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줄리어스는 특별해.”
뭐가 ‘그러니까’라는 말이 나오는 걸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이어지는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를르슈는 그것이 정답이고,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다는 눈을 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줄리어스가 를르슈의 허리를 감싼 채로 스자쿠를 보고서 혀를 내밀었다. 메—롱. 스자쿠는 울컥 치밀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를르슈에게 말했다.
“그건 대답이 될 수 없어, 를르슈.”
“뭐가 대답이 될 수 없다는 거야, 네가 뭔데? 를르슈랑 내가 뭘 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야?”
“줄리어스, 그렇게 말하지 말랬지.”
“그치만 스자쿠가 자꾸만.”
허리춤에 매달린 줄리어스를 떼어낸 를르슈는 그를 방으로 내쫓았다. 거실에는 스자쿠와 를르슈, 단 둘이 남았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형제끼리 그런 키스하는 거, 보통이 아니잖아.”
“뭐… 세간에선 그렇겠지만, 우리한텐 별 거 아니야.”
“그게 아니라!”
“인사야, 인사. 스자쿠, 그렇게 열을 내는 이유를 모르겠어.”
말이 되냐고, 그게.
스자쿠는 자기가 오기 전까지 진득하게 혀를 얽고 있던 람페르지 쌍둥이들을 떠올렸다. 를르슈의 옷자락 사이로 손을 집어넣고서, 를르슈가 약한 등줄기를 훑었던 줄리어스의 손짓은 완전히 섹스할 때의 자세였다. 그런 와중에 줄리어스에게 입을 맞추면서 호흡을 나눴던 를르슈도 그 분위기 속에서 녹아들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별 거 아니고, 인사라고 하는 게 말이 돼? 를르슈는 어디 하나 켕기는 것 없이 결백한 표정이었다. 스자쿠는 쌍둥이 형제의 키스를 봐버린 것도, 그 키스의 의미가 ‘별 거 없다’라는 것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나는 네가 나랑만… 키스하고, 섹스했으면 좋겠어.”
“줄리어스는 가족이야. 설마 바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게 아니면 뭐야?!”
스자쿠의 높아지는 언성에 를르슈는 귀를 막았다. 소리 지르지 마, 라고 를르슈가 말했다. 그 사이, 멀찍이서 문을 살짝 열고서 바라보던 줄리어스와 스자쿠는 눈이 마주쳤다. 줄리어스는 스자쿠를 보며 가볍게 입꼬리를 비틀며 비웃었다. 그것에 스자쿠는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것 같았다.
이제 됐어, 더는 못 참아.
눈앞에 있는 를르슈를 어떻게 저질러버릴 것만 같았다. 팔다리를 부러뜨린다거나, 목을 조른다거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마구잡이로 때려주고 싶다거나… 그런 충동 같은 것들이 몰려들어왔다. 스자쿠는 그런 것을 억누르고 를르슈를 두고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스자쿠, 스자쿠? 스자쿠! 를르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스자쿠는 돌아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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