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수 를르슈 주의!
를르슈 람페르지는 기본적으로 성욕에 있어서 담백한 편이다—고 본인은 그렇게 믿고 있다. 그러나 그와 일생을 같이 할 파트너, 쿠루루기 스자쿠가 듣는다면 코웃음을 칠 내용이었다.
—를르슈는 체력이 안 받쳐줄 뿐이지, 성욕은 나 못지 않아.
스자쿠는 그렇게 생각한다. 를르슈 본인에게 이 사실을 전한다면 길길이 날뛸 것이 분명했기에 한 번도 입밖으로 내본 적은 없지만, 아무튼 이건 스자쿠 안에서는 자명한 사실이었다. 물론 를르슈 본인의 그런 설정(성욕에 있어 담백하다는)을 깨부순 것은 스자쿠였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책임을 다한다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물론 스자쿠와 를르슈는 사랑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 책임은 쌍방을 향하고 있고, 성적으로나 성적인 일 외적으로나 서로가 서로를 책임지는 일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이 책임은 를르슈가 임신을 하고 나서부터 더 중요해지기 시작했는데, 최근 그 책임을 다하는 일에 스자쿠는 곤란해지고 있었다.
를르슈는 체력이 안 받쳐줄 뿐이지, 성욕은 나 못지 않다.
스자쿠는 이 말을 요새 절실히 실감하고 있었다.
둥글게 부푼 배를 끌어안고서 를르슈는 곤란한 듯이 눈꼬리를 낮추고 있었다. 이런 표정을 지으면 스자쿠도 별 수가 없어진다. 그에게 함락당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고, 괜히 기 싸움을 해서 힘을 빼는 것보단 나았다.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은 를르슈의 다리 사이에 자리잡은 스자쿠는 하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운 스자쿠의 숨결에 를르슈가 몸을 비틀었다.
아, 하고 작게 를르슈의 신음이 들렸다. 스자쿠는 부풀어 오른 아랫배 밑으로 발기한 를르슈의 성기에 조심스럽게 입술을 갖다댔다. 쿠퍼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페니스는 평소보다 더 붉은색이 돌고 있었다. 물론 이 페니스를 입에 넣어본 것은 처음이 아니지만 오늘따라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를르슈의 것을 혀 끝으로 핥으면서 입에 천천히 넣고 굴렸다.
귀두부터 차근차근 핥아나가면서 안쪽으로 삼켜주면 를르슈의 몸이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앙, 아, 아아앗…!
높은 신음 소리로 를르슈가 울 때마다 스자쿠도 울고 싶었다. 둥글게 올라온 배 때문에 를르슈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스자쿠의 입 안에서 커지는 페니스나 그 페니스가 움찔거리면서 흔들리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졌다. 를르슈의 흥분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배 때문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주제에 를르슈는 허리를 들썩거리면서 스자쿠에게 더 깊게 빨아줄 것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대체 누구 좋으라고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거야.
스자쿠는 건성으로 움직이고 있던 혀 끝을 세워 를르슈의 귀두 끝을 괴롭혔다. 삼켰던 부분이 타액으로 젖어 미끌거리는 것을 손으로 잡고 흔들면서, 귀두만 입에 물고서 혀를 굴리면 를르슈의 허리가 크게 움직였다.
하으읏, 스자쿠, 스자쿠…! 더, 더 해줘어….
스자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반칙이다. 스자쿠는 이 섹스에 대해서 나름의 룰을 세우고 싶었다. 내 이름 부르는 거 금지, 나한테 더 해달라고 하는 거 금지, 그렇게 쳐다보는 거 금지! 모든 것에 금지 팻말을 걸고 싶었지만 를르슈가 젖은 눈으로 저를 바라볼 때면 어쩔 없이 입을 벌려 다시 페니스를 삼켰다.
입안 가득히 담았다가 빼냈다가를 반복하면 를르슈가 배를 잡고서 히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갈 것 같아? 스자쿠는 를르슈의 것을 입밖으로 빼내고 손으로 만지면서 물었다.
