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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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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꿈꾸는 소녀들에게는 빛 같은 존재가 있다면 다름 아닌 애쉬포드 학원의 왕자, 를르슈 람페르지를 말할 것이다. 화려한 외모와 뛰어난 두뇌, 학우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카리스마까지 있는 를르슈는 어딘가 현실성 없는 왕자님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동생에게 지극정성이라는 점에서 묘한 현실감이 느껴져서 인기가 많은 남학생이었다. 게다가 그는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거리낌이 없었다. 소위 인기 많은 남자가 누리는 타고난 다정함 같은 것이 그에게는 패시브 스킬처럼 존재했다.

그러나 세상에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는 법이었다. 빛의 를르슈가 있다면 세상의 어둠을 때려 박은 암흑의 존재도 있었다. 덥수룩한 곱슬 머리는 언제 씻은 건지도 모르겠고, 입고 다니는 교복은 깔끔하지만 어딘가 음울한 분위기를 달고 다니는 쿠루루기 스자쿠였다. 그는 시야가 제대로 보이기나 하는지 궁금한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니면서,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때마다 몸을 납작하게 웅크리고, 사람이 다가서면 히에엑,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한 마디로 음침한 사람이었다.

그런 스자쿠의 묵직한 가방에는 언제나 라이트노벨이나 야한 만화책 같은 것이 채워져 있을 것 같다는 것이 학우들의 추측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브리타니아인이 많은 애쉬포드 학원에서 드문 일본인이었고, 음침한 분위기는 일본의 독보적이지만 자랑스럽지 못한 오타쿠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는 폐부 직전이긴 하지만 만화부(…!) 동아리의 부원이었다. 음침, 일본인, 오타쿠. 이 세 박자가 딱 맞아떨어지는 음침한 오타쿠 일본인 스자쿠는 학원에서 그렇게 환영받는 존재는 아니었다.

남학생들은 노골적으로 그를 따돌렸고, 여학생들은 아예 모르는 척하면서 스자쿠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그럼에도 누구에게나 그런 취급을 받는 스자쿠에게 다정한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앞서 말한, 애쉬포드 학원의 왕자—를르슈 람페르지였다.

 

“아, 쿠루루기. 마침 잘 왔어. 괜찮다면 나랑 같이 체육창고 정리를 도와줄 수 있을까? 오늘 너랑 내가 당번이라서 말이야.”

“…부회장이랑 내가?”

“응. 혹시 곤란한가?”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었다. 주변에서는 를르슈를 보고서 ‘비위 좋네’라는 식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웃어주는 를르슈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는 시선이 가득했다. 그런 빛으로 감싸인 를르슈의 옆을 지나가면서,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다행이군, 쿠루루기 덕분에 빨리 끝나겠어. 그럼 나는 먼저 가볼게.”

“점심시간에 봐, 루루!”

 

옆에 있던 셜리 페넷이 를르슈에게 점심시간을 약속했지만, 를르슈는 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스자쿠는 어깨를 움츠린 채로 를르슈의 뒤를 따라갔다. 옆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야, 저기 네 남자친구 지나간다. 누구? 람페르지 군? 아… 아, 진짜 너무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쟤는 좀…! 스자쿠를 알아차린 여학생들이 시시덕거리면서 그를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소리가 다 들리는데도, 를르슈는 아무렇지도 않게 스자쿠를 돌아보았다.

 

“내 걸음이 좀 빠른가, 쿠루루기?”

“아, 아니… 아니야. 내가 느린 편이야.”

“그래? 너무 빠르면 말해줘.”

“으응….”

 

체육창고까지는 거리가 제법 되었다. 점심시간 직전이기 때문에 으슥한 곳에 있는 체육창고는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를르슈는 체육창고에 도착하고, 들고 다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스자쿠도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를르슈의 뒤를 쫓아 들어갔다.

