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11월이 끝나갑니다.
저는 지금 강남 교보문고에 있는 폴바셋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지난밤에 과제를 하면서 땅 좀 파다가 다른 장르도 기웃거리다가 뜬눈으로 밤을 샌 다음에 강남으로 왔습니다. 강남은 늘 올 때마다 책을 많이 보는 거 같아요. 중고서점을 가거나, 교보문고에 오거나 하면서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사고 그렇습니다.
저는 오늘 강남에 온 이유는 2022년 다이어리 때문이었습니다. 벌써 다이어리 시즌입니다. 2022년에는 다이어리를 어떻게 써야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2021년에는 A4 사이즈의 스케줄러를 들고다니느라 고생했거든요. 물론 제가 백팩을 메고 다니긴 해서 옮기는데는 큰 걱정은 없었지만, 가끔 작은 가방 들고 다닐 때에는 이게 참 골칫거리더라구요. 그래서 A5 사이즈의 미도리 노트에 먼슬리와 위클리를 그려가면서 들고 다녔는데 이것도 참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게다가 미도리 노트는 데일리로도 짧막한 글도 쓰고 있어서 위클리가 자주 밀리고 그래서 좀 불편했는데, 이젠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거쳐서 나름의 틀을 잡았습니다. 우선 교보문고에서 A5 먼슬리 두 권을 샀습니다. 혹시나 실패를 대비해서 한 권을 더 산 거였고, 나름대로 내지는 만족하면서 일정을 적어놨습니다. 2021년 12월부터 적혀있는 거라서, 이미 미도리 노트에 적어둔 12월 먼슬리가 아깝긴 하지만 빳빳한 새 종이에 적는 느낌은 또 포기할 수 없으니까요 ㅎㅎ 그래서 저는 2022년에는 미도리 노트 + 먼슬리 노트를 합쳐서 들고 다닐 생각이에요. 위클리는 주마다 그냥 그리려고 합니다. 이런 아날로그 감성... 이런 DIY 감성이 요즘은 좋은 거 같아요.
DIY 하니까 저는 요새 아이패드로 교환일기를 자주 쓰고 있어요. 친구들이랑 쓰는 거 하나, 오타쿠 지인들이랑 쓰는 거 하나. 그리고 아이패드로 일기 쓰는 거에 맛들린 이후로 Keynote로 직접 굿노트 다이어리를 만들어서 플래너랑 식단일지도 쓰고 있고요... 과제 때문에 바빠죽겠네 할 일이 너무 많녜 하면서도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사네요.
물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사는 건 아니었습니다. 뭐 개인홈페이지가 휑해진 이유가 이런 저런 사정도 겹치고 저도 뭔가 터지듯이 감정에 휩쓸리기도 해서....
그냥 여긴 제 개인적인 홈페이지니까 말을 하는 거지만요 (어디가서 말하겠습니까) 저도 갠홈에 탈덕한다느니 접는다느니 완덕했다느니 이런 개소리를 많이 하긴 했지만 덕질은 가슴이 시키는 거고 저는 모동숲에 인생 꼴아박았다가도 눈앞에 스자루루 피규어 있으면 홀린듯이 픽시브 들어가서 스자루루 허버허버 주워먹고 사다 놓은 스자루루 동인지 읽으면서 울컥 와르르 발딱 탁탁탁한 사람이란 말입니다. 말이 길었지만 이와중에도 개인홈페이지 운영하면서도 스자루루 소설이나 아직까지도 업데이트하는 모지리란 말이에요. 또 말이 길어졌네 그러니까 저는 스자루루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스자루루를 이제 더 이상 안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실거고요, 그런 분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떻게 알게 되느냐, 트위터 계정이 없어지거나, 언급이 적어지시거나, 그런 것을 통해서 알게 됩니다. 그럼 예나 지금이나 할 것 없이 저는 바로바로 정리를 합니다만, 이게 그래도 사람과의 인연이니 감정적으로 대할 수 밖에 없더라고요. 감정 소모가 쌓이고 쌓이다보니까 견디기가 힘들어졌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일들이 쌓이고 쌓였다가 그냥 폭발하듯이 이렇게 갠홈을 쉬어가는 시간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덕질에 대해서 힘든 것과 별개로 스자루루에 대한 애정은 건재해서, 이 괴리감이 꽤 견디기 힘들다고 트위터에 중얼중얼 어질러놓고 나서 돌아오는 따뜻한 디엠들을 받으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었습니다. 가는 사람은 가는 사람이고, 그것과 별개로 아직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남아있고, 또 같이 덕질했던 추억만 있어도 이제 그걸로도 행복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것에 대한 정리가 되었습니다. 자기만족의 범위를 이제 좀 정의하게 된 것 같았어요. 제가 좀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이래저래 많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때 메시지 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염려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잘 추스르고 를르슈 생일을 앞두고서 슬슬 복귀할 생각입니다.
물론 갠홈에 지금까지 업데이트 해두었던 소설들을 다시 복구 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고민이 됩니다. 다 밀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들고요. 새로 시작하면 기분이 좋잖아요? 하지만 이전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의 애정도 있으니 다시 열어보는 것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 게시판을 다시 파는 게 귀찮다는 것도 한 몫합니다ㅠㅠ
오늘따라 무거운 일기의 마무리네요. 12월에는 를르슈 생일도 있고 이것저것 계획한 것들을 실행할 때네요. 조만간에 회지 소식으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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