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르슈 람페르지가 스자쿠의 앞에서 공개 자위 쇼를 하게 된 것은 어떠한 도박 때문이었다.
처음엔 를르슈 람페르지도 스자쿠의 곁에서 보통의 사람이 생각할 법한 방법으로 그에게 호감을 얻으려고 했다. 예를 들면, 음식이 맛있는 레스토랑에 데려간다거나, 스자쿠가 갖고 싶어할 법한 물건들을 선물하거나. 초반 를르슈의 물량공세에 스자쿠도 썩 나쁘지 않았다. 바라지 않아도 원하는 것이 손에 들어온다는 감각은 여자든 남자든 누가 해주던 간에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사랑받는다는 기분.
를르슈 람페르지가 느끼게 해주는 그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스자쿠는 남자에게 받는 그런 기분은 역겨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를르슈 람페르지가 주는 사랑은 아름다운 사람에게서 받는 것이라 그런지 나쁘지 않았다. 덕분에 스자쿠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외형에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름다운 사람에게 딱딱한 사고방식도 유연하게 풀린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스자쿠는 그 정도로 를르슈 람페르지가 아름답고 잘생긴 남자였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물량공세는 어느 순간 한계에 달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한 달 정도 이어졌던 물량공세에도 스자쿠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듯 했다.
“스자쿠, 내 선물이 별로인가…?”
“딱히 그런 건 아닌데.”
“……예전보다 기뻐하지 않는 것 같아.”
“아니야. 기뻐.”
“더더욱 기뻐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겠어.”
그날 를르슈 람페르지가 무엇을 주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스자쿠는 그 정도로 반응하는 것에 건성이었다. 스자쿠의 무신경함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상처받은 얼굴을 하면서도, 그 상처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진 듯 했다.
“스자쿠, 나는 애초부터 접근 방법이 틀린 것 같다.”
“응?”
“너에게 섹스할 마음이 들게 해야하는 건데,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
“……아, 그런 거였지, 참.”
“호감을 사는 게 우선이 아니야. 섹스하고 싶어져야 하는데.”
“…….”
를르슈 람페르지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스자쿠는 곤란해졌다. 전혀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 상대에게 그런 유혹을 받아봤자 곤란함 말고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마음에도 없는 상대였고, 섹스로 발전할 일이 없는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스자쿠는 섹스하고 싶어질 때가 언제야?”
“으음……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도….”
“알고 싶다. 나에게는 꼭 필요한 정보니까.”
“……뭐, 여자애가 뭔가… 야한 느낌이 들면 섹스하고 싶어지지.”
“그건 너무 광범위해.”
“야한 옷을 입는다거나, 야한 포즈를 취한다거나, 음…… 최근에는 말이야.”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도박을 하듯이, 스자쿠는 그가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말했다.
“어떤 여자애가 자위하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되게 야하더라.”
그러자 를르슈 람페르지는 얼굴을 발갛게 물들이면서 고개를 저었다. 차마 못 들을 것을 들은 것마냥 당황하는 를르슈 람페르지를 보니 스자쿠는 도박에 성공한 기분이었다. 이제 그는 스자쿠에게 ‘섹스할 기분이 드는 때’ 같은 걸 물어보지 않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부추기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를 포기할 것 같았다.
“내 이름을 부르면서 하는데, 엄청나게 야하고 좋았어.”
이러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뭐라고 반응할까?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얼굴을 살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귓불까지 빨개진 채였다. 좋아, 내가 이겼어. 이걸 체크메이트라고 하는 거지? 스자쿠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말했다.
“를르슈가 하면 좀 다를까?”
“……내가… 해주길 바라는 거냐?”
“뭐?”
“…나도 할 수 있어.”
“으응…?”
“나도 할 수 있다고. 그 정도는.”
당황한 주제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포기하지 않았다. 스자쿠는 체크메이트라고 외칠 뻔한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를 깨달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를 얼마나 얕보고 있었는지도.
“자위 정도는 보여줄 수 있어. 네 이름을 부르면서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
“어디가 좋아? 어디서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집이려나.”
“너네 집으로 갈게.”
“지금?”
“좋아.”
이 이후로 스자쿠도 를르슈 람페르지도 모두 수업이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를 앞장 세워 그의 집으로 향했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운전하는 차에 타고서 자신의 집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결연한 표정이었다. 자위 정도는 보여줄 수 있다는 그 각오가 엿보였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를 집에 데려가는 것이 우습기도 하면서, 상황이 믿기지도 않았다. 그럼 이제 집으로 데려가면,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앞에서 자위라도 할 셈인가. 진짜로?
진짜로?
스자쿠의 집에 들어온 를르슈 람페르지는 조금 긴장한 표정이었다. 그것이 남의 집(그것도 서민 학생의 낡아빠진 아파트)에 와서 느껴보는 긴장 때문인지, 아니면 곧 스자쿠의 앞에서 자위를 할 것이라는 긴장 때문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스자쿠의 아파트 구경을 다 마친 를르슈 람페르지는 식탁 의자에 앉아있는 스자쿠의 앞에 섰다. 그는 이제 모든 것이 준비가 된 듯 했다.
“그럼 벗을게.”
“응.”
“바지는 어떻게 벗는 게 좋아?”
