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쉬포드 대학교에서는 요새 ‘AREA-11’이라는 온라인 게임이 한창 유행이었다. 통칭 일레븐으로 불리는 이 게임은 스타트부터 황당해서, 나는 처음에 일레븐 게임에 대해서 처음 들었을 때에는 저 게임이 어떻게 흥하나 싶었다. 그래도 유행 중이고 광고도 엄청 해대서 일레븐을 한 번 해볼까 했지만 우선 귀찮아서 안 했다. 아마 일레븐이 서비스 종료 할 때까지 안할 것 같았다.
“스자쿠, 게임하자.”
“뭐?”
“그럼 오늘 뭐 하고 싶은데.”
“음, 영화보기?”
“영화 보고 저녁 먹고 술 먹고 호텔 가고?”
“……나쁘지 않지.”
“너랑 영화-밥-섹스 이 루트로 지금 3개월째 반복하고 있고 난 이제 매너리즘이 올 지경이다. 우리 사이엔 자극이 필요해. 그러기 위해선 둘 사이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걸 해야겠어.”
“게임을 하면 를르슈를 죽여야 하잖아! 난 그런거 못해!”
“침대에서는 오늘밤 죽여주겠다고 하는 놈이 하는 말치고는 신빙성이 없군. 오늘은 피씨방이다.”
그래서 일레븐을 하게 됐다.
일레븐은 닉네임이랑 캐릭터 성별과 디자인만 정할 수 있고 직업과 계급이 랜덤으로 정해지는 RPG가챠게임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난 정말 하기 싫었다 ㅠㅠ 를르슈랑 로미오와 줄리엣 찍게 되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를르슈는 정직하게 흑발에 자안으로 커마를 했다. 남자 캐릭터로 골랐다. 결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 나는 여캐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조금 우울해졌다. 갈색머리에 녹안 캐릭터로 꾸미고 마지막에 성별을 여자로 고르고 있었는데 를르슈가 남자로 하라고 했다.
“왜? 남캐끼리는 결혼 못 하는데.”
“너랑 결혼하려고 이 게임하는 거 아닌데.”
“너무해….”
를르슈는 나랑 결혼하기 싫어? 내가 거의 우는 얼굴로 물어보니까 를르슈가 마우스 휠만 굴리다가 겨우 대답해줬다.
“스자쿠가 나 때문에 거짓된 삶(게임 안에서) 사는 건 싫어….”
ㅠㅠb 남캐하겠습니다.
닉네임은 할 거 없어서 스자쿠라고 했다. 를르슈도 정직하게 를르슈라고 했다. 이제 스타트 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괜히 긴장이 됐다.
AREA-11은 계급이 아주 무궁무진한데 황족으로 태어날지 노예로 태어날지 랜덤으로 정해졌다. 난 솔직히 노예여도 상관 없는데 를르슈의 노예였으면 좋겠다. (를르슈가 내 노예여도 좋아!)
“를르슈는 무슨 계급 하고 싶어?”
“황제.”
“?”
“황제 하고 싶다고.”
“…그거 NPC 아니야?”
“황제 되서 동성 결혼법 통과시킬거야.”
“를르슈, 멋져……!”
ㅠㅠb 올 하일 를르슈b
를르슈랑 타이밍 맞춰서 스타트를 눌렀다. 대륙도 랜덤하게 지정되어서 태어나게 되는데 솔직히 대륙 선택에서부터 계급이 정해진다. 브리키 대륙에서 태어나는 캐들은 운이 엄청 좋아야 황족이나 기사, 귀족이었고 평민 신분은 무조건 보장되었다. 문제는 AREA-11에서 태어나는 캐릭터들이었는데 거의 99퍼센트 노예로 태어났다. 얘네는 전직해도 도적 아니면 레지스탕스 되어서 브리키 대륙에서 오는 상인들 물건이나 터는 거 밖에 못했다.
노예여도 상관 없는데 를르슈랑 같이 살고 싶다….
3
2
1
START !
서서히 어두워졌던 화면이 밝아지면서 게임이 시작되었다.
대륙 커서는 AREA-11에 있긴 한데 이상하게도 화면이 고급진 느낌이 났다. 운이 좋아서 평민으로 시작한건가? 진행하기 전에 를르슈 쪽을 살짝 보니까 를르슈 캐릭터는 브리키 대륙이었다. ㅎ;; 괜찮아 내 캐릭터는 평타는 쳤으니까 를르슈 캐릭터도 평타 쳤고!
순식간에 화면이 복잡해지면서 퀘스트들이 몰아쳐서 급하게 하게 됐다. 처음엔 버벅거렸는데 나중엔 그럭저럭 할 만해서 를르슈한테 말을 걸었다.
“를르슈, 캐릭터 뭐야?”
“나 황자.”
“? 황자?”
“계승 순위는 떨어지는데 아무튼 황족이야. 스자쿠는?”
“…….”
“스자쿠?”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던 이유는 곧 화면에서 뜨는 내 캐릭터의 설정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곧 이어 설정에 따른 게임 상의 시스템도 바뀐다는 문구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 급하게 를르슈 캐릭터를 친구추가 하려고 했는데 ‘브리키 대륙의 사람과 친구 추가 할 수 없습니다.’같은 문구가 떴다. 위아더월드 세상에서 무슨 이런.
