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스자쿠 x 학생 를르슈
모두가 다 떠난 학생회실에서, 를르슈는 느릿느릿하게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5시까지 있을 교무회의는 아마 이제 막바지일 것이고, 5시가 지나 교사들도 퇴근하게 되면 이 학교는 텅 비어버리게 될 것이다. 그럼 학교에는 그와 를르슈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면 혼자 남아있는 것도 꽤 즐거운 기다림이었다.
를르슈는 휴대폰을 꺼내 그와 나누었던 메시지를 확인했다.
‘괜찮다면 오늘 같이 갈까?’
를르슈는 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창문 밖을 둘러보았다.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로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그가 보였다. 를르슈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손을 살짝 흔들고서는 생긋 웃는 얼굴도 보였다. 바보, 누구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바로 옆에서 여자애들의 꺄아, 하는 소리가 들렸다.
쿠루루기 선생님, 지금 여기 보고 손 흔드신 거지?! 운이 좋은 건지, 아니면 타이밍이 나쁜 건지. 를르슈는 저에게 향했던 그의 손짓이 다른 의미로 변질되는 것에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그런 아이 같은 질투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덤덤하게 메시지의 답장을 했다. ‘학생회실에서 기다릴게.’ 를르슈의 답장에 그는 곧장 OK의 고양이 이모티콘을 보냈다. 정말, 누가 학생이고 누가 선생인지.
그런 대화가 오갔기 때문에 를르슈는 오늘 학생회 회의가 끝나고도, 교무회의가 끝나는 5시까지 남아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5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도 이제 몇몇 남지 않았다. 곧 있으면 빈 교실에 있을 학생들을 내쫓기 위해서 수위가 순찰을 돌 것이다. 를르슈는 왜 남아있냐는 등, 귀찮은 질문에 시달리는 것보다 그냥 없는 척 불을 끄고 있기로 했다.
어제보다 오늘의 노을이 더 붉게 남아있는 것에,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는 것이 실감이 난다. 금세 일 년이 지나가고 나면… 를르슈는 어른이 된다. 그 생각을 하고 나면 얼굴이 괜히 뜨거워졌다.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어도 크게 감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 정확히는 그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어른이 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불 끄고 있었어? 어두운 거 싫어하잖아.”
를르슈가 멍하니 창밖을 보고서 더운 얼굴을 식히고 있었을 때, 불이 켜지면서 등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걸 싫어하는 건 아주 어렸을 때나 그랬는데, 여전히 그때의 기억으로 를르슈를 대하는 그는 다정하다. 아니면, 여전히 그를 아이처럼 여기고 있다거나. 하지만 를르슈는 그것에 초조해하지 않는 척, 뒤를 돌아보았다.
“오늘은 늦으셨네요.”
“다음주부터 3학년은 진로 상담이라서 준비할 게 많더라고. 그거 때문에.”
“……진로 상담, 그러네요.”
“를르슈는 누가 오셔? 마리안느 씨? 아니면 샤를 씨려나?”
“전자는 몰라도 후자는 올 리가 없잖아요.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왜? 샤를 씨는 를르슈의 진로에 엄청 관심 많으실 걸.”
“끔찍한 소리 좀 그만하세요, 쿠루루기 선생님.”
를르슈는 이내 못을 박듯이 그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쿠루루기 선생님이라고 불린 쿠루루기 스자쿠는 경쾌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스자쿠는 테이블 위에 놓인 를르슈의 가방을 들었다. 데려다 줄게. 나나리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고개를 저었다.
“나나리는 오늘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으니까… 아마 집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래? 그럼 오랜만에 데이트 할까. 밖에서 먹고 들어갈래?”
데이트라는 말에 를르슈는 순간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다잡았다. 방금 전까진 진로 상담을 하는 아이 취급, 그러나 순식간에 데이트를 하는 연인 대접, 스자쿠는 정말 능수능란하다. 하지만 를르슈 역시 여기에 쉽게 당하기만 할 것이 아니었다.
