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정직함을 알고 있다. 그의 애널은 정직하게 넣고 빼고 확장하는 것에 혹사당해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게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긴 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스자쿠가 하지도 않은 발기를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아쉬운대로 오늘도 키스만 하고 끝내야겠구나, 하고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키스를 베풀 요량이었다.
오늘도 를르슈 람페르지의 페니스를 비벼서 하는 사정을 보고 난 뒤, 를르슈 람페르지가 평범하게 뒷처리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오늘의 키스는 옷을 다 입고 나서 할 생각인 듯 싶었다. 스자쿠는 그가 바지까지 다시 착실하게 입고 단정하게 옷차림을 정돈하는 모습을 보고서 씁쓸하게 웃어주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 미소에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스자쿠는 펠라치오 받아본 적 있어?”
“…페, 펠라치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입에다 넣고 하는… 구강성교라고 한다.”
“아, 의미는 알고 있어. 근데 그걸 왜 물어보는지 궁금해서.”
사실은 궁금하지 않다. 스자쿠는 펠라치오라는 화제가 튀어나온 것이 무슨 의미인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빨아서 발기시킬 생각인 것이다. 시각적으로 흥분하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만져서 발기시키겠다는 작전. 이제까지 정직하게 정말 스자쿠가 시키는대로의 자위만 해왔던 를르슈 람페르지의 작전 치고는 파격적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다리 사이를 한 번 깊게 쳐다보다가, 스자쿠의 얼굴을 다시 바라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진도가 지지부진한 거 같아서… 내 나름의 강구책이다.”
“으음…….”
“사람에 따라서는 펠라치오를 이상성욕의 한 부류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물어본 거야. 만약 네게 그럴 의향이 있다면 나는 해볼 생각이다만.”
“……펠라치오를?”
“그래.”
“그러니까, 그… 직접적으로 빨겠다는 거지?”
스자쿠는 누군가의 페니스를 물고 빠는 자신을 생각했다. 페니스라는 것을 입에 넣는 상상을 하자마자 역겨운 기분이라 머리를 탈탈 털어 그 상상을 멈추었다. 스자쿠의 거부반응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쓰게 웃으면서 미안하다, 라고 중얼거렸다.
“네가 빠는 게 아니라 내가 빠는 건데도 이렇게 싫어할 줄이야.”
“를르슈는 괜찮은 거야?”
“솔직히 말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내가 쓸 수 있는 카드는 몇 개 되지 않아서…….”
“그, 그렇겠지?”
“더 싫은 건,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네가 나에게 여전히 발기하지 않을까봐, 그게 무서워서 해보는 걸 망설이게 돼.”
를르슈 람페르지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남자라면 물리적인 자극을 주면 생리현상에 가까울 정도로 단순하게 발기하잖아. 그런데 내가 남자라는 점 하나 때문에 네가 발기하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 내가 계속 페니스에 가해지는 물리적인 자극에 대해서 수없이 연구한다 하더라도, 내가 남자라는 점을 극복하지 못하면…….”
그 말은 꼭 성전환 수술이라도 받고 오겠다는 말처럼 들렸다. 폭주하는 것처럼 혼잣말 같은 말을 이어가던 를르슈 람페르지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너에게 사랑받고 싶을 뿐이야. 남자인 나까지 사랑해달라고 하는 게 목적이니까.”
다행히도 를르슈 람페르지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진 않았다. 스자쿠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삼키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스자쿠의 고개를 끄덕거리는 모습에 를르슈 람페르지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라, 여기서 를르슈 람페르지를 기분 좋게 할 말이 있었나? 뭐였지? 어라?
“그럼 스자쿠는 내가 해주는 펠라치오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아, 그런 의미!
스자쿠는 고개를 바로 내저었다.
“를르슈 말대로 남자라면 물리적인 자극에 생리적 발기가 가능해. 근데 그건 좀 비겁한 방법 아닐까?”
“섹스와 사랑을 한 세트로 묶는 구시대적 발상을 하는 너에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그 생각에 동의하고서 를르슈는 계속 노력해준 거잖아.”
“그 노력을 좀 더 구체화하려고 하는 게 뭐가 나빠?”
를르슈 람페르지는 답지 않게 막무가내였다. 스자쿠는 진심으로 곤란해졌다. 펠라치오는 정말로 비겁했다. 분명 를르슈 람페르지는 무지막지한 기술로 스자쿠의 페니스를 애무할 것이고, 스자쿠는 그 기술에 승복해서 발기할 것이 분명했다. 생리현상을 이용한 발기는 애초부터 노 카운트인 거 아니야? 스자쿠는 그렇게 말하려고 입을 열다가, 를르슈 람페르지의 마지막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나한테 서는 게 그렇게 싫어? 약속했잖아. 날 좋아하겠다고 노력하기로 약속한 건 너잖아. 그러면 펠라치오 정도는 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나한테 방법은 이제 이것 말고는…….”
스자쿠의 페니스를 빨고 싶어 환장한 남자가 기꺼이 되기로 한 를르슈 람페르지는 ‘약속’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룰에 미친 원칙주의자 스자쿠에게 있어서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이었다.
