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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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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의 남편이 잘생겼음

DOZI 2026.03.23 20:49 read.133 /

“아—! 전철 끊어졌어요. 어떡하죠? 3차 가나요?”

“나야 상관없는데 부장님이 괜찮으시려나? 못 일어나시는데. 부장님? 부장님?”

“아, 이제 안 돼…. 집에 전화해줘….”

“부장님 댁에요? 저희가요?”

“아냐, 됐어. 내가 할…게. siri야…… 내 사랑한테 전화 걸어줘어…….”

 

술 기운에 정신을 못 차리던 부장, 쿠루루기 스자쿠는 간신히 휴대폰을 붙잡았다. 내 사랑에게 전화를 연결합니다. siri의 기계적인 응답에 스자쿠는 그래그래, 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팀에 모처럼 활기찬 신입이 들어왔고, 그 환영식을 하면서 거하게 마셔버렸다. 예전 같았으면 3차까지 가자고 이끌었을 스자쿠였지만,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새벽까지 마시는 건 이제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모처럼 금요일… 아니 이젠 토요일이 되었지만, 아무튼 주말을 숙취로 보내는 것도 아깝다는 생각이었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섞어마시니까 더 취하는 거 같아. 안 되겠다.’

 

전화번호부에 내 사랑이라고 저장된 스자쿠의 남편은 전화를 받지 않을 것 같았다. 그렇지, 지금은 전철 끊어진 새벽이고 스자쿠의 남편이 일이 아무리 늦게 끝난다 하더라도 이 시간까지 일하고 있진 않을 것이다. 스자쿠는 미간을 문지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알코올이 섞인 한숨에 스스로 또 취할 것 같았다.

택시 타고 돌아가야 하나? 스자쿠는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를 굴렸다. 그러나 굴러떨어지는 것은 스자쿠의 휴대폰이었다. 어어, 어…. 스자쿠가 어정쩡하게 외치는 소리에 팀원들이 황급하게 휴대폰을 주워주었다. 많이 취하셨네요. 스자쿠의 옆에 있던 부하직원이 중얼거렸다. 정말로 많이 취한 스자쿠는 휴대폰을 주워주는데도 제대로 잡질 못했다.

 

“전화 연결 되었는데요? 부장님?”

“하… 나 이제 안 되겠어. 안 돼……. siri야……. 내 사랑한테 전화 걸어…….”

“저는 siri가 아니지만…. 아무튼 전화 제가 받을게요. 여보세요?”

‘아… 안녕하세요. 스자쿠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지금 쿠루루기 부장님께서 술에 너무 많이 취하셔서요….”

‘많이 마셨나보네요.’

“오늘 좀 무리하시긴 하셨어요. 부장님을 택시 태워서 보내드릴까요? 주소 말씀해주시면…….”

‘아뇨, 제가 가겠습니다. 이제 퇴근하고 가는 길이라. XX역 근처죠?’

“맞습니다!”

‘여기서 15분이면 가니까 역앞에서 기다려주세요.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벽에 기댄 채로 남편과 부하직원의 통화를 듣고 있던 스자쿠는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보통 술에 취한 상태라고는 하지만, 젊었을 때 이후로 이렇게 취해본 것도 오랜만이라서 신기할 뿐이었다.

술이 좀 깼으면 좋겠는데. 스자쿠는 역앞까지 자신을 부축하여 끌고 가는 부하직원의 등에 매달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 분을 ‘내 사랑’이라고 저장하시다니, 부장님 답네요.”

“당연히 내 사랑이니까…….”

“부장님 결혼하신지 얼마나 됐죠?”

“11년…이었던가…?”

“와—. 엄청나네요.”

 

역앞에 도착하고 나면 부하직원은 지친다면서 담배를 한 대 피우겠다고 했다. 스자쿠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다시 벽에 기댔다. 차가운 건물의 냉기가 술 기운을 좀 깨게 하는 것 같았다. 따라오던 다른 팀원들이 스자쿠의 안색을 살피면서 괜찮냐고 번갈아 물었다.

 

“부장님, 괜찮으세요?”

“안… 괜찮……아.”

“자기객관화가 확실하셔서 좋아요.”

“그거 참, 고맙네…….”

“남편 분 차 어떤 거에요? 아니면 저희를 알아보시려나?”

“검은… 색… 아우디…….”

“부장님, 자면 안 돼요! 저희는 부장님 남편 분 얼굴을 모른단 말이에요!”

“내 남편… 잘생겼어…….”