“먹기만 해요?”
눈을 가늘게 뜨고서 스자쿠를 쳐다보았다. 를르슈의 당돌한 눈웃음에 스자쿠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서 를르슈의 가방을 다시 테이블 위에 내려두었다. 를르슈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는 발걸음이 를르슈의 옆에서 멈추었다. 활짝 열려있던 커튼을 닫는 소리가 거칠게 이어졌다.
커튼에 한 차례 가려진 빛만이 두 사람 사이의 유일한 광원이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손을 잡아 끌었다. 가까워진 거리 만큼 느껴지는 숨결 역시 생생하게 와닿았다. 이 순간은 진짜 자신이 드러나는 공포감에 떨리면서도, 그런 모습마저도 받아주는 스자쿠 때문에 녹아버릴 것 같이 설레는 시간이었다.
“그럴 리가 없지.”
스자쿠의 혀가 자신의 아랫입술을 천천히 핥아서 안으로 밀려드는 것이 느껴진다. 를르슈는 눈을 감으면서 스자쿠가 제 몸을 쉽게 안을 수 있게 힘을 뺐다. 키스만으로도 떨리는 를르슈의 몸에, 스자쿠는 그런 그가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스자쿠의 키스만으로도 좋아. 하지만, 이보다 더 깊게 이어졌으면 좋겠어. 를르슈는 자신의 팔을 스자쿠의 목 뒤로 감으면서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스자쿠, 스자쿠, 스자쿠…. 숨이 새는 호흡과 혀를 섞는 사이의 소리에 울리는 자신의 이름에 스자쿠는 미간을 찡그리며 를르슈의 허리를 감쌌다.
“를르슈. 학교에서는 이름 부르지 말랬지.”
“싫은데요, 선생님.”
“정말 이럴 때만…. 람페르지는 나쁜 학생이라니까. 부회장 자격 실격이야.”
남 앞에서나 부르는 호칭은 서로에게 왜 그렇게 자극이 되는지, 알 수가 없다. 를르슈는 자신을 람페르지라고 부르는 스자쿠의 입술이 괜히 미워서, 그의 아랫입술에 살짝 힘을 주어 깨물었다. 아프잖아. 스자쿠가 그렇게 말하자, 열이 올라 살짝 부어오른 스자쿠의 입술에 다시 쪽, 소리나게 입을 맞추었다. 그러면 스자쿠는 어쩔 수 없다는 눈으로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선생님 앞에서만 그러니까, 너무 나쁘다고는 하지 마세요.”
“나한테만?”
“그럼 누구한테 이러겠어요?”
스자쿠의 목까지 잠긴 셔츠를 하나씩 풀면서, 를르슈는 드러나는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촉촉한 입술이 살갗에 닿으면서 가끔씩 혀로 문지르며 안쪽으로 빨아들이는 것에, 스자쿠는 뜨거운 숨을 짧게 토했다. 를르슈가 자국을 남기는 방식은 스자쿠가 하는 것과 똑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그건 스자쿠가 를르슈에게 가르친 방법이었으니까.
“누구한테도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를르슈.”
“…스자쿠 말고 다른 사람이랑 할 생각도 없어.”
“그럼 다행이지만.”
뭐가 다행이야, 이건 당연한건데.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가 불만스럽게 쳐다보면 스자쿠는 대답 대신에 키스를 베풀었다. 타액과 혀과 서로 오가면서 적나라한 소리가 귓가에서 먹먹하게 울렸다. 머리 안쪽까지 적시는 것 같은 소리에 를르슈는 숨을 헐떡거렸다. 이런 건, 솔직히 내성이 없다. 더 했다가는 이상해질 것이다. 순식간에 느껴지는 쾌락의 공포에 잠깐 입술을 떼어내려고 스자쿠를 밀어내면, 지지대를 잃은 몸이 뒤로 넘어갈 것처럼 휘청거렸다. 스자쿠가 허리를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바닥으로 고꾸라졌을 것이다.