를르슈는 조용한 나 때문에 아예 내 모니터 쪽을 들여다보았다.
“와, 일레븐한테도 숨겨진 왕자가 있었네.”
“…….”
“그게 너였구나, 스자쿠.”
한마디로 내 캐릭터는 일레븐의 숨겨진 왕자여서 황족으로 태어난 를르슈 캐릭터의 죽여야만 하는 원수였던 것이다. 심지어 레어캐릭터라고 아이템도 엄청 몰아주고 사기캐 수준의 체력 때문에 헛웃음이 다 나왔다.
게임을 대충 만지던 를르슈도 한숨을 내쉬고는 그만 하자고 했다. 게임 속이라도 나랑 적이 되는건 싫구나… 스자쿠 약간 감동했어 ㅠ
계정 삭제할까 했지만 를르슈도 나도 둘 다 레어한 캐릭터라서 좀 아깝다는 생각에 그냥 냅두기로 했다.
그때 지웠어야 했다.
하지만 를르슈는 황족으로 태어난 자기 캐릭터가 황제가 되는 건 꼭 보고싶다며 영화-저녁-섹스였던 우리의 데이트 일과를 포기하고 일레븐-일레븐-일레븐을 외치며 계속 게임을 했다. 를르슈랑 피씨방 데이트라고 생각해서 울면서 나도 접속은 같이 했다. ㅠㅠ 아 근데 를르슈는 지력이랑 인맥 쌓아가고 있지만 나는 같은 일레븐한테도 안 맞아죽으려고 체력만 찍는 수 밖에 없었다.
스타트 라인부터 다른데 를르슈 캐릭터가 내 거지캐랑 놀아줄까ㅠ 레지스탕스 두목의 아들로 태어나면 뭐하냐고……난 를르슈랑 놀고 싶은데ㅠㅠ 내가 너무 울면서 찡찡대니까 를르슈가 브리키 대륙에서 노는 것도 지겹다면서 일레븐 지역으로 넘어와줬다. 그때 황족의 궁전 팔아서 여행자비 마련해오는 거 보고서 조금 감동받았다.
근데 난 를르슈랑 친구 추가도 안되는 캐릭터라서 그냥 같은 대륙에서 숨쉬고 있음에만 감사해야 했다. 를르슈는 새 대륙에 와서 부유한 평민으로 살면서 또 자기 세력을 만드는데 난 그 옆에서 를르슈가 노는 걸 구경해야만 했다.
“를르슈, 나 재미 없어….”
“이번 이벤트 끝나면 놀아줄게.”
“어떻게 놀아줄건데?”
“음…….”
생각도 안 해놓고 아무말이나 하다니….
를르슈는 집중하면서 무슨 맵을 뛰어다니기 시작하더니 작게 욕을 지껄였다. 냉정한 를르슈가 욕할 때는 섹스할 분위기에서 콘돔 없어서 생으로 해야할 때 빼고는 별로 없는데. 나는 를르슈의 모니터를 들여다보았다.
모니터가 하얘졌다 까맣게 되었다 난리가 나서 난 렉을 먹었나 싶었는데 곧 바로 를르슈 캐릭터가 다시 깜빡거렸다.
“이거 뭐야?”
“나도 모르겠어. 방금 전에 죽어가지고 부활해야하나 싶었는데.”
를르슈랑 내가 뭐가 뭔지 모르고 아무거나 막 눌러보고 있을 때 갑자기 를르슈 캐릭터의 인벤토리에 new가 떴다. 무슨 능력을 얻었다는 메시지도 같이 떴다.
이제 [기어스]를 쓸 수 있습니다!
“기어스가 뭔데?”
“몰라.”
“여기 뭐라고 적혀있는데…. ‘유저에게 명령할 수 있습니다’?”
“명령?”
를르슈는 눈 앞에 있는 적팀의 유저를 클릭했다. 그러자 새로운 창이 떴다. 일레븐을 일주일 내내 하면서 본 적 없는 무늬의 창이었다. 시간 제한이 있는지 5초 간의 타이머가 돌기 시작했고 를르슈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NPC황제 죽이려고 어지간한 공략은 다 뒤져본 를르슈에게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 것 같았다.
“를르슈, 죽여야지!”
내가 닦달하니까 를르슈가 어영부영 ‘죽어라’하고 입력했다. 솔직히 그 기어스라는 능력 믿지도 않고 를르슈 캐릭터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다. 를르슈 이번 생에는 스자쿠 캐릭터랑 같이 레지스탕스하게 일레븐하자 라고 말하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적팀의 캐릭터가 진짜로 죽은 것이다. 아니 방금 전까지 피통이 풀로 차있어서 죽을 수가 없는 캐릭터였는데 갑자기 죽다니; 를르슈도 나도 당황했다. 를르슈는 렉 먹어서 튕긴거라고 중얼거리다가도 적팀이 바글바글한 중앙에 가서 죄다 드래그로 클릭해서 적팀에게 자살을 강요했다.
[기어스] 자살
안 그래도 황자로 태어난 사기캐 를르슈에게 완전 말도 안되는 능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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