굴러다니는 축구공이나, 트랙에 놓을 트래픽콘 같은 것들이 발에 채였다. 를르슈는 대충 그것들을 밀어놓으면서 맨손 체조를 할 때나 쓰는 매트리스 근처로 다가갔다. 손수건을 꺼내서 매트리스에 놓인 흙먼지를 대충 닦던 를르슈는 스자쿠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하고 있어? 빨리 벗어, 스자쿠.”

“…저기 를르슈, 이런 곳에서는 좀 그렇지 않아?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는데.”

“선생님의 체육창고 열쇠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고, 교무실에 있을 체육창고 열쇠는 현재 분실 상태야. 그러니까 이 체육창고의 열쇠를 따고 들어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 말이지.”

“……그렇게 하고 싶어?”

 

스자쿠와 를르슈는 학교에서 줄곧 해왔던 역할놀이를 그만두고 서로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억지로 숙이고 다녔던 어깨를 편 스자쿠는 쓰고 다니던 안경을 벗었다. 두꺼운 안경을 벗고서 명랑하게 빛이 나는 밝은 초록색 눈동자에 를르슈는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를르슈는 스자쿠를 대충 닦은 매트리스에 눕혔다. 먼지투성이가 될지도 모르는데? 스자쿠가 그렇게 말하자, 를르슈는 그럼 빨리 벗으라며 스자쿠를 종용했다. 스자쿠의 교복 자켓을 벗기고, 셔츠자락 사이를 파고들던 를르슈의 다급한 손길에 스자쿠가 낮게 웃었다.

 

“학생회 부회장님이 이러면 되겠어?”

“날 이렇게 만든 건 너잖아.”

“내 탓을 하는 거야?”

“…내 생일에도 아무것도 안 해주고, 오늘도 시치미를 뗄 셈이야?”

“를르슈야말로 생일에는 가족들이랑 보내면서.”

“내 생일파티에 너도 같이 있었잖아!”

“기대했었어?”

“……기대하면 안 돼?”

 

를르슈는 스자쿠의 바짓자락을 붙잡고서 억울한 것처럼 물었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허벅지를 문지르면서 그의 가라앉은 페니스를 보고 혀를 찼다. 너 이 상황에서도 진짜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스자쿠는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라탄 를르슈를 보고서 웃기만 했다. 그렇지, 아무래도 여긴 학교고, 체육창고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자쿠의 손은 를르슈의 옷 사이로 파고들었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너네 가족이 있는 집안에서 섹스하는 건 좀 그렇지. 특히 슈나이젤 씨랑 코넬리아 씨가 있는 곳에서는 더.”

“형님과 누님이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우리집 방음 잘 되는데.”

“를르슈네 식구들한테 책 잡힐 짓 하고 싶지 않아.”

“그래놓고 나를 애태우는 건 괜찮아?”

“이렇게까지 달아오를 줄은 몰랐네.”

 

스자쿠는 를르슈의 자켓을 매트리스 한 구석에 벗겨두고서 중얼거렸다. 반쯤 벗은 셔츠 차림의 를르슈는 바짝 선 유두 끝을 내보이면서 스자쿠에게 만져달라고 말했다. 그러네, 기말고사 과제 때문에 섹스를 참기도 했었고, 를르슈 생일에 식구들이 많이 와서 또 참았고… 를르슈도 많이 참았겠구나. 스자쿠는 를르슈의 벗은 어깨를 끌어안으면서 그의 작은 유두에 입을 맞추었다.

쭈욱 쭈욱 빨아들이는 스자쿠의 애무에 를르슈는 가늘게 목소리를 떨며 스자쿠의 허리맡에 자신의 서기 시작한 페니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가랑이를 부비는, 발정이 나다 못해 참을 수 없어하는 를르슈의 추태를 보는 것은 즐거웠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바지를 벗기고서 작은 엉덩이를 주물렀다. 검은색 비키니 팬티에 감싸인 하얀 엉덩이는 를르슈의 몸에서 유일하게 살집이 붙은 곳이었다.