“앉아서 할까? 를르슈, 오랜만이라서 너무 느끼는 거 같은데.”
“그렇게, 안 느꼈…!”
“거짓말.”
를르슈는 자신의 다리 사이를 만지는 손길에 고개를 숙였다. 안 느꼈다고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부풀어있는 자신의 페니스가 부끄러웠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편이 좋았을까. 너무 좋았다고. 하지만 키스만으로…? 를르슈가 당황하는 사이에 스자쿠는 그를 테이블 옆 의자에 앉혔다.
그대로 를르슈의 턱을 위로 끌어당겨 혀를 더 깊게 섞기 시작한 스자쿠의 키스에, 를르슈는 호흡이 가빠 따라가지 못해 벅차는 숨을 겨우 고를 뿐이었다. 스자쿠의 혀가 를르슈의 안쪽을 훑다가도, 를르슈의 것이 따라 나서면 스자쿠의 입안에서 다시 섞인다. 뒤죽박죽으로 머릿속이 엉키는 기분에 를르슈는 눈꼬리에 눈물이 베이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스자쿠의 손가락은 그런 를르슈의 눈물까지 닦아냈다.
“…키스는 여기까지 할게.”
손끝으로 훔친 를르슈의 눈물을 할짝거리면서, 스자쿠는 짓궃게 웃었다. 같이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는 여유가 넘쳐보였다.
“괜찮아, 여기서 그만 두지 않으니까.”
“…그럼, 끝까지.”
“끝까지는 안 돼.”
스자쿠는 단호했다. 를르슈의 교복 셔츠를 벗기면서, 드러나는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훑고, 그 끝의 유두를 손가락 끝으로 굴리는 손은 흥분으로 뜨거웠지만, 스자쿠는 그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를르슈에게 그 ‘끝’까지는 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를르슈가 아직 스자쿠의 학생이기 때문이었다. 키스도 하고, 서로 알몸도 봤으면서, 왜 끝까지는 안 해주는 거야. 를르슈는 자신을 이상한 곳에서 애 취급하는 스자쿠 때문에 약이 올라 일부러 소리를 크게 냈다.
“일부러 그러는 거지, 를르슈.”
“아, 아니야, 흐읏, 아, 아아…!”
“남에게 들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난 를르슈랑 선생과 학생으로 있는 시간도 소중하거든.”
스자쿠는 옷감 아래로 발기한 페니스를 확인시켜 주듯이, 를르슈의 손을 끌어당겼다. 스자쿠의 흥분으로 뜨거워지고 단단해진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지? 스자쿠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매번 이렇게 ‘알고 있음’을 확인 당하는 것은 부끄럽다.
“그래, 착하지. 응, 그래… 입 벌리고, 천천히.”
“우으, 읍, 하, 아으….”
“잘하면 를르슈도 기분 좋게 해줄게.”
스자쿠의 것을 천천히 입안으로 밀어넣는다. 혈관까지 두드러진 그 페니스를 입안에 넣을 때마다, 스자쿠의 것으로 머릿속이 가득 채워지는 감각이 조금은 두렵다. 입안 가득으로도 모자라서 목구멍 안쪽까지 벌려서 스자쿠의 것을 겨우 삼킨다. 턱이 아플 때까지 오랫동안 벌려야지, 그렇게 시간을 들여야지만 스자쿠의 것이 다 들어간다. 코끝에 스자쿠의 음모가 까슬하게 와닿을 때의 수치심은 겨우 억누른다. 스자쿠의 탄탄한 손이 벌어진 자신의 턱선을 더듬고, 홀쭉해진 볼을 문지르고, 식은땀으로 젖은 이마를 문지르면 알 수 없는 충족감이 느껴진다. 그래도 부끄럽다.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딘가 부끄러워서, 눈을 맞출 수가 없다. 를르슈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스자쿠는 느릿하게 허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고개 들어, 를르슈… 응, 계속, 나를 봐.”
