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르슈 람페르지는 지난 번 스자쿠의 아파트에 왔을 때랑 비슷한 옷차림이었다. 그때 말했던 애널 자위는 어떻게 된 걸까, 싶을 정도로 차분해보였다. 스자쿠만 의식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말은 꺼내놨지만 실제로 실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 스자쿠는 어딘가 식어버리는 기분이었다.
혹시 나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애널 자위가 보고 싶었나?
그런 생각이 들자 스자쿠는 바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냥 세상에서 제일 잘난 것 같은 남자가 스자쿠의 마음을 얻어보겠다고 필사적인 꼴을 보는 게 즐거우니까, 그런 게 웃기니까 애널 자위도 보고 싶었던 거야. 스자쿠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차 한 잔을 권했다. 이것도 늘 예의상 하는 것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이 아파트에 와서 담백한 자위만 하고 가는 남자였으니까.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이번에도 차를 거절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늘상 하는 말을 했다.
“그럼 오늘도 하는 거야?”
를르슈 람페르지는 ‘오늘도’라는 말에 기분이 상한 듯 했지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평소라면 들고 왔을 가방을 적당히 내려두었을 를르슈 람페르지는, 아직도 가방을 내려놓지 못한 채였다. 가방에 뭐라도 들었어?—스자쿠가 무신경하게 그런 이야기를 꺼내자, 를르슈 람페르지는 얼굴이 발갛게 물들였다.
그는 겨우 들릴 듯한 목소리로 스자쿠의 말에 대답했다.
“애널 자위의… 준비물이다. 오늘 한다고 했으니까.”
“아.”
“…너무 기대하지 말아줘. 생각보다 잘 안 되어서.”
“으응.”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갈 정도라서, 나도 내가 이렇게까지 좁을 줄은 몰랐으니까.”
“…….”
“수건을 깔게. 로션을 써야해서, 바닥이 젖는 건 그렇잖아.”
“……응.”
손가락 하나 정도만. 이렇게까지 좁을 줄은.
스자쿠는 자신의 귓가에 울리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했던 말들을 곱씹었다. 진짜로, 진짜로 준비했단 말이야? 애널 자위를? 그… 그곳을 만져서 넣는 걸 연습했다고?
스자쿠가 속으로 당황한 사이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익숙한 듯이 가방에서 가지고 온 수건을 깔았다. 그리고 바지를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늘상 보았던 검은색 비키니 팬티가 오늘따라 아슬아슬한 느낌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매번 스자쿠의 앞에서 수치를 모르는 것처럼 페니스를 흔들며 마스터베이션을 해왔지만, 오늘은 애널 자위를 한다고 한다.
얼마나 나를 좋아하는 거야?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사랑이 이제 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옷을 다 벗고 속옷 차림이 된 그는 가방에서 로션을 꺼냈다. 투명하고 아직은 차가운 그 로션을 꺼내놓고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하고 있는 듯 했다. 스자쿠는 속옷 차림으로 앉아서 로션을 만지작거리는 를르슈를 보며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그 로션, 직접 산 거야?”
“…응. 드러그 스토어에서.”
“헤에…….”
“직접 쓸 거니까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게 좋잖아.”
“그렇긴 하지만…….”
네가 쓸 거라는 걸 알고 팔았겠지, 그 드러그 스토어의 점원들은…….
스자쿠는 그 말을 삼키면서 애써 웃었다. 웃으면서도 웃는 기분이 아니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애널 자위에 쓰일 로션이라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뭐랄까, 그런 오해를 하는 건 좋지 않은 기분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 뒤 속옷을 내렸다. 평소처럼 덜렁 내놓은 페니스는 흥분한 상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오늘의 자위는 보통의 것이 아니니까 를르슈도 좀처럼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수건 위에 앉으면서 조심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그 짧은 시간—일주일 밖에 안되는—동안 를르슈 람페르지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는지, 익숙한 듯이 자신의 페니스 위로 로션을 뿌리기 시작했다.
“를르슈, 그거 안 차가워?”
“차가워… 하지만 금방 따뜻해지니까.”
“그래?”