 

“를르슈 생일에 아무것도 안 한 건 진짜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하아, 알겠으니까. 이제 좀 집중해.”

“팬티 벗을까? 자, 옳지.”

“콘돔 해야 돼, 스자쿠.”

“왜? 안에 해도 되잖아. 어차피 를르슈, 점심시간 이후에 또 멋대로 조퇴할 거면서. 집에 가서 씻어내면 되고.”

“싫어… 가는 동안 너, 넘쳐서 흐르면.”

“잘 조이면 되잖아?”

“네가 너무 많이 싸서 그런 거야!”

“많이 싸주면 좋아하잖아.”

“아무튼 오늘은 콘돔 해야 돼. 나나리랑 저녁에 장을 보러 가기로 해서… 씻을 시간도 애매하고.”

“나나리랑 장을 보러 갈 건데 나랑 섹스도 하고 싶었어?”

 

스자쿠는 늘상 넣고 다니는 주머니 속의 콘돔을 꺼내면서 짓궂게 물었다. 를르슈는 얼굴을 붉히면서 다리를 벌릴 뿐이었다. 너무 많이 참으면, 안 좋다고 말한 건, 너야. 스자쿠의 핑계를 대면서 를르슈는 콘돔 속에 미끌거리는 윤활제로 제 뒤를 푸는 스자쿠의 손길에 작게 신음했다. 손가락 두 개는 금세 덥썩덥썩 물어버리는 를르슈의 뒷구멍에 스자쿠는 키득거렸다.

 

“학원의 왕자님이 이러면 돼, 안 돼?”

“자꾸 그런 소리 할 거야?”

“이런 남자한테 자지 받고 싶어서 달아오른 왕자님인 거, 다들 알아?”

“…뭐가 ‘이런 남자’야? 네가 멋대로 그런 컨셉을 한 거면서.”

“덕분에 를르슈한테 마음껏 쿠루루기라고 불려서 좋아.”

 

를르슈는 스자쿠의 손가락이 세 개로 늘어나, 자신의 안쪽을 넓히는 것에 한숨을 삼켰다. 흐으, 응, 으…. 높아지는 를르슈의 신음에 스자쿠가 목을 울리며 웃었다. 그런 웃음소리에 를르슈는 불만스러운듯 미간을 좁혔다.

 

“평소에도 스자쿠라고 부르고 싶어.”

“싫어. 나랑 내외하는 를르슈 귀엽단 말이야.”

“…네가 인기가 없어진 건 좋은데, 가끔 너무 미움 받는 거 같아서 보기 싫어.”

“약간 그런 시선에 흥분하게 된다고 하면, 나 변태라고 싫어할 거야?”

 

스자쿠는 페니스 끝에 콘돔을 서서히 덧씌우며 말했다. 무슨 시선? 를르슈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학원의 왕자님이 음침한 오타쿠한테 엉덩이 보지 따이는 거 좋아하는 설정은 좀 변태 같지? 를르슈는 노골적인 스자쿠의 언사에 한숨을 내쉬었다.

 

“너 진짜 이상한… 야한 만화책 보는 거야? 그거 컨셉이라며.”

“컨셉에 충실해야지 몰입이 잘 되지.”

“엉덩이… 보지 같은, 그런 말 좀 쓰지 마.”

“그런 말하는 를르슈 너무 야해서 좋아.”

 

스자쿠는 페니스를 를르슈의 애널에 밀어넣었다. 안쪽까지 차오르는 그 부피감에 를르슈가 히익, 하고 소리를 삼키면서 스자쿠의 목을 끌어안았다. 반쯤 접히는 허리와 벌어지는 고관절은 유연했다. 지구력은 형편없더라도 를르슈의 유연성은 발군이었다. 스자쿠는 자신을 익숙하게 받아내는 를르슈의 밭은 숨소리를 들으면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으, 응, 스, 스자쿠, 하으, 응…!”