“후으, 윽, 크흣…! 윽! 흐읍…… 으, 윽, 하으…!”
“눈 피하지 마.”
스자쿠의 말은 계속 듣게 된다.
학교에 있는 사람들은 알까. 모두가 좋아하는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선생님은, 사실 자기 반 학생에게 펠라치오 받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두에게 다정하고, 상냥하고, 혼자 있는 사람을 홀로 내버려두지 않는 이 다정한 선생님은, 사실은 다 삼키는 것만으로도 벅찬 를르슈의 입안에 거칠게 허리짓을 하고서 목구멍 깊은 곳에 사정을 하고, 그것을 억지로 다 삼키게 하는 제멋대로인 남자라는 것을.
스자쿠의 것이 순식간에 팽창하고, 를르슈는 그의 사정을 감지했다. 입안에서 더 커지는 것에 턱도, 목구멍도 아파서 눈물이 글썽거렸다. 이윽고 를르슈는 제 목구멍 안에 쏟아지는 정액이 기도로 튀어 들어가는 것에 컥컥거렸다. 스자쿠의 허벅지를 두드리며 빼달라고 소리 없이 외쳤지만, 스자쿠는 그의 머리채를 붙잡고서 페니스를 더 목구멍 안쪽으로 들이받을 뿐이었다. 숨통이 터질 것 같은 펠라치오였다. 를르슈가 기침과 함께 정액을 다 삼킨 것을 확인한 스자쿠는 를르슈의 입술 밖으로 페니스를 빼냈다. 정액과 섞인 타액이 길게 이어졌다 끊어지는 것에, 스자쿠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것들을 손수건으로 닦아냈다.
“고생했어, 기분 좋았어, 를르슈.”
자신의 아랫도리를 정리한 스자쿠는 를르슈의 다리 사이를 파고들었다. 의자에 앉아 있었기에 더 무너질 곳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를르슈는 들쑤셔진 목구멍과 헐떡거리는 숨이 오가는 가슴팍의 오르내림에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스자쿠가 바지를 벗기고 자신의 속옷을 내리는 것에 속절없이 당하는 것도, 당연했다.
“를르슈가 잘했으니까.”
“아, 아아! 하아…! 아, 아, 아으, 윽…! 스, 스자쿠…!”
를르슈는 덥썩 자신의 아래를 물고서 타액을 줄줄 흘려 아래까지 적시는 스자쿠의 펠라치오에 눈을 부릅떴다.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쾌락과 동시에 스자쿠가 허벅지 안쪽까지 뜨거운 손으로 만지는 손길에 자극이 되었다.
후으, 으, 읏, 하아, 아, 으응… 으으… 아아, 아아앗…! 기분이 너무 좋아서, 머리가 멍청해져서, 어떤 말도 문장으로 내뱉을 수 없을 정도다. 를르슈는 스자쿠가 자신의 바지와 속옷을 모조리 다 벗기고서 맨다리로 자신을 의자에 앉혀두는 것에도 수치심을 느끼지 못한 채로, 다리를 더 벌려 스자쿠의 머리를 제 다리 사이에 두었다.
더 깊게 빨아주었으면, 더 기분 좋게 해줬으면, 그런 마음으로 허리를 떨어가면서 스자쿠의 펠라치오에 를르슈는 신음했다. 스자쿠는 허벅지를 만지다가도, 뒤쪽의 엉덩이를 더듬으면서 를르슈의 반응을 살폈다. 엉덩이 사이를 가볍게 벌리는 손길에 를르슈는 잠시 긴장하면서 타액을 꿀꺽 삼켰다.
설마, 오늘… 하려는 건가. 끝까지? 기대로 부푼 를르슈의 시선을 읽은 것인지, 스자쿠는 키득거리며 를르슈의 다물린 뒤를 툭툭 건드리면서 말했다.
“안 한다니까, 끝까지.”