“응, 문지르고… 만지다 보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가 하는 말들이 부끄러운지 시선을 못 맞추고서 중얼거렸다. 페니스를 흥건하게 적신 를르슈 람페르지의 손은 천천히 그것을 문지르면서 더운 숨을 할딱거리고 있었다. 그렇구나, 평소보다 더 미끄럽고 촉촉하니까 더 민감해지는구나. 스자쿠는 남의 일처럼 그것을 바라보았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벌어진 다리 사이가 더욱 깊게 벌어졌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시선이 자신의 다리 사이에 꽂혀있는 걸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 애널 자위를 보여준다고 한 것은 를르슈 람페르지면서, 정작 지켜봐주면 그는 불만스러운 듯 했다.
“전립선을… 아직 못 찾았어.”
“응…?”
“그, 그러니까, 아직, 애, 애널로는 못 느낀다는 이야기야.”
“아.”
“손가락 하나 정도만 들어가고, 별로, 야한, 느낌도 아니지만.”
“응.”
“약속했으니까….”
정정한다. 그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페니스를 흥건하게 적신 로션은 뒷구멍까지 타고 흘러갔다. 스자쿠는 허리를 낮추면서 자신에게 애널을 잘 보여주기 위해 다리를 더 깊게 벌리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추태를 지켜보았다. 어쩐지 숨을 참게 되었다. 두근두근거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울렸다. 두근두근이라고 하기보다는, 쿵쾅쿵쾅거리는 소리라고 해야 할까. 피가 너무 빨리 돌아서 쉭쉭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았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애널은 하얀 피부가 열이 올라 붉어진 듯한, 너무 예쁜 핑크색이었다. 애널이 예쁠 수도 있는 거야? 스자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와중에도 를르슈 람페르지는 로션으로 충분히 적신 자신의 애널을 왼손으로 문지르고, 오른손으로는 페니스를 쥐고 흔들면서 자위의 본분을 다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흥분이 식지 않도록 페니스를 쥐는 손에 힘을 제법 주는 듯 했다. 그러면서 스자쿠에게 ‘약속’했던 애널 자위의 한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서 자신의 손가락을 애널 주변을 빙빙 덧그리며 문지르더니, 이내 검지손가락 하나를 천천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찔걱, 찔걱, 후으으…. 찔걱, 찔걱.
를르슈 람페르지가 깊게 심호흡을 하면서 손가락 하나를 들쑤셨다. 로션의 질척한 소리와 그의 한숨 소리가 섞이면서 스자쿠는 당황스러웠다. 발기를 해서 야하다는 개념의 그런 당황함이 아니었다. 그는 정말로 애널 자위를 준비해 왔고, 그만큼 스자쿠를 좋아하고 있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예쁜 애널에 손가락을 넣고서… 자위를 하는 것이다.
“스자쿠가 지금은 별로여도… 계속 연습할게.”
“연습…?”
“네가 넣고 싶을 정도로 연습할 테니까.”
“…….”
를르슈 람페르지는 고개를 겨우 가누면서 페니스를 탁탁거리며 흔들었다. 찌걱찌걱거리는 소리는 작게, 페니스를 흔들면서 부딪치는 살갗의 소리는 조금 크게, 그리고 할딱거리는 신음소리는 덤으로. 를르슈 람페르지는 바쁘게 자신을 문지르고 더듬었고, 스자쿠는 그것을 보고서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연습을 해온다니. 어떻게 여기서 더 연습을 할 거라는 거지? 아니, 그런 걸 기대해도 되는 거야?
“스자쿠, 얼굴 빨개졌어.”
“…그, 그래?”
“조금이라도 흥분했어?”
“…….”
를르슈 람페르지의 말에 스자쿠는 자신의 뺨을 어루만졌다. 따뜻하다 못해 뜨거웠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페니스를 쥐는 손을 세게 움켜쥐고, 귀두 끝을 손톱으로 살짝 긁더니 흐읍, 하고 숨을 참으면서 자신의 배 위로 사정하기 시작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하얀 배 위로 쏟아지는 하얀 정액. 그리고 길게 이어지던 그 포물선은 얄궃게도 그의 유두까지 닿았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몸은 하얗고 까맣고 빨갛고, 그리고 핑크색이라는 걸 실감했다. 젖꼭지까지도 선명한 핑크색인 이 남자는 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걸까.
