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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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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니걸 스자루루

DOZI 2026.02.10 13:08 read.141 /

신성 브리타니아 제국 최강의 기사, 나이트 오브 세븐은 깊이 탄식했다. 평소보다 더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오래 들여다 볼만한 것이 아니었다. 쿠루루기 스자쿠는 고개를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이런 변태 같은 클럽에 잠입수사라니….”

 

변태 같은 클럽. 그것은 이번 잠입수사의 타겟인 어느 한 귀족의 이상한 성벽을 이용해, 그가 유통한다는 불법 마약을 잡는 와중에 사용되는 수단이었다. 그 귀족이 정기적으로 참석한다는 (스자쿠 표현대로) ‘변태 같은 클럽’은 여장한 남자들과 함께 주지육림의 파티를 벌인다고 했다. 타겟은 그 중에서도 ‘토끼’를 제일 좋아한다는 부연설명까지 덧붙여진 작전계획을 들은 스자쿠는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잠입수사를 명령 받은 스자쿠는 타겟을 꾀어내기 위해 토끼로 여장한 상태였다. 소위 말하는 하얀 바니걸 수트를 입은 스자쿠는 굽이 제법 높은 힐까지 신고 있었다. 스자쿠 스스로 거울로 봐도 속이 좋지 않았다. 나이트 오브 라운즈 정복도 꽤 화려해서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바니걸 차림으로 있는 것보다 훨씬 감사한 옷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스자쿠? 다 갈아입었나?”

“아, 네. 전하. 들어오셔도 됩니다.”

 

이번 잠입수사로 같이 협력하게 된 를르슈 황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스자쿠는 몸을 감추고 싶었으나, 어차피 수사 내내 계속 이 꼴로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굳이 가리는 것도 우스울 것 같았다. 를르슈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덩치 좋은 하얀 토끼 한 마리를 보고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무리 흉한 꼴이라고 해도 이런 반응은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명색이 사귀는 사이인데.

하지만 이런 차림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스자쿠였다. 그러지 않으면 를르슈가 이 꼴로 수사에 참여했을 게 분명했다. 를르슈의 바니걸 차림? 좋기야 하겠지만 그걸 스자쿠 혼자 즐기는 것도 아니고 변태 귀족의 눈요깃거리로 소비되는 것은 죽어도 싫었다. 그럴 바에야 스자쿠가 바니걸이 되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에 바니걸을 자처한 것이었다.

 

“생각보다 꽤 하잖아.”

“뭐가 ‘생각보다’고, 뭐가 ‘꽤’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뭐라고 해야 할까… 육감적이군.”

“성희롱입니다.”

 

토끼 귀까지 착실하게 붙어있는 스자쿠의 머리부터 타이트하게 달라붙어 몸의 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까지 확인한 를르슈는 스자쿠와 다시 눈을 마주하자 시선을 피했다.

 

“정말, 눈 둘 곳을 모를 정도야.”

“그러니까 그거 성희롱이라고요.”

“나는 감상을 말한 것 뿐인데.”

 

어딘가 놀리는 것 같은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타겟처럼 변태 성벽이라도 생기신 거예요? 를르슈는 고개를 저으며 스자쿠에게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그의 아슬아슬하게 드러난 가슴팍에 입을 다물고 말아버렸다. 분명 를르슈의 시선이 자신의 가슴에 닿은 것을 느낀 스자쿠는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로 익숙해져야지 작전을 진행하죠, 전하.”

“아, 그래. 지금부터 10분 뒤에 타겟이 도착한다. 너는 연회장에서 타겟을 쫓아가면 돼. 아마 너를 본 타겟은 너를 지목할 거야. 그리고 방에 도착하고 나서 단둘이 되었을 때를 노린다. 자, 인터컴을 받아. 이번 작전에서는 이쪽으로 계속 연락할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잘 보이지 않게 인터컴을 착용한 스자쿠는 를르슈를 쳐다보았다. 를르슈는 스자쿠를 몇번이고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이번엔 다리에 향해 있었다. 참다 못한 스자쿠가 를르슈에게 화를 냈다.

