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을에는 겨울이 오면 그 여자가 아이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이 있었다. 눈보라가 치는 밤이 지나고 나면 아이들이 사라졌고, 그 아이들을 찾아 헤매는 부모가 지르는 악다구니만 남는 낮이 돌아왔다.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면서 모두들 그 여자를 욕했다. 그 여자가 데려간 거야, 내 아이를, 내 천사 같은 아이를!
새벽에 대문 밖으로 쫓겨난 미하엘은 몰아치는 바람 소리가 가득한 거리로 내몰렸다. 평소라면 신발도 뒤늦게 뒤통수에 대놓고 던져버렸을 숙부는 추위가 몰아치는 오늘만큼은 문을 두 번 열어주진 않았다. 맨발로 쫓겨난 미하엘은 대문 앞에 계속 서있을 수도 없었다. 처마가 짧은 이 집은 미하엘을 눈보라로부터 숨겨줄 만큼 아늑하지도 못했다.
추위가 몰아치는 밤의 광장에는 거지들도 없었다. 오로지 미하엘 밖에 없었다. 미하엘은 하얗게 번지는 숨 사이로 제 손을 녹였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미하엘을 맡아준 집은 많았다. 그러나 미하엘은 매번 다른 집으로 쫓겨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받아준 곳이었다. 마지막이라고 하면서 다들 미하엘의 부모가 남긴 보험금을 가지고 사라졌다. 미하엘은 그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 것을 지킬 수도 없었다. 부모를 잃은 어린 아이에게 주장할 권리조차 없었다.
한차례 더 추운 바람이 불어오고, 미하엘은 눈보라에 흩어지는 시야에 눈을 질끈 감았다. 곧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여기서 끝낼 수도 있겠지. 더는 지긋지긋해. 지금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더 이상의 굶주림과 추위를 견뎌낼 자신도 없었다. 누군가를 원망할 힘도 없다.
죽는 것만이 자유다. 그때였다.
“이렇게 추운 곳에서 뭘 하고 있나요?”
여자의 목소리.
미하엘은 감았던 눈을 떴다. 눈앞에는 하얀 코트를 입은 여자가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미하엘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녀는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다. 그녀의 뒤로는 검은 차 한 대가 서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비싼 차였다.
겨울에 오는 본 적 없는 여자.
미하엘은 그녀의 정체를 소리 내서 발음했다.
“…마녀?”
마녀라고 불린 여자는 커다란 눈을 부드럽게 휘며 웃었다. 그녀는 장갑을 낀 손을 미하엘에게 내밀었다. 보드라운 가죽에 쌓인 손은 흔들림 없이 곧게 뻗었다. 미하엘은 그녀의 손을 잡아야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 죽을 것이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미하엘이 손을 잡아오자, 마녀는 맞잡은 손을 힘주어 당겼다. 엉겁결에 일으켜진 미하엘은 마녀의 시선이 제 몸을 위아래로 훑는 것을 느꼈다.
“저는 마녀라고 불리기도 하죠. 그렇지만 그 별명은 조금 억울하네요.”
“……마녀가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자기 자식을 저한테 파는 사람이 더 마녀에 가깝지 않을까 싶은데요?”
마녀는 눈을 깜빡이며 미하엘의 뺨을 어루만졌다. 빨갛게 얼었네요, 가엾어라. 미하엘은 저에게 가엾다고 말하는 마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홍옥과도 같은 그녀의 눈과 마주하고 있으면 왜 인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다시 물어볼까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나요?”
마녀는 상냥하다. 아이를 홀리기 위해서일지도 몰라.
미하엘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제 뺨에서 떨어지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자신을 가엾다고 말해준 사람이었다. 그 누구도 미하엘을 이렇게 다정하게 바라봐주지 않았다.
“당신을…기다리고 있었어.”
