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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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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과잉 보호의 호모 오빠

DOZI 2020.03.19 23:11 read.485 /

 “람페르지네 집 그쪽이야? 그럼 엄청 멀지 않아?”

 “전철로 통학하기엔 너무 멀지 않아?”

 “오라버니 회사도 이쪽이라서 출근하실 때 데려다주시니까 등교할 때는 괜찮아요.”

 

 하긴 이 근처에 회사들이 엄청 많긴 하지. 어느 회사? 아니 근데 그 근처 회사는 다들 스펙 좋아야 하지 않아? 나나리는 애매하게 웃으면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고 둘러댔다. 세계에서 제일 큰 대기업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면 또 뭐라고 말을 해야할까. 뒷말이 무섭다.

 

 “등교할 때는 데려다주셔도 하교할 때는 전철?”

 “아, 하교할 때도 오라버니가 오실 때가 많아요.”

 “아닐 때도 있다는 건가?”

 “그런 일은 아주 드문 일이니까요…?”

 

 오라버니는 아무튼 전철은 안 태우려고 하시니까요. 왜? 그, 오라버니가 학생 때 전철을 탔을 때 안 좋은 일이 많았나봐요. 아, 맞아, 맞아. 요새도 있어, 치한 같은 거! 람페르지는 귀여우니까 두 배로 위험할 거야! 맞아! 나 람페르지네 오빠 마음을 약간 이해하게 된 거 같아!

 운동장을 다 걷고 교문 앞을 빠져나오면 익숙한 검은 차가 나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문을 내린 채로 얼굴을 내민 를르슈의 모습에 나나리는 환하게 웃었다.

 

 “오라버니!”

 

 나나리가 부르는 목소리에 를르슈는 차에서 나왔다. 친구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빠르게 를르슈가 있는 곳으로 달려간 나나리는 를르슈의 품에 안겼다.

 

 “나나리, 학교 잘 다녀왔어?”

 “저도 이제 고등학생이라니까요.”

 “나나리는 귀여워서 걱정된다고 몇 번을 말해? 내가 오는 거 싫어?”

 “그럴 리가 없잖아요.”

 

 조수석에 나나리를 앉히고 안전벨트까지 꼼꼼하게 채운 를르슈는 운전을 시작했다. 도쿄 시내야 늘 복잡하지만 나나리와 함께 할 때는 두 배로 더 정신차려야 한다. 사고나면 위험하니까. 

 

 “내일은 스자쿠가 마중 나올거야.”

 “스자쿠 씨요?”

 “응. 내가 슈나이젤 형님이랑 현장 방문할 곳이 따로 있어서 멀리 내려가봐야해서…. 스자쿠한테 맛있는 거 사달라고 해.”

 “오라버니가 해주는 요리 만큼 맛있는 건 없는걸요.”

 “나나리…!”

 “파란불이에요, 빨리 가세요.”

 

 맨션으로 돌아가기 전에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다. 돼지고기 생강구이가 먹고 싶다는 나나리의 리퀘스트에 를르슈는 부지런히 준비물들을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 

 

 “근데 스자쿠 씨는 오라버니의 비서인데 오라버니랑 같이 안 가나요?”

 “오후에만 따로 움직이는 거고, 저녁에는 집에 올거니까 걱정하지 마.”

 “저 때문에 따로 움직이시는건가요?”

 “…….” 

 “저도 이제 전철에서 표도 살 줄 알고 방향 맞춰서 탈 줄도 아는데….”

 “나나리, 전철이라는 곳은 통근 시간만 되면 미친놈들이 남자 허벅지, 엉덩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더듬어대는….”

 

 “내가 데리러 가는 게 싫어, 나나리?”

 

 를르슈의 손에 들린 장바구니가 순식간에 가벼워진다 싶더니 눈앞에 나타난 것은 스자쿠였다. 이제 막 퇴근한 참인지 수트차림이었다. 그건 를르슈도 마찬가지였지만. 안녕, 하고 손을 흔드는 스자쿠에게 를르슈가 질린 듯이 손을 흔들었다. 

 

 “스자쿠 씨가 데리러오는 건 기뻐요. 그래도 일을 방해하는 거 같아서 괜히….”

 “슈나이젤 씨랑 를르슈랑 같이 움직이는 일이면 내가 없어도 잘 될거야. 나보다 카논 씨가 잘 보조해줄 거고. 나나리가 걱정할 일은 없어. 오늘 저녁은 돼지고기 생강구이?”

 “네!”

 “를르슈, 나 후식으로 메론.”

 “네가 들고 올거면.”

 “그럼 담겠습니다.”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상사가 해주는 요리를 먹는 비서라는 기묘한 저녁 식사. 한층 더 파고 들면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커플과 그 여동생이다. 오늘의 부활동이 어땠는지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나나리. 고등학생 때 를르슈, 장거리 달리기 했을 때 헛구역질 했다가 진짜로 토할 뻔 해가지고—이런 이야기를 했다가 등짝을 맞는 스자쿠 같은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