 

“나중에 제대로 입어 드릴 테니까 지금은 작전에 집중해주세요!”

“정말인가?!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딱히 그러고 싶은 건 아니지만…! 나는, 그러니까, 스자쿠가 잘못한 거야!”

“제가요?”

“너무 잘 어울리잖아!”

“그거 참 납득이 되는 이유네요!”

 

그렇게 작전은 시작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타겟은 를르슈가 세운 작전대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직전까지 스자쿠는 자신의 다리를 집요하게 더듬으며 아랫도리까지 만지려고 하는 변태 귀족에게 시달려야만 했다. 를르슈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만져지는 건 정말 기분이 더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를르슈는 자신이 입고 있던 자켓을 벗어 스자쿠의 훤히 드러난 어깨에 둘러주었다. 체포된 귀족 덕분에 아수라장이 된 파티는 아예 일망타진하여 모든 것이 수습 중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성공적으로 해결된 것과 별개로 스자쿠의 마음은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스자쿠, 괜찮아?”

“안 괜찮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했잖아.”

“더 싫어요. 차라리 제가 하는 게 나아요.”

“…뭐, 스자쿠처럼 잘 어울릴 거라는 자신은 없긴 해.”

 

스자쿠는 를르슈의 어깨에 기대면서 깊게 심호흡을 했다. 평소보다 지쳐 보이는 스자쿠의 기색에 를르슈는 그를 끌어안으면서 스자쿠가 멋있었다고 말했다. 저를 위로하기 위해서 말을 걸어주는 를르슈가 다정하게 느껴져, 스자쿠는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어디가 멋있었는데요?”

“체포하라고 할 때 힐을 신은 채로 타겟을 돌려차고 넉 다운 시키는 모습이 좀 감동적이었어.”

“하하….”

 

자리에서 일어선 스자쿠는 를르슈가 둘러준 자켓을 돌려주었다. 왜? 갈아입으러 갈 때 가리는 게 낫지 않아? 를르슈의 말에 스자쿠는 괜찮다고 말했다.

 

“날이 추워요. 전하는 따뜻하게 입으셔야죠.”

 

그리고서 스자쿠는 를르슈를 두고서 자신의 옷이 있던 작전회의실로 향했다. 아직도 떼지 않은 토끼 귀가 쫑긋거리면서 사라지는 것에 를르슈는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스자쿠가 두고 간 자켓을 입으면서, 를르슈는 한숨을 내쉬었다.

 

“멋있는 척 해봤자 바니걸이면서.”

 

옷을 갈아입으러 간 스자쿠는 금방 나이트 오브 라운즈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쓸데없이 화려한 옷이 그리워지기는 처음이에요. 스자쿠의 진심 섞인 농담에 를르슈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아리에스로 돌아갔고, 그리고 평소처럼 일상을 보내던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리고 나서 바니걸 의상은 어떻게 되었더라…?

 

라는 생각이 든 것은, 잊고 있었던 그 바니걸 의상이 를르슈의 눈앞에 덜렁 나타난 것이었다. 심지어 그것은 스자쿠가 입었던 하얀색 바니걸도 아니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모를 검은색 바니걸 의상에 를르슈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때는 스자쿠와 를르슈의 공적을 인정 받은 포상휴가 중이었다. 두 사람은 제도에서 조금 떨어진 교외에 있는 황족 전용 별장에서 쉬고 있었다. 하인과 호위를 최소한으로 두고서 단둘이서 시시덕대는 휴가를 만끽하려고 할 때였다. 스자쿠는 잠시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를르슈를 혼자 방에 내버려두더니, 돌아왔을 때는 한 손에는 토끼 귀와 바니걸 수트를, 한 손에는 검은색 힐을 들고 나타난 것이었다.

 

“…이, 이게 뭐야.”

“를르슈도 입어보고 싶어한 거 같아서.”

“내가? 아니지, 난 그런 적 없어!”

