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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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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dulum 4

Re:play / DOZI 2025.01.15 11:52 read.45 /

벌어진 애널 안으로 들어차는 스자쿠의 페니스에 줄리어스는 잠시 숨을 쉬는 것을 잊어버렸다. 벌린 다리를 더 힘주어 밀어넣는 스자쿠 때문에 온몸이 부서지는 기분이었다. 줄리어스는 시트를 쥐어 뜯을 기세로 그 고통을 참아야만 했다. 섹스는 성욕이며 쾌락인데, 섹스에서 쾌감을 느끼는 부류에 자신은 속하지 않는 것 같았다. 머릿속이 번쩍번쩍거릴 정도의 고통 속에서 줄리어스는 입술을 덜덜 떨면서 신음했다.

 

“하으, 으… 아, 아파.”

“많이 아파? 뺄까?”

“아, 아니…. 자, 잠깐 이대로만… 아, 그만, 그만…!”

 

줄리어스가 먼저 사정한 정액과 타액으로 적셔서 푼 구멍은 한계였다. 뜨거운 열감이 닿는 아래에서의 느낌에 줄리어스는 눈물이 자꾸 흘렀다. 줄리어스의 허벅지를 받친 채로 스자쿠는 삽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잠깐 이대로 있어달라고 했는데. 줄리어스는 점점 벌어지는 안쪽의 느낌에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다. 구멍이 홧홧하게 부어오르는 느낌과 동시에 뱃속 안이 스자쿠로 가득 들어차는 것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스자쿠의 것은 아직도 계속 들어오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삽입에 줄리어스는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으, 언제, 끝나는… 거야, 아, 아! 안 돼, 아파, 아…!”

 

줄리어스의 솔직한 반응에 스자쿠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거의 다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어보려고 하면서, 줄리어스는 내벽 안에서 스자쿠가 문지르며 들어오는 것에 눈을 질끈 감았다. 까마득한 어둠 속에서 스자쿠의 거친 숨소리와 자신이 내는 신음 같은 것이 아득하게 들려왔다. 진정해, 냉정해지자, 아픈 건 금방일 것이다. 섹스도 금방 끝날 것이다. 줄리어스는 눈물로 젖은 제 눈두덩이를 문지르면서 숨을 골랐다.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 줄리어스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것에 입술을 달싹거렸다가 소리조차 나오지 않아서 시선으로 스자쿠를 쏘아보았다.

 

“괜찮은 거 같네, 다행이다. 그럼 움직일게.”

“뭐…?!”

 

스자쿠는 줄리어스의 골반을 붙잡은 채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뒤로 움직이는 스자쿠의 허리짓에 줄리어스는 아직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페니스로 내벽이 문질러지는 감각에 또 다시 신음하며 시트를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스자쿠의 쿠퍼액으로 안쪽이 젖어들어가면서 뜨거운 것이 좁은 곳을 푹푹 찔러 들어갈 때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믿기 힘들었다.

 

“줄리어스. 눈 떠, 나를 봐.”

“시, 싫어.”

“왜? 부끄러워?”

“조용히 해…!”

 

스자쿠의 말 그대로였다. 줄리어스는 눈 뜨고 못 봐줄 상태가 되어버린 자신을, 쿠루루기 스자쿠의 시선 안에서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처음하는 섹스는 이상했다. 안에서 느껴지는 남자의 성기가 나쁘지 않게 느껴졌고, 오히려 그가 자신의 안에서 날뛰며 더 거칠게 굴수록 줄리어스는 밭은 숨을 몰아쉬면서 소리를 내기 바빴다.

스자쿠가 벌린 허벅지 안쪽이 떨려오는 것이나, 허리 뒤를 훑고 가는 짜릿함 같은 것이 낯설지가 않았다. 두 눈으로 보는 스자쿠가 땀에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줄리어스에게 키스를 했다. 방금 전처럼 입술끼리 맞대는 것이 아니라, 혀를 넣어 줄리어스의 말과 숨을 앗아가는 키스였다. 아래도 위도 스자쿠의 것으로 가득 차는 느낌에 줄리어스는 저도 모르게 아래를 조였다. 그러자 안쪽에 들어찬 스자쿠의 것이 한껏 부풀더니 뒤쪽이 젖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줄리어스…! 갑자기 그러면!”

 

자신의 페이스에 맞지 않게 사정한 모양인지, 스자쿠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줄리어스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하얀 정액이 묻어나는 페니스를 보면서, 줄리어스는 스자쿠가 자신의 안에서 확실하게 느꼈다는 것을 실감했다.

 

“원래 이렇게 빠른 편은 아니야. 원래대로라면 더.”

“다른 사람이랑 할 때에는 안 그랬어?”