“으응, 싫, 싫어… 끝, 끝까지, 하면, 좋, 을… 것, 같은, 데. 아, 아앙!”
“좋겠지, 진짜 좋을 거야. 를르슈, 여기만으로도 이렇게 야한데, 뒤는 얼마나 더 야하겠어?”
“그럼, 스자쿠, 얼른, 아, 으, 으으응! 하, 아아!”
“안 돼.”
스자쿠는 를르슈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스자쿠의 숨결이 와닿는 페니스는 사정을 앞두고서 발발 떨고 있었다. 를르슈는 아이처럼 보채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펠라치오, 잘했다며, 그럼…! 를르슈의 초조해진 얼굴에도 스자쿠는 여유롭게 웃으면서 다시 를르슈의 허벅지 안쪽으로 입술 자국을 새겼다. 페니스에 닿아오던 직접적인 자극 대신에 그 주변을 애무하는 것에 를르슈는 밭은 숨을 몰아쉬며 스자쿠를 불러댔다.
“스자쿠, 나, 이제, 가고, 싶어….”
무너질 것 같은 상체를 스자쿠의 어깨를 붙잡고서 겨우 버티고 있는 를르슈가 할 수 있는 애원은 그것 뿐이었다. 가고 싶어. 이제 그런 곳에다, 키스 하지 말고…. 를르슈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지도 실감나지 않았다. 허벅지 안쪽에 남은 울긋불긋한 자국이 안타깝기만 했다. 스자쿠의 손끝에 얽힌, 자신의 쿠퍼액으로 젖은 페니스가 까닥거리며 사정을 원하고 있었다.
어느새 를르슈의 온몸이 땀으로 젖어가고 있어서, 의자에 맨살로 닿아있는 부분에서는 미끈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스자쿠의 손은 결정적인 쾌락을 주지 않고 있고, 하다 만 펠라치오는 성감을 더 높일 뿐이었다. 를르슈는 할딱거리는 숨 사이로 흐르는 제 타액을 어떻게 거둬야 하는지도 잊은 채로, 가슴팍을 적셔갔다. 스자쿠가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세우는지 몰라서, 를르슈는 억울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스자쿠 또한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그에게 물었다.
“를르슈, 끝까지 하지 않아도… 내가 좋지?”
“좋아… 스자쿠, 좋아하니까… 그러니, 까.”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좋은 거 아니야?”
“그, 럴 리 없, 잖아…! 아, 아아, 하으….”
허리를 둥글게 말고서 치밀어오르는 사정감에 를르슈는 눈물까지 뚝뚝 흘리면서 스자쿠에게 애원했다. 스자쿠가 좋아, 스자쿠만 좋아, 그러니까, 이제 가게 해줘. 를르슈의 타액과 눈물로 얼룩이 진 얼굴은 꽤나 엉망이었음에도, 스자쿠의 눈에는 딱 보기 좋았다.
를르슈의 다물리지 못한 입술에 제 혀를 밀어넣고서, 스자쿠는 그의 사정으로 새는 비명까지 다 집어삼켰다. 스자쿠의 손이 를르슈의 페니스를 강하게 움켜쥐면서, 그렇게 압박되는 고통까지 쾌감으로 계산되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숨 하나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멋대로 몰아붙여진 사정에 를르슈는 훌쩍거리면서 스자쿠의 품에 기대었다.
스자쿠의 손을 흠뻑 적신 자신의 정액이나, 땀으로 젖었던 몸이 식어가는 서늘함, 그런 것들이 를르슈를 아직 잠들면 안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를르슈는 눈을 감고서 이내 잠들고 말아버렸다. 하지만 그런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그를 크게 탓하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답게 자는 모습은 어느 때 보아도 보기 좋기 마련이다. 그런 아이를 보고 가끔 욕정하는 자신이 나쁠 뿐.
“빨리 졸업하면 좋겠네, 를르슈.”
네가 어른이 되면, 언제든지 그 ‘끝’까지 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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