“내가 입었던 건 를르슈한테 안 맞을 거 같아서, 일부러 새 거로 구해왔어.”

“일부러 구해왔다고?!”

“입어줄거지?”

 

냅다 품에 안기는 바니걸 수트에 를르슈는 어이가 없었다. 변태 성벽이 생겼냐고 뭐라고 할 땐 언제고 이런 걸 공수해서 입혀보고 싶다고 말하는 건… 그건 더 이상성욕 아니야?! 를르슈가 무어라 쏘아붙이고 싶었다. 하지만 스자쿠가 저를 빤히 올려다보는 시선을 하더니, 이내 를르슈의 눈치를 보다가 중얼거리는 것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를르슈가 싫으면… 안 입어도 돼.”

“…좋아, 입기만 하면 되는거지?”

“응!”

“입기만 한다. 정말로, 딱 입기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해.”

“응!”

 

그리고 를르슈는 홀로 남겨져 바니걸 의상을 입게 되었다.

스자쿠가 혼자서 입을 때는 이런 느낌이었을까. 씁쓸해진 를르슈는 가슴 부분이 텅 비어서 남아 훤히 드러나는 제 바니걸 차림이 꽤나 빈곤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스자쿠는 나올 곳이 나오고 들어갈 곳이 들어가 육감적이라는 감상이라도 나왔지, 를르슈의 바니걸 차림은 없는 것을 더 없어보이게 하는 기분이었다.

마른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바니걸 수트는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이런 걸 어떻게 입고 스자쿠는 돌려차기를 한 거지? 게다가 그때는 힐까지 신었잖아. 의문이 들 때였다. 문 밖에서 스자쿠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 입었어? 힐까지 신은 를르슈는 아슬아슬한 균형 감각에 휘청거리면서도 천천히 걸어보려고 했다. 아, 안 돼. 절대 안 돼. 이거 못 해. 그렇게 겨우 비틀거리면서 문 앞까지 다가갔다.

 

“우와.”

 

그리고 문이 열렸다. 스자쿠는 저를 맞이하는 검은 토끼 를르슈를 보고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가슴팍이 자꾸 벌어져서 가슴이 드러나는 것을 막으려고 손으로 억누르고 있던 를르슈의 모습은 스자쿠의 상상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게다가 어딘가 자신없고 부끄러워하는 를르슈의 모습은 노린 게 아니라면 이상할 정도였다.

와, 이거 그 변태 귀족한테 보여줬으면 나 진짜 그 귀족을 죽였을지도 몰라. 하, 그때 바니걸 한게 나여서 다행이다. 스자쿠가 혼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뭐가 ‘우와’야?”

“너무 잘 어울려서, 나도 모르게.”

“잘 어울리는 거 치고는 사이즈 미스가 있는 거 같은데. 가슴이 자꾸 벌어져.”

“그렇겠지? 이건 급하게 산 거라서 남자용으로 못 구했거든. 여자용이라서 그럴 수밖에.”

 

태연하게 여자용으로 입혔다고 말하는 스자쿠의 뻔뻔함에 를르슈는 헛웃음이 나왔다. 자, 이제 입었으니까 됐지? 아무것도 안 한다고 했으니까 그 약속은 지켜. 를르슈는 매정하게 바로 등을 돌리고 나가라고 말했다.

 

“왜?! 더 보고 싶은데!”

“이런 꼴을 더 봐서 어쩌고 싶은 건데!”

“어쩌고 싶긴, 를르슈랑 섹스하고 싶어지니까…!”

“이거 입고는 안 해!”

“너무해!”

“여자용으로 구해온 너보다 너무하겠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를르슈를 바로 침대로 끌어들이는 스자쿠는 능수능란했다. 높은 힐 때문에 휘청거리는 를르슈의 약점을 파고드는 건 계략에 가까웠다. 스자쿠, 잠깐만, 잠깐만…! 그런 목소리로는 를르슈의 벌어진 가슴팍에 바로 입술을 파묻는 스자쿠를 막을 수 없었다.

 

이후로 엄청나게 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