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Very2ndPlace
< >

를르슈 람페르지는 매번 다음을 약속하고, 스자쿠는 그 다음을 위해서 약속을 잡지 않고 집을 청소하며 그를 기다렸다. 그의 구애 행위는 매번 똑같은 패턴이었다. 스자쿠가 말을 걸면서 약간의 변주를 넣는 것 말고는, 그는 정직하게 자위를 하면서 스자쿠의 앞에서 야한 얼굴을 내보일 뿐이었다. 스자쿠는 틀에 박힌 그의 구애 행위가 지겨울 법 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를르슈 람페르지가 오늘도 그런 얼굴을 보여줄까 기대하게 되었다.

이것이 문제였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의 ‘다음’을 기대하게 되었고, 그가 하는 행위들이 여전할지 궁금해졌다. 스자쿠가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은 스스로 느끼기에도 조금 위험했다. 를르슈 람페르지에 대한 관심은 어디까지나 그가 자신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주는 뇌물들—소위 말하는 떡고물에 관심이 한정되어 있는 것이 맞았고, 그 떡 자체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소문난 쿨 뷰티 미인 를르슈 람페르지가 자신의 허름한 아파트에서 바지를 벗고 정중한 자위를 한다는 걸 생각하면 누구든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을거라고, 스자쿠는 자기합리화를 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구애 행위는 금방 질리진 않았지만, 결국에는 언젠가의 물량공세처럼 한계에 부딪혔다. 스자쿠는 맥주를 비롯한 음료수를 마시면서 를르슈 람페르지의 자위를 안주 삼아 보기는 했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 스자쿠에게 자신의 구애 행위는 좋은 구경거리, 그 이상 이하도 되지 못한다는 것을 를르슈 람페르지도 깨달은 듯 했다.

오늘도 어느날의 ‘다음’이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오늘도 구애에 실패했고, 스자쿠는 오늘도 흥미로웠던 그의 자위 관찰을 복기하며 그를 배웅하려고 현관 앞에 섰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방금 전까지 자위를 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금욕적인 하얀 셔츠와 검은색 슬렉스 차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나가지 않고, 스자쿠의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스자쿠, 너는 애널 섹스에 관심 있어?”

 

애널 섹스.

스자쿠는 그 말을 듣고서 잠깐 황당해졌다. 애널이라고 하면 여자의 질 말고 다른 구멍을 뜻하는 말 아닌가. 남자에게는 뚫려 있는 단 하나의 구멍이기도 하고. 남자끼리 박을 수 있는 구멍이라면 거기밖에 없지. 아, 그러니까, 를르슈 람페르지는 지금 스자쿠에게 남자끼리의 섹스에 대해서 진지하게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여기서 ‘관심 없어’라고 말하면,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에게 언젠가 했던 거짓말이 들통나게 된다. 

 

‘그럼 그런 관심을 가지면 되잖아. 나도 노력할게.’

 

스자쿠는 그에게 노력한다고 했다. 그런데 애널 섹스에 관심 없다고 말한다면 노력도 하지 않는, 뇌물만 원하는 불성실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를르슈 람페르지의 성격을 보자면, 그런 농락을 당한 것을 알면 스자쿠를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죽여버릴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남의 집에서 자위를 할 정도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남자였으니까.

스자쿠는 어떻게 둘러댈까 하다가 결국 거짓말을 또 이어가기로 했다.

 

“관심 있어. 근데 여자애들은 별로 안 좋아하더라.”

 

애널 섹스는 이상성욕의 한 부류니까 당연히 안 좋아하지.

스자쿠의 섹스 경험과 관련된 대답에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것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괜한 것까지 알려주는군, 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찌푸린 미간에 스자쿠는 은근한 쾌감을 느꼈다.

 

“그럼… 애널 섹스를 할 기회가 있으면 넣고 싶은 건 확실한 건가?”

“아마도?”

