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은 스자쿠의 도련님력w 과 스자루루의 말도 안되는 순정만화 같은 전개.
“그쯤 해둬.”
뜻하지 않은 목소리가 벌써 어슴푸레해지기 시작한 신사의 경내에 갑자기 울려퍼졌다.
무슨—하며 목소리의 주인을 돌아본 순간, 원껏 마음껏 악행을 일삼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움찔하고 얼굴이 경직되었다.
“스, 스자쿠….”
“고작 한 명에게 우르르 떼로—. 너희들, 토도 선생님한테 걸리면 몰매 맞는다.”
그렇게 말하며 스자쿠는 아이들이 만든 원의 중심에 널브러져 있는 그것을 힐끔 쳐다보았다.
울창한 나무 그늘 속.
메마른 돌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그 모습.
솔직히 말해 너덜너덜해진 걸레 같았다.
스자쿠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고급스러운 셔츠는 흙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멍청한 자식.
자신도 모르게 내심 스자쿠는 중얼거렸다.
그렇게 잘난 척하는 옷을 입고 돌아다니니 이런 꼴을 당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 눈빛도 좋지 않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면 최소한 눈초리만이라도 바꿀 것이지.
미안해, 라고 표정으로 말하면 될 것을.
아니다.
바로 이런 것이지 저 녀석이지.
자신과 최초로 만났을 때도 그랬다.
“뭐, 뭐야. 스자쿠.”
너덜해진 걸레를 원형으로 에워싸고 있던 아이들이 어느 정도의 반발과 그에 몇 배에 달하는 두려움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너, 브리타니아인 편이냐?”
“누가 쟤들 편이래? 멍청아.”
스자쿠는 반사적으로 반박했다.
“나는 브리타니아 따위는 딱 질색이야.”
“그럼, 왜….”
“하지만 약자를 괴롭히는 놈은 더 질색이야.”
딱 부러지게 단언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이대로 물러서는 것은 너무 한심한 짓이다. 하지만 상대방도 무섭다.
그것을 꿰뚫어 보고 스자쿠는 목소리 톤을 조금 낮췄다.
“…진짜로 화낸다.”
그 자리에 있는 전원이 움찔하고 어깨를 떨었다. 그리고 스자쿠는 ‘아아, 이로써 또 미움 사겠군’이라고 생각했다. 잘 사는 집 도련님 주제에 손도 못댈 정도의 난폭꾼—여기저기에 뒷담화를 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스자쿠도 알고 있었다. 맨 먼저 그런 말을 꺼낸 것은 아마도 싸움에서 때려눕힌 상대의 부모였겠지만 지금은 동년배 아이들 사이에도 소문이 쫙 퍼졌다. 더구나 기본적으로 무리를 짓는 것도, 무리에 들어가는 것도 싫어하는 성격이라 학교에서나 밖에서나 비교적 혼자 다니는 편이다. 별로 개의치 않는다.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은 겁쟁이 뿐이니까.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
“가봐, 선생님한테는 비밀로 해줄테니까.”
한번 더 쐐기를 박자 원형의 중심에 서있던 가장 몸집 큰 아이가 눈을 번쩍하고 빛냈다.
“선생님도 브리타니아는 싫다고 하셨어.”
“선생님 말씀, 멋대로 변조하지 마. 선생님은 브리타니아의 방식은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 것뿐이야.”
“그, 그게 그거지.”
“글쎄?”
솔직히 말해 그것은 스자쿠도 잘 모르는 일이다.
“어쨌거나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나야.”
그것이 최후의 통첩이 되었다.
더 이상 고집을 부렸다가는 정말로 스자쿠가 폭발할 것이라고 여긴 것이리라.
아이들은 아무 말 없이 서로 눈짓을 주고 받더니 곧 아무말 없이 포위망을 풀었다. 물론 그것도 스자쿠의 곁에서 멀어질 때까지뿐이다.
> 를르슈를 자연스럽게 걸레취급해버리는 스자쿠
> 스자쿠는 일진짱 ㅋㅋㅋ
바보는 그 눈으로 스자쿠를 쳐다보며 손을 빌리지도 않은 채 비틀비틀 땅바닥에서 일어서더니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왜.”
도와준 거냐, 라는 말은 듣기도 싫었다.
그래서 선수를 쳐서 스자쿠는 말해주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
“…….”
“단지 네 동생이 하도 부탁해서 잠시 상황을 보러 온 것뿐이야.”
그 소녀의 이야기를 입에 담을 때만 이 녀석의 표정은 달라진다.
“그래.”
퉁명스럽게 스자쿠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상하게 상대방은 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거짓말.”
진짜로 발끈했다.
“거짓말 아냐.“
“거짓말.”
“거짓말 아냐.”
“거짓말이야!”
“거짓말 아니라니까!”
“거짓말!”
그 뒤로 끝도 없이 비생산적인 언쟁이 되풀이되었다.
