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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y2nd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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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lay 2 (完)

Re:play / DOZI 2025.01.15 12:04 read.15 /

어떤 장면을 보고 있었는지, 이제 L.L.는 피곤하기만 했다. 어떤 기억을 되새기고 되감아봐도 를르슈에게 남는 것은 오직 상처 뿐이었다. 이건 정말 소중했던 기억인데, 행복했는데, 즐거웠는데, 그런 생각으로 어떤 기억 속에 감겨들어도 L.L.는 자신이 다시 를르슈로 남아있고 싶어한다는 욕망 속에 남겨졌다는 것에 좌절했다.

하지만 이 C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잃지 않으려면 이 방법 뿐이라고 생각했다. 상처투성이가 되어서, 보기 흉한 흉터가 남아버린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습게도, 그렇게 해서 누구에게 증명하고 싶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었다. 누구를 잃어버린 것일까. 누구를 잊어버린 것일까. 누구를 놓쳐버린 것일까. 많은 문장들이 같은 뜻으로 되풀이되는 것에 L.L.는 어느 질문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는 습관처럼 앉아서 기억을 되감고, 버릇이 된 풍경 속의 산책을 나가며, 기다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고, 언제까지고, 계속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서, L.L.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그저 이 끝나지 않는 기억들의 파편들이 자신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고통스러울 뿐이었다.

L.L.는 다른 어딘가도 아닌 지옥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편린들을 끌어안은 채로 끊임없이 반추하고 있는 자신은 지옥에 떨어진 것이 틀림없다고.  

 

* * * 

 

이곳에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다. L.L.는 향긋한 홍차가 놓여진 테이블을 바라보면서, 자신이 평소에 앉는 자리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있는 그 손님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래도 앉을 자리는 많았다. L.L.는 손님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는 안녕, 하고 말을 걸어왔다. 어딘가 친숙하고 낯익은 인사였다.

 

“오랜만이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우리가 만나는 거, 얼마만인지 알아?”

“몰라. 사실 네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

“그럼 왜 나랑 같이 마주보고 앉아 있어?”

“그럼 너는 왜 나를 찾아왔어?”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을 하면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에 그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돌렸다. 그럼 우리 홍차라도 마실래? 나 말이야, 차 내리는 것도 나름대로 연습도 많이 했거든. L.L.는 그의 말대로 홍차를 마셨다. 그는 말 그대로 연습을 많이 한 모양인지 홍차 맛은 썩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여기에 무슨 일로 왔어?”

 

홍차를 몇 모금 마시고 목을 축이고 나서 L.L.가 물었다. L.L.의 말에 상대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야 오는 곳이야?”

“보통 사람이 올 곳은 아니지.”

“여기가 어딘데?”

“…….”

 

이번엔 L.L.가 말을 돌릴 차례였다. 그도 이 장소에 대해서 뭐라고 구체적으로 대답하기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점점 무언가를 잃어가는 감각조차 희미해져서, 이렇게 누군가가 찾아와서 홍차의 맛을 본다는 것도 오랜만일 지경이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전해줄 말이 없었다. 모처럼의 손님을 대접하기에는 자신이 아는 것은 턱없이 부족했다.

“대답해줄 수 없어서 미안하군.”

L.L.는 솔직하게 말했다. 에둘러서 말하는 것은 어떤 것도 전달되지 않는다고 예전부터 생각해왔던 것이었다. L.L.가 쉽게 미안하다는 말을 꺼내자, 상대는 ‘그런 말을 들으려고 한 게 아니야.’라고 말하며 입을 열었다.

 

“나 말이야, 널 정말 오래도록 기다렸어.”

“나를?”

“언젠가는 돌아오겠지, 하고 생각하면서 기다렸단 말이야.”

“…미안. 그건 아마도 내가 어디로 돌아가야할지 몰라서 그랬을 지도 몰라.”

“뭐, 네가 살아온 시간에 비하면 나는 그렇게 긴 시간을 기다린 건 아니야.”

“그래도, 기다리게 했으니 미안해.”

 

상대는 L.L.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넌 아까부터 계속 미안하다는 말 뿐이네.”

 

그렇게 말해놓고 홍차를 다 비운 찻잔을 내려놓은 그는 같이 걷자고 말했다. L.L.의 찻잔은 아직 다 비워지지 않았지만, L.L.는 그러자고 했다. 모처럼 누군가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대화이다. 그 기회를 소중하게 여기고 싶었다.

기억 속의 풍경들이 남아있는 액자들을 지나가면서, 그는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L.L.는 주로 입을 다문 채로 그가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쉼없이 돌려보던 기억들의 파편들은 부드럽게 흔들리면서 L.L.와 또 다른 상대를 감싸고 돌았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아마 익숙하지 않을 풍경일 것이 분명한데도, 상대는 당황하지 않으면서 느긋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때도 말이야, 당황했지만 울지는 않았잖아? 물론 너는 예전부터 줄곧 그래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는 어떤 기억 앞에서는 그는 자연스럽게 눈앞의 L.L.와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아, 그때의 너는 만나보지 못해서 어떤지 몰랐어. 그렇지만 이렇게 보니까… 음, 너는 또 여전하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

 

여전하다는 말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상대의 말에 L.L.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에게 계속 궁금했던 것이 있었다.