스자쿠가 조용해지는 것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대놓고 좋아했다. 마치 벌써부터 이겼다는 기세였다. 그 기세를 이어가기로 했는지,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르, 를르슈… 설마 지금부터 바로 하는 거야?”
“아니, 우선 네 페니스의 크기를 살펴보고 그에 따른 펠라치오를 연구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나보고 지금 바지를 벗으라고?”
“내가 벗겨줄까?”
“남자 앞에서 그런 의미로 바지를 벗고 싶지 않아.”
“가볍게 상상해. 목욕탕 같은 데에 가서 씻기 위해서 벗는다고 생각해보면 좀 나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상은 괜찮은데… 아, 뭐라고 해야 하지? 를르슈 앞에서는 싫어.”
“왜?”
를르슈 람페르지는 잘나가다 말고 뭐하는 짓이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늘 스자쿠의 마음을 사로 잡기 위해서 아름답고 가련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를르슈 람페르지 치고는 꽤나 노골적인 짜증이었다.
“날 좋아한다는 애 앞에서 어떻게 그냥 바지를 벗어?”
스자쿠의 솔직한 말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황당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건 그렇지만 지금 너는 날 안 좋아하잖아. 무리해서 의식할 필요는 없어.”
논리적으로는 정답이었으나, 감정적으로는 오답이었다. 스자쿠는 자신이 무신경하도 둔감한 남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를르슈 람페르지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분위기까지 읽지 않으면서 자신의 결과를 내기 위한 막무가내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스자쿠의 바지 지퍼를 내리기 위해서 를르슈 람페르지는 손에 힘을 잔뜩 주었다. 그 힘을 겨우 떨쳐낸 스자쿠는 자기 집에서 자기를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자신의 페니스를 덜렁 내놓으라고 하는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까지 순진하게 페니스로 사정, 애널 쑤시기 정도의 자위를 해왔던 를르슈 람페르지의 태세 전환은 악랄했다.
“어, 억지로 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때로는 결과를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을 필요도 있어. 그리고 어차피 지금 당장 빨지도 않을 거고 그냥 페니스만 볼 건데… 뭐가 그리 걱정이야?”
“그게 네 방식이라면 나는 싫어…!”
스자쿠의 기어가듯 외치는 불쌍한 말 한 마디에 를르슈 람페르지의 손이 멈추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꽉 붙들어 맸던 스자쿠의 바짓자락을 놓아주고, 손을 내려놓은 뒤 한숨을 내쉬었다.
“억지로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 다만 나한테는 이제 이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스자쿠를 무섭게 했다면 미안해.”
를르슈 람페르지가 무섭다고? 무서운 일은 진작부터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애널 자위를 하면서 스자쿠를 있는 힘껏 유혹하려고 하는 그걸 처음 봤을 때부터 정말로 무서웠다. 그의 올곧은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생각하면 무서웠다.
그래서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가 같은 남자의 페니스를 빨겠다는 생각까지 할 줄은 몰랐을 정도다.
스자쿠가 바지를 정돈하는 것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날 싫어하게 되었다거나, 비슷한 느낌 같은 게 든다면 솔직하게 말해줘. 그럼 나도 그만둘 테니까.”
“…그만둔다고?”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도 빼앗겼고, 네게서 미움까지 받게 된다면, 이런 행위들은 사실 모두 의미가 없어지는 거잖아.”
“…….”
를르슈 람페르지는 안아주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방금 전까지 스자쿠의 바지를 벗기려고 한 남자라고 하기에는 믿기 힘든 가련함이었다. 스자쿠는 그대로 돌아서 나가려는 를르슈 람페르지를 붙잡았다.
이제 정말 싫다고 말하는 건가, 하는 눈빛으로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를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그런 말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라서. 스자쿠는 이제까지 사귀어왔던 여자친구들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밀고 당기기’를 하게 되는 자신이 우습다고 느껴졌다.
“오늘의 키스 아직 안 했어, 우리.”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하얗던 뺨이 붉게 달아오른 것을 지켜본 스자쿠는, 그가 눈을 감고서 자신의 키스를 기다리기에, 망설임 없이 키스를 해주었다. 오늘도 입술끼리 촉감을 느낄 만큼의 키스였다.
입술을 떼어내고 나서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여운에 젖어있을 때를 틈타서 말했다.
“그리고, 펠라치오는 좀 더 생각해 볼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건 잘 모르겠어.”
“혹시 네 페니스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줄 수는…….”
“그럴 순 없어. 그런 건 진짜 이상성욕이야.”
이상성욕이라는 말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시무룩해졌다.
스자쿠는 겨우 급한 불을 끈 기분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상정 외로 막무가내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 오늘의 교훈이었다. 그 교훈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를르슈 람페르지를 대할 때 조금 깊게 생각하고 움직여야겠다는 반성을 했다.
그리고 그 반성이 무색하게, 스자쿠는 48시간 뒤에 를르슈의 입으로 사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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