마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를 기다려요? 그 말에는 약간의 웃음이 묻어났다. 하지만 미하엘은 그녀의 붙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손을 붙잡는 것에 마녀는 흐음, 하고 무언가의 셈을 하는 듯 했다. 그 계산이 끝난 듯, 마녀는 미하엘의 곁으로 오면서 그와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사실을 말해줄까요? 이름이 뭐죠?”
“미하엘.”
“미하엘, 저는 사실 겨울이 되면 이 마을에 닥치는 가뭄에 시달리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을 구해주러 오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공짜란 없죠. 돈을 주는 대신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비싼 것을 받아가죠.”
“…….”
“보석과 돈은 차고 넘치고, 하지만 저는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
“사람이 늘 부족해요.”
“…….”
미하엘은 자신에게 사실을 전하는 마녀의 말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머리가 좋은 미하엘은 마녀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
“당신은 나를 따라오면 살 수 있죠. 그렇지만 내가 얻는 게 뭐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그녀는 미하엘을 거저 데려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그녀는 상냥한 목소리로 나머지 말들을 이었다.
“미하엘은 건강해보이지도 않고, 데려갔다가는 기름 값만 낭비하는 것 같아서 저는 부담스럽답니다. 신원이 확실하지 않으니 그것도 곤란하고요. 그리고 당신이 제 사업을 훼방 놓을 스파이라면 저는 그것도 곤란해요.”
“…….”
“물론 스파이를 이렇게 내놓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한동안 미하엘이 내뱉는 숨이 하얗게 흩어지기만을 반복했다. 마녀는 차분하게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미하엘에게는 가진 것이 없었고, 소중한 것도 없었다. 내놓을 수 있는,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계약 상대조차 되지 않는 것일까? 마음이 다급해지면서 셈 역시 빨라지기 시작했다. 어리숙한 아이에게 셈은 어려울 뿐이었다. 미하엘이 입술을 열지 못하는 것에 마녀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마녀가 이대로 떠나버리면, 죽어버리면 되는 건데, 어째서. 미하엘은 제가 삶의 미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삶의 본능을 간과한 것이었다. 마녀가 손을 놓으려고 하는 순간에 미하엘은 입을 열었다.
“…절반을 줄게.”
마녀는 흥미로운 듯 미하엘을 내려다보았다.
“내 삶의 절반을 줄게.”
“…왜 하필 절반이죠?”
“…당신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으니까.”
당신이 제 부담을 걱정할 위치라도 되나요, 라는 비꼬는 말이 돌아올 줄 알았다. 마녀라면 사악하기 그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마녀는 미하엘의 손을 잡아주었다. 보드라운 느낌에 미하엘은 마른 숨을 들이마셨다.
마녀는 장갑을 벗었다. 계속 장갑을 끼고 있어 따뜻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차갑게 얼어있는 것 같은 낮은 체온의 느낌에 미하엘이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자, 마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미하엘의 손을 맞잡아왔다.
“좋아요. 당신을 데려가죠, 미하엘.”
“…….”
“저는 리젤롯테, 편하게 부르세요.”
검은 차에서는 사람이 내렸고, 리젤롯테라고 자신을 밝힌 마녀는 미하엘을 데리고 가라고 손짓했다. 미하엘의 꾀죄죄한 모습에 무언가 꺼리는 듯 했지만 곧 리젤롯테의 말을 따라 미하엘을 뒷좌석에 태워주었다.
따뜻한 공기와 동시에 긴장이 풀렸다. 미하엘은 리젤롯테와 운전사가 무어라 밖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졸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죽을 생각이었으면서도, 이렇게 살게 되었다.
차라리 죽는 게 좋을 지도 모를 삶이 펼쳐질 지도 모르는데.
그게 미하엘의 마지막 밤이었다.
엘 엘프는 눈을 떴다. 바깥에서 몰아치는 바람 소리에 잠이 깼다. 사흘 내리 밤을 샜던 탓에 머리도 몸도 둔하게 반응했다. 피로를 이길 수 있는 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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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9 01:26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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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썼던 글인데 발브 본 김에 재업해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