 

“나에 대해서 잘 아나봐?”

“아무래도. 나는 너의…… 아니, 말하진 않을게.”

“왜? 알려줘.”

“별로 중요하지 않거든.”

 

정말로, 하나도 안 중요해. 그는 재차 강조했다. L.L.는 그가 은근히 화를 내고 있는 게 아닌건가 싶었다. 그의 화를 풀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 L.L.는 고개를 저었다.

 

“중요한 게 아닐 리가 없잖아. 너는 나를 한참 기다리다가 이곳까지 와줬는데. 분명 중요하고, 특별했을 거야.”

“‘중요하고 특별하다’라….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L.L.는 자신의 말을 따라하는 상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뭔가 풀리지 않은 것이 있는지 답답한 듯 숨을 몇 번에 나누어서 쉬더니, L.L.를 보고서 말했다.

 

“너는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그것이야말로 L.L.가 더 이상 대답할 수 없는 말이었다. 많은 기억들을 보고, 감정들을 곱씹고, 되새겨도 답을 찾아낼 수 없는 것이었다. L.L.가 대답하지 못하는 것에 상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너의 선택을 한 번도 탓한 적은 없지만, 이런 너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어. 이름도, 과거도, 무엇도 알 수 없는 너를 보는 건….”

 

그는 슬픔으로 일렁이는 눈으로, 하지만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차분하게 L.L.에게 고했다.

 

“그런 너를 보는 건 너무 힘들어.”

“괜찮아.”

“……그게 네가 선택한 거니까?”

“아마도, 그러겠지.”

“그렇구나.”

 

그는 L.L.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내가 앞으로 하는 이야기는 네게는 어떤 것도 이해가 되지 않을 거야. 그래도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L.L.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대답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그의 다음말을 기다리고 있으면, 그가 그 스스로의 목깃을 끌어당기며 중얼거렸다. 옷자락이 소리 없이 끌어당겨지는 모양새에 L.L.는 그것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거’, 기억하고 있어?”

 

그는 L.L.에게 마지막으로 확인하고자 물어보는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이다. 대답하지 않으면 이제 끝이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L.L.는 그의 질문에 확신을 주고 싶었다. 무엇이든 대답하지 않으면 그와 영영 이별이라는 것이 피부로 와닿았다. 

스스로에게 몇 번이고 기억해내라고 명령한 L.L.는 이윽고 소리 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L.L.의 눈물에 질문했던 그는 당황스러워하면서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L.L.에게 더 이상의 말도, 눈빛도, 손짓도 하지 않은 채로 뒤로 물러설 준비를 했다. 아무것도 탓하지 않은 채로 그는 이대로 사라질 생각인 것 같았다.

전하고 싶은 게 있을 텐데, 분명 이대로 보내면 안 되는데.

L.L.가 입술을 열며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모습에,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돼.”

“나는….”

“괜찮아.”

“괜찮지 않아. 분명 너한테, 나는.”

 

L.L.의 다 맺어지지 않은 말에 그는 초조해하지 않고서 기다려주었다. 더 나은 대답을 해야한다. 더 확실한 대답을. 그가 사라져버리기 전에, 영원히, 나를 두고 영원히 멀어지기 전에.

 

‘나를 두고 가는구나.’

 

L.L.는 그 말을 떠올렸을 때의 풍경을 기억해냈다. 홀로 남겨진 자신, 어딘가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아야 했던 모습으로,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만나고 헤어졌던 ‘그’에 대해서.

이제 대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L.L.는 대답하는 것 대신에 자신의 목깃을 끌어당겼다.

그러자 L.L.와 그가 있던 곳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기억으로 가득 차있던 액자들은 텅 비어버렸다. 오래도록 L.L.가 혼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지켜왔던 그 공간은 비워지고, 없어지고, 사라지며, 소멸해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 * *

 

중요하고 특별한 것.

L.L.는 그를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도 L.L.가 그렇게 생각되었으면 했다. 혼자 있는 것에 지쳐서 그런 것이라고 하기보다는, L.L.의 기저에 있는 무의식이 그를 그렇게 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무의식적으로 원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사랑한다는 걸까? L.L.는 자신과 조우한 그를 만났을 때의 감정을 기억하지도 못하면서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말을 전한다고 해도 그는 비웃을 것 같지 않았다. L.L.의 감정은 이미 오래 전에 낡고 닳아빠져서 이젠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는 비웃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몇 번이고 나를 찾아내서, 나를 구해주는 사람이니까.

 

사랑이라는 말로는 가둬둘 수 없다. 언젠가의 ‘그’가 물었던 말을 떠올렸다. 자신을 사랑하냐는 말에 L.L.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는 그에게 전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사랑이라는 말로는 L.L.의 감정 모두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 또한 사랑이라는 말로 L.L.를 모두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L.L.는 눈앞에서 멀어지려고 하는 쿠루루기 스자쿠를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안에 있던 ‘를르슈’를 깨워냈다. 어디로 떨어지고 있는건지, 아니면 어디로 솟아나고 있는건지 모를 감각 속에서 를르슈는 스자쿠와 함께 있었다.