으응, 응, 갈 것, 같…! 를르슈의 마지막 말은 제대로 맺어지지 못했다. 스자쿠는 제 손안에서 파정하는 를르슈의 성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하아. 를르슈의 숨소리가 침실 안에서 울려 퍼졌다.
섹스는 혼자가 아니라 둘이 하는 것이다. 를르슈가 흥분하는 것에 스자쿠도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자쿠는 제 아래가 제멋대로 친 텐트를 보며 를르슈를 바라보았지만 침대 위에 드러누운 를르슈는 숨만 쌔액쌔액 내쉬면서 반응이 없었다. 스자쿠는 이번에도?—하는 마음으로 침대 위로 올라갔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를르슈는 자고 있었다. 자기 마음대로 시작해놓고서 끝날 때까지도 자기 마음대로다. 를르슈, 자? 일어나 봐…. 스자쿠의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를르슈의 귓가에 닿은 듯 했지만, 를르슈는 으응, 하고 그의 손을 내치기만 하고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자는 를르슈를 억지로 깨워가며 섹스할 수도 없고, 자고 있는 를르슈와 억지로 하는 수도 없다. 게다가 를르슈는 임신 상태였다. 혼자서 두 사람 몫의 삶을 지고 있는 것이니 피곤함이 두 배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 섹스 중에 자는 것은 불가항력이다.
스자쿠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지만, 이건 너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를르슈는 미안한 얼굴로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이것 또한 어제 섹스의 연장선이었다. 섹스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를르슈의 독주였긴 했지만. 그렇게 미안한 얼굴로 바라보면 또 어제 내버려두고 자버린 것에 대한 화도 낼 수가 없다. 애초에 그게 화낼 일인가, 싶게 만드는 얼굴이었다.
“를르슈가 기분 좋았으면 됐어.”
“그래도…. 스자쿠랑 같이 기분 좋아지고 싶어.”
임신한 뒤로 를르슈는 스자쿠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저에게 기대고 의존하고 있다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둘이서 할 섹스에서 혼자서 가버리고 자는 것도 어리광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스자쿠는 그럭저럭 버틸만 했다.
그러니까 굳이 섹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자쿠는 또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어제 저녁까지만 해도 부당하다고 여겼으면서, 를르슈의 미안한 얼굴을 보면 또 줏대없이 흔들리게 된다.
“이, 이젠 안정기니까 넣…넣어도 된다고 그랬고.”
또 흔들린다. 를르슈의 안에서는 나름 노력한 끝의 대사일 것이다. 이것은 또 군침 도는 시추에이션이다. 하지만 쿠루루기 스자쿠, 흔들려봤자 당하는 건 너야. 스자쿠는 스스로를 달래듯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어차피 를르슈 혼자서 가버리고 또 잘 거란 말이야. 차라리 이제 그런 섹스를 하느니 혼자서 자위하는 게 낫잖아? 혼자서 불발하는 것보단 그게 낫지 않겠어?
“스자쿠가 혼자서 하는 거 싫어. 내가 있는데….”
를르슈의 울먹거리는 말에 스자쿠는 모든 말들을 썩둑 잘라냈다. 다 필요없다. 를르슈가 나 혼자 하는 거 싫다잖아! 자기가 있는데! 금세라도 울 것 같이 입술을 삐죽거리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손을 덥썩 잡았다.
“알았어, 같이 기분 좋아지자!”
사람은 실패 속에서 쉽게 배울 수가 없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다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쿠루루기 스자쿠는 또 다시 를르슈와 함께 침대 위에 오른 것이다.