사정하는 순간에는 애널에 집중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를르슈 람페르지의 손은 페니스를 쥐느라, 그리고 허리 뒤를 받치고 있느라 풀려있었다. 덕분에 조금 붉게 충혈된 애널의 모습이 스자쿠의 앞에서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여자의 질과 다른 그 구멍에 박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아니었다. 그냥 예쁘고, 조금 야하고, 이런 기분이 황당할 뿐이었다. 스자쿠는 그렇게 자신의 기분을 ‘황당함’과 ‘당황함’으로 정의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하악거리면서 숨을 골랐다.
“혹시… 발기 했어?”
“아, 안타깝게도 아니야.”
그래, 정말 안타깝게도 서지 않았다. 스자쿠는 밋밋한 아랫도리를 당당하게 내보였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비장의 카드—‘애널 자위’에도 스자쿠의 아랫도리는 반응하지 않았다. 를르슈는 그것에 대한 실망과 자신이 저지른 자위 행위가 얼마나 비이성적이었던 것임을 깨달은 모양인지 부끄러워하며 벌렸던 다리를 금세 오므렸다.
잘 보였던 애널이 바로 모습을 감추는 것에 스자쿠는 아쉬움을 느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가방에서 물티슈와 여분의 수건을 꺼내면서 중얼거렸다.
“전립선을 찾아서 애널로 느끼게 되면 달라질 거야.”
“…그러네. 를르슈는 계속 한다고 그랬지?”
“연습할 거라고 했으니까.”
물티슈로 대강 마무리를 하고 수건으로 적당히 몸까지 닦은 를르슈 람페르지는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작은 엉덩이가 검은색 비키니 팬티 사이로 사라진다. 그 둔덕 사이에는 핑크색 애널이 벌름거렸던 것이 생각이 났다. 스자쿠는 괜히 볼이 더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옷을 다 갖춰 입느라 정신이 없어보여서 다행이었다.
어딘가 피곤해 보이는 기색의 를르슈 람페르지는, 로션과 사용했던 수건들을 다시 가방에 넣고서 스자쿠에게 인사했다. 스자쿠는 가볍게 목을 까닥이며 목례를 하는 를르슈에게 물었다.
“그럼 다음은 언제가 좋아?”
“…조금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어. 매주 만나서 내가 자위하는 게 보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나도 전립선을 찾고 연구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거 같아서.”
“아, 그러면 중간고사 끝나고… 다다음주 쯤에 볼까?”
“그 정도 시간이면 충분할… 수도 있어. 솔직히 자신은 없어.”
“으응.”
를르슈 람페르지는 오늘도 실패했다는 생각이 오늘따라 강하게 들었는지 조금 주눅이 들어있었다. 무려 캠퍼스 최고의 미인이 해준 애널 자위에도 스자쿠는 반응하지 않았으니까. 주눅이 들어도 당연한 것이었다. 스자쿠는 를르슈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말했다.
“다음에는 나도 더 노력할게.”
“……고마워, 스자쿠.”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렇게 현관을 떠났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자동차가 아파트 밖으로 나가는 걸 바라보았다.
다다음주. 를르슈 람페르지는 정말 전립선을 찾아서, 스자쿠가 넣고 싶을 만큼 연습을 해올까. 그런데 대체 그런 정보는 어디서 얻는 거지? 정직하게 자위만 했던 를르슈 람페르지가 어떤 식으로 스자쿠를 위해 연구하는지도 궁금해졌다.
“네가 궁금해지네, 를르슈.”
스자쿠는 중얼거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서 밀려있던 중간고사 공부와 과제를 해야만 했다. 를르슈의 뻐끔거렸던 핑크색 애널 같은 것은 잠시 머릿속에서 뒤로 미뤄둬야 할 때임을 알고 있었다. 그 애널을 떠올리고 나면 스자쿠는 괜히 헛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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