이제 너와 함께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기분이 들어. 를르슈는 그렇게 말한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스자쿠가 했던 말일지도 모른다. 

 

* * * 

 

“다락방에서 이야기 하자는 사인이었지만, 이렇게 높은 곳까지 올 필요는 없었는데.”

 

스자쿠는 유쾌하게 말하면서도 아득한 높이에 긴장이 되는지 손끝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높으면 무서워. 끝부분이 살짝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를르슈는 작게 실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뭘 무서워해? 너랑 나라면 못해낼 일이 없잖아.”

 

를르슈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스자쿠는 희미하게 웃으면서 그건 그렇다고 말했다. 맞는 말에 수긍하는 그의 모습에 를르슈는 옛날을 떠올렸다. 모든 기억이 흐릿하면서도 또렷했다. 두 사람 사이의 일들은 찢겨나간 것처럼 아프기도 하면서, 가슴 깊숙이 숨겨놓은 보물처럼 반짝이기도 했다.

상당한 높이에 질려버린 스자쿠가 잠시 말을 하지 않고, 를르슈는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모르는 상황 속의 침묵은 생각보다 길기도 하면서도 짧기도 했다. 어정쩡한 길이의 침묵 속에서 말을 꺼낸 것은 스자쿠였다.

 

“이제 못해낼 일이 없으니, 해야 할 일을 하러 갈까?”

“…….”

 

해야 할 일. 그것이 무엇일까. 대답을 할 수 없는 를르슈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무엇을 해야하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이제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를르슈에게 그런 말들은 어렵게 느껴졌다.

 

“망설이는 거야, 아니면 하기 싫은 거야?”

“아무래도, 둘 다겠지.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하기 싫어지는 거야.”

 

그 말에 스자쿠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도 너는 저 바닥까지 떨어져야할 거야.”

“바닥까지 떨어지는 일에는 넌더리가 났어.”

 

를르슈의 진심이 섞인 말에 스자쿠는 하하, 하고 웃었다.

 

“바닥도 나쁘진 않았다… 고 하면 덜 무서우려나?”

“그래서 넌 두 번씩이나 떨어지는 거냐?”

“두 번이든, 몇 번이든 상관 없었어.”

“왜?”

“네가 나를 부르니까, 나는 몇 번이고 찾아갈 생각이었거든.”

 

스자쿠는 실없이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네가 나를 게속해서 찾았어. 나는 그때마다 너에게 갔어. 그게 널 고통스럽게 할 줄은 몰랐지만.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네게 나는 고통 밖에 주지 못한다는 걸. 그렇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었어.”

“왜?”

“왜일까?”

 

스자쿠는 를르슈의 손을 잡으면서 그를 자신의 앞으로 이끌었다. 이제 한 발자국만 더 넘기면 바로 바닥이야. 스자쿠의 말에 를르슈는 침을 꿀꺽 삼켰다. 스자쿠는 말을 이어갔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너무 지리멸렬한 말 밖에 생각나지 않아.”

“그게 뭔데?”

“…날 사랑해서?”

 

그러자 이번엔 스자쿠가 크게 웃었다. 그는 아하하, 하고 웃어버리더니 를르슈를 끌어안았다. 갑자기 끌어당겨진 를르슈는 제멋대로 구는 스자쿠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얌전히 그에게 안겨있었다. 한 발자국만 더 넘기면 바로 바닥, 이라는 말은 진짜였다. 를르슈가 한 발자국만 움직이면 밑도 보이지 않을 바닥까지 떨어질 것 같았다.

스자쿠는 를르슈를 끌어안은 채로 말했다.

 

“너와 바닥까지 떨어진대도 난 좋아.”

“……왜?”

“왜일까?”

 

를르슈는 조심스럽게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 스자쿠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여있었다. 바보 같은 자식, 눈물만 많은 바보 같은 놈. 를르슈가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스자쿠는 들리고 있는 모양인지 눈물을 거칠게 닦아냈다.

 

“지리멸렬한 말이라고 하니까 말하기 민망한데.”

“응.”

“네가 맞아, 를르슈.”

 

스자쿠는 를르슈를 끌어안고 그대로 마지막 한 걸음을 넘겼다. 귓가에서 쏟아지고 찢어지는 바람 소리는 사람의 비명처럼 들렸다. 그 사이 사이로 스자쿠가 남기는 말들은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를르슈는 스자쿠를 끌어안은 채로, 스자쿠는 를르슈를 끌어안은 채로 바닥까지 곤두박질쳤다. 

어디까지 떨어지는 걸까?

바닥은 언제 보이는 걸까?

를르슈는 스자쿠를 끌어안고서 알 수 없는 공포에 눈을 질끈 감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은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 같으면서도, 두 사람을 영원히 삼켜버릴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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