“있지, 를르슈. 나 다음주에는 다키마쿠라 같은 거도 사보려고.”

“그, 그게 뭐, 야?”

“사람 사이즈만한 커다란 베개. 캐릭터 프린팅 되어있는 베개야. 하하, 를르슈 닮은 귀여운 캐릭터를 찾았거든. 그래서 주문할 거야.”

“싫, 어.”

“왜? 너무 변태 같아?”

“…내가 있는데, 왜 나 닮은 걸.”

 

를르슈의 마지막 말은 다 이어지지 못했다. 스자쿠는 귀여운 소리를 하는 를르슈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틀어막으면서 키스를 했다. 혀가 꼬이고 질척하게 섞이는 소리가 귓가에서 적나라하게 울리는 것에, 더 빨개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를르슈의 얼굴이 불타는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러면서도 필사적으로 스자쿠의 품을 꼬옥 끌어안고 있는 팔은 너무 귀여워서, 스자쿠는 를르슈의 안을 몇번이고 들쑤셨다. 나 가지고 온 콘돔 하나 밖에 없어. 알아? 를르슈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 한 번이라도 충, 분, 하니까…! 난 안 충분한데? 이걸로 돼? 있잖아, 를르슈, 콘돔 없이 하게 해줘. 응? 스자쿠가 조르는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저었다. 아, 안 다물리면, 흐른단 말이야…!

스자쿠를 받아내고 나면 부어오르는 애널의 사정 따위, 스자쿠는 귀여워 할 뿐이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느끼는 안쪽까지 단숨에 처박으면서 를르슈의 사정감을 고조시켰다. 음낭 안쪽을 치고 오르는 듯한 사정 욕구에 를르슈가 헐떡거렸다. 스자쿠는 를르슈가 흙먼지를 닦을 때 썼던 손수건으로 를르슈의 페니스를 감쌌다. 많이 쌀 거지, 를르슈? 많이 싸는 거야. 젖은 페니스 끝에 부드러운 손수건의 감촉이 거칠게 문질러지자 를르슈는 더는 참을 것 없이 사정해버리고 말았다. 교복에 튀지 않게, 매트리스에 묻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지만 를르슈에게는 충분한 자극이 된 듯 싶었다.

스자쿠 또한 콘돔 안쪽에 사정했다. 하지만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콘돔을 묶어서 바닥에 내던진 스자쿠가 를르슈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다시 한 번 밀어넣으려고 할 때였다. 를르슈는 힘없는 손으로 스자쿠의 어깨를 밀어냈다. 진짜, 안 된다고. 너 오랜만에 해서, 너무 크고, 그리고, 어, 아, 안 닫힐 거야, 진짜로. 정액, 흐르면, 어떡해. 말을 느릿하게 이어가는 를르슈의 말은 보채는 것 같았다.

 

“근데 난 하고 싶은데 어떡해?”

“입… 으로 해줄게.”

“싫어.”

“스자쿠, 부탁이니까.”

“를르슈가 엉덩이 보지 잘 조이면 되잖아?’

“아, 안 돼. 진짜로, 나 진짜 자신 없어. 스자쿠, 그냥… 입으로 해줄 테니까.”

 

그렇게 실랑이를 한 끝에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으로 한 발을 뽑았다. 쿨럭대는 를르슈의 목구멍에 들이박은 스자쿠는, 를르슈가 또 사정한 손수건을 감싼 채로 또 사정한 것을 보고서 웃었다. 빨면서 간 거야? 진짜 를르슈는 너무 야해. 스자쿠에게 무자비하게 목구멍을 찔린 를르슈는 반은 알아듣고 반은 알아듣지 못했다. 목구멍이 아릴 정도로 강하게 치받은 스자쿠의 것의 여파는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어딘가 풀린 눈을 하고 있는 를르슈에게 키스를 해주며, 스자쿠는 맛없네, 하고 중얼거렸다. 볼을 감싸는 따뜻한 체온에 를르슈는 헤에, 하고 웃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