아직 낮이 환한 시간, 두 사람은 침실에 앉아 묘한 긴장을 타고 있었다. 어제와 비슷한 자세였지만, 이번에는 스자쿠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았고 그 사이에 를르슈가 있었다. 스자쿠의 바지를 벗기는 를르슈의 손은 평소보다 더 젖어있는 느낌이었다. 를르슈도 긴장하고 있을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부푼 배의 라인이 여실히 드러난 임부복 차림을 내려다보며 입 안에 고이는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에도 보고 있는 옷이고, 를르슈의 배가 둥글어진 것을 본 것도 이제 익숙한데. 그 익숙함 사이에서 스자쿠를 위해서 섹스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 어딘가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뭐라고 하더라, 배덕감? 스자쿠는 기대에 들뜬 몸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아직 드로즈를 막 벗겨냈을 뿐인데 스자쿠의 페니스는 단단하게 발기한 채였다. 얼굴까지 단숨에 닿는 페니스에 를르슈가 얼굴을 붉히자, 스자쿠도 덩달아서 부끄러워졌다.
“그, 그게, 나 요새, 안, 안 했으니까….”
“응. 미안해, 스자쿠.”
를르슈는 정말로 미안한 얼굴을 했다. 그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스자쿠는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를르슈가 제 페니스를 핥는 것에 다시 긴장 속에 침을 꿀꺽 삼켰다. 서서히 쿠퍼액으로 젖어가는 윗부분이며 요새 정말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단해진 아랫부분까지 를르슈는 천천히 핥았다. 움직이는 손길이며 혀끝은 느릿느릿하게, 하지만 스자쿠의 흥분을 계속 애태우며 를르슈는 움직였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깊게. 그런 것을 원하고 싶었지만 스자쿠는 를르슈의 속도를 거스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를르슈가 해주는 날이다. 스자쿠가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를르슈가 입술을 벌려 제 귀두를 한입씩 삼키는 것을 보며 스자쿠는 허리 아래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 이걸 어떻게 참아. 당장이라도 를르슈의 목구멍 끝까지 치받고 싶은 것을 꾹 억누르며 스자쿠는 겨우 버텼다. 더 조여드는 안쪽에 가득 사정하고 싶었다. 를르슈의 얼굴은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보이지가 않았다. 아래에는 하얀색 임부복이 살랑거리고 있었다. 부푼 배 아래에 있는 페니스는 스자쿠처럼 발기했을까. 스자쿠가 를르슈의 것을 빨 때마다 흥분하듯이, 를르슈도 지금 그러고 있을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뜨려놓으면서 물었다.
“를르슈…, 지금 섰어?”
그 말에 를르슈는 스자쿠와 시선을 한 번 마주했다. 스자쿠의 것을 느긋하게 혀 끝으로 애무하던 것이 떨어졌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는 를르슈의 모습에 스자쿠는 거칠어지는 숨을 겨우 참았다. 어제 한 발 빼낸 걸로는 를르슈도 부족했을 것이다. 그저 피곤함에 지쳐서 잤을 뿐이지, 아쉬운 것은 피차 일반이다.
다시 스자쿠의 것을 오물오물 삼키기 시작한 를르슈는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그의 것을 받아냈다. 혀로 기둥을 훑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성실한 펠라치오에 스자쿠는 감탄했다. 를르슈는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스자쿠의 뿌리 끝까지 삼켜냈다.
“하… 를르슈, 잠깐만, 나, 쌀 것 같아.”
를르슈의 숨이 내쉬고 들이켜지는 것에 따라서 조여지는 정도가 달라졌다. 그것은 오랫동안 금욕해온 스자쿠에게 자극이 되어 돌아왔다. 사정할 것 같은 기분에 스자쿠가 를르슈의 머리를 살짝 밀어냈지만, 를르슈는 더 입을 벌려 스자쿠의 것을 밀어넣고 혀를 움직였다. 핥아지면서 조여오는 것에 스자쿠는 가까스로 사정을 참았다.
“를르슈, 입에다가 하면 맛없잖아. 빨리 빼…!”