 

줄리어스의 물음에 스자쿠는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줄리어스는 스자쿠의 것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갈 때에도 그가 만났던 모두가 자신처럼 느꼈을지 생각했다. 그것은 좀 싫은 기분이었다. 얼굴이 붉어진 채로 땀을 흘리는 스자쿠는 줄리어스의 벌어진 구멍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방금 전보다 더 미끌거리는 느낌에 줄리어스는 애써 다른 곳을 보면서 느끼지 않으려고 했다.

 

“너도 기분 좋게 해주고 싶은데… 이렇게 빨리 갈 생각은 없었어.”

 

스자쿠의 손가락 두 개가 안으로 밀려들어오면서 찌걱거리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살갗이 벌어졌다가 닫히는 그 틈바구니의 소리가 어딘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 줄리어스는 방금 전까지는 가득 들어찼던 페니스와 다른 손가락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서 요구하기에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시 넣을게.”

 

다행히도 그런 줄리어스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스자쿠는 다시 단단해진 자신의 성기를 줄리어스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줄리어스는 방금 전보다 더 침착해진 머리로 섹스를 하고 있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아랫배에 바짝 붙은 성기가 꺼덕거리면서 사정을 원하고 있다거나, 스자쿠가 혀끝으로 튕기며 애무했던 젖꼭지가 더 바짝 서있다거나. 그리고 스자쿠의 몸에 매달리며 다시 키스를 원하는 자신의 마음 같은 것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안에서 쏟아진 정액과 함께 문질러지는 느낌은 방금 전보다 유연하게 느껴져서 질척거리는 소리도 거슬리지 않았다.

 

“더, 안쪽에… 넣어주면 좋겠어.”

 

얕은 깊이로만 움직이던 스자쿠에게 줄리어스는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말했다. 방금 전처럼 더 깊게, 뱃속 가득하게 채워져서, 그 엉망이 되는 느낌이 버릇이 될 때까지 안아주면 좋겠다고. 줄리어스의 말에 스자쿠는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혀를 차며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나 진짜 못 참아.”

“그럼 또 빨리 갈 건가?”

“그게 아니라…! 그리고 그건 네가 갑자기 그러니까, 무방비 상태로 당한 것뿐이야! 원래는 안 그렇다니까.”

 

스자쿠의 필사적인 항변에 줄리어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겨우 움직이는 다리를 들어서 스자쿠의 허리에 감싸고 들면 스자쿠는 정말 이제껏 참아온 사람처럼 줄리어스를 들이받기 시작했다.

몸을 반으로 접을 것처럼 줄리어스를 밀어붙이고, 이제까지의 깊이보다 더 깊숙한 곳에 닿아오는 스자쿠의 페니스에 줄리어스는 그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스자쿠의 어깨를 붙잡고서 울먹이며 숨을 고르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 스자쿠의 페니스가 안쪽 한 구석을 찔러왔을 때, 줄리어스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서 저도 모르게 자신의 페니스를 쥐고서 흔들기 시작했다. 뒤로 느껴지는 쾌감에 앞으로 사정하고 싶어지는 것은 거의 본능이었다. 

본능에 충실하게 움직이는 줄리어스의 모습에 스자쿠는 낮게 웃으면서 허리를 더욱 깊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느꼈던 그 부분이 집요하게 느껴지고 있다는 것을 안 줄리어스는 스자쿠에게 항의했다.

 

“왜, 왜 거기만…! 거기, 싫어, 이상해지니까, 아, 아! 아!”

“줄리어스, 앞에 계속 만져야지, 응?”

“하, 그럼, 거기 그만, 해. 하, 으응, 응! 으아, 앙!”

“내가 만져줄까?”

“으, 싫어, 싫어어…!”

 

줄리어스의 느끼는 그 부분을 쾅하고 처박은 스자쿠는 낮게 신음했다. 온몸이 떨리는 충격 속에서 줄리어스는 페니스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자신의 손으로 문지르는 페니스와 스자쿠의 것으로 가득찬 뒤로 느껴지는 쾌감 속에서 줄리어스는 사정하고 말았다. 줄리어스가 가버리는 절정 속에서 스자쿠는 조여드는 뒤의 느낌에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스자쿠는 사정의 여운이 식지 않은 줄리어스를 억지로 움직이면서, ‘원래대로’ 자신의 페이스대로 움직이며 섹스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줄리어스는 그의 움직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한편으로는 섹스에 능숙한 스자쿠가 싫으면서도, 스자쿠와의 섹스로 위로를 구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 * *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줄리어스를 찾으러 다녔던 C.C.는, 어느 역의 플랫폼에서 쿠루루기 스자쿠가 줄리어스 킹슬레이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둘은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처럼 다정해보였다. 줄리어스는 제 자리를 찾은 것마냥 안심한 표정이었다. 줄리어스에게서는 를르슈가 지었던 특유의 부드러운 표정이 보였다. C.C.는 그것을 보고서 울고 싶은 마음도, 웃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이제 지쳤다는 생각 뿐이었다. 항구에서 L.L.를 만났을 때의 감정과 비슷하다면 비슷했을 것이다. 그에게 휘둘리는 것은 이제 질색이었고, C.C.는 그만 포기해야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계속해서 살아나는 쿠루루기 스자쿠와 줄리어스 킹슬레이가 되어서도 그를 선택하는 를르슈에 대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지르크스탄에서 C.C.의 손을 잡아주었을 때가 유일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뻐하면서 살아갈 수 있었으니, 이제 더 이상 욕심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어스의 조각… 그것을 찾는 것이 삶의 목적이라면 목적이겠지만, C.C.는 를르슈도, 스자쿠도 아닌 그저 C.C.였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모를까, 타인을 위해서 영생을 거는 모험을 하는 것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래, 이제 지쳤어. 나도 내 마음대로 할래.’