“음… 평범하게? 별로 신경 안 썼으니까.”
“…….”
를르슈 람페르지는 바지를 벗었다. 그의 늘씬한 다리가 바지 밖으로 나왔다. 검은색 비키니 팬티가 딱 달라붙은 채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소에 그런 팬티를 입는다고? 아니면 나를 위해서 일부러 그런 팬티를 입은 건가? 스자쿠는 당황하며 그 질문을 입밖으로 소리냈다.
“를르슈의 속옷… 원래부터 그런 거야?”
“응? 원래 이런 걸 입는데. 혹시 원하는 색깔이나 디자인 같은 게 있어?”
“아, 아니……. 지금 것도 나쁘지 않아.”
“좋은 건 아닌건가?”
“좋아. 엄청나게.”
딱히 그런 팬티를 입는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닌데도, 스자쿠는 정말로 ‘좋다’고 생각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말이 진심인 것을 표정으로 살폈다. 를르슈 람페르지라는 남자는 정말 판타지로 빚어낸 남자 같았다. 검은색 비키니 팬티를 내리고 나면, 그의 페니스는 분홍빛 살갗이 인상적이고, 성기라는 개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의 페니스 따위, 보고 있으면 역겹고 아무 생각도 안 드는 게 분명한데. 어째서 를르슈 람페르지의 페니스는 그렇지 않은 걸까? 그것도 발기한 페니스를 보고서 싫은 기분이 안 드는 건 왜일까?
“……를르슈, 정말로 섰네.”
“더 잘할 수 있어.”
“으응.”
를르슈 람페르지는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스자쿠의 앞에서 발기한 페니스를 흔들기 시작했다. 흘러나온 쿠퍼액을 페니스의 겉 가죽에 문지르면서 움직임을 매끄럽게 했다. 를르슈는 하아, 하아, 하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스자쿠의 시선에 신경을 썼다. 그와 눈을 맞추면서 스자쿠의 이름을 천천히 조금씩 뱉어내듯, 호흡과 섞어가면서 불렀다.
“스, 자쿠…….”
“…….”
“내가 네 생각 하면서, 계속, 자위하는 거… 야하다고 생각해?”
야하다고 생각하냐니, 그런 말에 어떻게 대답해줘야 하는 걸까?
그가 자위하는 현장이 진짜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게 황당할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진짜로 한단 말이야? 정말로? 나를 좋아해서? 섹스할 기분이 들게 하고 싶어서? 진짜로 자위를 하고 있다고?
“후우, 스자쿠는… 내가 야하다는, 기분 안 들어?”
“아직까지는… 좀 무리일지도.”
“어떻게 해야, 섹스하고 싶어져?”
“…….”
우선 이름을 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스자쿠는 생각했다. 이름이 불려지고, 그가 말을 걸면, 스자쿠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를 기분이었다. 그게 야하거나 꼴린다는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계속 당하고만 있다가는, 정말로 당하고 말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위험한 기분이었다.
“이름을… 부르는 건 아닌 거 같아.”
“왜? 남자가 부르는 게 싫어?”
“아마… 그런 거부감이 드는 거 같아.”
“입 다물고 하는 게 좋아?”
“…….”
“소리도 내지 마?”
그런 걸 왜 물어볼까. 정말 남자를 꾀어낼 생각이라면 그런 것 쯤은 분위기로 읽을 수 있잖아. 그렇게 잘생겼으면 그정도 눈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스자쿠는 당황하면서 를르슈 람페르지가 자위를 계속 이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스자쿠의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였는지, 더 이상 말을 걸지도 않고, 헐떡거리는 소리도 내지 않고서 열심히 페니스를 문질렀다. 탁탁 흔들리는 살갗의 소리가 체액에 젖어갔다. 를르슈 람페르지가 찌걱찌걱거리는 소리에 스자쿠는 세상 어느 때보다 청각이 예민해지는 것 같았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소리를 참으며 사정했다. 정액을 손바닥으로 받아내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모습은 그 또한 자위에 익숙한 남자라는 걸 알게 했다. 그런 타이밍을 재는 방법을 알고 있을 정도로, 를르슈 람페르지도 남자구나.
그런 남자가 내 앞에서 자위를 했다고?
“……나, 야하지 않았어?”
“모, 모르겠어.”
“……다음에는 더 잘할 테니까.”
를르슈 람페르지는 다음을 이야기했다. 스자쿠의 서지 않은 아랫도리를 노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스자쿠는 그의 시선이 위험하다는 게 느껴졌다. 그는 정말 마음 먹으면 스자쿠를 야한 기분이 들게 하거나, 혹은 섹스할 기분이 들게 할 작정이었다.
다음에는 진짜로 그럴 생각이 들게 할 것이다. 스자쿠는 다음을 약속하는 게 맞나 싶었다. 그러나 노골적으로 피하는 건 스자쿠의 룰에서 어긋난 것이었다. 아무리 를르슈 람페르지가 꺼림칙하다고 해서 노골적으로 피했다가는 그도 눈치채고 말 것이니까.
“그러네, 다음은 더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를르슈는 언제가 좋아?”
그리고 그렇게 를르슈 람페르지의 스자쿠 한정 공개 자위 쇼—소위 말하는 ‘구애’라는 행위가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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