안 그래도 모든 것이 맛없다고 칭얼거릴 땐 언제고, 세상 맛없는 정액을 먹으려고 드는 를르슈에게 스자쿠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스자쿠의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은 스자쿠가 아닌 를르슈였다. 스자쿠의 것을 꿀꺽, 하고 입천장과 목구멍의 조임으로 꾹 누른 를르슈 때문에 스자쿠는 결국 그의 입 안에서 가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후우, 하아…. 스자쿠의 흥분으로 가라앉지 못하는 숨이 계속 흩뿌려졌다. 를르슈는 스자쿠의 정액을 삼키면서, 아직도 그 페니스를 빼지 않은 채였다. 따끈하게 조여오는 목구멍 안쪽에서 스자쿠가 다시 기운을 차리는 건 순식간이었다. 식지 않은 스자쿠의 페니스에 를르슈는 헐떡거리면서 그의 것을 겨우 빼냈다.
“괘, 괜찮아? 안 먹어도 됐는데. 그냥 해주는 것만으로도 좋았어, 난.”
“괜찮아. 스자쿠랑 하는 거면, 난 좋아.”
“그렇게 부추겨봤자….”
“넣을 수 있다고!”
“아니, 그래도 아기가 있는데.”
“스자쿠.”
를르슈는 또 으레 짓는 그 표정을 지었다. 촉촉하게 젖은 속눈썹을 내리깔면서, 정말 어쩔 수 없냐는 듯이 애처롭게 올려다보는 눈이었다.
“내가 배 나와서… 할 마음 안 들어?”
아, 정말 그 눈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스자쿠는 그 대사와 그 눈빛에 격침당하는 제 자신을 느꼈다. 누가 그래, 배 나와서 할 마음이 안 든다고. 오히려 배가 나와서 더… 더… 사람을 미치게 만들고 있는데. 스자쿠는 입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진심을 겨우 붙잡았다.
스자쿠는 임부복 아래의 속옷을 벗고서 제 허벅지를 타고 오르는 를르슈를 바라보았다. 둥글게 솟은 배와 그런 와중에도 색욕으로 젖은 눈이 믿기지 않는 조합이었다. 를르슈의 말대로 발기한 페니스는 어제보다 기세가 약했지만 그래도 흥분으로 서있었다.
“콘돔 하라고 그랬어.”
얼굴을 붉힌 를르슈는 스자쿠의 것에 콘돔을 덧씌우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하는 섹스다운 섹스에 스자쿠는 기대로 부풀었다. 정말로 넣는건가? 첨부된 젤로 질척거리는 손을 뒤로 뻗은 를르슈는 구멍을 풀기 시작했다. 쿨쩍거리는 소리와 함께 를르슈가 작게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 들렸다.
이윽고 를르슈는 스자쿠의 바짝 선 페니스를 제 뒤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다소 막무가내의 힘으로 밀어넣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를르슈의 뒤는 오랜만에 하는 것이기에 조금 빡빡한 감이 있었지만 섹스를 즐기는 데에는 무리는 없었다. 오히려 흥분할 것 같았다.
배 나온 를르슈랑 섹스한다. 스자쿠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제 위에서 뒤를 풀면서 안쪽으로 페니스를 밀어넣는 를르슈의 모습에 또 갈 것 같았다. 이제 겨우 귀두 부분이 들어가고, 나머지를 더 밀어넣으려고 할 때였다. 기둥의 절반도 들어가지 않은 삽입에 를르슈가 몸을 굳혔다.
“스, 자쿠…. 기, 깊어.”
“뭐?”
“아, 윽…. 깊어서, 안 될 것 같아.”
“잠깐만, 지금, 지금 여기서?! 지금 반에 반도 안 들어갔어!”
“하읏! 우, 움직이지 마…. 아, 아앗! 안 돼, 깊어! 깊다고!”
를르슈는 기어이 울고 말았다. 깊다고, 이 바보야! 깊다고 했잖아! 를르슈에게 뺨을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스자쿠는 발기가 풀린 제 아래를 보았다. 불발이다. 를르슈는 배를 끌어안으면서 스자쿠를 노려보았다. 아니 넣자고 한 건 넌데, 왜 내가…. 를르슈의 시선에 스자쿠는 무어라 따지고 싶었지만 입만 뻐끔거리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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