 

C.C.는 아주 오래 전에 를르슈가 불러주었던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정말, 바보 같고 멍청했어. 그렇지, 마리안느? 이제는 대답할 수 없는 그녀에게도 말을 걸어보았다. 미련하기까지 한 스스로의 모습에 C.C.는 울음을 터뜨렸다.

혼자서 소리없이 울고 나서 C.C.는 내려야 할 마지막 역에서 짐을 풀고 내렸다. L.L.의 짐은 전부 버리기로 결심했다. 이제 앞으로는 혼자서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구와도 계약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가는 삶을 살 것이다. C.C.는 자신의 결심이 마음에 들었다. 방금 전까지 울고 있었지만, 그 눈물마저도 후련하게 느껴졌다.

C.C.는 전재산을 털어서 호텔에 묵기로 했다. 가진 돈이 워낙 없었기 때문에 낡은 허름한 호텔이었지만, 간이부엌이 딸려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가지고 있는 통조림 수프를 데워서 먹으려고 할 때였다. 통조림의 날카로운 톱날에 베인 손끝에, C.C.는 아파했다. 언제든 회복되는 이 몸은 쓸데 없이 평범한 인간처럼 고통에는 예민하다는 것이 피곤했다.

대충 피를 씻어 흘려버리고, C.C.는 데우다 만 통조림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따끔한 통증이 일었지만, 예전에는 칼에 찔리고 총도 맞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무시했다. 통조림 수프는 맛이 없었다. C.C.는 절반을 겨우 먹고, 절반은 다 버렸다. 스스로 음식을 버리는 것은 답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과감하게 버렸다. L.L.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여기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에 씻으려고 할 때, C.C.는 상처가 비눗물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아릿함에 신음했다. 너무 오랜만에 느끼는 고통에 C.C.는 손끝을 들여다보았다. 피딱지가 앉았지만 워낙 깊게 베인 탓에 조금만 움직여도 피가 또 흐르고 있었다. 상처는 아물지 않은 모양이었다. 약을 발라야 하나. C.C.는 태평하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이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깨달았다. 

 

상처가 아물지 않았다.

 

그제서야 C.C.는 자신에게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물지 않는 상처가 주는 고통은 C.C.를 묘한 감정으로 몰아넣었다. 이제 죽을 수 있다는 안도감과 기쁨 보다, 이상하게도 자신을 두고 간 줄리어스 킹슬레이… 즉 를르슈에 대한 생각이 앞섰다. 그에게 인사를 전하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혼자서 살아보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바보 같아. C.C.는 핏방울이 묻어나는 손끝을 깨끗한 손수건으로 감쌌다. 상처가 덧나지 않게 아물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오랜만에 한 응급처치였다.

C.C.는 가지고 있던 짐 중에서 돈이 될 만한 것을 팔아서 기차삯을 마련했다. 그리고 스자쿠와 줄리어스가 내렸던 역을 떠올렸다. 그곳에 간다고 바로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이제는 거의 느껴지지 않는 기어스의 조각이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었는데, 이제서야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C.C.는 이제 더 이상 C의 세계에 도달할 수 없는 존재가, 평범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제든 죽어버릴 수 있는 인간. 그 사실을 다시 떠올린 C.C.는 기차에 몸을 싣으면서 하얗게 몰아치는 눈보라를 바라보았다.

 

‘마지막에는 꼭 웃어.’

 

언젠가 L.L.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나는 웃을 수 있을까. C.C.는 갑자기 다가온 끝에 어떻게 웃어야할지 생각하고 있었다. 

어떻게 끝을 맺을까. 이 긴 시간, 나는 어디서 끝을 맺을까. 쉼없이 흔들리며 끝나지 않은 삶을 멈추는 이 끝을, 어떻게.

기차가 움직이면서, 풍경도 움직였다. 그동안 끔찍하게 느껴졌던 하얀 눈도 이제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하염없이 창문 밖을 보게 되었다. C.C.는 하얀 풍경 안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웃는 연습을 했다. 웃어야지, 웃으면서 끝내야지.

비록 그 인사를 전하지 못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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