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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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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뱅이 를르슈

DOZI 2020.03.19 23:12 read.343 /

 “아직 안 한다고! 맞선도 안 봐! 국제결혼도 사절입니다!”

 

 카렌이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모두가 시선을 집중한 것은 당연했다. 금요일의 회식 중. 분위기를 타던 중에 오던 어머니한테 온 전화를 받으러 간 카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 엄청난 소리가 났다. 심지어 문이 제대로 닫히지도 않아서 내용이 고스란히 안쪽으로 다 들렸다. 카렌은 안으로 들어오면서 저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아무렇지 않은 척 맥주를 따르고는 단숨에 비웠다.

 이 가라앉은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할까. 누가 먼저 해결사가 될 것인가, 눈을 굴리고 있는 와중에 카렌과 를르슈의 시선이 마주쳤다. 카렌은 이를 악물었다.

 

 “너 때문이잖아, 를르슈!”

 “나?”

 “너랑 쿠루루기 스자쿠가 결혼을 해서 내가 이 꼴이라고!”

 “뭐야, 그럼 스자쿠 군이랑 공동책임이지 루루쨩한테만 책임을 묻다니 카렌도 너무해~”

 

 미레이가 분위기를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범인이 된 를르슈는 부어라 마셔라를 당했다.

 어쩔 수 없잖아, 기혼자는 죄인이다. 상사보다 먼저 결혼하는 부하가 어디있어, 루루쨩은 축의금을 받은 값으로 술잔을 받아라! 그래,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국제 결혼하는 동기도 있는데 왜 나는 아직도 만나는 사람이 없냐고 잔소리란 말이야, 아직 오빠도 결혼을 안 했는데 내가 왜 너 때문에—!! 

 

 “이거 심한데요. 를르슈, 걸을 수 있어?”

 “스—자쿠?”

 “응, 나 스자쿠.”

 “왜 두—명이야?”

 “한 명이야.”

 “그치마안, 여기, 여—기. 두, 명.”

 

 미레이의 연락에 급하게 왔지만 를르슈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넥타이는 어디 갔어? 주머니. 뒷—주머니. 말투가 묘하게 늘어지기 시작하는 를르슈를 보고서 한숨을 쉬었다. 

 

 “왜 이렇게 마신거예요?”

 “처음엔 기혼자는 죄인이라고 하면서 마시게 했다가….”

 “무슨 그런 억지를….”

 “술 한 잔에 스자쿠 군의 자랑 한 번! 이거 하니까 루루쨩이 정말 미친듯이 마시는거야! 나 스자쿠 군에 대해서 그래도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루루쨩만큼은 아니었어. 이번에 제대로 배웠어!”

 “…….”

 “진짜 한동안 회식 못할 정도야. 스자쿠 군, 루루쨩한테 사랑받고 있어서 좋겠어!”

 

 내일이 토요일이라 살았다. 를르슈, 짐은 다 챙겼어? 제정신이 아닌 를르슈에게 물어서 될 일인가 싶지만 우선은 물어본다. 얼굴이 발갛게 물든 를르슈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심지어 주머니에서 넥타이도 꺼내서 보여주고 지갑도 보여주고 휴대폰도 보여준다. 그래, 다 챙겼네. 잘했으니까 뽀뽀 한 번. 누가 한 말이냐면 를르슈가 한 말이었다. 네? 미레이는 이미 들어갔지만 그래도 여긴 길바닥이다. 를르슈는 눈을 감고 입술까지 내밀고 있었다. 

 

 “얼른, 스자쿠—.”

 

 에라, 모르겠다.

 쪽. 

 입술에 닿는 감촉에 기분이 좋은지 를르슈는 씩 웃었다. 보라색 눈동자가 부드럽게 휘는 것에 스자쿠는 이제 집에 가자고 손을 잡았다. 주차장까지 걸어가면서 를르슈는 조곤조곤 수다를 떨었다. 

 

 나나리 보고싶어.

 내일 보러 갈까?

 그치만 오랜만에 스자쿠랑 데이트 하고 싶어.

 그럼 내일 데이트 하면서 나나리 선물 고르고 일요일에 나나리 보러 가기.

 좋아. 

 

 차에 태웠다. 뒷좌석에 앉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니까 싫다고 조수석에 앉을 거라고 떼를 쓰는 를르슈는 또 새로웠다. 그래, 이제 네 맘대로 해. 조수석에 앉아서 바람을 쐬게 하면서 집에 가고 있는 중에 를르슈가 중얼거렸다.

 

 “나 하고 싶어.”

 “뭘?”

 “섹스.”

 “……집에 가서?”

 “아니, 여기서.”

 “콘돔도 젤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냥 하자.”

 “아플거고 많이 움직이지도 못해. 그리고 를르슈 지금 서지도 않을 거야. 취해가지고.”

 

 그런가….

 를르슈는 한숨을 쉬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빠른 권유와 빠른 포기를 하는 를르슈는 신선했다. 술을 대체 얼마나 마신거야. 스자쿠는 둘이 사는 맨션의 주차장에 주차를 마치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렸다. 익숙한 곳에 도착하자 를르슈는 다시 빠른 사고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

 

 “스자쿠,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응.”

 

 안 했으면 좋겠는데.

 

 “어차피 나는 뒤로 가는 걸 좋아하니까 서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아. 그리고 난 가슴으로도 갈 수 있으니까!”

 “……를르슈, 지금 하는 말 기억할 수 있어?”

 “나는 어지간해서 기억을 잃지 않는다.”

 “오늘이 그 어지간한 날이 될 거 같아.”

 “그래서 카섹스는 안 하는건가?”

 “음…….”

 

 일요일에 나나리 만나러 갈 때 카섹스한 차로 가는 건 좀 그렇지?

 

 “아…. 그건 그렇다.”

 “그럼 침실에서 하자. 서지 않은 를르슈는 뒤랑 가슴만으로도 갈 수 있으니 섹스는 문제 없고. 좋아, 문제 해결.”

 “응!”

 

 뒤에 엄청나게 섹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