“만약…… 내가 애널 자위를 한다면 어떻게 생각해?”

 

스자쿠는 두 번째 황당함을 느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취향은 쿠루루기 스자쿠라는 남자이고, 그의 자위행위를 숱하게 봐온 결과로 그의 성벽은 노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애널 자위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왜일까?

아, 설마, 내가 그냥 자위하는 거에는 관심 없는 것 같아서? 스자쿠는 뻣뻣하게 굳는 뒷목을 주무르면서 시선을 피했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그런 스자쿠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화를 내듯이 다시 한 번 물었다.

 

“내가 전립선 자위를 하는 거에 관심 있냐고 묻잖아!”

“전, 전립선 자위?”

“애널 섹스는 보통 전립선을 자극해서 삽입 당한 남자에게 쾌락을 유도하는 섹스라고 알고 있어. 넣는 쪽도 넣어지는 쪽도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섹스 방법이라, 남자끼리는 꽤나 유효한 섹스 방법이지.”

“으, 으응….”

“이제까지 너는 계속해서 ‘넣어온 쪽’이었잖아?”

“뭐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아직까지 경험은 없지만, 아무래도 남자인 이상 생물학적 본능에 따르면 ‘넣어온 쪽’에 가깝겠지. 그런 남자가 애널 자위를 하는 건 너에게 신선한 경험이 될 거야.”

 

한마디로, 나도 박을 수 있는 남자지만 그런 남자가 애널 자위를 하는 걸 보면 너도 꼴리지 않을까—라는 말을 길게 하는 것이다. 스자쿠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를르슈 람페르지라는 훌륭한 남자가 스자쿠의 집에서 자위 행위를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제는 좀 진부해져서 그런 것 뿐이지, 신선함은 여전했다. 그것에 를르슈 람페르지만이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다.

 

“넌 분명히 애널 섹스에 관심 있다고 했어. 나는 그 가능성에 걸어볼 예정이다.”

 

를르슈 람페르지는 각오를 다지듯이 스자쿠에게 시선을 보냈다. 를르슈의 그 결연한 시선에 스자쿠는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몰라서, 어물어물하다가 아무런 말이나 내뱉었다.

 

“그럼… 다음에도 기대할게.”

 

다음에는 애널 자위를 해주겠다는 남자에게 기대하겠다는 거짓말은 어디까지 먹힐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가 현관문을 밀고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현관문을 다시 닫고, 문을 잠근 뒤에야, 스자쿠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를르슈 람페르지의 애널 자위? 애널? 자위? 그런 걸… 그런 걸 보게 되는 건가?

그걸 기대한다고 말한 거라고? 스자쿠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상상 이상의 여파를 몰고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좀, 역겹잖아. 아무리 남자고, 예쁘고, 미인이라고 해도… 그런 자위는 아무도 안 보고 싶은 게 분명하잖아.

스자쿠는 어떻게 해야 다음을 미룰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갔고, 다음주 목요일은 금방 다가왔다. 중간고사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를르슈 람페르지의 구애 행위는 쉬지 않았다. 스자쿠는 를르슈 람페르지로부터 지난 번의 약속대로 스자쿠의 집으로 오겠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스자쿠는 중간고사를 핑계로 조금 너저분한 아파트를 보았지만, 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어차피 를르슈 람페르지가 주저 앉아 다리를 벌릴 공간만 있으면 될 테니까.

하지만 를르슈 람페르지가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나면 그제서야 실감이 났다. 

 

그는 정말

애널 자위를 준비해왔을까?

 

정말로?

공지 <부활의 를르슈> 스포일러 있는 글은 * 2019.05.12
439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10 2026.04.12
438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9 2026.04.12
437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8 2026.04.09
436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7 2026.04.08
435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6 2026.04.07
434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5 2026.04.03
>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4 2026.04.02
432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3 2026.04.01
431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2 2026.03.30
430 유유상종 Birds of a feather flock together 1 2026.03.30