그 집에 도착할 때까지.
> 로맨틱 코메디 전개가 따로 없는 마무리 wwww
문고리 앞에서 스자쿠는 멈춰 섰다. 한 번 숨을 내쉰 뒤 스자쿠는 문을 두드렸다.
“…누구냐.”
안에서 낮은 응답 소리가 돌아왔다.
“스자쿠입니다.”
“…들어와라.”
정중하게 문고리를 돌리며 스자쿠는 실내에 발을 들여놓았다.
“들어오셨습니까, 아버지?”
“…….”
“잘 오셨습니다. 인사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태도도 그렇고, 그 말투도 그렇고, 밖에서의 난폭꾼 스자쿠 밖에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그 광경은 매우 기이하게 비쳤을 것이다. 하물며 9살 소년인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명실상부한 ‘좋은 집안의 도련님’이었다.
이 정도 훈육은 받고 있다. 교육을 받고 있다.
굳이 어느 쪽이 본모습인지 묻는다면 역시 이쪽이 가짜가 되겠지만….
고개를 깊이 조아린 스자쿠 앞에 한 중년 남성이 팔걸이가 달린 고급스러운 의자에 앉아 손에 든 종이다발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었다.
(중략)
일부러 자기 서재까지 인사를 하러 온 장남에게 겐부 쪽은 그다지 큰 관심이 없는 듯했다.
실제로 서류에서 눈을 떼지도 않고 이렇게 말했다.
“뭔가 용건이라도 있는 거냐?”
“…아니요.”
그리고 스자쿠의 반응도 싱겁다.
적어도 한 달 만에 대면한 아버지에게 할 말은 아니다.
흥 하고 겐부가 콧김을 한 번 내뿜었다.
“그럼 어서 네 방으로 돌아가 쉬어라. 내일도 학교에 가야지.”
“네.”
“성적이 떨어진 건 아니겠지? 내년엔 수험생이다.”
“괜찮습니다.”
그것으로 부자의 대화는 뚝 끊겼다.
아니.
끊기지 않을 수 없었다.
> 도련님은 아버지가 어려워
> 스자쿠는 집안에서는 잘 배운 도련님 흉내를 내고 있다
> 역시... 일진짱의 조건을 다 갖췃다 ^^
“아무튼 너, 앞으로는 혼자서 밖에 나다니지 마.”
“…….”
“그러다가 정말 영영 못 돌아오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너희 나라에 있는 아버지도—.”
걱정할거다—라고, 스자쿠가 말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를르슈가 퉁퉁 부은 팔을 누르고 있던 타월을 집어 던졌다. 벌떡 일어선다.
“그런 작자는 아버지도 아니야!”
불을 내뿜을 것 같은 일갈(一喝)이었다.
널찍한 도장 전체를 뒤흔들 만한 격한 목소리였다.
자신도 모르게 스자쿠도 숨을 삼켰다. 얼떨결에 압도당했다. 아연실색해 눈앞에 있는 를르슈를 올려다 본다.
물론 그로 인해 를르슈도 자신의 실언을 깨달은 것이리라.
헉, 하며 표정이 경직된다.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린다.
밖에서 고요해진 도장 안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그리고 를르슈는 바닥에 떨어진 타월을 주었다.
“—간다.”
툭 던지듯이 중얼거리며 떠나려고 한다. 그런데 그 발은 불과 몇 걸음 나아간 곳에서, 갑자기 멈추었다.
“저, 저기….”
아까보다도 훨씬 우물우물 머뭇거리는 말투였다.
“고—고마워, 치료해줘서….”
스자쿠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직도 조금 전 를르슈가 지른 노성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다.
를르슈의 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도장 현관으로 내려가 문턱을 넘으려는 찰나가 되고 나서야 스자쿠는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이봐.”
“?”
의아한 듯 를르슈가 돌아본다.
역시 신기한 색채를 띈 그 눈동자.
그것을 향해 이쪽도 우물우물 머뭇거리며 스자쿠는 말했다.
“저기… 다음부터 또 밖에 나가고 싶어지거든, 나한테 말해.”
“뭐?”
“시간 나면 같이 가줄게.”
신기한 빛깔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이쪽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러더니,
“—생각해볼게.”
드르륵 하고 문이 닫히고 작은 발소리가 멀어져간다.
스자쿠는 여전히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상태였다.
무슨—.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한 거지? 내가.
그 녀석은 분명 죽도록 싫은 브리타니아인인데.
하지만.
아주 조금 처음으로 웃었다.
아름다운 미소였다.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기뻤다.
> 더 이상의 말이 필요할지?
> 자신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아름다운 미소에 기뻤댄다
> 이게 공식에서 내놓을 소설이냐!
> 픽시브 번역체 같지만 2000년대 라노벨 번역체가 늘 이렇습니다.
> 아무튼 여기까지 파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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