로 억눌렀던 것이 조금 풀려지기라도 한 것인지, 스자쿠는 제 정액을 뒤집어 쓴 를르슈를 침대에 드러눕혔다. 그리고 정액 맛나는 키스를 했다.
혀와 혀가 섞이면서, 타액이 오고 가는 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혀를 꽂고 빼는 것은 거의 섹스였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이 움직이며 제 스카프며 셔츠를 찢다시피 벗기는 것에도 무뎌져갔다. 그 키스는 최음제보다 강력했다. 스자쿠에게도, 를르슈에게도.
를르슈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 칭얼거리는 말에 스자쿠는 벗기던 스카프로 자신이 싸지른 정액을 훔쳐내고 다시 키스를 했다. 완벽하게 알몸이 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하는 익숙한 몸짓을 시작했다.
“이거, 약 이름, 뭘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구멍에 타액과 정액을 문질러 바르면서 중얼거렸다. 초록의 눈동자가 평소와 다르게 더 탁하게 풀린 것 같은 것은 어딘가 무섭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모르는 스자쿠를 보게 된 것이니 기쁘기도 했다. 를르슈는 자기도 비슷한 눈빛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봤자 학생이 가질 수 있는 약이면, 별 거 아닐 거야. 걱정하지 않아도 돼.”
“좀 무서운 걸. 열 번은 더 갈 수 있을 거 같아.”
“…….”
스자쿠의 열 번은 를르슈에게 있어서 사형선고나 다름 없었다. 를르슈는 손가락 두 개로 넓혀지는 자신의 성기나 다름 없는 구멍에 다리를 더 벌리면서 스자쿠를 받아들일 준비를 했다. 이 상황 속에서도 스자쿠는 를르슈의 뒤를 풀거나, 그가 느낄 수 있도록 부지런을 떠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스자쿠, 스, 자쿠….”
“응, 를르슈.”
“얼른, 이제 넣어서, 기분 좋게….”
를르슈의 보채는 소리에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더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그의 애무로 녹은 몸을 보기 좋게 열었다. 엉덩이를 바짝 들어올려 둔덕 사이를 갈라 구멍이 훤히 드러나도록 보인 뒤, 그를 졸랐다. 를르슈의 답지 않은 모습에 스자쿠는 눈을 가늘게 떴다.
“뭐야, 이렇게 조르는 거. 어디서 배운 거야…?”
“너, 힘드니까, 배려해주는 거다, 이 바보야…!”
“를르슈도 참.”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스자쿠의 것은 한 번에 를르슈의 깊은 곳까지 꿰뚫었다. 아, 아아아, 아, 아으, 응! 를르슈의 발끝은 납작하게 섰고, 쥐가 날 것 같은 쾌락이 동시에 몸을 훑었다. 스자쿠, 스자, 쿠, 으, 으으응! 를르슈가 제 이름을 부를 때면 끊어질 것 같은 신음이 뒤섞여서 스자쿠는 더욱 열이 올랐다.
장벽에 스치는 마찰과 동시에 스자쿠의 정액이 찔끔찔끔 묻어나며 젖어가는 느낌은 를르슈를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엉덩이를 쥐고서 퍽퍽 쳐올렸다. 하얀 를르슈의 엉덩이의 스자쿠의 손 자국이 남았다. 키스마크도 새기고 싶고, 보란 듯이 목덜미도 물어뜯어주고 싶고….
—하지만 를르슈는 연약하니까, 지켜주지 않으면 안되니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달아오른 와중에도, 유독 희고 가는 목선을 쳐다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지켜주고 싶지만, 동시에 무너뜨리고 싶은 기분.
그와의 섹스는 그 중간에서 가느다란 실로 꿰어놓은 것 같았다. 아슬아슬한 줄 타기와도 같은 기분을 넘나들면서, 를르슈를 집어삼키고, 를르슈에게 먹혀드는 기분이란.
“솔직하지 못한 건, 나도 마찬가지려나….”
“아, 아앙, 스, 스자쿠, 으, 흐응, 읏, 가, 갈 거, 같…!”
스자쿠는 를르슈의 페니스를 움켜쥐면서 그의 사정을 재촉했다. 귀두를 무딘 손톱으로 날카롭게 긁으면 를르슈의 페니스에서 정액이 튀었다. 시트를 적시는 정액을 보고, 를르슈의 새빨간 귀가 더 붉게 물드는 것에, 스자쿠는 느릿하게 스코어를 셌다. 일 대 일. 앞으로 몇 번 더 할 수 있을까.
약이 아니더라도, 너를 품는 데에는 무리가 없지만…. 스자쿠는 를르슈의 맛있게 익은 귓볼을 핥아올렸다. 히익, 하고 움츠러드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도망가지 말라고 속삭였다.
네가 원한 거잖아, 를르슈.
+
“그래서 그 약 이름이 뭐였어?”
“‘그래서’는 뭐지?”
“를르슈가 나를 위해 일부러 준비한 거잖아. 나나리의 초콜렛이랑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포장지, 그런데 내용물에는 네가 탄 최음제가 들어간 것만 다를 뿐.”
“…….”
를르슈는 목덜미의 울혈 자국을 스카프로 가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왜 내가 너 좋으라는 식의 일을 해야하는 거지?”
“왜냐면 를르슈는 날 좋아하니까. 이런 발렌타인 이벤트는 놓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게 좋아하니까.”
“……알면 됐어.”
“그래서 그 약 이름이 뭐냐구!”
“나한테 쓰려고 물어보는 거잖아, 대답해줄 리가 있나!”
이래서 강제절정 10번 당하고 나서 겨우 알려줬다고 합니다.
해피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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