 

네? 잘생기면 다 부장님 남편이에요?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그런 말을 듣고 있던 스자쿠는 아예 곯아떨어졌다. 새액새액 잠들기 시작하는 스자쿠의 모습에 팀원들이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어떡해? 부장님 완전히 주무시는데? 때려서 깨울까? 아니, 그건 아닌 거 같아. 부장님 군인 출신이라는 소문 있어. 분명 바로 반사적으로 우리를 역으로 공격할 수도 있어. 맞아…. 그럼 어떡해? 부장님 남편 분이 다시 전화 걸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 ♪ ♫ ♬

[내 사랑]

♩ ♪ ♫ ♬

 

그리고 저 멀리서 보이는 검은색 아우디의 등장에 팀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검은색 아우디! 부장님 남편 분이셔! 와, 다행이다! 부장님, 일어나세요! 남편 분 오셨어요! 그러나 스자쿠는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였다. 벨 소리가 끊어지기 전에 팀원 중 한 명이 스자쿠의 휴대폰을 꺼내들고 전화를 받았다. 

 

“부장님 전화 대신 받았습니다. 저희 보이시나요?”

‘아, 네. 보입니다. 잠시만요.’

“네, 네!”

 

아우디에서 내리는 부장님의 남편, 그러니까, 쿠루루기 스자쿠의 남편은.

 

내 남편

잘생겼어.

 

정말로 잘생겼다. 부장님이 괜히 잘생겼다고 말한 게 아니었다. 깔끔한 감색 수트를 입은 남자는 지금 상황이 조금 어색한지 미묘한 미소를 짓고서 스자쿠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혹시 모델이야? 부장님 남편 모델이었나? 아니면 영화배우? 다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스자쿠의 남편은 때마침 살랑거리는 바람에 그의 흑발이 흔들렸다. 한폭의 그림 같은 모습을 한 그는 전화를 들고 있는 손을 흔들면서 알은체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스자쿠 남편 되는 사람입니다.”

“아아, 네…! 네! 부장님, 부장님은 여기 계십니다!”

“많이 취했네요. 스자쿠, 스자쿠? 일어나 봐.”

“으응… siri……. 내 사랑한테…….”

“그래, 그래. 네 사랑 여기 왔으니까 정신 좀 차려봐.”

 

스자쿠의 남편이 뺨을 꼬집거나 때리거나 했지만(팀원들은 부장님이 본능적으로 공격할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스자쿠는 답이 없었다. 지켜보던 남자 팀원들끼리 스자쿠를 부축했다.

 

“저희가 모셔다 드릴게요. 차로 가실거죠?”

“아… 네, 감사합니다. 조수석 쪽으로 부탁드려요. 스자쿠? 혼자 걸을 수 있으면 걸어봐.”

“아무래도 무리인 거 같으신데.”

“하아…….”

 

정신이 없는 30대 후반의 성인 남성을 끌고서 차에 싣어준 사람들에게 스자쿠의 남편은 몇번이고 고개를 숙였다. 조수석에 앉은 스자쿠에게 안전벨트까지 꼼꼼하게 채워주고 춥지 않도록 담요까지 덮어주는 모습에 모두들 괜히 부럽다는 생각 뿐이었다.

부장님, 저렇게 잘생긴 남자랑 사는구나…….

전생에 어떤 덕을 쌓아야 저런 남자랑 사는 거지?

 

“를… 르슈…?”

“정신 들어? 이제 집에 가자.”

“으윽… 머리, 아… 파.”

 

머리가 아프다는 말에 스자쿠의 남편은 스자쿠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었다. 아마 이 각도라면 팀원들 앞에서 안 보일 각도라고 생각해서 한 일이었다. 하지만 스자쿠를 제외한 5명의 팀원들은 차를 둥글게 둘러싼 채로 사각지대 따위 없이 그 키스를 보고 말았다.

 

와, 지금 뽀뽀하신 거지?

저희가 있는데요? 여기서요?

근데 잘생긴 얼굴로 하니까 뭔가 민망하지도 않고 부장님이 부럽기만 하네.

 

“집에 가서 쉬면 나을 거야.”

“으응….”

“그럼 이제 슬슬…. 아,  다들 댁에 어떻게 들어가시나요?”

“아, 저희는! 3차를 갈 예정이라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렇군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스자쿠 때문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닙니다!”

 

시동이 걸리고 엔진 소리와 함께 아우디는 떠나갔다. 팀원들은 박력있게 떠난 스자쿠의 남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 잘생겼어, 맞아, 진짜 잘생겼더라. 와, 장난 아니게 잘생겼어. 그러게. 아니 근데, 솔직히, 와, 진짜, 잘생겼어. 부장님 남편 분 진짜 잘생겼어. 목소리도 잘생겼고, 막 포스가, 카리스마가, 장난이 아니야. 부장님 대체 전생에 뭘 하신 거지? 어떻게 해야 그런 남편 만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